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부

김현아

기자

김현아의 IT세상읽기

  • 초유의 5G 주파수 할당 취소…3가지 후폭풍[김현아의 IT세상읽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올해 2월, 조경식 당시 제2차관(오른쪽)이 와이파이 속도를 올리기 위해 터널 내 설치된 5G 28㎓ 장비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정부가 통신사에 줬던 주파수를 이용기간이 끝나기 전에 회수했습니다. 정부가 통신사든 방송사든 할당했던 주파수를 할당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4년 전인 2018년, 주파수를 사갈 때 약속했던 투자만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언뜻 보면 통신사들이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가져갔으면서도 설비 투자를 외면했으니 정부로부터 벌칙을 받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바로 28㎓라는 주파수 특성 때문입니다. 28㎓는 현재 5G 서비스가 이뤄지는 주파수 대역(3.5㎓)이 아닙니다. 통신 3사는 3.5㎓에선 의무 수량의 300% 넘게 투자했죠. 그런데 28㎓에선 10.6%~12.5%까지 투자하는데 그쳤습니다. 왜 그럴까요? 28㎓는 직진성이 강한 고주파 대역으로 도달 거리가 짧아 세계적으로도 5G에서 주력 주파수가 아닙니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도 주파수 전략을 수정했죠. 28㎓만 고집하는게 아니라 중대역 핵심 주파수 C밴드(3.7~4.2㎓ 주파수)도 5G 주파수로 쓸 수 있게 한 겁니다. 같은 이유로 국회에서도 변재일, 윤영찬 의원 등은 정부의 유연한 정책 대응을 주문해왔죠. 과거 기준으로 만든 28㎓ 주파수 투자 의무만 강조하지 말고, 현실에 맞게 정책을 전환해 28㎓ 주파수를 어떻게 쓸지 지혜를 모으고 연구개발(R&D)투자에 신경 써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그런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갑자기 28㎓ 주파수 회수를 통보했습니다. 과거 이행 실적을 기준으로 초강수를 둔 것이죠. LG유플러스와 KT에 할당했던 주파수는 회수하고, SKT 주파수는 이용기간을 10% 단축하기로 한 겁니다. 이번 조치로 ①정책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②28㎓ 투자 활성화는 물 건너갔으며 ③지하철 와이파이 속도는 떨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①통신사만 무책임?…정부도 무책임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8일 LG유플러스와 KT에는 28㎓를 할당 취소하고, SKT에는 내년 5월 31일까지로 이용기간을 10% 단축한 뒤, 대통령실 반응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신 3사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강경한 메시지를 냈죠.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그동안 정부는 이동통신 3사에 할당 조건을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 왔으나 이런 결과가 나와 유감”이라고 언급한 뒤 나온 반응입니다.그런데, 통신사만 무책임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4년 전, 28㎓ 대역에 대해 3사에 800㎒폭씩 할당하게 된 데는 통신 3사의 요구뿐 아니라, 주파수정책자문위원회를 거친 정부 판단도 있었습니다. 즉, 잘못된 시장 예측의 절반은 정부 책임입니다.더 큰 문제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행정집행적 성격’만 강조됐을 뿐, 앞으로의 주파수 정책의 방향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사들은 통신용이냐, 방송용이냐의 지루한 논쟁 끝에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지상파 UHD 용도로 가져갔지만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과기정통부는 전국 서비스 일정을 2년 늦춰줬고 △KT도 800㎒ 대역에서 LTE 주파수를 획득한 뒤 망 구축을 전혀 못했지만 이용기간 단축만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헷갈리는 정책결정입니다.일각에서 이번 회수 조치를 ‘통신사에 대한 군기 잡기’ 내지는 ‘과기정통부의 존재감 드러내기’ 차원으로 이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12월 9일 지상파 방송사(KBS·MBC·SBS)의 경영난 호소를 받아들여 지상파 초고화질(UHD) 전국방송 일정을 2년 연기해 주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2021년부터 시군구에서 지상파 UHD 방송이 이뤄져야 했지만, 이를 2023년으로 2년 연기한 것이다. 정부는 지상파 방송의 UHD 편성 의무도 줄여줬는데, 원래는 허가조건 상 2020년 25%이상 UHD로 의무 편성(광역시와 평창·강릉)해야 하지만 이를 20%로 낮춰 주기로 결정했다.②제4이통 나온다고?…28㎓ 활성화 물 건너갈 우려과기정통부는 이번에 회수한 LG유플러스와 KT의 28㎓ 대역 중 한 곳은 신규 사업자에게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둘 중 한 곳은 해당 대역 주파수 재입찰을 금하겠다고도 했지요. 한마디로 28㎓에 특화된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그런데, 수십 년간 망 투자를 진행해 온 통신사들도 장비·단말기 생태계 부족과 비즈니스 모델의 취약함을 이유로 투자하길 꺼리는 28㎓에 대해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요?지금까지 정부는 통신 3사와 경쟁하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수차례 노력했지만 물 건너간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5G 주력 주파수도 아니고, 직진성이 강해 투자비가 많이 드는,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이 활성화돼야 빛을 볼 28㎓에 수백억, 수천 억 원을 당장 투자할 사업자가 있을지 의문입니다.삼성전자 관계자도 이번 조치에 대해 “통신 3사가 담합하듯 투자를 게을리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정부 의지대로 새로운 사업자가 나와 28㎓에 투자할까”라고 걱정했습니다.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이 정책 결정 사안까지 감사하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의 보신주의가 작동한 걸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법대로 집행’이라는 원칙은 지켰지만, 오히려 6G를 앞둔 ICT 생태계에 중요한 28㎓ 활성화는 더디게 할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과기정통부의 적극 행정이 아쉽죠. 차라리 지상파 UHD 경우처럼 통신 3사에 투자 기한을 늘려주고 이들로 하여금 투자하게 하는 게 장비나 단말기 생태계에서 나은 결정이었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③지하철 초고속 와이파이 어려울 수도일반 국민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28㎓ 5G 주파수를 이용해 지하철 와이파이 속도를 올리려던 계획이 사라질까입니다. 정부는 주파수 이용기간이 단축되는데 그친 SKT에 지하철 와이파이 관리 의무를 줬다고 했지만, LG유플러스나 KT가 구축한 와이파이 업그레이드용 28㎓ 설비는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통신 3사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지선에서 실증을 마친 뒤 2호선과 5~8호선에 공동으로 확대 구축을 진행해 왔죠.이에 대해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할당기간이 축소된)SKT는 의무를 지도록 했다. 다만, (할당 취소되는) 2개사는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측면에서 (지하철 와이파이는 계속하는)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줬으면 좋겠다. 다만, 할당이 취소된 상태에서 그런 의무를 부과하는 게 법적으로 타당한지는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그런데 주파수 할당이 취소됐는데 그 주파수로 와이파이 성능을 개선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게다가 SKT 역시 내년 5월 31일까지 1만5,000장치를 구축하지 않으면 할당이 취소돼 취소 시기만 늦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3년 동안 구축한 장치가 1,605대인데 지금부터 6개월동안 1만 3,000 장치 이상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 기준대로 라면, 통신 3사 모두 할당을 취소해야 하나 그리하면 ‘정부 정책 실패’라는 말이 나올까 결국 모두 취소될 줄 알면서도 일단 한 회사(SKT)는 살려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안타까운 정책 결정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김현아 기자 2022.11.2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올해 2월, 조경식 당시 제2차관(오른쪽)이 와이파이 속도를 올리기 위해 터널 내 설치된 5G 28㎓ 장비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정부가 통신사에 줬던 주파수를 이용기간이 끝나기 전에 회수했습니다. 정부가 통신사든 방송사든 할당했던 주파수를 할당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4년 전인 2018년, 주파수를 사갈 때 약속했던 투자만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언뜻 보면 통신사들이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가져갔으면서도 설비 투자를 외면했으니 정부로부터 벌칙을 받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바로 28㎓라는 주파수 특성 때문입니다. 28㎓는 현재 5G 서비스가 이뤄지는 주파수 대역(3.5㎓)이 아닙니다. 통신 3사는 3.5㎓에선 의무 수량의 300% 넘게 투자했죠. 그런데 28㎓에선 10.6%~12.5%까지 투자하는데 그쳤습니다. 왜 그럴까요? 28㎓는 직진성이 강한 고주파 대역으로 도달 거리가 짧아 세계적으로도 5G에서 주력 주파수가 아닙니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도 주파수 전략을 수정했죠. 28㎓만 고집하는게 아니라 중대역 핵심 주파수 C밴드(3.7~4.2㎓ 주파수)도 5G 주파수로 쓸 수 있게 한 겁니다. 같은 이유로 국회에서도 변재일, 윤영찬 의원 등은 정부의 유연한 정책 대응을 주문해왔죠. 과거 기준으로 만든 28㎓ 주파수 투자 의무만 강조하지 말고, 현실에 맞게 정책을 전환해 28㎓ 주파수를 어떻게 쓸지 지혜를 모으고 연구개발(R&D)투자에 신경 써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그런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갑자기 28㎓ 주파수 회수를 통보했습니다. 과거 이행 실적을 기준으로 초강수를 둔 것이죠. LG유플러스와 KT에 할당했던 주파수는 회수하고, SKT 주파수는 이용기간을 10% 단축하기로 한 겁니다. 이번 조치로 ①정책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②28㎓ 투자 활성화는 물 건너갔으며 ③지하철 와이파이 속도는 떨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①통신사만 무책임?…정부도 무책임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8일 LG유플러스와 KT에는 28㎓를 할당 취소하고, SKT에는 내년 5월 31일까지로 이용기간을 10% 단축한 뒤, 대통령실 반응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신 3사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강경한 메시지를 냈죠.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그동안 정부는 이동통신 3사에 할당 조건을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 왔으나 이런 결과가 나와 유감”이라고 언급한 뒤 나온 반응입니다.그런데, 통신사만 무책임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4년 전, 28㎓ 대역에 대해 3사에 800㎒폭씩 할당하게 된 데는 통신 3사의 요구뿐 아니라, 주파수정책자문위원회를 거친 정부 판단도 있었습니다. 즉, 잘못된 시장 예측의 절반은 정부 책임입니다.더 큰 문제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행정집행적 성격’만 강조됐을 뿐, 앞으로의 주파수 정책의 방향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사들은 통신용이냐, 방송용이냐의 지루한 논쟁 끝에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지상파 UHD 용도로 가져갔지만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과기정통부는 전국 서비스 일정을 2년 늦춰줬고 △KT도 800㎒ 대역에서 LTE 주파수를 획득한 뒤 망 구축을 전혀 못했지만 이용기간 단축만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헷갈리는 정책결정입니다.일각에서 이번 회수 조치를 ‘통신사에 대한 군기 잡기’ 내지는 ‘과기정통부의 존재감 드러내기’ 차원으로 이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12월 9일 지상파 방송사(KBS·MBC·SBS)의 경영난 호소를 받아들여 지상파 초고화질(UHD) 전국방송 일정을 2년 연기해 주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2021년부터 시군구에서 지상파 UHD 방송이 이뤄져야 했지만, 이를 2023년으로 2년 연기한 것이다. 정부는 지상파 방송의 UHD 편성 의무도 줄여줬는데, 원래는 허가조건 상 2020년 25%이상 UHD로 의무 편성(광역시와 평창·강릉)해야 하지만 이를 20%로 낮춰 주기로 결정했다.②제4이통 나온다고?…28㎓ 활성화 물 건너갈 우려과기정통부는 이번에 회수한 LG유플러스와 KT의 28㎓ 대역 중 한 곳은 신규 사업자에게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둘 중 한 곳은 해당 대역 주파수 재입찰을 금하겠다고도 했지요. 