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국내 식품업계도 가격 인상 압박에 몰리고 있다. 국내 대표 제과업체인 롯데웰푸드(280360)도 이 같은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1년이 채 안 돼 다시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등 올해 업계의 릴레이 가격 인상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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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코코아원두(생것·볶은 것) 수입액은 4032만4436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1671만9988달러)대비 141%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고치다.
반면 지난해 수입량 기준으로는 525만8741kg이었는데 오히려 2023년(547만9388kg)대비 4.0% 줄었다. 수입량은 줄었지만 금액은 대폭 늘어나는 흔치 않은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초콜릿에 쓰이는 코코아분말 수입액도 지난해 5704만4270달러를 기록, 2023년(4694만2805달러)대비 2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량(지난해 기준 1163만410kg)은 0.1%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코코아 국제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탓이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0일 코코아 선물가격은 t당 1만 2565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더불어 코코아 중간 유통사들에 의한 가격 상승도 일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디저트 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초콜릿에 쓰이는 코코아류를 공급해왔던 중간 유통사들이 최근 코코아 가격이 급상승하자 물량을 의도적으로 적게 풀고 있다”며 “올해도 코코아류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수익률을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체들 입장에선 상당히 버겁다는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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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제과업계에도 가격 인상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당장 롯데웰푸드가 오는 17일부터 건빙과 26종에 대해 평균 9.5%의 가격 인상을 추진한다. 약 8개월 만의 추가 가격 인상이다. 앞서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6월에도 초콜릿 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 바 있다.
‘가나마일드’(70g) 가격은 기존 2800원에서 3400원으로, ‘크런키’(34g)는 1400원에서 1700원으로, ‘초코 빼빼로’(54g)는 1800원에서 2000원으로, ‘몽쉘 오리지널’(12입)은 66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린다. 이밖에 과자, 빙과 등도 200~300원씩 인상키로 했다.
롯데웰푸드 외에 타 제과업체들의 가격 인상 동참은 아직 없다. 해태제과 측은 “코코아 등 국제 원재료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환율, 유가 급등으로 원가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비용절감 노력을 강화하며 우선 감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리온(271560) 측도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추가 가격 인상을 검토하진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향후 주요 제과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코코아 등 원재료 가격 상승도 문제이지만 고환율에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롯데웰푸드 뒤를 이어 가격 인상에 나서긴 힘들겠지만 올해 이 같은 외부 변수를 거스르긴 힘들다”며 “올해 제과업계의 경우 가격 인상은 시기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국내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에 정부의 입김을 많이 받는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11일 장관 주재로 주요 식품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다. 제과·식품업계에선 정부가 가격 인상 자제에 대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당부에도 업계 분위기가 너무 좋지 못해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