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진정한 가치[민서홍의 도시건축]

뉴욕도 상하이도 도시건축전시관 운영하는데…
서울시, 방문객 부족하다고 특산물 판매장으로 전환 추진
서울의 역사·문화 가치 공유…미래설계하는 장 없애면 안돼
  • 등록 2025-02-17 오전 6:00:00

    수정 2025-02-17 오전 6:11:06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전경(사진=서울시)
[민서홍 건축가]서울 도심 한복판, 덕수궁 돌담길과 맞닿은 곳에 자리 잡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위기를 맞았다. 서울시가 이용자 부족을 이유로 이곳을 지역특산물 판매장으로 전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019년 개관 이후 5년간 도시와 건축문화의 플랫폼 역할을 해온 이 공간의 운명이 풍물시장으로 바뀔 위기에 처하게 됐다.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적 대도시들은 도시계획과 건축을 주제로 한 전시관을 운영하며 도시의 비전과 역사를 공유한다. 상하이도시계획전시관의 경우 연간 55만 명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선 도시 모형과 다양한 전시물로 상하이의 과거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서울도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304억원을 들여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설립했다. 개관 이후 60여 건의 기획전시를 통해 도시 건축을 문화적 자산으로 인식하게 하고 시민과 서울의 미래를 공유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이 전시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덕수궁 돌담 높이에 맞춘 3m 높이의 지붕은 주변 역사적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며 지하공간을 적극 활용한 설계는 도시 맥락을 충실히 반영했다. ‘서울마루’라 불리는 옥상 공간은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서울시청 옆 상징적인 자리에 한국 건축과 도시 관련 의제를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데 아쉽다”고 했다. 건축 전문 단체들이 이곳을 “서울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담은 상징적 공간”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서울시의 용도변경 추진 이유는 이용자 부족이다. 그러나 이는 전시관의 본질적 가치를 간과한 판단으로 보인다. 공공건축물의 가치는 단순한 방문객 수로 측정할 수 없다. 그것이 담고 있는 문화적, 역사적 의미와 도시 발전에 기여하는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전시관 설계자가 지적한 대로 지하 3층 비움홀의 용도변경을 위한 냉난방 시설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은 이번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건물의 용도 변경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우리가 어떤 도시를 꿈꾸는지, 도시의 문화적 경쟁력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세계적 도시들이 도시건축전시관을 통해 도시의 비전을 공유하고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동안 서울은 그 공간을 특산물 판매장으로 전환하려 한다. 이는 서울의 문화적 경쟁력을 스스로 낮추는 일이 아닐까. 도시는 단순한 삶의 터전을 넘어 문화와 역사, 미래가 공존하는 복합체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그 복합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창구였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다. 도시계획, 건축,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서울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구상하는 장이었다. 이는 시민에게 도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참여 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의 장이기도 했다. 특히 서울의 역사적 맥락과 현대적 발전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 공간의 가치는 금전적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관광 자원이다.

서울시는 이번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 동시에 전시관이 본연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제 논리가 아닌 장기적인 문화적 가치를 고려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이 진정한 세계적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 역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바로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 이곳을 통해 시민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미래 서울의 모습을 함께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미래는 그 도시가 품은 꿈의 크기만큼 성장한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서울의 꿈을 키우는 소중한 공간이다. 이 공간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서울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중국 상하이시 런민대로에 위치한 상하이도시계획전시관에 상하이 도심을 재현한 거대 모형이 전시돼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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