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에너지로 탄소 순환시키겠다”··주목받는 과학기술 '실패연구'

연구재단, '연구중단'도 허용하는 한계돌파 연구 추진
KAIST 실패연구소, 실패학회 확대·다양한 기관 협력
"과학엔 실패 없고, 실패 속에 결실 나와"
  • 등록 2024-12-12 오전 5:27:41

    수정 2024-12-12 오전 7:06:19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재사용 발사체 기술로 우주 진입 장벽을 낮춘 스페이스X. 초기 발사체인 팰컨1의 실패를 딛고, 더 강력한 팰컨9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글로벌 발사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팰컨1은 5번의 발사 중 3번이 실패했지만, 이를 딛고 발전한 팰컨9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꿈인 ‘인류 화성 이주’를 위한 발사체인 스타십 역시 여러 차례의 시험 발사 실패 후, 지난달 ‘젓가락 팔’을 이용해 추진체를 회수하는 성과를 이뤘다. 스페이스X의 이 같은 실패 극복 과정을 보며, 미국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세계 최초의 연구에 도전하려면 실패는 필연적이다. 이처럼 실패를 극복하고 혁신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한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최근 한국의 대학은 실패연구소를 출범시켜 실패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패 경험을 공유하며 연구 문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연구재단은 도전적인 연구 과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연구 중단을 허용하는 시스템을 통해 더욱 혁신적인 연구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탄소순환 기술, 양자통신 기술 등에서 중요한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학생들 휴학만 해도 실패 간주, 연구자 실패하기 꺼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과제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공식적인 통계는 집계하고 있지 않지만, 과학계는 R&D 과제의 성공률이 거의 100%에 육박한다고 보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과제의 성공률은 △2017년(98.8%) △2018년(99.2%) △2019년(98.8%) △2020년(99.7%) △2021년(99.2%)로 조사됐다.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과제에서도 불성실 판정을 받은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성공에 대한 강한 집착은 이공계 대학생들의 학생 시절부터 뚜렷하다. KAIST 실패연구소에 따르면, 학생들은 학점이 떨어지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휴학조차 실패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2022년 KAIST 실패인식조사’에 따르면, 학부생 10명 중 8명(79.6%)과 대학원생 10명 중 7명 이상(72.2%)이 ‘실패했을 때 자신이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조사됐다.

KAIST 실패연구소와 실패학회를 공동 주관한 학생 단체 ‘아이시스츠 카이스트(ICISTS KAIST)’의 김지환 회장은 “학생들은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완전히 패배했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실패는 성공을 이루기 위한 시행을 늘려가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는 학점 문제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크고, 휴학조차 실패로 간주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연구소의 연구자나 직원들 역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조성호 KAIST 실패연구소장은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면 시행착오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논리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분위기 조성 및 과학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연구 시도하고, 실패학회 공동 개최 등 추진

그런데 최근 들어 과학계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우선, 정부의 R&D 사업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연구재단 한계도전전략센터는 기존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에서 설비나 기술 개발 과정 중 또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한 문제를 인식하고, 탄소 순환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양자통신기술에 필요한 광자가 극저온에서만 생성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온에서 구현 가능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모두는 기존의 관행을 깨는 시도이며, 실패를 허용하는 접근법이다.

최영진 한계도전전략센터장은 “과학 분야에서는 실패를 단정 짓기 어렵고, 반대로 성공을 증명했다고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연구의 성공이냐, 실패냐뿐 아니라) 연구 중단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연구자들이 어려운 연구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과제가 중단되더라도 그 부산물을 활용하거나 후속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AIST 실패연구소는 매년 개최해 온 실패학회를 4대 과학기술원 및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으로 확대해 실패 문화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올해 학회에서는 다양한 기관들로부터 협력 제안이 들어오고 있어,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조성호 소장은 “내년에는 실패학회를 4대 과학기술원으로 확장하거나 대덕특구 내 다른 기관들과 협력해 규모를 키우려 한다”며, “신용보증기금과 재도전·재창업 지원제도 개선을 위한 협력처럼, 실패 사례를 공유하고 도전과 성취를 장려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계는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은 “누리호 1차 발사 당시 우리나라는 ‘미완의 성공’을 거뒀지만, 실패에도 자부심을 가지고 ‘과학 선진국’으로서의 태도를 보여줬다”며, “실패와 성공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도전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패는 중요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부하들을 사지로.." 눈물
  • 근조화환..왜?
  • 늘씬 각선미
  • 청룡 여신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