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부

최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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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연고점 경신]"긴축 텐트럼 떠올라"…4분기 평균환율 13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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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연고점 경신]"1350원 위로 가는 공포장 아냐…내년 1분기엔 1200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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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해도 7년 이상 이자도 못내요" 좀비기업 903개, 전체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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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취약성지수 8분기 만에 반등…불안지수도 두 달째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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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정책 대응 없다면 향후 3년간 가계부채 매년 4~6%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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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 들썩에 흔들리는 한은 물가 전망, 상향 수정될까[최정희의 이게머니]
    유가 들썩에 흔들리는 한은 물가 전망, 상향 수정될까
    최정희 기자 2023.09.12
    사우디 석유 시추 시설 (사진=AFP)[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수준까지 오르면서 한국은행의 물가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8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3.4%까지 급등한 상황이라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한은의 올해, 내년 물가 전망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 한은은 물가전망 상향 가능성을 염두하지 않고 있다. ◇ “전월비 0.2%씩만 올라도 한은 전망 상회”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이후 연말까지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0.2%씩만 오른다고 가정해도 올해 물가상승률은 3.6%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더구나 9월에는 추석 연휴까지 있어 물가상승률이 8월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의 관측이다. 전월비 물가상승률 0.2%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전월비 물가상승률 평균치 0.2%를 가정한 수치다. 8월에는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1.0%로 종전 상승률보다 유독 급등세를 보인 바 있다. 또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0.2%씩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 상반기 월별 전년동월비 물가상승률 역시 3%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 물가상승률을 2.5%로 가정했는데 이보다 훨씬 높아지게 된다. *9월 이후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0.2%씩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전년동월비 물가상승률 추이, 주황색 그래프는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0.2%이되 10월에 특수요인으로 10월 물가상승률이 9월보다 0.3%포인트 하락할 경우를 가정함.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이기 때문에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평균 0.1% 상승률로 낮아질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한은은 아직까지 물가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9월 물가는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10월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이 다시 낮아져 연말까지 3%내외 수준으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9월 물가가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보는 데는 8월과 이유가 비슷하다. 8월에는 석유류와 농산물이 전년동월비 각각 8.1%, 10.5% 올랐는데 9월 역시 석유류에 대한 역기저효과가 작용하는 데다 추석 연휴로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8일 기준 시금치, 쌀(20kg) 등은 1년 전보다 10% 안팎으로 상승했다.그러나 10월에는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릴 만한 명확한 요인이 있다. 작년 10월 전기·도시가스요금이 각각 킬로와트시(kWh)당 7.4원, 메가줄(MJ)당 2.7원 올랐다. 그로 인해 올해 10월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지 않는다면 기저효과만으로도 올 10월 물가상승률이 0.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9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전월비 0.2%씩 오르되 10월에만 특수 요인으로 9월 전년동월비 물가상승률(3.3%)보다 0.3%포인트 하락한다고 가정(3.0%)할 경우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한은 전망치인 3.5%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내년 상반기에도 0.2%씩 오르게 되면 내년 상반기 평균 물가는 2.8% 수준이 된다. 