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오랜 친구 '가봉'[공관에서 온 편지]

1970년대 유엔 등 국제무대서 항상 韓 지지해준 우방국
태권도, 축구 다음으로 가봉인에게 사랑받는 스포츠
협력관계 소홀해지고 있지만 '한류'가 새로운 물꼬 마련
  • 등록 2025-02-06 오전 5:00:00

    수정 2025-02-06 오전 5:00:00

[신송범 주가봉대사] 가봉은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우리의 오랜 친구 국가다. 아마도 60세 이상의 상당수 우리 국민은 1975년 오마르 봉고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치열했던 남북 외교 경쟁하에 우리 정부는 봉고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했고 이후 우리 기업 ‘쌍용’이 가봉 국영기업과 합작해 수도인 리브르빌 시내에 최고층 현대식 건물인 유신백화점을 건설했다. 주가봉 대사로 부임한 후 가봉 정부 고위 인사들을 만나면 이들은 입을 모아 당시 상
신송범 주가봉대사(외교부 제공)
황을 회고한다. 많은 가봉 시민이 생전 처음 보는 유신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를 체험하기 위해 백화점 앞에 줄을 섰고 현대자동차의 포니가 리브르빌 시내를 뒤덮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가봉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항상 우리나라를 지지해 준 든든한 우방국이 됐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가봉보다 네 배 가까이 높지만 1975년에는 가봉이 한국의 다섯 배에 달할 정도로 우리가 가난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당시 우리나라의 가봉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획기적이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가봉에 대한 통 큰 투자와 이후 본격적으로 진출한 한인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지금도 한국산 전자 제품과 휴대폰, 한국산 자동차 등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태권도는 축구 다음으로 가봉인들의 사랑을 받아 올림픽에서 가봉이 메달을 획득한 유일한 스포츠 종목이 됐다.

하지만 유신백화점과 포니 자동차를 기억하는 가봉의 기성세대들은 한국과 가봉 간 협력 관계가 점차 소원해지고 있음에 아쉬움을 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대가봉 투자나 개발 협력 사업들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한때 300여 명에 달했던 한인 사회도 3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가봉의 청년세대는 한국에 관한 생각이 다르다. 이들 대부분은 유신백화점의 탄생 배경이나 포니 자동차는 모르지만 K팝과 K무비, K드라마 등 한류의 열성 팬이다. 종종 가봉의 고등학생들이 관용차에 달린 태극기를 보고 “안녕하세요”라고 우리말로 반갑게 인사를 걸어오며 길거리에서 로제의‘아파트’(APT.)를 부르며 춤 연습을 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목격하곤 한다. 매년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K팝 경연대회 참가자들의 실력도 보통 수준이 아니다. 대회 수상자들이 지난해 국경일 행사 때 보여준 한국 K팝 팀과의 협연과 우리 국기원의 태권도 시범 공연은 가봉 부통령, 총리 및 다수의 고위 인사들과 1000여 명에 가까운 관객들에게 한국과 가봉이 K팝과 태권도를 통해 하나될 수 있음을 보여 감동을 안겼다.

한류를 사랑하는 가봉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한국은 매력이 넘치는 경이로운 나라다. 이들이 기성세대로 성장하는 십수 년 후를 생각해 보면 양국 관계는 희망적일 수밖에 없다. 가봉은 2023년 8월 군부 쿠데타 이후 국민 투표를 통해 새로운 헌법을 채택했으며 조만간 대선을 개최해 정치 이양 과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할 예정으로 가봉 시민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양국 관계의 밝은 미래를 위한 또 한 번의 통 큰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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