한마디로 28㎓에 특화된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그런데, 수십 년간 망 투자를 진행해 온 통신사들도 장비·단말기 생태계 부족과 비즈니스 모델의 취약함을 이유로 투자하길 꺼리는 28㎓에 대해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요?지금까지 정부는 통신 3사와 경쟁하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수차례 노력했지만 물 건너간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5G 주력 주파수도 아니고, 직진성이 강해 투자비가 많이 드는,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이 활성화돼야 빛을 볼 28㎓에 수백억, 수천 억 원을 당장 투자할 사업자가 있을지 의문입니다.삼성전자 관계자도 이번 조치에 대해 “통신 3사가 담합하듯 투자를 게을리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정부 의지대로 새로운 사업자가 나와 28㎓에 투자할까”라고 걱정했습니다.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이 정책 결정 사안까지 감사하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의 보신주의가 작동한 걸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법대로 집행’이라는 원칙은 지켰지만, 오히려 6G를 앞둔 ICT 생태계에 중요한 28㎓ 활성화는 더디게 할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과기정통부의 적극 행정이 아쉽죠. 차라리 지상파 UHD 경우처럼 통신 3사에 투자 기한을 늘려주고 이들로 하여금 투자하게 하는 게 장비나 단말기 생태계에서 나은 결정이었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③지하철 초고속 와이파이 어려울 수도일반 국민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28㎓ 5G 주파수를 이용해 지하철 와이파이 속도를 올리려던 계획이 사라질까입니다. 정부는 주파수 이용기간이 단축되는데 그친 SKT에 지하철 와이파이 관리 의무를 줬다고 했지만, LG유플러스나 KT가 구축한 와이파이 업그레이드용 28㎓ 설비는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통신 3사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지선에서 실증을 마친 뒤 2호선과 5~8호선에 공동으로 확대 구축을 진행해 왔죠.이에 대해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할당기간이 축소된)SKT는 의무를 지도록 했다. 다만, (할당 취소되는) 2개사는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측면에서 (지하철 와이파이는 계속하는)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줬으면 좋겠다. 다만, 할당이 취소된 상태에서 그런 의무를 부과하는 게 법적으로 타당한지는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그런데 주파수 할당이 취소됐는데 그 주파수로 와이파이 성능을 개선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게다가 SKT 역시 내년 5월 31일까지 1만5,000장치를 구축하지 않으면 할당이 취소돼 취소 시기만 늦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3년 동안 구축한 장치가 1,605대인데 지금부터 6개월동안 1만 3,000 장치 이상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 기준대로 라면, 통신 3사 모두 할당을 취소해야 하나 그리하면 ‘정부 정책 실패’라는 말이 나올까 결국 모두 취소될 줄 알면서도 일단 한 회사(SKT)는 살려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안타까운 정책 결정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 KT 차기 CEO 선임, 투명한 절차 신경 써야[김현아의 IT세상읽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흔들립니다. 주인 없는 회사여서일까요.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이자, 재계 순위 12위인 KT 그룹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 얘기입니다. CEO를 입맛대로 바꾸려는 시도는 보수·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검찰 수사가 이뤄지거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 압박 발언이 흘러나왔죠.이번에는 어떨까요. 구현모 대표가 연임 의사를 표하고 KT 이사회가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내년부터 3년 동안 KT 그룹을 이끌 CEO를 선임하는 절차가 시작됐습니다.KT 지배구조위원회 운영규정(제7조)에 따르면 KT 이사회가 현직 대표이사에 대해 연임 우선 심사를 결정하면 별도의 CEO후보 심사대상자들을 선정하지 않고 연임 여부부터 심사하게 돼 있죠.“이번엔 외풍이 없었으면” 하지만, 장담할 순 없습니다. 외부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부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을 빌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모습도 불안감을 키웁니다. 손 회장은 ‘라임 사태’로 금융위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아 구현모 KT 대표이사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말입니다. 2022년 11월 15일 KT 광화문 East 빌딩 앞에 붙어 있는 현수막.KT 내부도 한마음 한뜻은 아닙니다. KT 사옥 앞에는 구현모 대표이사를 응원하는 현수막과 그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응원하는 곳은 KT 파트너사들이고, 비판하는 곳은 KT새노조이죠. 새노조 조합원은 수십 명에 불과해 1만 5,0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있는 KT노동조합과는 다릅니다. 오너가 있는 기업이라면 CEO를 뽑을 때 직원들 의견은 묻지 않습니다. 이사회가 CEO까지 평가하는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바꾸고 있다지만, 오너 의중이 절대적이죠.그런데 KT는 정부 지분을 팔아 전문경영체제를 꾸린 기업입니다. 그래서 투자자(주주)는 물론, 직원들을 대표하는 단체나 노동조합의 의견도 중요하죠. KT 이사들이 구 대표 연임 여부를 심사할 때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재벌 회사들과 다른 KT이니까, CEO 선임 과정에 더 깊은 진심이 담겨야 할 것 같습니다. ‘현 CEO와 친한 사외이사들이 CEO를 뽑아 자신의 지위를 보존하려 한다’라는 의심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꼼수 이사회’라는 불신을 없애려면 KT 이사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회사 정관과 지배구조위원회 규정에 따라 진행한다’는 두루뭉술한 설명으론 부족합니다. 투명하게 심사 절차를 공개하고 공정하게 심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CEO를 평가했고, 어떤 내용을 주문했는지도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합니다.온라인 활동이 많아 IT 기업에 유리했던 팬데믹이 끝나갑니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새로운 3년을 맞이할 KT 호의 수장. 구 대표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KT CEO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겁니다. KT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발전하는데 중요한 신사업 확장은 물론, 인공지능(AI)이나 클라우드 같은 신기술로 대한민국 디지털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 확고한 윤리 의식에 기반을 둔 기업경영 의지 같은 것들이 차기 CEO의 중요한 덕목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김현아 기자 2022.11.1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흔들립니다. 주인 없는 회사여서일까요.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이자, 재계 순위 12위인 KT 그룹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 얘기입니다. CEO를 입맛대로 바꾸려는 시도는 보수·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검찰 수사가 이뤄지거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 압박 발언이 흘러나왔죠.이번에는 어떨까요. 구현모 대표가 연임 의사를 표하고 KT 이사회가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내년부터 3년 동안 KT 그룹을 이끌 CEO를 선임하는 절차가 시작됐습니다.KT 지배구조위원회 운영규정(제7조)에 따르면 KT 이사회가 현직 대표이사에 대해 연임 우선 심사를 결정하면 별도의 CEO후보 심사대상자들을 선정하지 않고 연임 여부부터 심사하게 돼 있죠.“이번엔 외풍이 없었으면” 하지만, 장담할 순 없습니다. 외부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부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을 빌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모습도 불안감을 키웁니다. 손 회장은 ‘라임 사태’로 금융위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아 구현모 KT 대표이사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말입니다. 2022년 11월 15일 KT 광화문 East 빌딩 앞에 붙어 있는 현수막.KT 내부도 한마음 한뜻은 아닙니다. KT 사옥 앞에는 구현모 대표이사를 응원하는 현수막과 그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응원하는 곳은 KT 파트너사들이고, 비판하는 곳은 KT새노조이죠. 새노조 조합원은 수십 명에 불과해 1만 5,0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있는 KT노동조합과는 다릅니다. 오너가 있는 기업이라면 CEO를 뽑을 때 직원들 의견은 묻지 않습니다. 이사회가 CEO까지 평가하는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바꾸고 있다지만, 오너 의중이 절대적이죠.그런데 KT는 정부 지분을 팔아 전문경영체제를 꾸린 기업입니다. 그래서 투자자(주주)는 물론, 직원들을 대표하는 단체나 노동조합의 의견도 중요하죠. KT 이사들이 구 대표 연임 여부를 심사할 때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재벌 회사들과 다른 KT이니까, CEO 선임 과정에 더 깊은 진심이 담겨야 할 것 같습니다. ‘현 CEO와 친한 사외이사들이 CEO를 뽑아 자신의 지위를 보존하려 한다’라는 의심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꼼수 이사회’라는 불신을 없애려면 KT 이사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회사 정관과 지배구조위원회 규정에 따라 진행한다’는 두루뭉술한 설명으론 부족합니다. 투명하게 심사 절차를 공개하고 공정하게 심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CEO를 평가했고, 어떤 내용을 주문했는지도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합니다.온라인 활동이 많아 IT 기업에 유리했던 팬데믹이 끝나갑니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새로운 3년을 맞이할 KT 호의 수장. 구 대표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KT CEO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겁니다. KT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발전하는데 중요한 신사업 확장은 물론, 인공지능(AI)이나 클라우드 같은 신기술로 대한민국 디지털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 확고한 윤리 의식에 기반을 둔 기업경영 의지 같은 것들이 차기 CEO의 중요한 덕목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인터넷 기업을 덮은 괴담의 유혹[김현아의 IT세상읽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10월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주)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인터넷 업계에 괴담(怪談)이 돌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화재사고로 카카오 서비스들이 장기간 먹통이 되자, ‘이번 기회에 좌파(?)기업인 카카오를 단죄해야 한다’는 얘기가 대표적입니다. 카카오톡에서 유포되는 <문재인의 특혜와 카카오의 횡포>라는 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여기서는 ①카카오는 텐센트 등 중국자본이 투자한 친중 좌파기업이고 ②문재인정부때 금산분리법을 어기고 ‘카카오뱅크’를 허용하고, 박홍근 의원의 ‘타다금지법’으로 카카오택시가 급성장하는 등 특혜를 받았으며 ③다음·카카오 출신들이 지난 정부에서 민주당, 청와대 등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면서, ‘유사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통신수단을 친중좌좀 기업인 카카오가 독점하는 걸 이번에 바로잡자’고 결론 내고 있습니다.카톡 단체방에서 처음 글을 접했을 때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팩트가 다르고 생각이 차이가 나지만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그런데, 글이 상당히 퍼지고,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카카오=좌파기업’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지만, 카카오가 하고 싶은대로 다하는 무방비 상태가 됐다며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시각도 상당합니다. 