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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높이 솟는 불"...비둘기 화형식에 전 세계 ‘경악’ [그해 오늘]
    "하늘 높이 솟는 불"...비둘기 화형식에 전 세계 ‘경악’
    김형일 기자 2024.09.17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1988년 9월 17일,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 상공을 뒤덮었다. 올림픽을 개막을 알리기 위해 2400마리의 비둘기가 동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아이러니하게도 ‘비둘기 화형식’도 동시에 진행됐다. (사진=온라인 갈무리)비둘기 화형식은 제24회 서울 하계 올림픽 개막식 일인 이날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우연히 일어났다. 개막식 시작과 함께 날려 보낸 비둘기 중 일부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성화대에 자리를 잡았으며 성화가 점화되자 타들어 가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TV로 비둘기 화형식을 목격한 전 세계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사건에 대해 “서류상 좋은 아이디어였을지 몰라도 현실은 매우 섬뜩했다”고 밝혔다. 남북 분단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좋은 의도였을지는 몰라도 순식간에 끔찍한 장면으로 각인됐다. 개막식 끝 무렵 보컬그룹 코리아나가 부른 ‘손에 손잡고’는 이날의 악몽 같은 일을 예견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늘 높이 솟는 불 우리들 마음 고동치게 하네”로 시작하는 노래에서 ‘고동치다’는 ‘희망이나 이상이 가득 차 마음이 약동한다’는 의미겠지만, ‘심장이 심하게 뛴다’는 의미도 지녀서다.다만 실제로 희생된 비둘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서울 올림픽 조직위는 “실제로 불에 탄 비둘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날아갔다”고 공식 해명했다. 아울러 점화 직전 성화대 불구멍 가까이 있었던 비둘기는 한 마리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제1회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부터 비둘기를 날리는 것이 전통적으로 행해졌지만, 이 사건으로 비둘기는 올림픽 무대에서 점차 종적을 감췄다. 4년 뒤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희생을 우려한 듯 성화 점화 뒤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선 비둘기 대신 비둘기를 상징하는 대형풍선 10개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최근에는 비둘기를 의미하는 퍼포먼스나 상징물이 실제 비둘기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때 들여온 외래종 ‘집비둘기’는 피해를 주고 있다. 토종인 ‘양비둘기’는 집비둘기에에 밀려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됐다. 서울시가 접수한 비둘기 개체 수만 2019년 7233마리에서 작년 9429마리로 약 30%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집비둘기는 급증하고 있다. 집비둘기는 우리에게도 해를 끼치는 동물이다. 비둘기 똥은 강한 산성을 띠어 건물과 차를 부식시키고 있으며 잡식성이라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면서 병균을 옮기고 있다. 지난 2009년 유해 조수로 지정된 이유다. 문제는 집비둘기 개체 수를 조절할 묘안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 비둘기에게 피임약이 든 옥수수를 먹이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공개된 곳에서 불임 사료를 주기 때문에 양비둘기처럼 보호종으로 지정된 동물도 먹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 저수지로 간 부부, 아내는 왜 용의자가 됐을까[그해 오늘]
    저수지로 간 부부, 아내는 왜 용의자가 됐을까
    김민정 기자 2024.09.16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16년 9월 16일, 경남 거창 부부 사망사건이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뒤 죄책감을 느끼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 났다.8월 14일 거창군 마리면 한 농업용 저수지에서 A(47)씨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그물에 둘러싸인 채 큰 돌로 눌러져 있었다. 그는 올 2월부터 가족과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으며 7월 26일 큰딸 B씨가 경찰에 신고했다.(사진=연합뉴스)그런데 신고 하루 전날 A씨의 아내인 C(46)씨도 실종됐다가 이틀 뒤인 27일 발견됐다.경찰은 부부의 시신 상태나 실종 전후 상황 등에 의혹을 갖고 수사에 착수했다.C씨는 발견 당시 돌을 넣은 배낭을 메고 있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였고, A씨는 그물에 쌓여 있어 누가 봐도 살해된 정황이 뚜렷했다.C씨는 6개월 동안 남편의 실종신고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사이 A씨가 아끼던 오미자 농장을 처분했으며, A씨가 직접 수집하던 고가구를 팔았고 자신의 소유의 집을 큰딸 B씨에게 증여했다.경찰은 아내 C씨가 숨지기 전 한 달여 동안 쓴 유서에 가까운 내용이 적힌 노트를 발견하기도 했다.여기에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경제적 어려움 등에 관한 내용이 다수 적혀 있어 경찰은 이것을 살해 동기로 봤다.하지만 경찰은 6명의 자녀가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어 수사관련 내용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B씨는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이제는 신고할 때도 됐다”는 어머니 C씨의 말을 듣고 경찰에 아버지 실종신고를 했다고 진술했다.경찰은 여자 혼자 범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공범 파악에 주력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의 사인분석을 의뢰했지만 ‘사인 불상’으로 나왔다. 또한 유력 용의자인 아내가 숨졌기 때문에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 "차라리 사형을"...만삭 아내 살해 의사, 출소 뒤에도 '의사' [그해 오늘]