이 역시 한은 기존 전망치(2.5%)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 “유가 수준, 아직은 한은 전망치 안 벗어나”…앞으로가 관건유가 흐름이 심상치 않은 점은 물가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반기 이후 지난 주 8일까지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균 83.6달러, 83.8달러로 한은 전망치(브렌트유 기준 84달러)를 벗어나진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유가 수준이 90달러를 넘고 있어 이러한 흐름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에는 물가 전망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80.4달러이며 연말까지 현 수준인 90달러를 유지한다면 연평균 83.5달러, 95달러시 85.1달러, 100달러시 86.7달러로 한은의 기본 전망(연간 두바이유 평균 83달러)을 상회하기 때문에 물가 전망치 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산유국들의 적정 수준 가격 유지에 대한 의지로 유가의 하방지지력 또한 높은 편이다. 유류세율 인하가 10월말까지 연장됐으나 세수 부족에 11월~12월에는 원상복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가 오름세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터라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수입물가, 생산자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부담이다. 7월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는 전월비 각각 0.4%, 0.3% 올라 석 달, 넉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8월에도 유가가 소폭 올랐고 원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3.6%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입물가 상승세가 8월에도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눈에 띄는 물가 둔화 요인은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다. 외식, 개인서비스는 작년 9월 각각 9.0%, 6.4%까지 치솟은 뒤 추세적으로 하락, 올 8월 5.3%, 4.3%로 떨어졌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가계 초과저축 소진이 빠르지 않아 소비 둔화에 따른 서비스 물가의 하방 압력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 초과저축은 팬데믹 이후 최대 129조원 축적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또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추석 연휴가 6일까지 늘어난 상황이라 내수 지원책이 서비스 물가 하락세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 차익거래 유인 축소 조짐, 외국인 채권 투자 줄어드나[최정희의 이게머니]
    차익거래 유인 축소 조짐, 외국인 채권 투자 줄어드나
    최정희 기자 2023.09.07
    (사진=AFP)[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투자액이 축소될 조짐이다. 외국인 채권 투자금 유입의 근거가 됐던 차익거래 유인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달러를 빌려 국내 채권에 투자했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차액이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7월에도 외국인 채권 순투자액이 6억달러로 전달 대비 5분의 1수준에 그쳤는데 8월 역시 추가 축소됐을 전망이다. *통안채 91일물, SOFR 3개월물 금리, 3개월물 스와프 레이트 기준(출처: 마켓포인트, 본드웹)◇ 내외금리차 마이너스폭 커지고 스와프 레이트도 축소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의 채권 순투자액(현물 기준)은 올 1월 52억9000만달러 순유출, 2월 5억2000만달러 순유출을 보이다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연속 순유입을 보이고 있다. 5월에는 89억6000만달러가 순유입돼 2021년 2월(89억9000만달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6월엔 32억3000만달러로 유입액이 줄더니 7월엔 6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은은 차익거래 유인이 축소되면서 외국인의 채권 유입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차익거래 유인은 6월 중순까지만 해도 50~60bp에 달했으나 그 이후 20~30bp로 축소됐다. 최근에는 20bp 안팎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차익거래 유인은 외국인 입장에서 달러를 빌려 국내 채권에 투자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보여주는 수치다. 외국인이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금리로 달러화를 3개월 빌리고 국내에서 달러화를 원화로 3개월 스와프한 후 원화를 통안채 3개월물에 투자했을 때 얻게 되는 이익이 얼마나 되느냐가 차익거래 유인이다. SOFR 금리가 통안채 금리보다 낮아 내외금리차 플러스 폭이 확대되면 차익거래 유인이 커진다. 또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면서 얻게 되는 이득, 스와프 레이트 마이너스폭이 클수록 차익거래 유인이 더 생긴다. 그런데 최근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됐듯이 SOFR금리와 통안채 금리, 내외 금리차 마이너스폭이 확대되고 있다. SOFR금리와 통안채 금리차는 6월 월 평균 -1.72%포인트였으나 7월 -1.74%포인트로 벌어지더니 8월엔 -1.82%포인트로 더 크게 벌어졌다. 3개월물 스와프 레이트는 월 평균으로 보면 6월 -2.14%, 7월 -2.02%, 8월 -2.10%로 마이너스폭이 소폭 축소됐다가 다시 확대된 것으로 보이지만 8월 중순 이후 마이너스폭이 꾸준히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8월 16일 -2.243%를 기록했으나 9월 5일엔 -1.984%로 마이너스폭이 꾸준히 축소됐다.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선물한 매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수입업체 쪽에서 달러를 매입하고 이를 국내 은행들이 받아주면서 포지션 커버(국내은행 Sell&Buy·선물환 매도, 현물환 매수)를 위한 달러 자금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8월말 미국 잭슨홀 회의 후 환율이 1320원 밑으로 추가 하락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수입업체들이 선물환 매입 헤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밖에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매입 등도 달러 공급을 늘렸다.