정치권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제정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고, 심지어 독과점 시장구조를 이유로 공정위가 주식 처분, 영업 양도 등을 명령할 수 있는 법안까지 발의됐죠.그런데 이런 움직임을 보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카오를 좌파기업이라 몰아붙이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모두 취하는 방식은 중국정부의 빅테크 규제 방식과 닮았다는 겁니다. 플랫폼은 이념 중립적사실확인부터 해야겠습니다. <문재인의 특혜와 카카오의 횡포>라는 글은 사실과 의견이 교묘하게 섞였다고 판단됩니다. 카카오에는 텐센트 자회사(Maximo PTE) 지분 5.92%(2021년 12월 31일 기준)가 있고, 3대 주주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카카오가초기에 텐센트 지분을 받은 건 무료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서버 등 인프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을 때입니다. 당시 김범수 창업자는 지인들에게 운영비를 빌려 버티다가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투자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한 상황이었죠. 현재 카카오의 1대 주주는 김범수 창업자 및 특수관계인(24.19%), 2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7.03%)입니다. 둘째,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키기 위해 금산분리 규정을 완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때였습니다. 또, 혁신의 싹을 자른 ‘타다금지법’ 역시 국회 문턱을 넘은 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새누리당이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법사위원장은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이었죠.셋째, 문재인 정부에서 정혜승 전 카카오 부사장이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디지털소통센터장으로 활동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으로는 김철균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이 영입됐었습니다. 개인마다 정치 성향은 다를 수 있지만, 다음·카카오가 특정 이념을 지지한다고 보긴 어렵죠. 오히려 대통령이 인터넷을 통해 국민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영입했다고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각각의 사안에 대한 팩트체크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플랫폼이 지닌 속성을 생각해보면 플랫폼은 ‘광장’에 만족할 뿐 결코 ‘선수’로 뛸 생각은 없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플랫폼이 좌파든, 우파든 한쪽에 치우친 순간, 반쪽의 이용자를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은 태생적으로 이념 중립적일 수밖에 없습니다.규제하려는 방식은 중국식?그런데 정말 걱정은 카카오를 좌파기업이라고 부르는 일부 사람들 때문이 아닙니다. 거칠게 말해 사회주의식, 중국식으로 플랫폼을 규제하려는 시도가 적지 않다는 게 걱정입니다.중국정부는 2020년 10월 공개 석상에서 마윈이 정부의 핀테크 규제를 비판한 사건을 계기로,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반독점, 개인정보보호, 국가기밀 보안 등 여러 이유를 걸었지만, 내심 이들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걸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우리나라 역시 일부 정치인들은 며칠 동안 카카오 서비스들이 멈추자 새삼 카카오의 영향력을 우려하며 독과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화재 사건 전후로 카카오의 실제 영향력(시장지배력)이 달라졌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피부로 느끼는 정도가 달라졌을 뿐입니다. 카카오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즐겨 쓰는 생활편의 플랫폼이 됐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초기벤처)시절과 다른 공적 마인드를 더 키워야 하고,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IT인프라 투자도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화재사건을 빌미로 플랫폼 규제부터 강화하려는 시도에는 반대합니다. 속 시원할 순 있지만, 미국과 중국 외에 자국 플랫폼이 있는 유일한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구글이나 애플, 메타, 아마존, 텐센트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만 좋게 해주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중국 정부도 얼마 전 자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한 때 빅테크 기업의 지분 1% 이상을 소유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려는 방안까지 추진한 걸로 전해지지만, 지난 5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빅테크 규제 완화를 시사했죠.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취임식에서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국내외 당면 위기와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며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정부라면, 설마 플랫폼에 대한 중국식의 규제 강화는 이뤄지지 않겠죠?
    김현아 기자 2022.11.0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10월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주)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인터넷 업계에 괴담(怪談)이 돌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화재사고로 카카오 서비스들이 장기간 먹통이 되자, ‘이번 기회에 좌파(?)기업인 카카오를 단죄해야 한다’는 얘기가 대표적입니다. 카카오톡에서 유포되는 <문재인의 특혜와 카카오의 횡포>라는 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여기서는 ①카카오는 텐센트 등 중국자본이 투자한 친중 좌파기업이고 ②문재인정부때 금산분리법을 어기고 ‘카카오뱅크’를 허용하고, 박홍근 의원의 ‘타다금지법’으로 카카오택시가 급성장하는 등 특혜를 받았으며 ③다음·카카오 출신들이 지난 정부에서 민주당, 청와대 등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면서, ‘유사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통신수단을 친중좌좀 기업인 카카오가 독점하는 걸 이번에 바로잡자’고 결론 내고 있습니다.카톡 단체방에서 처음 글을 접했을 때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팩트가 다르고 생각이 차이가 나지만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그런데, 글이 상당히 퍼지고,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카카오=좌파기업’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지만, 카카오가 하고 싶은대로 다하는 무방비 상태가 됐다며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시각도 상당합니다. 정치권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제정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고, 심지어 독과점 시장구조를 이유로 공정위가 주식 처분, 영업 양도 등을 명령할 수 있는 법안까지 발의됐죠.그런데 이런 움직임을 보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카오를 좌파기업이라 몰아붙이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모두 취하는 방식은 중국정부의 빅테크 규제 방식과 닮았다는 겁니다. 플랫폼은 이념 중립적사실확인부터 해야겠습니다. <문재인의 특혜와 카카오의 횡포>라는 글은 사실과 의견이 교묘하게 섞였다고 판단됩니다. 카카오에는 텐센트 자회사(Maximo PTE) 지분 5.92%(2021년 12월 31일 기준)가 있고, 3대 주주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카카오가초기에 텐센트 지분을 받은 건 무료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서버 등 인프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을 때입니다. 당시 김범수 창업자는 지인들에게 운영비를 빌려 버티다가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투자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한 상황이었죠. 현재 카카오의 1대 주주는 김범수 창업자 및 특수관계인(24.19%), 2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7.03%)입니다. 둘째,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키기 위해 금산분리 규정을 완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때였습니다. 또, 혁신의 싹을 자른 ‘타다금지법’ 역시 국회 문턱을 넘은 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새누리당이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법사위원장은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이었죠.셋째, 문재인 정부에서 정혜승 전 카카오 부사장이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디지털소통센터장으로 활동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으로는 김철균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이 영입됐었습니다. 개인마다 정치 성향은 다를 수 있지만, 다음·카카오가 특정 이념을 지지한다고 보긴 어렵죠. 오히려 대통령이 인터넷을 통해 국민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영입했다고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각각의 사안에 대한 팩트체크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플랫폼이 지닌 속성을 생각해보면 플랫폼은 ‘광장’에 만족할 뿐 결코 ‘선수’로 뛸 생각은 없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플랫폼이 좌파든, 우파든 한쪽에 치우친 순간, 반쪽의 이용자를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은 태생적으로 이념 중립적일 수밖에 없습니다.규제하려는 방식은 중국식?그런데 정말 걱정은 카카오를 좌파기업이라고 부르는 일부 사람들 때문이 아닙니다. 거칠게 말해 사회주의식, 중국식으로 플랫폼을 규제하려는 시도가 적지 않다는 게 걱정입니다.중국정부는 2020년 10월 공개 석상에서 마윈이 정부의 핀테크 규제를 비판한 사건을 계기로,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반독점, 개인정보보호, 국가기밀 보안 등 여러 이유를 걸었지만, 내심 이들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걸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우리나라 역시 일부 정치인들은 며칠 동안 카카오 서비스들이 멈추자 새삼 카카오의 영향력을 우려하며 독과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화재 사건 전후로 카카오의 실제 영향력(시장지배력)이 달라졌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피부로 느끼는 정도가 달라졌을 뿐입니다. 카카오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즐겨 쓰는 생활편의 플랫폼이 됐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초기벤처)시절과 다른 공적 마인드를 더 키워야 하고,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IT인프라 투자도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화재사건을 빌미로 플랫폼 규제부터 강화하려는 시도에는 반대합니다. 속 시원할 순 있지만, 미국과 중국 외에 자국 플랫폼이 있는 유일한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구글이나 애플, 메타, 아마존, 텐센트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만 좋게 해주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중국 정부도 얼마 전 자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한 때 빅테크 기업의 지분 1% 이상을 소유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려는 방안까지 추진한 걸로 전해지지만, 지난 5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빅테크 규제 완화를 시사했죠.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취임식에서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국내외 당면 위기와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며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정부라면, 설마 플랫폼에 대한 중국식의 규제 강화는 이뤄지지 않겠죠?
