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함정 추진체계 잇딴 말썽…해군 '심장' 멈추면 안된다

연안 수호 핵심 호위함, 엔진 배관 문제로 시끌
검독수리 고속정 엔진 문제 아직도 ''조치중''
방사청 사업 과정서 비리 있었나 검찰 수사중
K함정 주목받지만…해군, 심장 깨질까 조심조심
  • 등록 2025-02-04 오전 5:30:06

    수정 2025-02-04 오전 5:30:06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함정 추진체계는 엔진이 탑재된 부분으로 말 그대로 군함의 ‘심장’이다. 그런데 우리 해군의 해역 함대 핵심 전력인 울산급 배치(Batch)-Ⅱ(대구급) 호위함 추진체계가 말썽이다. 엔진 연료를 통과하는 배관이 깨진 것이다. 해군은 20억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사업을 진행한 방위사업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방사청이 국방기술품질원과 다른 대구급 호위함도 살펴 봤더니, 동일한 파손 현상이 있었다. 파손 원인은 설계도와 다른 낮은 강도의 합금으로 배관을 만들어 장착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조선소에 대한 제재 조치를 검토하는가 하면, 후속 조치를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일 해군 기동함대사령부 소속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왼쪽)과 서애류성룡함(오른쪽)이 해군제주기지에 정박하고 있다. (사진=해군)
북방한계선(NLL) 사수 임무의 첨병인 신형 고속정(검독수리)의 추진체계 역시 불안하다. 엔진 실린더 파손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차기 고속정에 탑재된 외산 엔진은 사업 시작 때부터 문제였다. 군수지원정과 유조정에 탑재됐다는 실적만으로 내구도 시험을 하지 않은 것이다.

내구도 시험 면제 사실 자체보다 더 문제는 당시 방사청의 결정이 단순 판단 착오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방사청은 출력이 상이해 내구도 시험을 갈음할 실적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전투함정 탑재를 밀어붙인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방사청은 연이어 실린더가 파손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엔진 성능 검증 필요성이 제기된 지 7년이나 지나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이후 용량이 더 큰 엔진으로 바꿔 달았지만 여전히 저속 운항에선 문제가 있다고 한다. 현재 진동·충격 흡수 장치를 추가로 달아 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납품 자체도 늦어져 수백 억원 규모의 지체상금이 발생했다. 조선소는 지체상금 규모가 과하다며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 역시 차기 고속정 사업에 비리가 없었는지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 최근 방사청을 압수수색해 당시 사업 진행 과정과 감사 자료 등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손원일급(214급) 잠수함 추진체계에도 문제가 있었다. 2019년 10월 처음으로 추진전동기 전원변환장치에서 변색 등이 나타나 잠수함 운용을 중단했었는데, 아직도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모양새다. 해당 장비를 납품한 해외 제조사가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교체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현행 작전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잠수함 정기 점검 때 순차적으로 장비를 교환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트 대통령까지 관심을 보이며 철옹성 같던 미국 함정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우리 조선소들은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국산 군함들이 ‘명품 함정’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K-함정의 기술력과 제조 역량이 각광받고 있는 요즘이다.

미국 이지스구축함 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정조대왕함 같은 최첨단 전투함 확보도 좋고, 기동함대사령부 창설도 좋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심장을 달고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을 해소하는 것이다. 최일선에 나가는 전투함장이 앞에 있는 적보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해서야 되겠는가. 군 당국과 조선소들의 빠른 문제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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