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정치 양극화’ 시대를 살아가는 법

조원희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
  • 등록 2025-02-11 오전 5:00:00

    수정 2025-02-11 오전 5:00:00

[조원희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 계엄과 탄핵을 겪으며 우리들의 말은 거칠어졌다. 오랜 기간 우애를 지키고 서로를 위로해 주던 단톡방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 이야기 금지’의 룰은 어기기 일쑤고 “비상시국에 이 말은 꼭 해야겠다”며 남긴 글들은 다툼을 일으키고 상처를 남겼다. 좀처럼 비난이나 혐오 표현을 하지 않던 분들도 이번 이슈에 대해 강한 어조를 서슴지 않는다.

‘정치 양극화’가 극심하다. 계엄과 탄핵의 문제를 정치 양극화의 거대 담론으로 치부할 생각은 없다. 어느 편이든 간절하고 절박하다. 대부분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리라. 그러나 정치 양극화라는 상황이 이 이슈를 더욱 당파성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현재의 상황이 꼭 죽고 죽이는 전쟁은 아니다. 극단적인 대결과 감정의 동요에서 한 걸음 물러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 양극화는 역사적, 이념적, 지역적 측면에서의 분석이 가능하지만 양당제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그 주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승자 독식의 시스템에서 대통령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으니 양극화가 자연스럽기도 하다. 우리의 정치 구조가 사실상 양당제로 고착화하면서 미국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미디어도 한몫하고 있다. 유튜버는 물론이고 레거시 미디어라고 하는 곳도 정치를 대결의 장으로 몰아간다. 정치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사람일수록 당파성이 강해진다는 것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공고한 지지층이 두터워질수록 부동층을 흡수해야 하는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으니 양쪽 모두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정치 양극화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슈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여론을 결집해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 정치력이 약하다면 양극화 전략을 통해 자신의 정책을 실현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양극화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한다. 우리 편의 승리 자체가 최우선의 목표가 되면 논증은 의미 없다. 정보의 사실성이나 정확성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가짜 뉴스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복잡한 이슈와 다양한 정체성이 당파적 정체성 하나로 통합된다. 아무리 같은 편이라도 세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체성이 어디 정치적 정체성만 있겠는가. 그럼에도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은 내부 논의 자체를 중단시킨다. 모든 것이 좌냐 우냐의 문제로 환원된다.

현재의 정치 구조에서 정치 양극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양극화의 문제를 그대로 둘 수만은 없다. 그래서 극단적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십계명을 제안해 본다.

1. 짧은 기간에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이룬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자. 우연히 그렇게 된 게 아니다. 우려하는 것처럼 쉽게 망하지 않는다. 2. 법적으로 결론이 났다면 아쉽더라도 쿨하게 받아들이고 다음 기회를 준비하자. 싸움은 링 안에서 하는 것이다. 링을 벗어나면 그 순간 개싸움이다. 3. 싫어하는 뉴스나 미디어도 제발 끝까지 좀 들어보자. 나와 다른 의견에 계속 노출되자. 스스로를 지나치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4.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에 긴장하지 말자. 하는 거 봐서 정하겠다고 하면 된다. 결국 선거로 결정된다. 5. 어떠한 경우에도 혐오 표현은 하지 않는다. 정치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는 말자. 6. 같은 편에서 헌신하는 지도자를 존중하되 맹목적이지 않도록 한다. 인생을 던진 분에게 꼭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 편이라고 다 옳다면 사이비 종교와 뭐가 다른가. 7. 어느 한 편에 인생을 던져야겠다는 결심이 선다면 그것도 좋다. 훌륭한 일이다. 다만 넘지 않아야 할 선이 있고 멈춰서야 할 때가 있음을 기억하자. 8. 진보든 보수든 정치적 소신이 있는 것은 좋다. 그러나 중도도 소신이다. 양비론이나 기회주의 비난에 주눅들지 말자. 건강한 중도가 양극화의 해독제다. 9.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자. ‘결과만 좋으면 됐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극단적 양극화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0. 정치에 나의 모든 관심을 두지 않는다. 죽음 앞에서 정치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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