  • 방통위원장은 대통령과 철학이 맞아야 할까[김현아의 IT세상읽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행정안전부가 6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방안. 여기서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지금과 같은 대통령 직속기구로 돼 있고 여야 합의제 구성이나 위원들의 임기 보장도 유지되는 모양새다. 출처: 행안부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과 국정 철학이 맞아야 할까. 이를 두고 지난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은 뜨거웠습니다.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대통령과 철학이 맞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며 “버티면 불쌍하고 가련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직원들이 소신 없고 비굴하다고 한다”고 발언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지말아라”고 비판했고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그런데, 막말 논란을 떠나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중앙행정기관에 대해 위상을 고민해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언론 독립성 이유로 임기 보장된 여야 합의제 구조로방통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졌습니다. 특이하게도 5명의 상임위원 중 여권(대통령·여당 3명)과 야권(야당 2명)이 상임위원을 추천하는 합의제 기구죠. 아마, ‘여야 합의제’로 운영되는 중앙행정기관은 방통위가 유일할 겁니다. 이는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등 언론을 규제하는 기능 때문입니다. 일정 요건을 갖춰 등록하는 신문과 달리, 방송(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은 승인받거나 허가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행하는 주체가 일반 부처(독임제)와 같다면 언론 자유나 언론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선 △방통위는 국무총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도록 명시(3조)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위원의 임기를 보장하면서 신분보장 조항을 둬서 장기간 심신장애, 법률에 따른 직무상의 의무 위반, 소관 직무와 관련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본인 의사에 반해 면직할 수 없게(7조와 8조)했습니다. 대통령과 철학이 맞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방통위 위원장을 교체할 법적 근거는 없는 셈입니다.이런 위상은 방통위 국감날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방안에서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방통위는 지금과 같은 대통령 직속 기구로 돼 있고, 여야 합의제 위원 구성, 위원들의 임기 보장 조항도 그대로죠.진흥이나 통신·인터넷 규제는 일반 행정기구와 유사 다만, 현실적으로는 방통위는 방송 규제권만 행사하는 게 아닙니다.방송 광고 규제 정책에 따라 방송 발전 정도가 달라질 테니 일종의 진흥 정책이라고 할 수 있고, 통신·인터넷과 관련해선 이용자 보호 활동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행 점검 같은 시장 질서 감시행위를 하니까요. 국회에서 통과된 인앱결제강제 방지법의 후속 점검도 방통위 몫입니다. 그런데 후자의 일들은 사실, 대통령의 철학에 따라 더 분명해질 수도 흐릿해질 수도 있는 이슈죠.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플랫폼 자율규제’나 ‘민간 주도의 규제혁신’ 같은 키워드에서 방통위가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방통위원장은 대통령과 철학이 맞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다른 의견”이라고 답했지만,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정책기조에 따라 자율규제를 하되 향후에라도 시장 실패가 생기거나 이용자 피해가 현실화되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입법을 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결과적으로 방통위에는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분야(방송규제)와 그렇지 않은 분야가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방통위 흔들지 말고 미디어혁신위부터 만들어야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방통위 업무 중 방송 규제는 독립성이 중요한 영역이고 통신 규제와 진흥업무는 정부 철학과 같아야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방안에서도 합의제 행정기구로 존속하기로 돼 있고 위원 임기제도 폐지하지 않았다. 방통위를 자꾸 흔들지 말고, 미디어 융합시대에 이런 조직 구조가 효율적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법에 보장된 방통위원장의 임기를 정치적인 이유로 흔들게 아니라, 윤석열정부가 공약했던 ‘미디어혁신위원회’부터 구성해 인터넷동영상방송(OTT) 시대에 맞는 미디어 진흥과 규제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방통위는 수년 전부터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정부 부처간 관할다툼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현아 기자 2022.10.1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행정안전부가 6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방안. 여기서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지금과 같은 대통령 직속기구로 돼 있고 여야 합의제 구성이나 위원들의 임기 보장도 유지되는 모양새다. 출처: 행안부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과 국정 철학이 맞아야 할까. 이를 두고 지난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은 뜨거웠습니다.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대통령과 철학이 맞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며 “버티면 불쌍하고 가련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직원들이 소신 없고 비굴하다고 한다”고 발언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지말아라”고 비판했고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그런데, 막말 논란을 떠나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중앙행정기관에 대해 위상을 고민해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언론 독립성 이유로 임기 보장된 여야 합의제 구조로방통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졌습니다. 특이하게도 5명의 상임위원 중 여권(대통령·여당 3명)과 야권(야당 2명)이 상임위원을 추천하는 합의제 기구죠. 아마, ‘여야 합의제’로 운영되는 중앙행정기관은 방통위가 유일할 겁니다. 이는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등 언론을 규제하는 기능 때문입니다. 일정 요건을 갖춰 등록하는 신문과 달리, 방송(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은 승인받거나 허가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행하는 주체가 일반 부처(독임제)와 같다면 언론 자유나 언론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선 △방통위는 국무총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도록 명시(3조)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위원의 임기를 보장하면서 신분보장 조항을 둬서 장기간 심신장애, 법률에 따른 직무상의 의무 위반, 소관 직무와 관련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본인 의사에 반해 면직할 수 없게(7조와 8조)했습니다. 대통령과 철학이 맞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방통위 위원장을 교체할 법적 근거는 없는 셈입니다.이런 위상은 방통위 국감날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방안에서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방통위는 지금과 같은 대통령 직속 기구로 돼 있고, 여야 합의제 위원 구성, 위원들의 임기 보장 조항도 그대로죠.진흥이나 통신·인터넷 규제는 일반 행정기구와 유사 다만, 현실적으로는 방통위는 방송 규제권만 행사하는 게 아닙니다.방송 광고 규제 정책에 따라 방송 발전 정도가 달라질 테니 일종의 진흥 정책이라고 할 수 있고, 통신·인터넷과 관련해선 이용자 보호 활동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행 점검 같은 시장 질서 감시행위를 하니까요. 국회에서 통과된 인앱결제강제 방지법의 후속 점검도 방통위 몫입니다. 그런데 후자의 일들은 사실, 대통령의 철학에 따라 더 분명해질 수도 흐릿해질 수도 있는 이슈죠.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플랫폼 자율규제’나 ‘민간 주도의 규제혁신’ 같은 키워드에서 방통위가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방통위원장은 대통령과 철학이 맞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다른 의견”이라고 답했지만,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정책기조에 따라 자율규제를 하되 향후에라도 시장 실패가 생기거나 이용자 피해가 현실화되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입법을 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결과적으로 방통위에는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분야(방송규제)와 그렇지 않은 분야가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방통위 흔들지 말고 미디어혁신위부터 만들어야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방통위 업무 중 방송 규제는 독립성이 중요한 영역이고 통신 규제와 진흥업무는 정부 철학과 같아야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방안에서도 합의제 행정기구로 존속하기로 돼 있고 위원 임기제도 폐지하지 않았다. 방통위를 자꾸 흔들지 말고, 미디어 융합시대에 이런 조직 구조가 효율적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법에 보장된 방통위원장의 임기를 정치적인 이유로 흔들게 아니라, 윤석열정부가 공약했던 ‘미디어혁신위원회’부터 구성해 인터넷동영상방송(OTT) 시대에 맞는 미디어 진흥과 규제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방통위는 수년 전부터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정부 부처간 관할다툼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 '저작권 보상청구권' 신중해야 하는 3가지 이유[김현아의 IT세상읽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감독, 작가에게 저작권 보상청구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여야가 잇따라 발의했습니다. 감독이나 작가가 제작사에게 저작권을 양도한 경우에도 방송사나 극장,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같은 플랫폼에게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죠.이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지난해 9월 공개된 ‘오징어게임’이 크게 성공했지만, 정작 국내 감독이나 작가에게 돌아간 몫은 적었다는 반성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8부작에 약 200억~25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하고 1조 원이 넘는 수익을 가져간 것으로 전해지죠. 그런데,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감독이나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넷플릭스 수익이 늘어난 만큼의 보상은 받지 못했습니다.그래서 유정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성일종 의원(국민의힘)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선, ‘오징어게임’의 경우처럼 영상물 저작자가 타인에게 저작권을 양도해도 나중에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습니다.이들은 법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로 △영화제작사에 비해 감독이나 작가는 정보가 부족해 불평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 △유럽은 디지털플랫폼의 수익을 분배하는 규정이 있다는 점 △최저 임금을 받는 영화감독의 권리보호가 두터워지고 창작 생태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그런데, 저는 법안이 통과되면 여러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①보상청구권 도입보다 최초 계약 시 공정계약을 강제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점(감독·작가 이외의 창작 참여자들과의 형평성)②사적 계약에 대한 개입으로 영상물 유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K-콘텐츠 소비 위축)③적용 시 혼란으로소송 난무(해외 감독이나 작가의 경우, 수익을 내지 못한 작품 적용 문제)때문입니다.①감독과 작가에게만 추가 보상권을? 불공정거래 근절이 현실적법안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감독의 평균 연봉이 1천만 원에 불과하다는 슬픈 현실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감독과 작가에게만 기존 저작권외에 보상청구권을 준다면 이런 문제가 해소될까요. 스텝 등 다른 영상 제작에 참여한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죠.오히려 새로운 권리를 도입하기 보다는, 처음 영상물 저작자가 영상물 제작사와 계약할 때 공정하게 계약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 사용을 감시하고 정부가 불공정 계약 여부를 제대로 감독하는 게 먼저가 아닌가 합니다. 민법 제104조에선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로 규정돼 있어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면 현행법으로도 법적 대응이 가능합니다.②복잡한 권리 제도로 영상 콘텐츠 유통 위축 법이 통과되면 방송사나 OTT가 제작사와 계약할 때 영상물 개별판매 수익을 일정비율로 배분(R/S)하기로 계약해도 감독과 작가는 제작사와 별개로 방송사나 OTT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즉, 저작자(감독이나 작가)의 주장에 의해 방송사나 OTT에서 서비스되던 콘텐츠 제공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죠. 왜냐하면, 기존 계약(콘텐츠 공급계약)의 효력이 부정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방송사나 OTT 등은 제작사(CP)와 영상물 구매를 협의할 때 보상권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고려해 먼저 구매비용을 낮추려고 할 것이고, 제작사 역시 손실을 우려해 높은 비용을 고수하려 할 것이어서 영상물 공급 협의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추가 보상권으로 투자가 아예 줄어들거나, 고수익성 대형 영상물로의 쏠림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는 저작권법상 창작자 권리보호만큼이나 중요한 가치인 영상물 유통 활성화라는 또다른 가치를 저해할 수 있습니다. 양쪽의 법익이 충돌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영상 콘텐츠 유통을 위축시킬 수 있고, 사적 계약의 자유를 우선하는 글로벌 추세와도 맞지 않습니다. ③적자 작품도 보상청구?…해외 감독과 작가도 나설 듯법안 통과 시 각종 소송과 분쟁이 난무할 수 있습니다. 방송사가 영화 방영권을 10억 원에 구매했지만 방송광고 수익이 구매 금액에 미치지 않아 적자를 보더라도 해당 작품의 감독이나 작가는 방송사를 상대로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죠.이를테면, ‘외계+인’은 CG 등에 제작비 330억 원이 들어간 초대작이어서 관객수 730만 명을 모아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나, 관객수는 153만 명에 머물고 있죠. 그런데 법안대로라면 ‘외계+인’의 경우도 감독이나 작가가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만 봐도 ‘한산’, ‘헌트’, ‘비상선언’, ‘외계+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한산’과 ‘헌트’에 불과합니다.게다가 국내 유료방송내 영화 VOD 이용 순위 1~50위 중 해외 영화 비중이 약 62%임을 고려하면, 해외 감독이나 작가들도 우리 방송사나 OTT에게 보상청구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K-한류가 세계로 나가는데, 감독이나 작가에 대한 보상이 불충분한 게 사실입니다.하지만 그렇다고, 법적으로 안정화되기 어려운 보상청구권을 법제화하는 일은 ‘바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저작자와 영상제작자간 계약을 보다 공정하게 체결해 합리적 대가를 저작자가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근본 해결방안입니다. 실태조사, 표준약관,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공정한 계약을 담보하려는 노력이 먼저입니다.