*통안채 91일물 금리와 SOFR 3개월물 금리차출처: 마켓포인트◇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채권 자금 유입세 약화차익거래 유인이 줄어들면서 8월에는 7월보다 외국인 채권 투자금 유입액이 줄어들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한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차익거래 유인이 축소되면서 이전처럼 채권 투자 유입액이 크게 늘어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제 무위험 단기금리의 기준이 라이보(Libor)에서 SOFR로 변경, 차익거래 유인이 종전보다 높게 산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자체가 외국인 자금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이 2019~2022년 중 라이보 기준 일평균 외환스와프 차익거래 유인(3개월물)은 추정한 결과 36bp였는데 SOFR 기준으로는 이보다 높은 57bp였다. 그러나 한 금통위원은 “SOFR로 대체된 차익거래유인이 기존보다 더 높게 산출될 수 있지만 실제 차익거래 유인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실제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차익거래 유인의 기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차익거래 유인 외에 장기 성격의 채권 투자금이 얼마나 유입되느냐다. 국제수지에 따르면 5월에는 외국인의 부채성 증권, 채권 투자금이 113억3000만달러(환매조건부채권 거래 제외·코리안페이퍼 포함)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중에서 장기성 채권 투자도 86억2000만달러로 역대 두 번째로 유입액이 컸다. 그러나 6월엔 47억7000만달러로 줄었고 7월엔 더 추가 축소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하반기와 올해초 채권 투자금이 빠진 이유 중 하나는 주요국들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에서 투자했던 국내 채권 투자를 회수한 영향도 있었다. 올해 중순 이러한 영향이 사라지면서 장기채권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됐으나 최근 들어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주요국들이 또 다시 자국 통화 약세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경제의 견고한 회복세에 달러인덱스는 105선을 위협하는 반면 한중일 통화는 경기 둔화와 통화 완화 정책에 의해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독일의 마이너스 경제 성장 전망 등에 유로화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주요국 통화의 달러화 대비 약세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고금리 장기화 얘기가 많이 나오면서 장, 단기를 떠나 채권으로 자금 유입 압력이 약해졌다”며 “한국 채권이 신흥국 대비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있긴 하지만 일단 대외여건이 개선돼야 채권으로 자금이 유입될 만한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 세계 성장 비슷한데 교역은 올해 1.7%서 내년 3.5%로 껑충, 왜?[최정희의 이게머니]
    세계 성장 비슷한데 교역은 올해 1.7%서 내년 3.5%로 껑충, 왜?
    최정희 기자 2023.08.3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24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2.7%, 2.8%로 전망했다. 그러나 세계 교역 신장률은 올해, 내년 각각 1.7%, 3.5%로 전망, 증가율이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세계 경제가 올해, 내년 비슷하게 성장함에도 세계 무역 증가율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성장세를 이끄는 요인이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넘어갈 것을 전제로 한다. 중국 경기 위축이 제조업 회복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지만 내년에는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종료되는 해이고, 제조업은 주요국 금리 인하기 돌입시 6개월에서 1년 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인 경험이 있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달러 약세 전환, 재고조정 등이 관건한은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성장률은 2.7%로 5월 전망(2.5%)보다 상향 조정됐지만 외려 교역 신장률은 5월 전망 2.1%에서 1.7%로 하향 조정됐다. 올해 성장을 이끄는 것은 엔데믹 이후 나타난 해외 여행 등 서비스다. 우리나라는 상품 무역과 서비스 무역의 비중이 ‘6대 1’이기 때문에 상품, 즉 제조업이 살아나야 경제 성장에 유리한 데 올해는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나기에 불리한 환경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제조업 위주로 세계 경제가 성장하면서 무역이 올해보다는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은 내년 세계 성장률을 5월, 8월 2.8%로 유지했지만 교역 신장률에 대해선 3.6%에서 3.5%로 낮췄다. 중국 경기 위축으로 무역 성장 기대가 약해지고 있지만 최소한 올해보다는 증가율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은 내년 제조업 성장이 가능한 이유로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를 꼽고 있다. 제조업은 서비스업보다 금리 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은에 따르면 과거 글로벌 금리 인하기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반등해왔다. 2008년엔 금리 인하가 시작된 후 5개월 만에 제조업 PMI가 바닥을 찍고 반등했고 2019년에도 1년 후 회복을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소한 연내 금리 인상을 마무리하고 내년 2분기께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특히 수출을 좌우하는 변수는 제조업체들이 달러화를 얼마나 쉽게 조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은 올해 초 세미나에서 “수출 등 세계 교역량을 좌우하는 것은 달러화 등 금융여건의 개선 여부”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총자산 중 운전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35~50%에 달하기 때문에 운전자금이 쉽게 조달되느냐가 제조업 경기를 좌우한다는 분석이었다. 통상 미국 금리 인하기 때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미국 경기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제조업에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미국 수출 비중은 올해 7월 누적으로 18.0%에 달해 수출 1위국 중국(19.7%)과 맞먹을 정도로 높아졌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해 세계 교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제조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 신호다. 