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변화 시대, 보험의 역할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 등록 2025-02-19 오전 6:00:00

    수정 2025-02-19 오전 6:00:00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으로 서막을 연 대항해시대는 세계사를 돌이켜볼 때 서양과 동양의 세계사적 지위를 결정짓는 전환점이었다. 대항해시대가 시작될 무렵 동양이 서양보다 경제적, 문화적으로 우위에 있었다는 사실은 자주 간과된다. 예를 들어 콜럼버스가 탄 산타마리아호는 길이 약 20미터로 한강 유람선보다 작은 배였다. 이렇게 서양의 배들은 당시 대양을 항해하기에 충분히 크고 견고하지 않았고 이는 잦은 사고와 막대한 재산 손실로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양은 해상(선박)보험을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해상보험은 단순한 경제적 안전망을 넘어 대항해시대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 핵심 요소였으며 현대 금융과 보험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보험 발전 계기 된 대항해 시대

현재 인류는 또 한 번 세계사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도전인 기후변화에 직면해 있다. 최근에 발생한 캘리포니아 산불은 그 피해액이 500억 달러(약 72조원)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피해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4분의 1에 달한다. 모든 것이 불타버린 도시,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이 이제는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제 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한 자연재해와는 차원이 다른 기후변화와 이 때문에 발생하는 엄청난 재난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가. 천문학적 피해를 분산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은 갖추고 있는가. 초대형 산불이 발생해 대형 피해가 발생하면 재난지역을 선포하고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혹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아닌가.

해수 온도 상승, 전례 없는 가뭄과 폭염 피해를 정확히 평가하고 대응할 준비는 갖추고 있는가. 양식장에서 수백만의 어패류가 폐사하고 대규모 농작물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더 나아가 강력한 슈퍼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해 엄청난 피해를 초래했을 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되는 건가.

보험의 새 역할, 민·관·학 머리 맞대야

이제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학, 기술, 경제,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다. 특히 보험은 대항해시대의 해상보험처럼 기후변화 시대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데 다시 한번 핵심적인 역할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발생 가능한 피해를 예측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과 함께 피해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해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속에서도 국민과 기업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보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보험업계의 노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리더십, 학계의 과학적 분석, 그리고 보험업계의 실질적 실행력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이 세 주체가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면서 협력한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면 조선 초에 이미 수십 미터의 대형 선박을 제작할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양으로 나아가지 않았던 역사가 있다. 지금 다시 우리가 기후변화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또다시 다가올 천 년에 후진국으로 남게 될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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