    김현아 기자 2022.10.0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감독, 작가에게 저작권 보상청구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여야가 잇따라 발의했습니다. 감독이나 작가가 제작사에게 저작권을 양도한 경우에도 방송사나 극장,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같은 플랫폼에게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죠.이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지난해 9월 공개된 ‘오징어게임’이 크게 성공했지만, 정작 국내 감독이나 작가에게 돌아간 몫은 적었다는 반성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8부작에 약 200억~25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하고 1조 원이 넘는 수익을 가져간 것으로 전해지죠. 그런데,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감독이나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넷플릭스 수익이 늘어난 만큼의 보상은 받지 못했습니다.그래서 유정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성일종 의원(국민의힘)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선, ‘오징어게임’의 경우처럼 영상물 저작자가 타인에게 저작권을 양도해도 나중에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습니다.이들은 법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로 △영화제작사에 비해 감독이나 작가는 정보가 부족해 불평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 △유럽은 디지털플랫폼의 수익을 분배하는 규정이 있다는 점 △최저 임금을 받는 영화감독의 권리보호가 두터워지고 창작 생태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그런데, 저는 법안이 통과되면 여러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①보상청구권 도입보다 최초 계약 시 공정계약을 강제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점(감독·작가 이외의 창작 참여자들과의 형평성)②사적 계약에 대한 개입으로 영상물 유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K-콘텐츠 소비 위축)③적용 시 혼란으로소송 난무(해외 감독이나 작가의 경우, 수익을 내지 못한 작품 적용 문제)때문입니다.①감독과 작가에게만 추가 보상권을? 불공정거래 근절이 현실적법안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감독의 평균 연봉이 1천만 원에 불과하다는 슬픈 현실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감독과 작가에게만 기존 저작권외에 보상청구권을 준다면 이런 문제가 해소될까요. 스텝 등 다른 영상 제작에 참여한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죠.오히려 새로운 권리를 도입하기 보다는, 처음 영상물 저작자가 영상물 제작사와 계약할 때 공정하게 계약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 사용을 감시하고 정부가 불공정 계약 여부를 제대로 감독하는 게 먼저가 아닌가 합니다. 민법 제104조에선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로 규정돼 있어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면 현행법으로도 법적 대응이 가능합니다.②복잡한 권리 제도로 영상 콘텐츠 유통 위축 법이 통과되면 방송사나 OTT가 제작사와 계약할 때 영상물 개별판매 수익을 일정비율로 배분(R/S)하기로 계약해도 감독과 작가는 제작사와 별개로 방송사나 OTT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즉, 저작자(감독이나 작가)의 주장에 의해 방송사나 OTT에서 서비스되던 콘텐츠 제공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죠. 왜냐하면, 기존 계약(콘텐츠 공급계약)의 효력이 부정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방송사나 OTT 등은 제작사(CP)와 영상물 구매를 협의할 때 보상권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고려해 먼저 구매비용을 낮추려고 할 것이고, 제작사 역시 손실을 우려해 높은 비용을 고수하려 할 것이어서 영상물 공급 협의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추가 보상권으로 투자가 아예 줄어들거나, 고수익성 대형 영상물로의 쏠림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는 저작권법상 창작자 권리보호만큼이나 중요한 가치인 영상물 유통 활성화라는 또다른 가치를 저해할 수 있습니다. 양쪽의 법익이 충돌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영상 콘텐츠 유통을 위축시킬 수 있고, 사적 계약의 자유를 우선하는 글로벌 추세와도 맞지 않습니다. ③적자 작품도 보상청구?…해외 감독과 작가도 나설 듯법안 통과 시 각종 소송과 분쟁이 난무할 수 있습니다. 방송사가 영화 방영권을 10억 원에 구매했지만 방송광고 수익이 구매 금액에 미치지 않아 적자를 보더라도 해당 작품의 감독이나 작가는 방송사를 상대로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죠.이를테면, ‘외계+인’은 CG 등에 제작비 330억 원이 들어간 초대작이어서 관객수 730만 명을 모아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나, 관객수는 153만 명에 머물고 있죠. 그런데 법안대로라면 ‘외계+인’의 경우도 감독이나 작가가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만 봐도 ‘한산’, ‘헌트’, ‘비상선언’, ‘외계+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한산’과 ‘헌트’에 불과합니다.게다가 국내 유료방송내 영화 VOD 이용 순위 1~50위 중 해외 영화 비중이 약 62%임을 고려하면, 해외 감독이나 작가들도 우리 방송사나 OTT에게 보상청구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K-한류가 세계로 나가는데, 감독이나 작가에 대한 보상이 불충분한 게 사실입니다.하지만 그렇다고, 법적으로 안정화되기 어려운 보상청구권을 법제화하는 일은 ‘바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저작자와 영상제작자간 계약을 보다 공정하게 체결해 합리적 대가를 저작자가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근본 해결방안입니다. 실태조사, 표준약관,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공정한 계약을 담보하려는 노력이 먼저입니다.
  • 비슷해지는 통신-인터넷 기업문화 [김현아의 IT세상읽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황현식 LG유플러스 CEO가 기자간담회에서 4대 플랫폼 중심 신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지난 15일, LG유플러스가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걸 요지로 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대표이사(CEO)의 입으로 ‘플랫폼 회사가 미래’라고 공식화한 건 LG유플 역사상 26년 만의 일입니다. LG유플러스 전신인 LG텔레콤이 019 번호로 이동전화 사업을 시작한 1996년이 기준이죠. 데이터 통신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설립된 LG데이콤을 기준으로 하면 40년, 한국전력공사에서 분리된 LG파워콤을 기준으로 하면 22년 만의 일입니다. LG유플러스는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이 합병해 2010년 탄생한 회사입니다.이날 황현식 LG유플러스 CEO는 “진정한 고객 중심회사는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이라며 “플랫폼 사업을 통해 2027년 통신이 아닌 사업 매출 비중을 40%로 늘리고 기업가치 12조 원 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재 LG유플의 기업가치(시가총액)가 4.9조 원 정도이니, 5년 내에 2배 이상 성장해야 합니다.그가 4대 핵심으로 꼽은 것은 △통신기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커머스와 구독)△놀이 플랫폼(여러 OTT를 편하게 보는 TV)△성장케어 플랫폼(아이들나라의 키즈OTT화) △웹(web) 3.0 플랫폼(토큰 이코노미나 대체불가능토큰(NFT)과의 접목)이었습니다. 고객의 시간 데이터를 가진 통신사가 무엇을 하는지까지 확장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나, K-콘텐츠와 시너지를 발휘할 놀이, LG유플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아이들나라’의 모바일화, 여기에 개방성과 함께 데이터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블록체인까지 흐름은 맞는 것 같습니다.“황현식님~”으로 부르기 시작한 변화다만, 제가 걱정스러웠던 건 바로 기업문화였습니다. 플랫폼 사업에서 성공한 기업들, ‘네카쿠배당(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을 보면, 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가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황현식 대표를 부르는 한 임원의 말을 듣고 말이죠. 황 CEO의 인사말 이후 권용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소위 4대 플랫폼 중심 신사업 전략을 소개했는데, 그는 큰 틀을 방향을 언급한 황 대표 강연에 대해 “아까 황현식 님이 말씀하셨듯이~”라는 식으로 황 대표를 “황현식님‘이라고 세 번 이상 언급하더라고요. 규제가 강한 통신업을 하는 회사에서 ‘황현식 대표님’, ‘황현식 사장님’이 아니라 이름 뒤에 바로 ‘~님’을 붙이는 문화(황현식님)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SK텔레콤에서는 유영상 CEO를 ‘제임스’라고 부른지 꽤 됐지만 말입니다. 사실 ‘님’ 문화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나 세상의 문제점을 찾아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스타트업(초기 벤처)에선 익숙합니다. 창업 초기부터 그렇죠. 직급이나 직책에 힘을 주는 게 아니라, 각자 맡은 업무의 역할을 평등하게 인정합니다. 심지어 카카오는 직원들을 크루(krew·선원)라고 부르고, 계열사들을 공동체라고 부릅니다. 크루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항해하는 사람들’이란 의미죠.웨이브 오리지널 <위기의 X>규율 갖추기 시작한 인터넷 대기업들그런데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대기업이 된 인터넷 기업들은 스타트업과 달리 어느 정도의 규율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국내 최고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는 창사 20년 만인 2019년 임원제를 부활했죠. 네이버는 1999년 네이버컴이라는 작은 회사로 첫발을 뗐습니다. 그런데 리더와 대표급(C레벨)사이에 중간관리자인 ‘책임리더’ 직급을 만든 겁니다. 이들은 비등기 임원으로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보유 주식에 대한 공시 의무도 갖습니다. 카카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계열사 사업 전략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인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orporate Alignment Center, CAC)’를 만들어 조직 문화를 바꾸고 있습니다. 사회와 함께 긴 호흡으로 성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답은 없어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인 <위기의X>에선 주인공 권상우(a저씨)가 대기업에서 희망퇴직을 한 뒤 스타트업에 부사장으로 입사해 조직 문화를 바꾸는 과정이 나옵니다. 그는 자동차 디테일링 스타트업 회사(루시도)에서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데, 이 회사는 아이디어는 기발하나 임원들끼리 시도 때도 없이 으르렁거리고 다투는 문제가 있었죠. 그런데 관록으로, 유머로, 청춘들을 다독이고 독려하는 a저씨 덕분에 차츰 회사다운 모습을 갖춰갑니다.조직 문화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오늘 하루하루를 함께 한다’는 동료 의식이, 이를 통해 ‘다가올 새로운 도전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충만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현아 기자 2022.09.1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황현식 LG유플러스 CEO가 기자간담회에서 4대 플랫폼 중심 신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지난 15일, LG유플러스가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걸 요지로 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대표이사(CEO)의 입으로 ‘플랫폼 회사가 미래’라고 공식화한 건 LG유플 역사상 26년 만의 일입니다. LG유플러스 전신인 LG텔레콤이 019 번호로 이동전화 사업을 시작한 1996년이 기준이죠. 데이터 통신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설립된 LG데이콤을 기준으로 하면 40년, 한국전력공사에서 분리된 LG파워콤을 기준으로 하면 22년 만의 일입니다. LG유플러스는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이 합병해 2010년 탄생한 회사입니다.이날 황현식 LG유플러스 CEO는 “진정한 고객 중심회사는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이라며 “플랫폼 사업을 통해 2027년 통신이 아닌 사업 매출 비중을 40%로 늘리고 기업가치 12조 원 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재 LG유플의 기업가치(시가총액)가 4.9조 원 정도이니, 5년 내에 2배 이상 성장해야 합니다.