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 사장을 비롯해 경제계는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 의원들을 만나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9일 상의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경제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등 상법 개정안에 대해 경제계 우려와 제안사항을 건의했다.
| 박일준(사진 오른쪽 두번째)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및 경제계 대표들이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주식시장 활성화 테스크포스-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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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 시작하기에 앞서 인사말에서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업 지배구조 문제는 지난 2020년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어느 정도 규제가 도입된 바 있다”며 “4년 만에 다시 상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지며 경제계에서는 걱정이 많다”고 강조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처한 기업들이 상법 개정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박 부회장은 “지난 10년간 규제가 강화되면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제도 경쟁력은 큰 폭으로 하락해 올해 67개국 중 64위로 최하위 수준”이라며 “기업환경이 그만큼 악화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날 간담회는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활성화 TF가 상법 개정 과정에서 경제계 의견 수렴을 위해 대한상공회의소에 간담회를 제의함에 따라 마련됐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4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및 주주이익 보호의무 신설 등 지배구조 규제강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인사말에서 “지배주주 중심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사회 독립성과 견제 감시기능을 강화해서 일반 주주·소액주주들 권리를 보장해야 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경제 단체에서 상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동으로 발표하기도 했는데, 기업들이 어려운 게 있다면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를 열어놓고 논의하자는 게 당의 입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진성준 정책위의장, 오기형 TF 단장, 김남근 TF 간사 및 TF 소속 의원 등 11명이 참석했고, 경제계에서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 상근부회장 및 본부장, 나광주 대상홀딩스 상무, 김신우 신성이엔지 상무, 범진규 드림시큐리티 대표,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 사장, 전문가로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26명이 참석했다.
| 더불어민주당 진성준(사진 왼쪽부터) 정책위의장과 오기형 TF 단장, 박주민 의원이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활성화 테스크포스-경제계’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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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업들이 상법 개정에 대해 우려하는 지점을 전달했다. 간담회 이후 오기형 TF 단장은 브리핑에서 “경제계 역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는 있었다고 판단한다”며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놓고 논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TF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과 상법 개정이 함께 이루어질 부분이 필요하다고 보기도 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상법 개정 내에서도 기업 규모를 고려하거나 배임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배임죄 남발을 막는 등 기업의 우려 지점을 보완할 점 등은 충분히 받아들일 부분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정부·여당이 올해 2월 합동으로 상법 개정을 명시한 바 있고, 관련 논의들을 이미 계속해왔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정부·여당안이 나오면 같이 논의하는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달 4일 오전 대한상의와 민주당 TF는 공청회를 또 한번 열고 관련 상법 개정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