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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가면 우리는 이미 비슷한 문제를 경험했다. 1990년대는 인터넷 보급 초기 시절이었다. 국내 사용자끼리 주고받는 데이터조차 태평양 건너 미국 교환국을 거쳐 돌아왔다. 통신사 간 상호망 연동 체계가 부재했던 탓이다. 높아진 국제 회선 비용은 고스란히 이용자 부담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1999년 6월, 광케이블 선로를 단 1미터도 보유하지 않은 한 기업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 기업은 새로운 케이블을 구축하지 않았다. 대신 각 통신사의 폐쇄적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중립적 연동 방식을 택했다. 망 사용 수요 기업과 여유 선로를 가진 공급 기업을 실시간으로 연결한 것이다. 케이블 용량이 항상 100% 포화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 착안해 유휴 자원을 완벽히 활용했다. 케이블 연동 부재로 발생하던 비효율을 ‘맞교환(Exchange)’으로 해결한 사례다.
인터넷망 사례가 보여준 맞교환 시스템은 특정 산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도로교통이 좋은 예시다. 차량이 천만 대라고 해서 차선을 천만 개 만들 필요는 없다. 모든 차량이 동시에 도로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이 실시간 교통 상황을 분석해 흐름을 분산시키며 병목을 제거한다. 실시간 트래픽 기술로 이미 존재하는 도로망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전력 시장에 적용한 체계가 바로 ‘로지컬 익스체인지(Logical Exchange)’다. 실물 전선을 늘리는 대신 플랫폼에서 전력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고 정산하는 구조다. 남아 있는 전력망의 여유 용량을 재배치해 기존 인프라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제 전력 산업은 발전소와 송전선로를 더 짓는 토목공학의 관점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남아 있는 망 자원을 얼마나 가치 있게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과거 인터넷망의 병목을 해결한 것이 더 많은 케이블이 아니라 연결과 제어의 혁신이었던 것처럼, 전력망의 한계 역시 소프트웨어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선로가 아니라 ‘정교한 제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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