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따자마자 20대 후반에 미국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바보’ 소리를 들었다. 이 총재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해외 시각을 묻자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다가 “당연히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기 어렵다는 걸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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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이나 교수라는 경력을 떠나서도 이 총재는 공직과 국제기구를 두루 거쳤다. 말하자면 나라 돌아가는 상황도, 중요한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알 만큼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 이 총재가 정말 정치와 경제가 완벽히 분리될 수 없다는 걸 몰라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그러면서 이 총재는 한덕수 총리 탄핵 이후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국면까지는 과거 정치 혼란 속에서도 잘 헤쳐나간 경험이 있었기에 괜찮았다. 과거 사례를 설명하면 해외에서도 받아들이고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줄만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줄탄핵’ 리스크가 불거지면서는 한국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어제 사태를 계기로 다시 우리 (정치) 프로세스가 정상화돼서 해외에도 과거와 같이 질서 있게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경제는 콘트롤타워도 확실하고 경제정책도 정상적으로 집행될 거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경제 심리가 크게 꺾이고 내수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상당 부분 정치 정상화에 달려있다고 봤다. 이 총재는 소비 지표 등 내수경기의 향방에 대해 “앞으로 (소비 등 실물 경기 부진이) 계속될지는 정치적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될 거냐를 묻는 것과 같다”며 “지금 실물경제에 주는 영향이 가장 큰 팩터(요인)는 헌법재판소를 통한 정치적 프로세스가 어떻게 자리 잡고 그 사이에 우리 경제정책의 운영이 어떻게 될지 그런 것에 달려있다”고 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당연히 필요하다”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일시적이고 타겟해서”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는 “이르면 이를수록 경제 성장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