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수어가 손가락 욕?` 희화화 항의에…‘지금 거신 전화는’ 측 사과

MBC 제작진 “조롱 의도 없었다” 공식 사과
"지적 무겁게 받아들여, 제작진 부족 겸허히 인정"
같은 잘못 반복 않도록 노력하겠다 반성
  • 등록 2024-12-01 오후 5:19:25

    수정 2024-12-01 오후 5:19:25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제작진이 시청자들의 ‘수어 희화화’ 지적에 공식 사과했다.

‘지금 거신 전화는’(연출 박상우, 위득규/ 극본 김지운)은 여주인공 홍희주(채수빈 분)가 ‘선택적 함묵증’을 앓고 있는 수어 통역사라는 설정의 MBC 금토 드라마다. 이에 배우 채수빈은 대부분 대사 없이 수어로 연기를 펼친다.

지난달 22일 첫회 등장한 뉴스 장면에서는 ‘산’(山)이라는 뜻의 수어를 ‘손가락 욕설’로 희화화해 빈축을 샀다. 뉴스 생방송 송출 오류로 ‘산’을 표현하는 수어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를 두고 나유리(장규리 분) 앵커가 홍희주에게 “이거 산이죠? 뫼~ 산? 잘했어요, 안 그래도 선배랍시고 꼴 보기 싫었는데, 제대로 먹여줬다. 엿. 아, 아니, 뫼 산”이라고 짓궂게 웃으며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사진=MBC ‘지금 거신 전화는’ 캡처 이미지
이에 11월 24일 ‘지금 거신 전화는’ 시청자 게시판에는 ‘청각장애인 수어 통역을 조롱거리로 삼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라는 제목의 항의글이 올라왔다.

이 시청자는 첫 방송 뉴스 송출 오류 장면을 거론하며 “수어 통역사의 손짓이 마치 욕설인 것처럼 되는 바람에 스태프들이 웅성거리는 장면이 있었다. 비장애인이 청각장애인의 소통 수단인 수어를 이런 식으로 모욕하고 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어째서 이게 개그가 될 수 있다 생각하신 건지 참으로 곤혹스럽다. 정말 끔찍한 장면이었다. 이 모든 것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면 이에 대해 철저히 사과해 주시고, 차후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의사를 표해 주셨으면 한다”고 정중히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지난달 26일엔 중앙대학교 수어동아리 ‘손끝사이’가 나서 사과를 촉구하고 제작진을 규탄했다. 이들은 “‘지금 거신 전화는’ 1화에서는 수어 통역사가 ‘산사태’를 통역하던 중 송출 오류로 ‘산’ 수어가 반복적으로 송출되는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산’ 수어는 해당 손가락 욕과 수형이 다를뿐더러 청인에 의해 농담거리로 소비되어 오며 농인에게는 트라우마와 같은 수어 단어”라며 “이는 농인과 수어에 대한 무례를 넘은 차별과 조롱이자 혐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수어를 청인의 오락거리로 삼는 귀사 드라마의 부적절한 행태를 규탄하며, 귀사가 해당 드라마의 장면에 대해 농인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결국 제작진은 지난달 29일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측은 “일부 수어 장면으로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며 “‘지금 거신 전화는’이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루어 농인들과 한국 수어를 희화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지금 거신 전화는’은 사람들 간의 ‘소통’을 중요한 테마로 삼아 기획한 작품으로, 농인들의 소중한 소통 도구인 수어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농인들과 한국 수어가 겪어온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반영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 앞으로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반성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총 12부작이다. 현재 4부까지 방영했다. 지난달 30일 방송한 4회 시청률은 5.7%대를 돌파(닐슨코리아 기준)했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한다.

사진=MBC ‘지금 거신 전화는’ 캡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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