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
+더보기
-
![국민 못 지킨 공권력, 책임은 누가 지는가[이근면의 사람이야기]](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5/11/PS25110600048b.jpg)
-
국민 못 지킨 공권력, 책임은 누가 지는가
-
최은영 기자
2025.11.06
-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이제 우리도 델타포스나 아덴만 특공대가 상시 필요한 나라가 됐다. 세계를 누비며 여행하는 시대다. 세계 어디서든 자유롭게 살아가고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국적 쇼핑의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그 자유의 이면에는 범죄까지도 세계화가 돼버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최근 캄보디아 사건은 이미 그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 한참 됐다고 한다. 모두가 침묵한 참혹한 현실.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과연 공권력은 작동했을까. 일이 이렇게 되도록 외교부, 국정원, 검찰, 경찰, 국방부 그 많은 기관은 다 어디에 있었는가. 누가 우리를 보살펴주고 보호해 주는가에 관한 근본적 질문이 떠오른다.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범죄의 대상이 이웃을 넘어 나일 수도 있는 것인데 내 신변의 안전을 모두가 깜빡 잊은 것은 아닌가 싶다. 요즘은 뉴스가 영화보다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모범택시’나 ‘범죄도시’ 같은 영화를 보며 과장을 넘어 ‘에이, 너무 심하게 표현하는 거 아니야’라고 황당해했는데 그것이 사실이고 이렇게 되는 동안 아무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내 이웃의 아픔을 살펴봐주는 곳이 없었다는 현실에 그저 막막하고 가슴이 미어진다. 영화 콘텐츠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히 액션 때문이 아니다. 사적 보복이 주는 카타르시스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담겨 있다. 결국 통쾌함보다 허탈함을 느낀다. 정의가 공권력에 의해 구현되지 못하니 국민은 허구 속에서라도 정의를 찾는 것이다.공권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마지막 안전망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공권력은 정치의 소용돌이에 갇혀 있다. 정치권은 검찰개혁이니 수사권 조정이니 하며 권한 다툼을 벌이지만 그 싸움의 끝에서 국민이 얻는 것은 오직 불안과 무력감뿐이다. 그 사이 서민은 마약과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조폭, 인신매매라는 끔찍한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캄보디아와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청년들이 납치돼 감금당하고 심지어 장기적출 대상이 됐다는 소식은 충격을 넘어 절망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범죄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해외 언론과 영화, 다큐멘터리에서 ‘취업을 미끼로 한 인신매매·장기밀매’가 반복적으로 경고돼 왔고 국제범죄 전문가들은 동남아가 ‘사람 거래의 허브’가 되고 있다고 수차례 지적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외교부는 ‘여행주의’ 문구 몇 줄로 책임을 대신했고 경찰과 국정원은 서로의 관할이 아니라며 사건을 미뤘다. 어느 수사기관도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았다. 위험이 예견됐음에도 방치한 결과 결국 한국 국민이 희생됐다. 이것은 단순한 시스템의 실패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공권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직무유기다.지금의 공권력은 국민보다 정치의 눈치를 본다. 정치권의 권력 다툼 속에서 수사기관은 본래의 임무를 잃었다. 정권 관련 사건에는 수십 명의 수사 인력이 투입되지만 서민범죄나 실종사건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방치한다. ‘유권 보호, 무권 무시’다.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연간 수조원, 마약사범은 10년 새 세 배 이상 늘었다. 그 사이 청년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외 취업에 속고 서민은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는다. 하소연해 봐도 메아리는 없다. 이것은 단순한 범죄 증가가 아니라 공권력의 방기다. 국가가 제 기능을 잃으면 범죄는 언제나 그 빈틈을 파고든다.예견된 범죄를 막지 못한 정부기관, 경고를 외면한 정책 결정자, 국민의 생명보다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 이들에게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국민의 생명 앞에서 “몰랐다”고 말하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공권력은 어디에 쓰는지, 정작 국민의 안전을 놓친 그 대가를 국민이 치르고 있다. 