오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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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앞자리 뒷자리 일전
춤추는 구릿빛…'원시'는 '자유'였다 [e갤러리]
시계 앞자리 뒷자리 일전
완판 연작 뒤로하고…'먹선 한 줄'로 되돌아간 젊은 내공
동그라미별표
시계 오래됨
가슴 후비는 척박한 표정…쓰라리게 들여다본 '나' [e갤러리]
시계 오래됨
5억년만에 살아나 아코디언처럼 숨을 쉰다, 예술이다
시계 오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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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추는 구릿빛…'원시'는 '자유'였다 [e갤러리]
    춤추는 구릿빛…'원시'는 '자유'였다
    오현주 기자 2025.01.0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작가 정강자(1942∼2017).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행위예술가고 아방가르드 작가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않은 길을 걸었다, 작품이든 인생이든. 정강자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안’(1994 사진=페이토갤러리)작가를 세상에 알린 가장 파격적인 작품은 국내 최초 누드 퍼포먼스 ‘투명 풍선과 누드’(1968). 당시 ‘핫 플레이스’였던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벌인 이 퍼포먼스를 통해 작가는 미술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깔린 부조리를 고발하고 여성해방을 외쳤더랬다. 덕분에 작가는 정부가 대놓고 찍은 ‘요주의 인물’이 됐고, 결국 작품활동을 중단한 채 싱가포르로 이주해 10여 년을 살기에 이른다. 작가가 그림으로 회귀해 붓을 다시 잡았다고 알린 건 1981년 회화전에서다. 그 전시를 신호탄으로 이후는 ‘떠나는 삶’이었다. 누구의 발도 닿지 않은 세계 곳곳을 떠돌며 붓을 들이댔는데. 중남미, 아프리카, 남아시아, 남태평양 등에서 접한 자연 그대로의 자연, 원시적인 삶은 그대로 작가의 화면으로 옮겨졌다.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안’(1994)은 그즈음의 한 점. 카누에 올라탄 구릿빛 원시부족의 에너지를 푸른 파도의 역동성에 심어 강렬하게 그어냈다. 1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동호로 페이토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춤을 그리다’(Dance, Painting)에서 볼 수 있다. 오지 수십 개국을 여행하면서 만난 현지인, 그 가운데 특히 그들의 춤과 독특한 움직임을 들여다본 작품을 골라 꾸렸다. 캔버스에 오일. 73×60㎝. 페이토갤러리 제공.
  • 가슴 후비는 척박한 표정…쓰라리게 들여다본 '나' [e갤러리]
    가슴 후비는 척박한 표정…쓰라리게 들여다본 '나'
    오현주 기자 2024.11.29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다. 가슴을 후빈다. 척박한 얼굴에 드리운 고뇌, 애써 고통을 내리누르는 표정이 말이다. 사정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캔버스 하나를 축축이 적신다. 이름도 제대로 얻지 못해 ‘무제’(Sans Titre·1995)인 작품은 작가 하태임(51)의 초기작이다. 하태임 ‘무제’(1995), 캔버스에 아크릴, 130×130㎝(사진=포스코미술관)정확히 29년 전 저 그림에서 작가의 시그니처인 ‘컬러밴드’를 끌어내긴 쉽지 않다. 하지만 흔적이 없진 않다. 슬쩍 비치는, 아니 바닥 깊은 곳에 ‘색띠’가 가라앉아 있으니까. 넓적한 고무밴드를 쭉 잡아당긴 뒤 싹둑 가위질해 정갈하게 잘라낸 듯한, 반쯤 휜 토막에 색의 조화를 입히는 일. 작가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작업이 그랬다. ‘통로’(Un Passage)란 연작명 하나로 이어온 붓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랬으려니 했을 거다. 형체 잃은 색덩이가 화면에서 춤을 추고(‘문’ Une Porte·2007), 어디선가 흰띠가 풀려나와 색판을 휘두르는 장면(‘통로’ 2008)도 놀라운 역사니까. 그런데 얼룩한 저 붉은 몸뚱이 속에 박힌 색이 ‘컬러밴드’의 시원이란 거다. 자화상이란다. 작가가 가장 쓰라리게 들여다봤을 자신의 모습. 구구절절 풀어놓는 말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 12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미술관서 여는 개인전 ‘하태임, 강박적 아름다움에 관하여’에서 볼 수 있다. 초기부터 최근까지 30년 작가세계의 길목을 지킨 회화작품 50여점을 걸었다. 하태임 ‘통로’(Un Passage·2008), 캔버스에 아크릴, 150×150㎝(사진=포스코미술관)하태임 ‘통로 No.241036’(Un Passage No.241036·2008), 캔버스에 아크릴, 181.5×291㎝(사진=포스코미술관)
  • 때론 나무숲처럼 방어벽 쌓고 때론 물방울처럼 튀어 흩어져 [e갤러리]
    때론 나무숲처럼 방어벽 쌓고 때론 물방울처럼 튀어 흩어져
    오현주 기자 2024.07.24
    전지현 ‘보이지 않는 세계’(2024 사진=갤러리이즈)[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길게 죽 뻗은 기둥이 줄지어 눈앞을 가로막고 있으니 말이다. 얇은 틈조차 내지 않고 서로 밀착한 채다. 어디 울창한 나무숲이라도 되려나. 하지만 이조차 추측일 뿐, 그림 어느 부분에서도 확실한 사인은 없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다 꺼내놓고선 말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Invisible World·2024)란다. 도대체 저 안에 어떤 세계를 또 숨겨놨길래. 다소 섣부르지만 굳이 답을 찾는다면 ‘내면’이다. 작가 전지현(67)이 빽빽하게 채운 화면 저 안쪽에 담아둔 게 말이다. 살아 꿈틀대는 진짜 사는 모습이 품은 ‘속살’이란 거다. 때론 거친 나무숲에 첩첩이 방어벽을 쌓기도 하고, 때론 물방울처럼 튀어올라 공기 중에 무심히 흩어지기도 하면서. 작가는 예순이 넘어 정규과정(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뒤늦게 자신만의 붓길을 낸 늦깎이 화가다. 슬쩍슬쩍 형체가 배어나오기도 하지만, 주로 선과 색의 여운을 붙들어두는 추상화면을 꾸려왔다. 세상과의 소통에서 얻은 감성·서정 등이 바탕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작으로 말이다. 그 속 깊은 내면은 감히 형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여기는 거다. 강하지만 격하진 않는 특유의 색감 역시 ‘내면으로 가는 길’을 단단히 다지고 있다.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이즈서 여는 ‘전지현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60.6×60.6㎝. 갤러리이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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