그가 4대 핵심으로 꼽은 것은 △통신기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커머스와 구독)△놀이 플랫폼(여러 OTT를 편하게 보는 TV)△성장케어 플랫폼(아이들나라의 키즈OTT화) △웹(web) 3.0 플랫폼(토큰 이코노미나 대체불가능토큰(NFT)과의 접목)이었습니다. 고객의 시간 데이터를 가진 통신사가 무엇을 하는지까지 확장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나, K-콘텐츠와 시너지를 발휘할 놀이, LG유플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아이들나라’의 모바일화, 여기에 개방성과 함께 데이터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블록체인까지 흐름은 맞는 것 같습니다.“황현식님~”으로 부르기 시작한 변화다만, 제가 걱정스러웠던 건 바로 기업문화였습니다. 플랫폼 사업에서 성공한 기업들, ‘네카쿠배당(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을 보면, 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가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황현식 대표를 부르는 한 임원의 말을 듣고 말이죠. 황 CEO의 인사말 이후 권용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소위 4대 플랫폼 중심 신사업 전략을 소개했는데, 그는 큰 틀을 방향을 언급한 황 대표 강연에 대해 “아까 황현식 님이 말씀하셨듯이~”라는 식으로 황 대표를 “황현식님‘이라고 세 번 이상 언급하더라고요. 규제가 강한 통신업을 하는 회사에서 ‘황현식 대표님’, ‘황현식 사장님’이 아니라 이름 뒤에 바로 ‘~님’을 붙이는 문화(황현식님)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SK텔레콤에서는 유영상 CEO를 ‘제임스’라고 부른지 꽤 됐지만 말입니다. 사실 ‘님’ 문화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나 세상의 문제점을 찾아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스타트업(초기 벤처)에선 익숙합니다. 창업 초기부터 그렇죠. 직급이나 직책에 힘을 주는 게 아니라, 각자 맡은 업무의 역할을 평등하게 인정합니다. 심지어 카카오는 직원들을 크루(krew·선원)라고 부르고, 계열사들을 공동체라고 부릅니다. 크루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항해하는 사람들’이란 의미죠.웨이브 오리지널 <위기의 X>규율 갖추기 시작한 인터넷 대기업들그런데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대기업이 된 인터넷 기업들은 스타트업과 달리 어느 정도의 규율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국내 최고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는 창사 20년 만인 2019년 임원제를 부활했죠. 네이버는 1999년 네이버컴이라는 작은 회사로 첫발을 뗐습니다. 그런데 리더와 대표급(C레벨)사이에 중간관리자인 ‘책임리더’ 직급을 만든 겁니다. 이들은 비등기 임원으로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보유 주식에 대한 공시 의무도 갖습니다. 카카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계열사 사업 전략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인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orporate Alignment Center, CAC)’를 만들어 조직 문화를 바꾸고 있습니다. 사회와 함께 긴 호흡으로 성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답은 없어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인 <위기의X>에선 주인공 권상우(a저씨)가 대기업에서 희망퇴직을 한 뒤 스타트업에 부사장으로 입사해 조직 문화를 바꾸는 과정이 나옵니다. 그는 자동차 디테일링 스타트업 회사(루시도)에서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데, 이 회사는 아이디어는 기발하나 임원들끼리 시도 때도 없이 으르렁거리고 다투는 문제가 있었죠. 그런데 관록으로, 유머로, 청춘들을 다독이고 독려하는 a저씨 덕분에 차츰 회사다운 모습을 갖춰갑니다.조직 문화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오늘 하루하루를 함께 한다’는 동료 의식이, 이를 통해 ‘다가올 새로운 도전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충만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공짜는 없다…넷플릭스 무임승차방지법 필요한 이유[김현아의 IT세상읽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세상에 없는 것 세 가지는 정답, 비밀, 공짜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답을 찾아 자신을 불태웠지만, 시간이 지나 허무했던 적이 있죠. 숨겨놓았거나 밝혀지지 않은 일들도 언젠가 드러납니다. 세상에 거저 얻을 수 있는 것도 없고요. 인터넷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통합안 나와국회에 소위 ‘넷플릭스 무임승차방지법’이 잇따라 발의돼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6개 법안이 제출됐지만 지난 4월, 국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선 신중한 검토를 이유로 보류됐죠. 하지만,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의 통합안까지 나와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해당 법안은 윤영찬 의원이 대표 발의했습니다. 민주당 빅테크갑질대책태스크포스(TF)에서 대안 입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합니다.한준호 더불어민주당 빅테크 갑질대책 TF 팀장(왼쪽 두 번째)이 7월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KT 목동 IDC 2센터에서 열린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의 망 무임승차 근절 방안 모색’ 현장 방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망 이용대가 법을 만들려는 이유는 국내 기업과 넷플릭스, 구글과의 역차별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윤 의원은 “이미 국내 CP(콘텐츠사업자)들은 사업자 간 계약을 통해 망 접속료 개념의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상황”이라며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사업자가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한다면 결과적으로 국내 CP에 그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역차별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디즈니+는 내는 망 사용료정확히 말하면, 국내 CP뿐 아니라 페이스북, 디즈니+, 애플tv도 망 대가를 내고 있습니다. 망 사용료 이슈에 대해 “선량한 기업시민이 되자는 게 디즈니의 철학”이라고 답한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DTC 사업 총괄 말대로라면, 공짜 망 사용을 고집하는 넷플릭스는 선량하길 거부하는 것일까요.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걸어 2년 넘게 공방 중입니다. 1심에선 넷플릭스가 패소해 망의 유상성은 인정받았지만, 오는 10월 12일 6차 변론에 넷플릭스 측 증인이 출석하는 등 2심 재판이 한창이죠.그런데 넷플릭스의 주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넷플 대리인인 김앤장은 1심 초기에는 ‘망중립성=무상 사용’ 주장을 펴다가, 지금은 △CP가 전체 인터넷망에서 트래픽을 교환하는 비용(트랜짓)은 내야 하나, 쌍방 트래픽 교환(피어링)은 공짜라거나 △당시 무정산 합의가 있었다는 쪽으로 논점을 바꿨죠.하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국내 CP들도 국내 트래픽 소통을 이유로 돈을 내고 국내 통신사 전용회선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넷플릭스가 미국 통신사(ISP)를 통해 트랜짓 한다 해도, 이 사건에서 돈을 내라는 건 일본에 있는 넷플릭스 자체 설비(OCA)에서 국내에 들어오는 대용량 트래픽을 연결하기 위한 다른 회선(SK브로드밴드 회선)입니다. 망 사용에 대한 투명성 확보도 필요법으로 망 대가를 내도록 강제하면 부작용은 없을까요. 혹시 통신사들이 CP별로 부당하게 차별하거나 망대가 계약조건을 거짓으로 설명하지는 않을까요.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망 사용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다행인 것은 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힘이 센 글로벌 CP들의 어깃장을 금지할 뿐 아니라, 통신사에도 이런 행위를 금지했다는 점입니다. 정부에 통신망 이용과 제공에 대한 실태조사권을 부여해 혹시 모를 위험을 줄였습니다. 기업 간 계약 관계에 직접 개입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사후규제로 해결하려는 점도 눈에 띄죠. 이제 국회가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나설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현아 기자 2022.09.1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세상에 없는 것 세 가지는 정답, 비밀, 공짜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답을 찾아 자신을 불태웠지만, 시간이 지나 허무했던 적이 있죠. 숨겨놓았거나 밝혀지지 않은 일들도 언젠가 드러납니다. 세상에 거저 얻을 수 있는 것도 없고요. 인터넷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통합안 나와국회에 소위 ‘넷플릭스 무임승차방지법’이 잇따라 발의돼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6개 법안이 제출됐지만 지난 4월, 국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선 신중한 검토를 이유로 보류됐죠. 하지만,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의 통합안까지 나와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해당 법안은 윤영찬 의원이 대표 발의했습니다. 민주당 빅테크갑질대책태스크포스(TF)에서 대안 입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합니다.한준호 더불어민주당 빅테크 갑질대책 TF 팀장(왼쪽 두 번째)이 7월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KT 목동 IDC 2센터에서 열린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의 망 무임승차 근절 방안 모색’ 현장 방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망 이용대가 법을 만들려는 이유는 국내 기업과 넷플릭스, 구글과의 역차별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윤 의원은 “이미 국내 CP(콘텐츠사업자)들은 사업자 간 계약을 통해 망 접속료 개념의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상황”이라며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사업자가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한다면 결과적으로 국내 CP에 그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역차별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디즈니+는 내는 망 사용료정확히 말하면, 국내 CP뿐 아니라 페이스북, 디즈니+, 애플tv도 망 대가를 내고 있습니다. 망 사용료 이슈에 대해 “선량한 기업시민이 되자는 게 디즈니의 철학”이라고 답한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DTC 사업 총괄 말대로라면, 공짜 망 사용을 고집하는 넷플릭스는 선량하길 거부하는 것일까요.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걸어 2년 넘게 공방 중입니다. 1심에선 넷플릭스가 패소해 망의 유상성은 인정받았지만, 오는 10월 12일 6차 변론에 넷플릭스 측 증인이 출석하는 등 2심 재판이 한창이죠.그런데 넷플릭스의 주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넷플 대리인인 김앤장은 1심 초기에는 ‘망중립성=무상 사용’ 주장을 펴다가, 지금은 △CP가 전체 인터넷망에서 트래픽을 교환하는 비용(트랜짓)은 내야 하나, 쌍방 트래픽 교환(피어링)은 공짜라거나 △당시 무정산 합의가 있었다는 쪽으로 논점을 바꿨죠.하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국내 CP들도 국내 트래픽 소통을 이유로 돈을 내고 국내 통신사 전용회선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넷플릭스가 미국 통신사(ISP)를 통해 트랜짓 한다 해도, 이 사건에서 돈을 내라는 건 일본에 있는 넷플릭스 자체 설비(OCA)에서 국내에 들어오는 대용량 트래픽을 연결하기 위한 다른 회선(SK브로드밴드 회선)입니다. 망 사용에 대한 투명성 확보도 필요법으로 망 대가를 내도록 강제하면 부작용은 없을까요. 혹시 통신사들이 CP별로 부당하게 차별하거나 망대가 계약조건을 거짓으로 설명하지는 않을까요.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망 사용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다행인 것은 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힘이 센 글로벌 CP들의 어깃장을 금지할 뿐 아니라, 통신사에도 이런 행위를 금지했다는 점입니다. 정부에 통신망 이용과 제공에 대한 실태조사권을 부여해 혹시 모를 위험을 줄였습니다. 기업 간 계약 관계에 직접 개입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사후규제로 해결하려는 점도 눈에 띄죠. 이제 국회가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나설 때라고 생각합니다.