공권력의 책임이 모호하면 정의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재 이유다. 이제 구호로서의 검찰개혁은 논외이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공권력 재설계가 필요하다. 그 핵심은 정치적 사건에서 벗어나 오직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민생수사처(民生搜査處) 창설이다.이 기구는 보이스피싱, 마약, 인신매매, 장기적출, 사이버·금융사기, 조폭 등 서민의 실생활을 파괴하는 범죄에 집중해야 한다.외교부·경찰·검찰·국정원·금융감독원·관세청을 통합해 국내외 정보를 한데 묶고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 외국 대사관에는 ‘국민보호수사관’을 상주시켜 국제범죄가 발생하면 즉시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 대형 범죄에 대한 대응 ‘델타포스형 기동대’도 창설해야 한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의 납치, 인질, 테러 또는 위험지역 철수 등을 다룰 만한 역량을 갖춘,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기동부대의 운영이 글로벌 시대에 필수적인 해외형 공권력이다. 수사뿐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회복 지원까지 통합하는 ‘수사 후 복지형 공권력’으로 나아가야 한다.정치는 언제나 ‘국민을 위한 개혁’을 외치지만 정작 국민이 범죄로 고통받을 때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위험할 때 공권력이 침묵하고 정치가 위험할 때만 번개처럼 움직이는 나라, 이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정치적 사건에 투입된 공권력을 사건의 빠른 해결과 함께 조속히 대국민 보호형 공권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이 밤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외에서 납치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으며 보이스피싱 전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의무다. 예방과 대비에 철저한 공권력은 시대의 요청이다. 그리고 그 책임의 교훈 위에 비로소 국민을 위한 진짜 공권력이 세워질 수 있을 것이다. 국민 모두 잊지 말자. 누가 나를 위하는 자인가.
-
![대통령실 인사수석 신설이 성공하려면[이근면의 사람이야기]](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5/10/PS25100200032b.jpg)
-
대통령실 인사수석 신설이 성공하려면
-
최은영 기자
2025.10.02
-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이재명 정부가 대통령실에 인사수석 직제를 신설했다. 표면적으로는 반복되는 인사 잡음을 해소하고 비선 개입설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인사 문제는 어느 정부에서나 가장 민감한 사안이고 국민이 정부를 평가하는 신뢰의 첫 단추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대통령실 차원에서 전담 창구를 두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인사수석 신설이 과연 문제 해결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잡음과 부작용의 출발점이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인사는 본질적으로 ‘사람의 문제’다. 대통령의 철학과 국가 운영의 방향이 인사를 통해 드러난다. 하지만 지금처럼 여러 추천 창구와 검증 라인이 얽히고설킨 구조에서는 책임 소재가 희석되기 쉽다. 누구는 추천만 했다고 하고 누구는 검증만 했다고 한다. 결국 문제가 생기면 “내 책임이 아니다”라는 말만 남는다. 이 과정에서 원칙과 기준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인사 시스템은 투명성을 잃는다.‘숟가락을 얹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밥상은 더 빨리 상한다. 인사수석 직제가 신설되면 당장은 권한 집중을 통해 혼선을 줄일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권력의 창구가 생기는 셈이다. 누가 최종 책임자인지 모호해지고 비선·측근·정치적 이해관계자가 그 자리를 새롭게 포장해 들어올 여지가 커진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수석 신설을 단순한 ‘자리 늘리기’로만 볼 수는 없다. 나름의 필요성과 기대효과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무엇보다 대통령실 차원에서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를 신설함으로써 인사 절차의 체계화가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각 부처·정당·개별 참모 라인을 통해 산발적으로 인사 의견이 전달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인사수석이 이를 단일화하면 절차의 흐름을 명확히 하고 추천부터 검증, 최종 결정까지 일관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둘째, 인사수석은 대통령의 철학과 원칙을 제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거나 주변 참모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하면서 ‘측근 인사’, ‘편향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인사수석제를 통해 공정성·전문성·도덕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제도화하면 대통령의 인사철학이 보다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집행될 수 있다.