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벤츠전기차 화재 원인, 경찰도 확인 불가

인천경찰청 전기차 수사 결과 발표
"배터리팩 발화 가능성 배제 못해"
BMS 영구적 손상…자료 추출 불가
전문가 자문 받아도 화재원인 아리송
  • 등록 2024-11-28 오전 10:30:00

    수정 2024-11-28 오전 10:30:00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올 8월 차량 70여대를 전소시킨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원인이 미상으로 남게 됐다.

8월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EQE350플러스(+) 전기승용차에서 불이 나 주변 차량 70여대가 전소됐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8일 불이 난 벤츠 EQE350플러스(+) 전기승용차의 배터리 관리장치(BMS) 자료 획득 불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화재 이후 3차례에 걸쳐 합동감식을 하고 전기차의 BMS와 배터리팩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해당 전기차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팩 내부 절연 파괴 과정에서 발생된 전기적 발열에 의한 발화 가능성과 배터리팩 밑면의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BMS가 불에 타 영구적 손상이 일어나 자료를 추출할 수 없었다”며 “주차 상태에서는 BMS가 활성화되지 않아 화재 원인을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대학교수, 한국자동차안전연구원, 국립소방연구원 등 전문가 16명에게 화재 원인에 대해 자문한 결과 외부 충격에 의한 배터리 셀 손상으로 발화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답변 등이 나왔다. 자문을 통해서도 정확한 화재 원인은 확인할 수 없었다. 경찰은 “배터리팩 외부 충격에 의한 발화 가능성 등을 파악했을 뿐 정확한 원인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해당 전기차 소유자는 화재 발생 3일 전인 지난 7월29일 차량의 전기를 완충하고 2시간 정도 운행한 뒤 자신의 집이 있는 청라 A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했다. 이어 59시간 뒤인 8월1일 오전 6시15분께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전기차의 보험 이력, 정비 이력, 운행 이력을 모두 수사했으나 화재 원인으로 볼만한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차량은 지난해 11월과 올 4월 하부점검 시 특이점이 없었다”며 “차량 하부에 외부 충격을 줄만한 운행 이력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8월8일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사 관계자 등이 불에 탄 벤츠 EQE350플러스(+) 전기승용차에 대한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 수사를 통해서는 해당 전기차의 배터리가 중국 회사로부터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벤츠사 자체 기술로 배터리팩을 제작한 후 차량에 장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 출고, 인도 시 외부 충격과 리콜 이력은 없었다.

청라 A아파트 화재경보기·스프링클러 등 주요 소방시설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 야간 당직자 2명이 화재 당일 오전 경보음이 울리자 직접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경보기, 스프링클러 정지 버튼을 눌러 작동을 차단시켰다. 이 때문에 중계기 선로가 화재로 인해 단선되고 스프링클러 작동이 불능 상태가 되면서 화재가 급격히 확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리사무소장과 총괄 소방안전관리자는 평소 화재 발생 시 대응 교육이나 훈련을 실시한 사실이 없었다. 경찰은 초기 대응 부실로 화재가 확산해 인적·물적 피해를 가중시킨 혐의(업무상 과실치상 )로 입건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소방안전관리자 등 4명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인천경찰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전담팀(전체 19명)을 편성해 화재 발생 원인, 확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자 조사, 합동감식, 압수수색, 전문가 자문 등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 화재사고를 비롯한 주요 사건·사고 발생 시 전담팀을 편성해 신속히 대응하겠다”며 “관계기관과 협업해 동일 유형의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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