  • 카카오T, 콜 몰아주기 없었다…못믿는 분들께[김현아의 IT세상읽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가맹택시냐, 일반택시냐 여부나 단거리냐, 장거리냐에 따른 차별은 없었다.” 지난 6일, 카카오모빌리티가 발족시킨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위원장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가 카카오T 택시 배차 알고리즘 소스코드를 검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마디로 차별적인 로직은 배차 알고리즘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지난 3월 시작돼 6개월간 진행된 검증 결과이고, 17억 건의 택시 콜 데이터를 전수 분석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사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소스 코드를 통째로 들여다보고, 실제 시스템이 배차 로직대로 운영되는지 서버 검증까지 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처음이죠.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위원들. 왼쪽부터 여화수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 이진우 KAIST 모빌리티대학원 교수,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김인희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다.지난 4월 한 달간 가맹 기사에게 발송된 전체 콜 카드 발송량 중 단거리 비중은 57%, 장거리는 18%였다. 일반 기사의 경우 단거리 54%, 장거리 20%로 가맹 기사와 일반 기사 간 비중이 비슷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일반 기사에게 장거리 콜 카드 발송 비중 높아조사 결과는 데이터로도 확인됐습니다. 지난 4월 한 달간 콜 카드(콜 요청)를 가맹 기사와 일반 기사로 나눠보니, 가맹 기사보다는 일반 기사에게 수익성이 좋은 콜 카드가 많이 발송됐습니다. 위 표를 보면, 가맹 기사는 전체 콜 카드 발송량 중 단거리 비중이 57%, 장거리 비중이 18%인 반면, 일반 기사들은 단거리가 54%, 장거리가 20%였습니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기사들에게 콜을 몰아주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장거리 배차 기회까지 집중한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과 다름을 보여줍니다.다만,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택시 기사들의 배차 수락률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맹택시 기사는 콜 카드 발송 건수와 수락 비율이 거의 일치했지만, 일반택시 기사는 단거리 콜보다 장거리 콜 성사 비중이 높았죠. 김현 위원장은 “일반 기사는 목적지가 표시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장거리 콜을 선호하고 있지 않나 싶다”고 했습니다. 즉, 가맹택시 기사들은 승객의 목적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없고 그냥 콜이 뜨면 받는데 비해, 일반 택시 기사들은 목적지가 떠서 너무 가깝거나, 돌아올 때 빈 차로 나와야 하는 지역은 피해서 전반적으로 배차 수락률이 낮다는 얘깁니다.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택시 공급과 수요에 대한 데이터를 추가로 분석하고 △호출 승객, 가맹 기사, 일반 기사, 운수 사업자와 학계를 포함해 호출 서비스의 공공성 확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카카오T 택시 서비스의 개선 방향’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연말이나 내년 초 나올 최종 보고서에 이런 내용을 담는다고 하죠. 김현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위원장(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그런데, 이런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3가지 정도의 의심은 여전한 듯합니다. ①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는 자동배차 방식이고 비가맹 택시(일반 택시)는 아닌데 배차 수락률에 따라 콜 우선 배차 순위가 달라지는 건 구조적인 불공정 아닌가 ②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카모가 제안해 만들어진 곳이니 객관적일까 ③조사 결과대로 라면 카모에 수수료를 내는 가맹택시가 더 불리한 거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기사의 배차 수락률의 차이는 차별이 아니라 차이정말 그럴까요. 저는 적어도 두 가지는 의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콜 배차 수락률을 알고리즘 배차 로직에 넣는 것은 승객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배차 수락률은 강제 배차되는 가맹 택시가 높은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이를 완전히 배제하면 승객의 택시 호출을 무시하는 기사와 콜을 성실하게 받은 기사 간 차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알고리즘 추천 배차가 전체 배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 수준이며, 나머지 99.4%는 기사의 서비스 이용 행태가 반영 안 되는 예상도착시간(ETA) 점수 방식이라는 점도 구조적인 불공정이라 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일반 택시에도 자동배차를 강제하는 건 수십 년간 진행된 택시 기사들의 영업선택권을 제한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외부 추천받은 교수들로 구성된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두 번째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제안해 만든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검증이니 못 믿겠다는 시선 역시 이해할 순 있지만, 참여한 교수들을 모욕할 수 있는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카모가 거마비(車馬費)나 연구 용역 실비 수준을 제공한 것으로 아는데, 위원은 대한교통학회, 서울대 AI 연구원 등 외부기관이 추천한 빅데이터, AI, 교통분야 전문가로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위원장), 김인희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여화수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 이진우 KAIST 조천식모빌리티대학원 교수 등 다섯 분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맹택시, 콜 더 잘 받기 위해 만들어진 것 아냐마지막으로 오히려 이번 ‘카카오T 택시 배차 알고리즘 검증 결과’를 보면, 가맹택시 기사들이 더 불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수익성이 좋은 장거리 콜을 일반 택시보다 못 받았기 때문이죠. 100%는 아니지만, 자동배차가 기본이라 목적지 선택의 자유도 역시 떨어집니다.여기서 잠깐. 가맹 택시가 무엇인지부터 살펴야겠습니다. 가맹 택시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운임(매출)의 20%를 수수료로 냅니다. 이 돈은 법인택시가 가입하면 법인이 내죠(개인택시 가입 시 개인이 부담). 그런데 카모는 운임(매출)의 15~17% 정도를 활동비 명목으로 돌려주니 사실 가맹 택시가 카모에 내는 돈은 운임의 3~5% 정도인 셈입니다. 법인 택시가 카모에 내는 수수료는 카모의 관제시스템 등을 이용하는 비용이고, 카모가 법인 택시에 주는 활동비는 (카카오T를 이용하지 않은) 배회영업 관련 데이터, 홍보·마케팅 활동 등의 명목이라고 합니다.아무튼 가맹 택시는 카모에 돈을 내니 카카오T를 무료로 이용하는 일반 택시와 다릅니다. 그래서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의외”라거나 “오히려 우리(가맹 택시 기사)가 불리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순 있겠습니다. 다만, 카모의 가맹택시는 콜을 더 잘 받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기사 출·퇴근 관리, 영업 데이터 분석 같은 게 필요한 택시 법인은 가맹했을 때 장점을 살필 테고, 그렇지 않은 택시 회사들은 가맹에서 떠날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시장 경제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아 기자 2022.09.0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가맹택시냐, 일반택시냐 여부나 단거리냐, 장거리냐에 따른 차별은 없었다.” 지난 6일, 카카오모빌리티가 발족시킨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위원장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가 카카오T 택시 배차 알고리즘 소스코드를 검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마디로 차별적인 로직은 배차 알고리즘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지난 3월 시작돼 6개월간 진행된 검증 결과이고, 17억 건의 택시 콜 데이터를 전수 분석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사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소스 코드를 통째로 들여다보고, 실제 시스템이 배차 로직대로 운영되는지 서버 검증까지 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처음이죠.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위원들. 왼쪽부터 여화수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 이진우 KAIST 모빌리티대학원 교수,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김인희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다.지난 4월 한 달간 가맹 기사에게 발송된 전체 콜 카드 발송량 중 단거리 비중은 57%, 장거리는 18%였다. 일반 기사의 경우 단거리 54%, 장거리 20%로 가맹 기사와 일반 기사 간 비중이 비슷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일반 기사에게 장거리 콜 카드 발송 비중 높아조사 결과는 데이터로도 확인됐습니다. 지난 4월 한 달간 콜 카드(콜 요청)를 가맹 기사와 일반 기사로 나눠보니, 가맹 기사보다는 일반 기사에게 수익성이 좋은 콜 카드가 많이 발송됐습니다. 위 표를 보면, 가맹 기사는 전체 콜 카드 발송량 중 단거리 비중이 57%, 장거리 비중이 18%인 반면, 일반 기사들은 단거리가 54%, 장거리가 20%였습니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기사들에게 콜을 몰아주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장거리 배차 기회까지 집중한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과 다름을 보여줍니다.다만,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택시 기사들의 배차 수락률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맹택시 기사는 콜 카드 발송 건수와 수락 비율이 거의 일치했지만, 일반택시 기사는 단거리 콜보다 장거리 콜 성사 비중이 높았죠. 김현 위원장은 “일반 기사는 목적지가 표시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장거리 콜을 선호하고 있지 않나 싶다”고 했습니다. 즉, 가맹택시 기사들은 승객의 목적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없고 그냥 콜이 뜨면 받는데 비해, 일반 택시 기사들은 목적지가 떠서 너무 가깝거나, 돌아올 때 빈 차로 나와야 하는 지역은 피해서 전반적으로 배차 수락률이 낮다는 얘깁니다.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택시 공급과 수요에 대한 데이터를 추가로 분석하고 △호출 승객, 가맹 기사, 일반 기사, 운수 사업자와 학계를 포함해 호출 서비스의 공공성 확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카카오T 택시 서비스의 개선 방향’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연말이나 내년 초 나올 최종 보고서에 이런 내용을 담는다고 하죠. 김현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위원장(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그런데, 이런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3가지 정도의 의심은 여전한 듯합니다. ①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는 자동배차 방식이고 비가맹 택시(일반 택시)는 아닌데 배차 수락률에 따라 콜 우선 배차 순위가 달라지는 건 구조적인 불공정 아닌가 ②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카모가 제안해 만들어진 곳이니 객관적일까 ③조사 결과대로 라면 카모에 수수료를 내는 가맹택시가 더 불리한 거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기사의 배차 수락률의 차이는 차별이 아니라 차이정말 그럴까요. 저는 적어도 두 가지는 의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콜 배차 수락률을 알고리즘 배차 로직에 넣는 것은 승객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배차 수락률은 강제 배차되는 가맹 택시가 높은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이를 완전히 배제하면 승객의 택시 호출을 무시하는 기사와 콜을 성실하게 받은 기사 간 차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알고리즘 추천 배차가 전체 배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 수준이며, 나머지 99.4%는 기사의 서비스 이용 행태가 반영 안 되는 예상도착시간(ETA) 점수 방식이라는 점도 구조적인 불공정이라 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일반 택시에도 자동배차를 강제하는 건 수십 년간 진행된 택시 기사들의 영업선택권을 제한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외부 추천받은 교수들로 구성된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두 번째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제안해 만든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검증이니 못 믿겠다는 시선 역시 이해할 순 있지만, 참여한 교수들을 모욕할 수 있는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카모가 거마비(車馬費)나 연구 용역 실비 수준을 제공한 것으로 아는데, 위원은 대한교통학회, 서울대 AI 연구원 등 외부기관이 추천한 빅데이터, AI, 교통분야 전문가로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위원장), 김인희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여화수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 이진우 KAIST 조천식모빌리티대학원 교수 등 다섯 분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맹택시, 콜 더 잘 받기 위해 만들어진 것 아냐마지막으로 오히려 이번 ‘카카오T 택시 배차 알고리즘 검증 결과’를 보면, 가맹택시 기사들이 더 불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수익성이 좋은 장거리 콜을 일반 택시보다 못 받았기 때문이죠. 100%는 아니지만, 자동배차가 기본이라 목적지 선택의 자유도 역시 떨어집니다.