셋째, 인사수석제는 위기관리 기능도 있다. 인사 실패는 곧바로 정권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특정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이나 비위 의혹이 불거질 때 이를 조기에 걸러내고 대응할 수 있는 조직적 장치가 필요하다. 인사수석은 그러한 ‘초기 방어선’으로서 작동할 수 있다. 즉,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전에 불필요한 상처를 예방하는 방파제 역할이다.넷째, 인사수석은 국민과의 소통 채널로 기능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인사 잡음이 불거져도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나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인사수석이 있다면 인사 정책 방향, 기준, 검증 절차를 국민에게 주기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 이는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사 불통’이라는 비판을 완화하는 효과를 낳는다.즉, 인사수석 신설은 단순히 권력의 보완 장치가 아니라 체계화·일관성·위기 대응·소통 강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도적 시도다.하지만 그 기대효과는 제도가 운영되는 방식에 달렸다. 더 큰 문제는 인사수석제가 ‘비선 개입 방지책’이 아니라 ‘비선 보호막’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 내부에 인사수석이란 직함이 존재하면 모든 비선 의혹은 그 자리를 통해 합리화할 수 있다. 누가 개입했든 “인사수석이 검토했다”는 한마디로 면피가 가능하다.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났던 비선 관련자의 영향력이 오히려 제도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위험이 있다.즉, 본래 잡음을 줄이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안전판’이 돼 비선을 보호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공식 직제가 ‘방패’ 역할을 하게 되면 국민이 제기하는 의혹은 더욱 묻히고 실질적 검증은 힘을 잃는다. 그야말로 ‘공식화한 불투명성’이 될 수 있다.그렇다면 인사수석제는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첫째, 권한과 책임의 일원화다. 인사수석이 단순히 조정자나 절차 담당자가 아니라 결과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자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래야만 ‘책임 없는 권력’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둘째, 투명한 기준의 공개다. 인사 원칙을 명확히 세우고 국민 앞에 밝힘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야 한다. 전문성, 도덕성, 국민 눈높이라는 세 가지 원칙은 말뿐이 아니라 구체적 지표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셋째, 독립적 검증의 강화다. 대통령실 내부 라인만으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민간 전문가, 독립 기구 등이 참여하는 보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인사수석 직제가 권력의 ‘보호막’이 아니라 투명성의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넷째, 비선 차단 장치다. 대통령실 내부 규정을 통해 친인척, 측근, 비선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절차가 기록으로 남고 책임이 공개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인사수석 신설은 제도적 변화지만 그것만으로는 인사의 잡음을 해소할 수 없다. 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본질이다. 권력 주변의 비선과 측근 문제는 자리를 하나 더 만든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직제가 그들을 감싸주는 울타리로 작동할 수도 있다.결국 관건은 사람을 세우는 철학이다. 인사는 정권의 철학과 비전을 국민 앞에 증명하는 행위다. 대통령이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따라 인사를 실행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일 때만 국민은 신뢰를 보낸다. 인사수석이 진정 ‘잡음을 줄이는 제도’로 기능할지 아니면 ‘비선 보호막’이 될지는 앞으로 최종 책임자의 약속과 의지 그리고 시스템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 결국 인사는 만사의 출발점이니까.
-
![삼성이 미국, 뉴욕시장으로 간다?[이근면의 사람이야기]](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5/08/PS25082800389b.jpg)
-
삼성이 미국, 뉴욕시장으로 간다?
