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국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대규모 추경의 군불을 때고 있는 가운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그제 국회 연설에서 ‘선(先)예산 집행-후(後)추경 검토’의 종전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연금 개혁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야 공방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정쟁에만 올인하며 바닥까지 추락한 민생과 연금 재정의 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해온 정치권이 뒷북 대응에 나선 격이다.
추경 필요성을 주장한 곳은 민주당만이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을 주장하면서 “빠를수록 좋다”는 의견을 낸 지 오래다. 비상계엄 충격 후 경기가 얼어붙고 물가가 뛰는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확산되자 학계에서는 긴급 처방 요구가 잇따랐다. 민주당의 30조원 추경은 논외로 치더라도 내수 부진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응급 조치를 서두르라는 얘기다. 고물가, 고금리에 정치 불안까지 겹친 탓에 지난해 소매 판매는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이미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연금 개혁은 여야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인 이달 말이 모수 개혁 처리의 적기라는 데 공감대를 같이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최근 “보험료율 13%부터 확정하고 소득대체율도 가급적 빨리 결정하자”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2월 중에 관련 입법을 완료하자”고 제안했음을 감안하면 양측이 손잡을 경우 18년 만의 연금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의힘이 44%, 민주당이 45%를 주장하지만 기금 적자가 하루 885억원씩 늘어나는 위기 앞에서 여야 눈치 싸움이 무슨 의미가 있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경에서 지역화폐와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 같은 이재명 대표의 간판 정책을 고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익과 민생이다. 양측이 추경과 연금 개혁을 빌미로 또 정쟁을 반복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결코 아니다. 절박한 국가적 과제 앞에서 먼저 양보하고 손을 내미는 곳에 민심은 지지와 찬사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