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 지식생태학자·한양대 교수] 한의학에서는 피가 제대로 흐르지 않고 기가 통하지 않으면 불통(不通)해 통증이 생긴다고 한다. 통증 해소를 위한 최고의 처방은 침(鍼)이다. 혈류가 막힌 곳에 침을 놓아 피가 잘 통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정문일침’(頂門一鍼)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정수리에 침 하나를 꽂는다는 뜻으로 상대방의 급소를 찌르는 따끔한 충고나 교훈을 이르는 말이다. 정문일침의 깨달음은 주로 낯선 환경과의 마주침에서 생긴다. 마주침이 있어야 깨우침과 가르침, 그리고 뉘우침도 생긴다. 나이가 들수록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건강에 더 좋은 침은 한의사에게 맞는 침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맞는 마주침이라는 자극이다.
한의사의 침이나 정신 못 차리는 사람에게 던지는 따끔한 충고의 침이나 모두 순간은 아프지만 그 아픔을 참고 견디면 침통(沈痛)하던 표정이 밝아지고 정신도 맑아진다. 건강과 직결되는 또 다른 침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침샘이 자극돼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침은 소화 작용에 없어서는 안 되는 천연 소화제다. 침은 먹은 음식물을 부드럽게 녹여 소화를 촉진하는 미각 촉진제다. 음식을 소화하는데 만약 침샘에서 침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다면 음식 맛도 제대로 못 느낄 뿐만 아니라 위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 군침 돌게 하는 음식을 먹는 것도 삶에서 꼭 누려야 할 행복이다.
소화에 필요한 침은 이렇게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작용하지만 반대로 시샘하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게 침이다. 이런 침은 사람을 추하게 만들고 오히려 역기능적 폐해를 부른다. 이런 침은 주로 시샘하거나 질투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흘리는 타액(唾液)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선망하지 않고 희망을 품는다. 불가능이나 한계에 도전하는 불굴의 의지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찾아간다. 그런데 남의 성공을 바라보며 선망(羨望)하는 사람은 다 망한다. ‘선망’이라는 단어를 파자해보면 더욱 의미가 선명해진다. 남의 ‘양’을 보고 먹고 싶어서 ‘침’을 흘리는 모습이 부러워할 ‘선’(羨)이라고 한다.
성공하는 사람은 침을 흘리지 않고 땀을 흘린다. 성공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성공하기까지 분투한 과정을 보고 교훈을 얻는 데 시간을 투자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의 결과만 보고 침을 흘린다.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에 따라 성공한 사람의 성취감도 다르다. 땀은 몸을 움직여 노동한 대가로 나오는 수고와 정성의 증표지만 침은 힘들이지 않아도 자기도 모르게 흐르는 시샘과 질투의 방증이다. 이제 이런 침은 절반으로 줄이고 땀은 두 배로 늘려갈 때 우리 몸과 정신이 더욱 건강해진다.
땀은 몸을 아끼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보람과 성취의 직접적 결과지만 침은 몸은 움직이지 않고 잔꾀를 부리면서 머리로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흘리는 부수적 결과물이다. 땀은 온몸을 던져 노력한 이후 일정 시간이 흘러야 나오지만 침은 생각만 해도 순식간에 저절로 나온다. 침은 가만히 앉아서도 흘릴 수 있지만 땀은 몸을 움직여 고된 노동을 해야 나온다. 땀은 육체적 노동의 대가로 나오는 건강한 노력의 결과다. 침은 맛있는 음식을 보면 나오기도 하지만 성공한 사람의 성취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부정적인 산물이다. 땀은 밖으로 흘려야 몸의 순환을 돕고 침은 안으로 흘려야 몸의 순환을 돕는다. 땀이 안에서 고이면 찌든 때가 되고 침이 밖을 향하면 추한 몰골이 된다. 땀은 밖으로 침은 안으로 흘러야 건강한데 그 방향이 바뀌는 순간 위험해진다.
땀에는 염분이 있어서 짜다. 바닷물에 포함된 미량의 소금이 바닷물을 짜게 만든다. 미량의 소금이 바닷물의 속성을 결정하듯 땀방울에 함유된 미량의 염분이 사람을 썩지 않고 계속 성장하게 한다. 반면에 침은 소금기가 없어서 썩는다. 땀 흘리는 사람은 그냥 썩어서 없어지지 않지만 침 흘리는 사람은 썩어서 없어질 수도 있다. 미량의 소금이 썩지 않게 만드는 방부제 역할을 하듯 열정적으로 몰입해서 흘리는 땀방울의 소금은 위대한 성취를 일궈내는 원동력이 된다. 성공하는 사람은 자기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면서 ‘땀’을 흘리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남의 일에 열광하면서 ‘침’을 흘린다. 땀과 침의 차이는 결국 열정과 열광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