-
최은영 기자
2025.08.28
-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해프닝일까. 해외발 뜬금포에 다들 화들짝 놀라 설왕설래가 점입가경이다. 미국발 삼성전자 이야기이다.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시가총액으로 코스피의 약 15%, 국민연금 보유 지분 약 7~8%, 국가 수출의 18~19%를 차지한다. 500만 개미투자자, 국민연금의 노후자금, 한국 증시의 안정성, 수출 손익계산서가 모두 삼성과 연결돼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삼성전자를 두고 “한국 경제의 심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금 삼성전자가 미국으로 무대를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분투자 검토설, 뉴욕 증시 상장 압박 가능성은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상상해 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현존하는 국내 생태계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다국적 자본의 개입으로 지분 전쟁 또는 뉴욕 증시 상장이 진행된다면 개미는 오히려 환호하지 않겠는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외국 자본에 넘어간 기업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았던 역사, 일본 도시바가 국가적 보호를 받지 못해 몰락했던 사례를 떠올리면 삼성의 미래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래서 삼성전자를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대기업을 하나 잃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버팀목과 성취, 자부심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이다. 첫째, 한국의 투자 환경이 휘청인다. 지금도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만약 뉴욕으로 무대를 옮긴다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떠나고 원화 가치는 흔들리고 국민연금도 직격탄을 맞는다.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주가가 올라간다면 여타 기업과 국가 경제, 국내 증시는 미증유의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 둘째, 삼성의 미래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다. 연구개발(R&D)의 무게 중심이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옮겨가고 일자리와 투자도 그쪽으로 쏠린다. 우리가 “삼성이 잘 돼야 한국이 산다”라고 믿어왔던 등식이 깨진다. 이것도 달리 보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기업 활동을 통칭하는 표현으로는 맞는 말이다. 반도체 패권을 노리는 미국이 삼성의 주인이 된다면 한국 정부는 전략적 산업의 운전대를 잃게 된다.셋째, 우리의 자존심이 무너진다. 위기 때마다 온 국민이 함께 지켜낸 기업이 결국 한국을 떠난다면 경제의 문제를 넘어 나라의 정체성과도 직결된다. 물론 지금 당장은 가정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단순하다. 삼성이 미국보다 한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생태계 전환이고 항구적 대책이며 여타 세계적 기업이 한국을 진정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하게 할 핵심 솔루션이다. 이를 위해선 첫째, 투자·세제 환경을 바꿔야 한다.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으로 세금 감면, 보조금 지급, 규제 완화를 내세우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도 이에 맞서야 한다. R&D 투자, 첨단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기업 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걷어내 신속한 인허가 절차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또 전력·용수·부지 등 대규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국가 차원의 인프라를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둘째, 지분 안정화 장치를 마련해 외국 자본의 경영권 위협을 차단해야 한다. 외국인 지분율이 이미 50%를 넘어선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사회는 경영권을 방어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국부펀드와 같은 형태로 산업안보펀드를 조성해 전략산업 기업에 투자, 외국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을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이중 의결권 등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핵심 창업가·국가 전략기업이 외국인 지분 과반이 넘어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셋째, 인재·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삼성이 세계 최고 기술을 유지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이다. 대학·연구소·기업이 협력하는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AI)·반도체 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 어디서든 한국에 오고 싶도록 글로벌 인재 비자·거주 지원을 확대해 외국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반도체·AI 기술을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해 기술 보호·안보 강화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 전환이다. 삼성이 떠날 수 있다는 위기감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한국 사회의 이중적 태도다. 위기 때는 “삼성 덕분에 나라가 산다”고 말하면서 평소에는 ‘반기업 정서’에 사로잡혀 불필요한 규제와 정치적 압박을 가해 왔다. 이제는 기업을 국가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 삼성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삼성을 통해 중소기업·청년·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모델을 제도화해야 한다. 삼성이 “한국에 있어야만 최고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미래 한국의 좌표로 삼아야 한다. 신세계질서 속에 ‘할 말 하는 나라’는 더 이상 국내 정치용 수사가 아니다. 그런 실력과 능력은 경제력과 인재경쟁력에서 나온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신국가전략이 필요한 때다. 이제 ‘삼성 없는 한국’을 상상하지 말자. 미래는 국민 모두의 선택에 달렸다. 정치인에게 요구하고 정부를 감시하며 기업에도 더 투명하고 공정한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 모두 삼성의 주인이다. 투자자 500만 명의 희망을 잃지 말자. 삼성이 한국을 떠나지 않도록 지켜내는 힘은 결국 국민의 단합된 목소리에서 나온다.감히 떠올리기도 싫지만 삼성이 떠나는 날은 한국의 자존심, 우리의 미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희망이 함께 떠나는 날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날을 막아야 한다. 기업도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글로벌 시대다. 한국 기업도 다른 나라에 투자나 철수를 결정한다. 물론 일자리도 함께 움직인다. 온전히 생태계 변화에 따른 생존 전략이다. 한국은 어디로 진화할 것인가.
포럼사무국 뉴스룸
주식시장 물리학[김학균의 투자레슨]
최은영 기자
202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