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AI가 산업 경쟁력 좌우…정교함과 신뢰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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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 이홍락 LG AI연구원장 ①
파운데이션 모델 ‘직접 경험’이 파인튜닝 이끄는 산업 경쟁력의 출발점
외부 모델 의존은 한계…데이터 품질과 효율이 승부처
글로벌 톱3 겨냥한 LG의 독자 AI 전략
  • 등록 2025-10-13 오후 6:31:29

    수정 2025-10-14 오전 8:33:5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파운데이션 모델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산업용 인공지능(AI) 솔루션의 필수 단계인 파인튜닝(미세조정)에서 난관을 겪게 됩니다. 기초 모델을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야 높은 품질의 산업 특화 모델을 구현할 수 있지요.”

이홍락(48)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미시간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한국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로 “산업 경쟁력 제고”를 꼽았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LG AI연구원은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LG가 1등을 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결과를 보니 놀랐다”는 기자의 인사에 이 원장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인프라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AI 모델을 자체 개발하고 오픈소스로 공개해 AI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외부 의존은 빠르지만, 기술 주권 잃는다”

그는 인터뷰 내내 독자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부 모델을 쓰면 출발은 빠르지만 기술·데이터 종속 위험이 뒤따른다. 성능이 높아질수록 규제와 라이선스 제약이 커질 수 있고, 전략적 이유로 접근이 차단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외부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활용하면 우리 데이터가 외부로 빠져나가 내부에 축적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스스로 만들고 이해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홍락 원장은 스탠퍼드대 박사 시절, 구글 브레인 공동창립자 앤드류 응(Andrew Ng) 교수의 제자로 연구를 시작했다. 서울대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구글 브레인 프로젝트 초기 멤버로 활동하며 딥러닝 연구의 토대를 닦았고, 2010년부터 미시간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IEEE ‘AI’s 10 to Watch’(2013), NSF CAREER, Sloan Research Fellowship 등을 수상하며 연구 역량을 인정받았다. 2020년 LG AI연구원 합류했는데, 그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결정은 합류 6개월 뒤 내려졌다”고 회상했다.

“한국, 글로벌 LLM 개발국 톱3 가능”

한국의 글로벌 위상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거대 언어모델(LLM)을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규모 면에선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이지만 한국은 그 뒤를 잇는 상위권, 글로벌 톱3에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가장 앞서고 중국이 약 6개월 격차로 빠르게 추격 중”이라며 “중국은 데이터 접근성과 연구 인력, 특허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반면, 한국은 정밀한 연구와 창의적 접근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데이터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AI 경쟁력의 핵심으로는 ‘데이터 품질’과 ‘효율적 학습’을 지목했다. 그는 “이제는 데이터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전문 영역일수록 신뢰도 높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좋은 데이터와 나쁜 데이터를 가려 품질을 평가하고 최적의 학습 데이터를 조합하는 역량이 관건”이라고 했다. 이어 “매개변수 32B(320억개)급 엑사원 4.0(Exaone 4.0)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이터로 글로벌 모델 대비 동급 이상의 성능을 냈고, 의료영상 AI ‘엑사원 패스’도 병리 이미지 분석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최대 화두로는 ‘에이전트 AI’를 꼽았다. “생성형 AI가 대화·창작을 넘어 작업 이해·계획·실행·부분적 의사결정까지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대중(B2C)보다는 기업(B2B)에서 먼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데이터 구조가 명확해 다중 에이전트를 엮어 부서·업무 단위 자동화를 구현하기 용이하다”고 전망했다.

피지컬 AI에 대해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섬세한 매니퓰레이션(정교한 손동작)이 마지막 난제”라면서도 “LLM이 언어·비전·액션을 아우르는 멀티모달로 확장되며 과거 난제가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인간의 손처럼 정밀 조작이 가능해지는 순간 물리적 지능이 완성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AI가 예측하고 설명하고 판단하는 시대”

LG AI연구원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 손잡고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런던에서 금융 AI 에이전트 ‘엑사원 비즈니스 인텔리전스(Exaone-BI)’를 공개했다. 엑사원을 기반으로 글로벌 증시를 예측·분석해 투자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홍락 원장은 “시계열 예측과 언어모델을 결합해 뉴스·리포트의 감성 분석과 수치 예측을 통합하고, 매일 수천 종목의 투자 리포트를 자동 생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며 “이번 LSEG 제휴는 금융을 넘어 에너지·물류·기후기술로 확장할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2023년 LG AI연구원과 국내 핀테크 기업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ETF ‘LG 크래프트 AI-파워드 US 라지캡 코어(LQAI)’를 함께 설계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운용 중이다.

“AI 전환, 계열사 협업으로 가속화”

이 원장은 “우리 연구원의 핵심 미션은 LG 계열사의 AI 전환을 주도하는 것”이라며 “계열사(LG유플러스 등)에 기본 사업 모델을 제공하고, 파인튜닝을 거쳐 더욱 특화된 모델을 구현한다. 온디바이스용 경량 모델도 직접 학습해 제공하며, 각 계열사가 안고 있는 고난도·고성과 과제를 함께 협업해 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경쟁은 결국 데이터의 ‘질’과 활용 능력에서 갈린다. 한국은 정교한 기술과 효율적 접근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 AI는 더 이상 규모의 싸움이 아니라 정교함과 신뢰의 싸움으로 바뀌었다”며 “AI가 데이터를 예측하고, 언어로 설명하며, 스스로 판단하는 시대가 이미 열렸다. 그 변화를 현실로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1977년생 △서울과학고 △서울대 물리학 및 컴퓨터공학(복수 전공)△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및 응용물리학(석사)·컴퓨터공학 박사△미국 미시간대 컴퓨터공학과 교수(2010년 9월~)△구글 브레인 리서치 사이언티스트(2016년 9월~)△LG AI연구원 합류(2020년 12월~)△LG 글로벌 AI센터장(2022년 4월~)△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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