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즐거움…장애도 슬픔도 피아노로 이겨냈죠"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 3월 내한
시각장애 극복하고 실력 인정 받아
나의 즐거움이 관객에 전해졌으면
베토벤 소나타 발트슈타인 등 연주
  • 등록 2025-01-23 오후 6:00:00

    수정 2025-01-23 오후 7:11:17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피아노를 통해 내가 가진 슬픔과 괴로움을 음악의 힘으로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다.”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 (사진=마스트미디어)
평범한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라면 뻔한 말처럼 들릴 이야기다. 그러나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37)라면 다르다. 노부유키는 선천성 소안구증으로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두 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부르던 ‘징글벨’을 따라 장난감 피아노를 치면서 음악과 접했다.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이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피아니스트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2009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중국의 하오첸 장과 공동 우승을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거장 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는 노부유키에 대해 “신은 그의 눈을 가져갔지만 위대한 피아노 작품을 아우를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재능을 줬다”고 극찬했다.

노부유키는 지난해 첫 내한 리사이틀로 한국 관객에 감동을 선사했다. 오는 3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1년여 만에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난다. 노부유키는 22일 진행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에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을 할 수 있었다”며 “이번에도 최선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 (사진=마스트미디어)
노부유키의 음악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의 낙천적인 태도가 음악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노부유키는 “원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라며 “아직 슬럼프를 겪어본 적이 없다. 공연은 관객에게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냐고 묻자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 “먹는 걸 좋아한다. 특히 초밥을 좋아해서 초밥 장인이 됐을 것 같다”고 웃었다.

자신처럼 장애를 지녔음에도 클래식 연주자로 꿈을 키우고 있는 이들에게는 “음악을 즐겨라”라고 조언했다. 노부유키는 “가장 중요한 건 음악 자체가 ‘즐거움’이 돼야 한다”며 “나의 즐거움을 관객에 그대로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연주에 임하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부유키는 지난해 4월 일본인 피아니스트 최초로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됐다. 그는 “DG와의 계약은 제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피아노는 끝이 정해져 있지 않고 평생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리스트 야상곡 ‘꿈 속에서’와 메피스토 왈츠 1번, 쇼팽의 두 개의 야상곡과 피아노 소나타 3번 등을 연주한다. 노부유키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로 구성한 프로그램이다. 그는 “이번 공연은 관객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음악을 선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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