여기서 잠깐. 가맹 택시가 무엇인지부터 살펴야겠습니다. 가맹 택시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운임(매출)의 20%를 수수료로 냅니다. 이 돈은 법인택시가 가입하면 법인이 내죠(개인택시 가입 시 개인이 부담). 그런데 카모는 운임(매출)의 15~17% 정도를 활동비 명목으로 돌려주니 사실 가맹 택시가 카모에 내는 돈은 운임의 3~5% 정도인 셈입니다. 법인 택시가 카모에 내는 수수료는 카모의 관제시스템 등을 이용하는 비용이고, 카모가 법인 택시에 주는 활동비는 (카카오T를 이용하지 않은) 배회영업 관련 데이터, 홍보·마케팅 활동 등의 명목이라고 합니다.아무튼 가맹 택시는 카모에 돈을 내니 카카오T를 무료로 이용하는 일반 택시와 다릅니다. 그래서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의외”라거나 “오히려 우리(가맹 택시 기사)가 불리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순 있겠습니다. 다만, 카모의 가맹택시는 콜을 더 잘 받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기사 출·퇴근 관리, 영업 데이터 분석 같은 게 필요한 택시 법인은 가맹했을 때 장점을 살필 테고, 그렇지 않은 택시 회사들은 가맹에서 떠날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시장 경제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아의 IT세상읽기] '동의 없는 통화녹음 금지법' 신중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사진=이미지투데이통화할 때 상대방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녹음하는 일을 금지해야 할까요. 최근 윤상현 의원(국민의힘)이 참여자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시끌시끌합니다.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하거나, 만남 시 현장에서 몰래 녹음하는 경우 등이 처벌대상이지요.아이폰에는 없는 기능…목소리 톤까지 공개돼 억울할 수도 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통화 녹음 기능은 사라지고, 스위치나 T전화 같은 자동녹음 앱도 없어지거나 기능이 바뀔 것 같습니다. 아이폰은 통화 녹음 기능이 없습니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의 13개 주(州)는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아이폰을 이용하는 기자들은 별도의 앱을 깔아 녹음 기능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 의원은 ①동의가 없는 녹음은 사생활의 자유나 통신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고 ②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지인과 편하게 나눈 말이나 격한 감정 상태에서 나눈 대화가 세월이 흘러 목소리 톤까지 그대로 공개되면 곤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특히 정치권에서 녹취록이나 메신저 대화방 노출로 불편했던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죠. 당장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와 나눈 대화 내용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형수 욕설 녹취 파일이 이슈였습니다.현행 민사상 손배 제도로 인격권 침해 최소화 가능그런데, 시민단체나 네티즌들은 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동의 없는 통화녹음’으로 불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는 알겠는데, 아예 금지하면 사회 고발이나 언론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얘깁니다. 현행법으로도 녹취록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제도를 활용할 수 있으니, 아예 금지하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입니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와 형수 사이의 녹취록은 2012년 8월, 수원지방법원이 ‘사생활에 관한 사적 대화 공개 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위반 시 1회당 5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동의 없는 통화녹음’을 금지하자는 쪽은 사생활 침해 우려를, 그렇지 않은 쪽은 금지 시 막말 같은 갑질이 많아지고 약자가 진실을 증명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막말 줄어드는 순기능도…금지 시 사회적 약자 고발 위축 개인적 경험을 보자면, 통화를 자동으로 녹음해주고 인공지능(AI)으로 텍스트로 풀어주기까지 하니, 대화할 때 좀 더 주의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동의 없는 통화녹음’이 가져온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죠. 무책임하게 내뱉지 않고 최대한 책임감을 가지려 노력합니다.아직 기사를 쓸 때 지인과의 과거 녹취록을 공개해서 그와 불편해진 적은 없지만, 가끔 받는 제보 메일의 상당수는 녹취 파일을 첨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방 동의 없이는 녹음을 못 하게 하면 언론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제보자는 줄어들 것 같습니다. 고발하는 사람 입장에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장치 중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입니다.같은 맥락에서 (사)오픈넷은 “갑질, 언어폭력, 협박, 성희롱 등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에게 통화나 현장 녹음은 강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라면서 “이 법안은 약자의 무기는 빼앗고, 강자의 자유는 더욱 보호하는 부정의한 결과를 낳을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음성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대화의 형식에는 음성 외에 문자도 있고, 영상 통화도 있습니다.음성권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메신저로 대화하는 문자권은 내버려두어도 괜찮은 걸까요? 음성이 문자보다 그 자체로 개인 식별이 쉽다고 해도, 메신저로 나눈 문자 역시 당시의 상황이나 맥락을 살피지 않는다면, 나중에 일부분만 공개돼 해석됐을 때 개인으로선 억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메신저 대화 역시 외부유출 금지법을 만들어야 할까요? 카카오톡 대화방 대화 유출 금지법 같은 것이요. 그런 기준이라면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만 가지 상황마다 이를 해결할 법령이 필요할 겁니다. ‘동의 없는 통화녹음’을 법으로 금지하려면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당장 몇 가지 폐해가 드러났다고 해서 성급하게 추진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도 ‘통화 중 녹음’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됐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아 기자 2022.08.2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사진=이미지투데이통화할 때 상대방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녹음하는 일을 금지해야 할까요. 최근 윤상현 의원(국민의힘)이 참여자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시끌시끌합니다.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하거나, 만남 시 현장에서 몰래 녹음하는 경우 등이 처벌대상이지요.아이폰에는 없는 기능…목소리 톤까지 공개돼 억울할 수도 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통화 녹음 기능은 사라지고, 스위치나 T전화 같은 자동녹음 앱도 없어지거나 기능이 바뀔 것 같습니다. 아이폰은 통화 녹음 기능이 없습니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의 13개 주(州)는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아이폰을 이용하는 기자들은 별도의 앱을 깔아 녹음 기능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 의원은 ①동의가 없는 녹음은 사생활의 자유나 통신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고 ②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지인과 편하게 나눈 말이나 격한 감정 상태에서 나눈 대화가 세월이 흘러 목소리 톤까지 그대로 공개되면 곤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특히 정치권에서 녹취록이나 메신저 대화방 노출로 불편했던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죠. 당장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와 나눈 대화 내용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형수 욕설 녹취 파일이 이슈였습니다.현행 민사상 손배 제도로 인격권 침해 최소화 가능그런데, 시민단체나 네티즌들은 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동의 없는 통화녹음’으로 불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는 알겠는데, 아예 금지하면 사회 고발이나 언론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얘깁니다. 현행법으로도 녹취록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제도를 활용할 수 있으니, 아예 금지하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입니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와 형수 사이의 녹취록은 2012년 8월, 수원지방법원이 ‘사생활에 관한 사적 대화 공개 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위반 시 1회당 5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동의 없는 통화녹음’을 금지하자는 쪽은 사생활 침해 우려를, 그렇지 않은 쪽은 금지 시 막말 같은 갑질이 많아지고 약자가 진실을 증명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막말 줄어드는 순기능도…금지 시 사회적 약자 고발 위축 개인적 경험을 보자면, 통화를 자동으로 녹음해주고 인공지능(AI)으로 텍스트로 풀어주기까지 하니, 대화할 때 좀 더 주의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동의 없는 통화녹음’이 가져온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죠. 무책임하게 내뱉지 않고 최대한 책임감을 가지려 노력합니다.아직 기사를 쓸 때 지인과의 과거 녹취록을 공개해서 그와 불편해진 적은 없지만, 가끔 받는 제보 메일의 상당수는 녹취 파일을 첨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방 동의 없이는 녹음을 못 하게 하면 언론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제보자는 줄어들 것 같습니다. 고발하는 사람 입장에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장치 중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입니다.같은 맥락에서 (사)오픈넷은 “갑질, 언어폭력, 협박, 성희롱 등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에게 통화나 현장 녹음은 강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라면서 “이 법안은 약자의 무기는 빼앗고, 강자의 자유는 더욱 보호하는 부정의한 결과를 낳을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음성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대화의 형식에는 음성 외에 문자도 있고, 영상 통화도 있습니다.음성권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메신저로 대화하는 문자권은 내버려두어도 괜찮은 걸까요? 음성이 문자보다 그 자체로 개인 식별이 쉽다고 해도, 메신저로 나눈 문자 역시 당시의 상황이나 맥락을 살피지 않는다면, 나중에 일부분만 공개돼 해석됐을 때 개인으로선 억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메신저 대화 역시 외부유출 금지법을 만들어야 할까요? 카카오톡 대화방 대화 유출 금지법 같은 것이요. 그런 기준이라면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만 가지 상황마다 이를 해결할 법령이 필요할 겁니다. ‘동의 없는 통화녹음’을 법으로 금지하려면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당장 몇 가지 폐해가 드러났다고 해서 성급하게 추진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도 ‘통화 중 녹음’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됐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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