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다른 회사 연구원 B(52)·C(42)·D(35)씨를 스카우트해 중국으로 이직시키고 2020년 5월부터 자신도 사장급으로 이직했다. 이들은 회사 내부망에 접속해 반도체 웨이퍼 연마 공정도 등 기밀자료를 열람, 개인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하는 수법 등으로 유출했고 핵심 기술유출을 당한 기업은 모두 3곳으로 최소 피해액만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중국으로 빼돌린 자료에는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 및 연마패드 관련 첨단기술은 물론 반도체 웨이퍼 연마공정 관련 국가 핵심기술, 영업비밀까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범죄행각은 특허청과 국정원, 검찰의 수사 공조로 덜미가 잡혔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는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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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해지면서 대한민국의 첨단기술을 빼내려는 산업스파이들도 점점 고도·지능화되고 있다. 수 년전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 핵심기술들은 이미 무더기로 유출됐으며 최근에는 이차전지로 그 영역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도 조직이 출범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모두 1640명을 형사입건했다. 이 중 검찰송치는 1267명으로 기소의견 송치율도 증가하고 있다. 기소의견 송치는 2021년 15.8%에서 지난해 33.6%로 급증했다.
분야별로 보면 특허(36%), 디자인(26%) 등의 순이며 영업비밀(기술유출 포함) 관련 입건자도 20%(332명)에 달했다. 영업비밀 입건자 332명 중 기술유출 관련 입건자는 317명이었다. 이 중 58명은 국외유출 혐의자로 11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기술별로는 특허침해사건 기준으로 기계분야 28%, 화학분야 21%, 전기분야 21% 등으로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국외로 유출됐다가 특허청 기술경찰에 적발된 사례를 보면 반도체 37명, 디스플레이 19명, 이차전지 2명 등으로 아직까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1·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이차전지 비중이 늘고 있다. 유출되는 국가를 보면 10개 중 9개는 중국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이 국내 연봉의 2~3배를 웃도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핵심인력을 빼내가며 기술 유출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해외로 유출된 국내 핵심기술을 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이 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특허 등 지식재산권으로 등록하지 않은 자체 영업비밀의 경우 비밀관리 여부를 통해 형사처벌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규모가 적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특허로 출원할 경우 기술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자체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산업스파이들이 이를 노려 중소·벤처기업을 타켓으로 한 기술유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 등을 개정, 기술유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미국 등 주요국들에 비해서는 약한 편”이라며 “법·제도를 회피하는 교묘한 수법들이 늘면서 실질적 예방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완기 특허청장은 “국외 기술유출범죄는 우리의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국가 경제력에 커다란 위협이 되는 만큼 특허청 기술경찰의 역량을 집중해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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