    "차라리 사형을"...만삭 아내 살해 의사, 출소 뒤에도 '의사'
    박지혜 기자 2024.09.1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자신의 아이를 임신해 출산이 한 달 남짓 남은 아내의 목을 졸라 태아까지 사망에 이르게 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13년 전 오늘, 2011년 9월 1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한병의 부장판사)는 만삭의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의사 백모(당시 31)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며 이같이 밝혔다.재판부는 “사건 직후 현장을 떠나 적극적으로 알리바이를 만들려 했고 피해자와 태아에 대한 애도를 엿보기는 힘든 데다 오로지 자신의 방어에만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하기도 했다.만삭의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의사 백모(당시 31세)씨가 2011년 3월 1일 현장검증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백 씨의 아내 박모(당시 29) 씨가 서울 마포구 도화동 집안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같은 해 1월 14일 새벽, 당시 박 씨는 출산을 한 달 앞둔 만삭의 임신부였다.유명 대학병원 의사인 백 씨는 112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아내가 혼자 욕조에서 넘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씨의 목에는 상처가 있었고 몸 곳곳에선 멍 자국도 발견됐다.검찰은 백 씨가 아내 박 씨와 다투다가 박 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이에 백 씨 측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신빙성이 없거나 사인 등을 단정짓기에는 부족하다”며 “재판부가 유죄라고 판단한다면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1심과 2심은 백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사망 원인 등을 치밀하게 다시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백 씨 측은 캐나다의 유명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불러 치열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2012년 12월 열린 파기환송심은 백 씨에게 다시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2013년 4월 대법원에서 재상고가 기각되면서 2년여 법정 다툼 끝에 형이 최종 확정됐다.대법원 재판부는 “발견 당시 자세 등을 볼 때 아내 박 씨가 실신 등으로 인한 이상자세로 질식한 것이 아니라 목 눌림에 의한 질식사한 것으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사실이나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이어 “백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부인과의 다툼으로 인해 생긴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된 점, 사건 당일과 그 이후 의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백 씨가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백 씨 손톱에는 아내의 피부 조직이 남았고 팔에는 긁힌 상처가 있었다.특히 재판부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자격 1차 시험을 마치고 새벽까지 게임을 했고 대부분 다음날 휴식을 취하는 것과 달리 3시간도 자지 않은 상태에서 오히려 평소보다 일찍 도서관을 갔던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평소 안부 전화를 하지 않던 장모에게 먼저 연락해 박 씨가 오후 4시까지 통화가 안 될 것이라고 하고 이후에 계속 휴대전화를 받지 않은 점, 출근하지 않은 딸을 찾는 장모의 연락을 받고도 다급해하지 않았던 점, 엘리베이터에서 팔에 난 상처를 확인한 점, 아내의 빈소에서 판타지 소설을 봤던 점 등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사진=JTBC 뉴스 캡처당시 백 씨의 ‘의사 면허’도 논란이 됐다.징역 20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지만 백 씨의 의사 면허는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형법 제72조에 따르면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모범적 수감 생활 등을 이유로 가석방될 수 있다. 단, 잔여 형기가 10년을 초과하면 안 되기 때문에 백 씨는 형 집행일로부터 이르면 10년 뒤 출소해 다시 의사로 활동할 수 있다.당시 의료법상 의료 관련 법을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 취소가 가능했다. 살인이나 성폭력 등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또 면허가 취소됐어도 취소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 다시 말해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발급했다.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고 집행 중인 의료인에겐 취소된 날로부터 최대 3년 이내로 재교부 제한을 뒀다.정부는 지난해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인 결격·면허취소 사유를 기존 ‘의료 관계 법령 위반 범죄 행위’에서 ‘모든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로 확대하고 같은 해 11월부터 시행했다.다만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 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는 면허 취소 사유에서 제외하고 있다.이와 함께 강력 범죄로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은 40시간 이상 의료 윤리 등의 교육을 받으면 면허를 재교부 받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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