한은에 따르면 주요국 재고는 작년 1분기 3439억달러에서 올 1분기 414억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재고 감소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기업들의 재고 확보가 나타나며 제조업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근거로 한은은 재화수출이 올해는 0.7% 증가에 그치지만 내년엔 3.1%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화 수입도 올해 0.8% 감소에서 내년 2.9% 증가를 전망했다. 출처: 한국은행◇ 내년 교역 증가해도 코로나 이전만 못해 한은에 따르면 내년 교역 신장률은 3.5%로 높아지지만 이는 올해 위축된 것에 따른 기저효과일 뿐 과거 대비 낮은 성장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내년 세계 상품 교역 증가율은 3.5% 내외로 전망되는데 이는 2000~2019년 평균치 4.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기 위축 외에 세계 경제가 탈세계화, 지정학 시대로 변하고 있는 영향도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6월 글로벌 무역시스템이 미국, 중국 중심의 두 개 블록으로 나눠질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5%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박진혁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선진국-신흥국간 교역 비중은 36%로 상당한 편인데 선진국의 대중 수입 축소 등으로 중국의 수출 주도 성장이 제약되면서 세계화에 따른 교역 증가 매커니즘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간 교역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총 무역규모 대비 양국간 무역액 비중은 작년 1분기 14.3%에서 올 2분기 11.6%로 감소했다.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고 중국 역시 이라크, 러시아 등 일대일로 사업국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 중국 경기 위축까지 고려하면 전체 글로벌 교역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벨류체인이 흔들릴 수 있다는 방증이다. 장기적으로 친환경, 인공지능(AI) 등 IT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긍정 신호로 읽힌다. 미국은 반도체 등 IT산업 활성화를 위해 자국 내 공장 짓기 등 생산 증가에 나서고 있고 독일, 일본 등 주요국도 비슷한 흐름이다. 또 배터리, 태양광 등 친환경 제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관련 투자가 2030년까지 글로벌 기준 1250억달러 투자될 것으로 블룸버그가 추산했다. 친환경 상품 교역량은 작년 1조9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올 2분기에도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전년동기비 약 25% 증가했다. 그러나 친환경, IT 등 장기 긍정 요인들이 탈세계화, 중국 경기 위축 등 부정적인 요인들이 얼마나 상쇄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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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은행, 트라우마와의 싸움
    최정희 기자 2023.08.22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에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으로 일제히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올해는 금리 인상도 끝물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는 올해 1월을 끝으로 금리 인상을 멈췄고 미국은 9월에 금리를 올리냐, 마느냐를 놓고 논쟁 중이다. 반면 작년 완화적 통화정책을 폈던 일본은 수익률곡선제어(YCC)를 서서히 조정하며 정책 전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금리 인상기를 종료하는 나라든, 일본처럼 장기간 완화정책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나라든 정책 전환기에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트라우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처럼 수십 년 만의 인플레이션으로 기록에 남을 만한 대대적인 금리 인상이 있었던 시기라면 중앙은행들은 정책 전환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물가는 덜 잡은 것 같은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 중국 경기는 크게 휘청이고 있어 중앙은행으로선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AFP)◇ 美, 1970년대 ‘물가 잡은 줄 알고 금리 내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트라우마가 있다. 1973년 10월 1차 오일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1972년 3% 수준에서 1974년 13% 수준으로 높였으나 경기 침체 우려가 번지자 금리를 1977년까지 4% 수준으로 내렸다. 그러다 1978년 2차 오일쇼크가 오자 다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온탕과 냉탕을 반복했던 셈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연준을 ‘샤워실의 바보’라고 칭한 것도 이때였다. 샤워실에 뜨거운 물이 빨리 나오도록 수도꼭지를 온수 방향으로 급하게 돌렸다가 너무 뜨겁자 다시 냉수 쪽으로 방향을 트는 등 섣부른 조치가 불러온 부작용에 대한 지탄이다. 당시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을 만든 것은 국제유가 급등이 아니라 통화량의 팽창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1980년 등장한 폴 볼커 연준 의장은 1981년 금리를 20% 넘게 올려야 했다. 그 결과 미 경제는 1982년 마이너스(-) 4%의 성장세를 기록했다.연준은 이번에도 ‘뒷북 금리 인상’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1년 후반까지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emporary)’이라고 평가해 금리 인상을 작년 3월에서야 시작했다. 저물가 시대에 대비해 2020년 도입했던 평균물가목표제(AIT)가 연준의 금리 인상 시작점을 늦추는 계기가 됐다. 