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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쉬리는 MBC 흥행 드라마 ‘서울의 달’에 함께 출연했던 최민식, 한석규 등 인기 배우 캐스팅, 정석에 가까우나 완성도 있고 흥미로운 스토리 라인, 공들인 오리지널 스코어 등으로 상업적으로 잘 준비된 영화로 기획되었으며, 실제로 흥행에 성공함으로써 한국 영화 역시 크게 흥행할 수 있다는 공식을 세운 영화로 남게 됐다.
이같은 흥행으로 한국에서 나온 상업적 블록버스터의 시초로 기억되는 쉬리는 분단 체제라는 한국 사회 특수성을 반영이라도 하듯 남북 갈등을 다룬 스토리도 화제가 된 영화였다.
무엇보다 국군이나 남측 인사가 ‘빨갱이’들을 때려잡는 이전 시대의 천편일률적인 반공 영화도 아니었으며, 주인공도 한국 정보기관 요원 유중원(배우 한석규) 뿐만 아니라 북한 특수부대 공작원 박무영(최민식) 역시 전면에 등장시켜 두 사람의 대결이 주 플롯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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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문으로 이후에도 한국 영화, 드라마 등 극화의 역사에서 자신들만의 역사를 만들어낸 한석규, 최민식 두 배우가 이 영화 포스터 전면에 등장한 주요 배역을 맡은 점도 의미심장하다.
26년이 지난 지금 한국 영화 산업의 발전 정도가 너무도 커, 관객 100만은 커녕 200만, 300만도 제작비에 따라 시원찮은 흥행 밖에 안되고 1000만은 봐야 기록적 흥행으로 취급되는 시대가 됐다. 여기 더해 코로나와 구독제 스트리밍의 시대라는 역사적 변화를 겪으며 영화 산업의 침체 가능성 마저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그런 복잡한 사정들 때문에라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던 26년전, 전국에서 6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본 이 영화의 파급력은 좀처럼 무시하기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