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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AI가 성장 동력…韓 반도체 시장 매력은
AI 반도체 시장의 변화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그는 “딥시크의 등장은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단순히 GPU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맞춤형 반도체(ASIC), 클라우드 연계 기술 등 소프트웨어적으로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도 AI 특화 반도체가 시장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미국 메타가 인수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퓨리오사AI도 데이터센터 서버용 AI 추론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를 개발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스타트업이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약 17~18%를 차지하는 2위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착시효과에 가깝다”며 “미국 반도체협회(SIA)의 기준은 최종 제품 기준이기 때문에, TSMC와 같은 파운드리 매출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을 고려해 국가별 반도체 매출액을 산출한 결과 대만(22%)이 한국(12%)보다 더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은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실제 기업 가치(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한국 반도체의 위상은 더 낮아진다. 그는 “매출액이 아닌 시가총액 기준으로 반도체 점유율을 계산하면, 미국이 68% 수준인데 반해 한국은 4%에 불과하다”며 “심지어 중국도 8%로 한국을 앞질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매출 비중에 비해 작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평가 위해선 정책 지원 절실…“52시간제 예외·소부장 육성 필요”
이 센터장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이유 중 하나로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연구개발(R&D) 속도 저하를 꼽았다. 그는 “중국은 과거 ‘996 프로젝트(9시부터 9시까지 주6일)’에서 최근 ‘007 프로젝트(0시부터 0시까지 주7일)’로 전환해 연중무휴로 반도체 R&D를 진행하고, TSMC도 ‘나이트 호크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개발 인력들에게 높은 급여를 지급하며 24시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반도체 업계에 ‘화이트칼라 면제 제도(White Collar Exemption)’를 적용해 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들이 주 80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세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이 약 20% 성장했는데, 올해는 10% 미만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이 둔화되며 D램과 낸드플래시가 저조한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살아남고, 주가가 재평가 받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이 센터장의 제언이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밸류체인 생태계 자체가 허약한 편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주52시간제 예외를 비롯한 연구개발 인력 확보 지원, 소부장 기업 육성 등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D램 세계 1위에 올랐던 1992년,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선언하며 혁신을 강조했다”며 “지금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그 정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