기대와 달리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고물가 시대가 도래해 AIT 도입 자체가 잘못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에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립금리 추정치 상향을 발표할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왔다. 1970년대 금리를 인상하다가 인하했던 ‘스탑앤고(Stop and go)’ 함정에 이어 뒷북 금리 인상까지 고려하면 연준은 금리 인하로 쉽게 정책을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준이 1년 4개월간 금리를 5.25%포인트나 올렸음에도 고용시장 역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사진=AFP)◇ 日, 긴축했다가 디플레 극복 실패했던 경험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4월 취임한 이후 BOJ의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이러한 기대가 점점 얕아지고 있다. BOJ는 작년 12월 수익률곡선제어(YCC)의 기준선이 되는 10년물 금리를 ±0.25%에서 ±0.5%로 조정했고 7월에는 10년물 금리 상한을 1%로 올렸다. 그럼에도 BOJ는 이는 긴축이 아니라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BOJ가 통화정책 전환에 신중한 이유는 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BOJ는 2000년 8월 제로금리에서 탈피해 금리를 소폭 올렸는데 닷컴버블이 터졌다. 2006년 3월에는 양적완화를 중단했는데 그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BOJ가 긴축에 나서려고만 하면 전 세계적으로 버블이 붕괴되고 금융위기가 터지는 터라 다시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BOJ는 과거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한 이후 디플레이션 탈출에 실패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정책 기조 전환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일본은 1980년 이후 장기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세)을 겪은 만큼 작년과 올해 물가상승률이 2%를 넘더라도 정책 전환에 신중한 모습이다. 실제로 BOJ는 내년과 내후년 물가 전망치를 각각 1.9%, 1.6%로 내다보고 있다.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나기 전까지 BOJ의 긴축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공동취재단)◇ 韓, 대외 불안에 취약…환율 변동에 민감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자본 유출을 겪으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경험이 있다. 그로 인해 환율 변동성은 한은이 예의주시해야 하는 최대 변수로 여겨진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그것은 원·달러 환율 급등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한다. 역으로 환율만 안정된다면 금리를 더 이상 올릴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 경제, 수출 제조업 국가답게 대외 변수에 취약하고 환율 변동성도 큰 편이다. 더구나 최근처럼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기가 불안해지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경기가 양호해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달러화가 오르는 상황에선 환율이 급등하기 좋은 환경이다. 21일 원·달러 환율은 1342.6원에 거래를 마쳐 작년 11월 23일(1351.8원) 이후 9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급등은 한미 금리 역전폭이 2%포인트나 되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80달러대의 국제유가와 맞물려 수입물가 상승세가 높아지고 이는 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에 경기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에도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데일리가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명이 내년 2분기께야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내 금리 인하는 3명에 불과했다. 5월까지만 해도 연내 금리 인하가 절반 가량이었으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 어느 금통위원의 '물가안정' 고민[BOK워치]
    어느 금통위원의 '물가안정' 고민
    최정희 기자 2023.07.26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가 추구하는 물가안정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물가안정을 추구해야 하는가. 금융안정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70대 경제 원로이자 금융통화위원 4년차인 조윤제 위원은 6월초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한 한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전환 시대, 한국 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한은의 역할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지난 6월초 한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전환 시대, 한국 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출처: 한은)1950년 한국은행법이 제정되고 1997년 물가안정목표제가 시행되고 새로 지어진 한은 본관에는 ‘물가안정’이라는 네 글자가 크게 박혀 있다. 2011년에는 한은법 목적 조항에 ‘금융안정’이 추가됐다. 물가안정목표제를 기준으로 따져봐도 한은은 27년의 세월 동안 물가안정을 위해 존재해왔는데 ‘물가안정이 무엇인가, 한은이 물가안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라고 말하는 조 위원의 발언은 뼈 아프다. 조 위원은 “(한은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세 번 했다. 대차대조표를 갖고서도 해봤는데 아직 여전히 충분한 토의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조 위원은 ‘한국식’ 물가안정과 이에 맞는 대응 방안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직원들을 향해 “부담드렸습니까?”