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경고와 용서의 균형

  • 등록 2025-02-04 오전 5:00:00

    수정 2025-02-04 오전 5:00:00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세상이 반으로 나뉜 느낌이다. 뜻이 다른 사람들이 반으로 갈려 상대방을 향해 손가락질한다. 섞여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 나뉘고 갈라지고 찢어졌다.

‘인간’(人間)은 문자 그대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의미한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관계를 통해 가치를 형성하고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관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가족, 친구, 연인, 부부, 동료까지 모든 연결 속에서 우리는 충돌하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갈등과 단절, 질투와 오해는 종종 관계의 결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배울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 그러나 때로는 모든 노력이 무색해질 만큼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부부가 자녀를 위해 관계를 유지하려 애썼음에도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는 상황이 있다. 이때 그들이 나쁜 의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각자의 한계와 외부적인 환경이 이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평가하기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상대 역시 불완전한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관계를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시작점에 설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악의적이거나 배신적인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원망은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다. 이 사실을 깨닫고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다. 물론 이러한 인정이 맹목적인 포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필요할 경우 자신의 안전을 위해 경고하고 방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보복에 집착하며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손실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배신감이나 상처로 인해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에 집착하기보다 더 큰 그림을 보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다른 사람을 위한 행동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다.

소통은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말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반드시 그 뜻을 받아들인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진심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감정적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적절한 경고와 용서의 균형은 강력한 관계를 만드는 열쇠다. 상대방에게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면서도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강인함과 관용을 동시에 보유한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자세다. 이는 더 많은 사람의 신뢰를 얻게 하고 더 큰 이득을 가져다준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말했 듯이 “겸손은 강한 자의 특권”이다. 강한 자만이 겸손할 수 있고, 포용도 강한 자만이 실천할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 진심 어린 조언을 했음에도 상대가 당장은 상처를 받고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조언이 진정성을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다. 관계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신뢰가 쌓이며 깊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다가갔다는 사실이다. 상대가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관계는 자연스럽게 단절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용서와 수용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얻어지는 평화와 만족감은 그 어떤 대가로도 얻을 수 없는 가치다. 원망과 복수에 갇혀 있는 삶은 스스로를 소모 시킬 뿐이다.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다. 관계에서도, 사회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실수하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그런 경험 속에서도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이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필요할 때는 용서하며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자세는 복잡한 인간관계라는 퍼즐을 맞추기 위한 중요한 조각들이다. 이러한 태도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자신과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것이다.

세상이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찬 지금, 우리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비추는 감정을 살펴보고 진정한 소통과 수용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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