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밤' 문자 초등학생, 법적 처벌 가능할까?[궁즉답]

학부모 사과나 학내 징계 외 법적 수단 거의 없어
13세 미만으로 '형사 미성년자' 이유가 크기 때문
위자료 청구 등도 得보다 失 많아
  • 등록 2023-07-12 오후 4:43:46

    수정 2023-07-12 오후 4:43:46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 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Q. 최근 한 초등학생이 선생님에게 보낸 문자가 논란이 됐습니다. 선생님의 데이트 모습을 보고 “뜨밤 보내세요” 등의 문자를 보낸 것인데요, 교권 추락을 비롯해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학생에게 성희롱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형사 처벌이 가능하지 않다면, 선생님 입장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게티 이미지)
A. 교권 추락의 한 사례로 불릴 만큼 이번 사건의 파장이 큽니다. 초등학생이 보낸 성희롱성 문자에 교원단체에서는 “성희롱을 당해도 지도를 꺼리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라는 입장을 밝힐 정도였습니다. ‘더 떨어질 곳이 없는 교권을 높이기 위해 국회가 나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선생님에게 ‘뜨밤 보내세요’ 등의 문자를 보낸 학생은 어떤 처분을 받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적인 처벌보다는 ‘훈계’ 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부모의 사과를 받거나 혹은 학교 내 징계를 받는 정도에 머무르게 되는 것입니다. 학생이 13세 미만인 형사 미성년자인지라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낮고, ‘어려서 잘 몰랐다’라는 게 참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학부모와 학생에게 사과를 받고 재발 방지를 약속받는 것입니다. 반성하는 모습이 없다면 교칙에 따라 징계를 받도록 하는 게 최선일 수 있습니다.

물론 선생님이 민사 소송을 제기해 학생의 학부모에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의 문자가 선생님의 불안감을 야기했고, 이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송사로 얽힌다는 것 자체가 학교와 해당 선생님에게는 부담입니다. 소송에서 이겨 받게 되는 위자료도 결코 많다고 볼 수 없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느끼는 압박감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만약 14세를 넘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이 같은 문자를 선생님에게 보냈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법의 개입 여지가 커지는 것이죠. 반복적으로 보내 선생님을 힘들게 했다면 소년범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동인의 허인석 변호사는 “초범이라면 기소유예를 받고, 전과가 있다면 가정법원 판사님 앞에서 보호관찰이나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면서 “형사 사건으로 기소가 되어도 소년 보호 사건으로 송치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때 처벌의 근거는 ‘성희롱’이 아닙니다.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 법에서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 등을 반복적으로 전달하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SNS나 문자 등을 통해 상대의 불안감을 야기하는 음란 콘텐츠를 배포했다’가 처벌의 근거가 됩니다.

설령 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성인보다는 가벼운 수준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초범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미성숙함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처벌보다는 선도에 중점을 둔다는 법의 취지 때문입니다.

이 같은 취지는 고대 로마법에서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로마에서는 기원전 450년에 편안된 12표법을 근거로 어른이 아닌 아동에 대해서 ‘미성숙자’로 판단했습니다. 생식이 가능한 어른부터 적법한 법의 조치를 받아야한다고 본 것입니다.

성숙과 미성숙의 기준을 연령에 둔 때는 기원후 500년대 후기 로마시대때부터입니다. 여성은 만 12세, 남성은 만 14세에 이르렀을 때 성숙자로 구분됐습니다. 중세와 근대를 넘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취지는 유지돼 내려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4세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형법 제9조 형사 미성년자)에서 이 취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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