라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유가·정부 관리에 좌우되는 물가…한은 역할은우리나라 물가 구조를 살펴보면 국제유가 등 국제 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될 뿐만 아니라 유독 다른 나라 대비 정부 관리물가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원유 등 원자재 수입국 특성상 유가가 안정되면 물가가 안정된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이는 생산자 물가, 소비자 물가로 전해지며 물가 불안이 초래된다. 2008년, 2011년 국제유가 급등기 때 나타났던 현상이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까지 망가지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도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통신료 등이 정부가 가격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관리물가’로 분류된다. 관리물가는 전체 물가지수 내 458개 품목 중 40개 품목이고 이들의 가중치는 약 20%로 높은 편이다. 두 가지 큰 요인 속에 한은이 물가안정목표제 ‘2%’를 맞추기 위해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될까에 대한 고민이 있다. 한은이 2016년 물가목표제를 2%로 변경한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국제유가 폭등이 나타나기까지 물가상승률은 1%대 이하였다. 한은은 물가 목표는 ‘중장기’적으로 달성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더라도 2%를 맞춘 적은 없었다. 2017년~2019년 물가가 0~1%대로 낮아도 기준금리가 인상되기도 했다. 물가목표제에 맞게 통화정책이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 금통위원들은 ‘동결’이나 ‘인하’쪽으로 표를 던지기도 했다. 출처: 한국은행한은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목표치 기준 지표로 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금통위원들이 더 고려하는 물가는 ‘근원물가’다. 이는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 금통위원은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소비자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기저효과로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흐름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더디다”며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근원물가는 통상 수요에 의해 좌우돼 한은이 금리를 조정해 다스릴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의사록에 따르면 근원물가가 소비, 내수보다 공급 요인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는 금통위원도 있다. 이 위원은 근원물가 상승에 한은이 통화정책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석유가격 떼고, 정부 관리물가 빼고, 이제는 근원물가까지 공급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면 한은이 추구하는 물가안정은 도대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가에 대해 더 큰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2021년 8월을 시작으로 1년 반 동안 역사상 가장 빠른 금리 인상을 시도했음에도 한은이 금리를 통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근원물가’가 빠르게 둔화되지 않고 있으니 이런 의문은 더 커진다. ◇ 수단은 기준금리인데…금리보다 더 힘센 한전채조 위원은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유효성 확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위원은 “통화정책을 하는 데 기준금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기준금리를 갖고 물가안정을 하는데 있어 중앙은행으로서 유효성을 확보하려고 하는 게 미션이고 맨데이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평가다. 2011년 금융안정이 한은법에 추가됐지만 한은은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과 통화정책이 분리돼 있는 중앙은행이다. 한은은 독립적으로 개별 금융기관을 감독할 수 없다. 그러나 금융기관에 유동성 사고가 터졌을 경우에는 ‘최종대부자’로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이제는 증권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들에 대해서도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조 위원은 “감독과 통화정책이 분리된 중앙은행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특징도 있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는 준재정 뿐 아니라 LH공사, 수자원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이들이 발행하는 (공공)기관채가 시중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지 않냐”며 “통화정책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협의해야 하고,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부 등과 공공기관채, 국고채 발행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 그래야 한은의 통화정책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는 작년 9월말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부도 사태 당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며 은행채, 한국전력채 등이 시장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수 차례 올리면서도 단기자금을 제대로 쪼이지 못했는데 한전채 등이 한꺼번에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과도할 정도의 ‘긴축’ 상태를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뒤 한은은 오히려 금리 인상기임에도 단기 유동성을 풀어서 대응해야 했다.조 위원의 발언들은 우리나라 통화정책 운용이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정립돼야 하고 이에 대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만의 물가 구조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한은이 할 수 있는 물가안정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금리 결정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미국의 연구 방식을 따라해서는 얻을 수 없는 값이다. 이는 어느 한 금통위원의 고민이 아니라 사실 한은과 금통위원 모두의 몫이다.
