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육아 회사가 챙겼더니…떠났던 인재 돌아왔다

■연중기획-저출산 시대,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에이치앤아비즈 “저녁있는 삶 보장…직원 재입사 늘어”
마녀공장, 유연근무제 도입 후 이직률 ‘뚝’
정부도 기업 일가정 확립 노력 적극 지원
  • 등록 2024-10-17 오전 5:30:00

    수정 2024-10-17 오전 5:47:15

[용인= 이데일리 김영환 김경은 기자] “우리 회사에서는 육아휴직을 쓸 수 없을 것 같아서요.”

황재숙 에이치앤아비즈 지원팀 과장은 지난 2016년 인사팀으로 근무하면서 한 장기근속 여직원의 퇴사 사유에서 다양한 육아제도 정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디지털 엑스레이의 핵심부품인 ‘디텍터’를 개발·제조·판매하는 이 회사는 임직원의 평균 연령이 36.4세에 불과한 젊은 기업이다. 20~30대 직원 비중이 73.4%나 되는 상황에서 육아부담으로 인한 직원들의 이탈은 회사 경쟁력 약화를 의미했다.

황 과장은 “육아제도 정착의 시작은 법 제도의 100% 활용”이라고 설명했다. 임신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법으로 사용 가능한 제도는 직원이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임신기에는 업무조정과 휴식시간을 제공했다. 가족들과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정시퇴근 문화를 정착시켰다.

결과는 직원들의 재직 기간 증가로 이어졌다. 타사로 이직한 직원들이 되돌아오기도 했다. 김윤희 에이치앤아비즈 대표는 “더 큰 꿈을 꾸겠다고 회사를 나갔던 직원들 3~4명이 밖에서 에이치앤아비즈의 모습을 보고 재입사를 했을 때 직원들의 애사심이 엄청 올라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황 과장은 회사 사례를 고용노동부 ‘일·가정 양립 우수사례 수기 공모전’에 응모해 대상까지 수상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일·가정 양립’ 문화가 대기업처럼 인프라를 갖춘 곳이나 조직문화가 혁신적인 스타트업 외에도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에이치앤아비즈와 같은 중소기업도 가족친화적인 회사로 변모하면서 2022년 흑자전환에 성공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

대표적 K뷰티 스타트업 마녀공장은 완전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해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월 기준 법정근로시간만 채우면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유연근무가 가능하다. 2021년 46%에 달하던 마녀공장의 이직률은 지난해 12%까지 떨어졌고 육아휴직 복직률도 2021년 이전 50%에 그쳤지만 2022년 이후에는 100% 복직했다.

정부 역시 기업들의 자구적인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통과된 ‘육아지원 3법’(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 개정안)으로 내년 2월부터 육아휴직 기간이 최대 1년 6개월로 늘어나고 배우자 출산휴가는 10일에서 20일로 늘어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16일 경기도 성남의 판교세븐벤처밸리 어린이집을 찾아 “배우자 출산휴가를 출산 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산모 돌봄 사유가 있을 시 배우자의 임신 중 육아휴직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 근로자가 배우자 임신 중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연내 남녀고용평등법 개정도 추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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