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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환(사진) 한국PCO협회장은 지난 2일 이데일리 더 벨트(The BeLT)와의 인터뷰에서 “마이스(MICE) 업계의 코로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2003년 사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메르스 때와는 피해 범위와 정도가 전혀 다른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에, ‘초고령화’ 인구구조의 변화가 더해지면서 마이스 업계의 ‘벼랑 끝’ 위기 상황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대로 가다가는 조만간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컨벤션기획사(PCO)를 찾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도 더했다.
마이스 업계를 대표하는 30여 년 경력의 1세대 PCO 오 회장의 목소리는 인터뷰 내내 차분했지만 거침이 없었다. 하나씩 풀어놓는 업계 이슈는 “변해야 한다.” “바뀌어야 한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변화와 혁신을 향한 깊은 갈증이 담긴 말들로 마무리했다.
오 회장은 “16년 전인 2009년 앞으로 20년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17개 신성장동력 산업 중 하나로 마이스를 지정하고는 딱 거기까지였다”라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업에 대한 인식과 가치가 달라지는 정책의 비일관성이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 구조적 위기…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오 회장은 마이스 업계가 직면한 위기의 원인을 고환율, 고유가, 고물가 등 경기 상황이 아닌 현실과 동떨어진 인력, 제도 등 구조적 모순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 행사와 단체 수요를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유치·개최 지원금을 주는 단기 마케팅 처방에서 벗어나 산업적인 관점에서 근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 회장은 “현재 위기는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내재화된 문제”라며 “산업 구조적 위기인 만큼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력난’은 마이스 업계가 직면한 가장 시급하면서도 심각한 첫 번째 문제로 꼽았다. 인구구조가 고령화하면서 예전처럼 20~30대의 젊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 오 회장은 “급여 등 근무 여건을 대기업 수준으로 올려도 2~3년 경력을 쌓은 후에는 이직하는 게 다반사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건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내는 게 현실”이라며 “인력난이 산업 성장을 가로막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국내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도 전문성을 갖춘 고급 인력 확보에 도움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국회는 유학비자(D2)를 받은 외국인 유학생이 고용허가제 근로자로 취업할 수 있도록 비전문취업비자(E9) 발급을 허용하는 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오 회장은 해외 88개국에서 운영 중인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은 ‘친한파’ 외국인도 온라인 직무교육을 통해 마이스 전문 인력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은 마이스 업계가 해외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지식서비스 업종인 만큼 장기적으로 전문 취업비자(E7) 발급 대상을 마이스 업계 외국인 근로자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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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행 중인 다양한 인력 관련 제도는 마이스 업계 현실과 업종 특성에 맞지 않아 유명무실한 경우가 다반사라고 꼬집었다. 특히 인력난과 전문 인력 확보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일학습병행제’는 수요는 높지만 상시 근로자를 50인으로 제한하는 학습기업 지정 요건 때문에 ‘그림의 떡’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학습병행제는 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해 기업이 취업을 원하는 청년 인재를 학습 근로자로 채용해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 소양을 전수하는 도제식 교육훈련 제도다. 오 회장은 “전국 1600여 개 PCO 가운데 80% 이상이 직원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라며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한 기준 탓에 정작 제도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활용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오 회장은 “컨벤션기획사 자격을 취득한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는 PCO 회사도 태반인 현실은 업계도 반성할 부분”이라고 말한 뒤 “컨벤션 업종에 속한 기업의 자격증 소지자 채용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지자체가 시행 중인 중소기업 대상 해외 판로 개척 지원사업의 범위를 기업회의, 컨벤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현재 해외 전시·박람회 부스비와 장치비, 물류비만 지원하는 방식에서 기업회의와 세미나 등을 함께 열도록 지원해 중소기업의 마케팅 역량을 끌어 올리고 효과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오 회장은 “전시 부스를 차려놓고 바이어가 오기만 기다리는 기존 마케팅 방식을 국가 경제 규모와 위상에 걸맞게 고도화할 시점”이라며 “이 과정에서 전시·컨벤션, 지식서비스와 생산·제조 분야 중소기업이 ‘공진화’(共進化)하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성환 한국PCO협회장은
△1960년 서울 마포 출생 △서울 경동고 △한양대 재료공학과 △한림대 국제대학원 석사 △한림대 경영학 박사 △(주)컨벤션법인 이오컨벡스 대표(1994년~현재) △한국전시주최자협회 부회장 △한국마이스협회 6대 회장 △한국PCO협회 9·10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