  • 통화정책 '울타리' 벗어난 이창용의 광폭 행보[BOK워치]
    통화정책 '울타리' 벗어난 이창용의 광폭 행보
    최정희 기자 2023.06.2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작년 4월 취임 이후 1년여간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다.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직진한 시간이었다. 금리를 올릴 만큼 올린 이 총재는 이제 통화정책을 넘어 거시 경제 전반으로 눈을 돌리며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노동시장의 구조 변화, 기후 변화 등 거대 담론에 대해서도 한은이 주도적으로 공론화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부동산, 교육 정책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았던 박승 전 총재가 떠오른다는 말도 나온다. 이 총재의 오지랖(?)에 때 아닌 그의 부총리 영전설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다만 취임사 등 그의 과거 발언을 되짚어보면 이같은 이 총재의 행보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3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출처: 한은)◇ 한은, 거시 담론을 건드리다 이 총재는 취임 후 줄곧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보면 ‘구조적 저성장’ 기조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구조적 저성장’은 단기간의 경기 진폭을 낮추는 금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그렇다면 금리 바깥의 영역에서 한은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 총재의 답변은 명확하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 경제가 당면한 중장기적 도전을 생각해 봤을 때 우리 책임이 통화정책의 테두리에만 머무를 수 없다”며 “물가안정, 금융안정 기본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민간 부문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지적인 리더(intellectual leader)’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신축 본관으로 이사한 뒤, 각종 세미나를 통해 관련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25일엔 ‘2023년 노동시장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국내외 노동시장의 변화가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 공급이 증가하면서 취업자 수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동 공급의 감소 우려는 크다. 이런 부분이 한은의 제1목표인 물가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총재는 지난 20일에는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함께 ‘제1회 녹색금융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의 특성상 탄소중립 과제는 기업의 수익성·재무건정성을 악화시키는 악재인 동시에 새로운 금융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틀 뒤인 12일 창립 기념사를 통해선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원이 없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며, 감독기관과의 정책 공조와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한은은 유사시 비은행에 대한 즉각적인 유동성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같은 이 총재의 광폭 행보를 두고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책무와 크게 동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구조적으로 고착화해가는 저성장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 한은을 구분짓지 않기 때문이다. ◇ 악마는 ‘현실 정책’, 디테일에 있다관건은 총재가 바뀐 후에도 한은이 이같은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 총재 개인의 퍼포먼스에 그친다면, 지난 1년여간 한은의 ‘시끄러운 변화’에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 한은이 정부의 정치색과 무관하게 어젠다를 계속 던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예컨대 소득·자산 양극화 문제의 경우 보수 정권이 들어선 뒤 흐지부지 있지만, 이 역시 ‘구조적 저성장’을 고착화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 총재도 취임사에서 “지나친 양극화는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것이기에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 등 거대 담론에 대해서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지만, 성장-물가-금융안정간 상충 관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 과제들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올 하반기에는 세수 부족으로 인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추경이 세수 부족분을 보충하는 수준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경기 부양까지 고려한 대규모 편성이 이뤄진다면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은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한은은 금리 인상기에 대출금리 인하 정책을 내세웠던 금융당국을 향해서도 정책 엇박자가 아니라고 항변했었다.주택 가격은 하락세를 멈추고 거래가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상황인 반면, 지방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주택 하방 위험이 높은지, 상방 위험이 높은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해서도 분명하지 않다. 부동산 시장은 금융안정은 물론, 물가안정과도 상관관계가 높은 데도 말이다.작년 가계대출의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추진한 안심전환대출이 올해 특례보금자리로 통합되면서 일부에선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한은은 해당 정책을 담당하는 주택금융공사의 2대 주주로서 별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가계대출 증가는 한은의 금융안정을 해치는 요인으로 꼽힌다.대한민국의 씽크탱크를 표방하는 ‘한은호(號)’의 수장인 이 총재의 광폭 행보는 박수를 보낼 일이다. 하지만 그 행보가 ‘선택적’이라면 한은의 영역 확대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실 정책에서도 이 총재 말대로 ‘계급장 떼고 할 말은 하는’ 한은이 되길 바란다.

경제정책부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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