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가 장병 독서용으로 추천한 ‘진중문고’ 목록 중 일부 도서를 정치·이념적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폐기했다. 그러나 현재 진중문고는 폐기 절차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규정 근거 없는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열린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 전쟁 이야기’ 도서를 언급하면서 “구국기도회와 농지개혁 서술을 이유로 폐기된 것은 명백한 과잉조치”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해당 도서가 “구국기도회와 농지개혁을 다룬 부분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진중문고 목록에서 삭제·폐기했다. 이 책은 어린 세대에게 6·25 전쟁의 실상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발간된 도서다.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중요성, 굳건한 안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중심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이 책은 북한 체제 미화나 정부 비난, 자유민주주의 부정과는 무관한데도 일부 표현만 문제 삼아 삭제했다”며 “군의 정신전력 교육 방향과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도서를 검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 | (출처=유용원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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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절차에 따라 폐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진중문고 폐기에 관한 절차나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현재 관련 훈령을 새로 마련 중이다. 규정도 없는 상태에서 폐기를 한 것으로 행정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또 “진중문고 선정위원들이 실제 도서를 읽지도 않은 채 점수만 매겨 선정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절차적 부실을 비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제도라면 특정 책의 내용이 문제라는 이유로 폐기 결정이 내려지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며 “진중문고 제도 전반의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방부는 ‘정훈문화활동 훈령 제28조’에 따라 진중문고를 선정하면서, △북한 체제 미화 △자유민주주의 부정 △군 사기 저해 등 10가지 금지 기준을 두고 있다. 그러나 유 의원은 “‘6·25 전쟁 이야기’는 이 어떤 조항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해석에 따라 책을 검열하는 것은 군의 정신전력 교육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유 의원은 국방부에 진중문고 폐기 결정의 근거와 절차, 검토위원회 구성 내역을 요구했다. 이에 안 장관은 “검토 과정의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