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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갤러리] 어깃장 놓은 풍경…임현정 '이상한 세계에 낯선 사람들'
    어깃장 놓은 풍경…임현정 '이상한 세계에 낯선 사람들'
    오현주 기자 2022.06.30
    임현정 ‘이상한 세계에 낯선 사람들’(Strangers in A Strange World no.2·2020)(사진=에이라운지)[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개미 한 마리 더 얹는 것도 벅차다. 저토록 빽빽하게 들어찬 화면이라면. 공룡이 뚜벅거리고 오리가 산책 중인 동네에 난데없이 지붕에서 미끌어진 사람이 보이고 이 ‘난세’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이까지 서 있다. 그렇다고 ‘대충’이고 ‘설렁’인 것도 아니다. 멀리 아른대는 것부터 가까이 잡히는 것까지, 한 부분씩 떨어뜨려 재구성할 수 있을 만큼 진지하고 치밀하다. 하지만 전체를 엮어놓으면 말도 안 되는 상황. 이쯤 되면 눈치를 챘으려나. 이런 ‘버라이어티한’ 장면이 나올 수 있는 곳은 하나다. 누군가의 꿈 혹은 상상. 작가 임현정(35)은 현실과 초현실을 교묘히 섞어 ‘작가만의 전경’을 만든다. ‘나홀로’ 알아볼 수 있는 요소와 코드로 촘촘하게 화면을 짜내는 거다. 기억으로 바탕을 삼고 경험으로 살을 붙이는 이 작업을 두고 작가는 ‘내면 풍경 그리기’라고도 했더랬다. 그 풍경이 이번엔 조금 어깃장을 놓은 듯한데 ‘이상한 세계에 낯선 사람들’(Strangers in A Strange World no. 2·2020)이라니 말이다. 비논리는 기본이고 무의식은 옵션이지만, 저 복잡한 서사를 풍부하게 만드는 건 전적으로 보는 이의 상상에 달렸다. 7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백석동1가길 에이라운지서 박미라와 여는 2인전 ‘만화-경’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아크릴. 76.3×76.3㎝. 에이라운지 제공. 박미라 ‘연결된 시작’(2018), 종이에 잉크·펜·컬러펜, 30×42㎝(사진=에이라운지)
  • [e갤러리] 환영에 입힌 색…김강용 '리얼리티 이미지'
    환영에 입힌 색…김강용 '리얼리티 이미지'
    오현주 기자 2022.06.29
    김강용 ‘리얼리티 이미지’(Reality 1902-1855)(사진=갤러리LVS)[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대략 난감’이 아닌가. 눈을 위에서 내리든, 아래서 올리든 평평하게 끝날 거란 예상이 ‘돌출한 벽돌’에 부딪쳤으니 말이다. 이 연출을 회화라고 할까 조각이라고 할까. 말은 참 편한 ‘벽돌작업’은 작가 김강용(72)을 상징해왔다. 40여년 화업 내내 작가는 벽돌을 ‘쌓았’고, 벽돌은 작가를 ‘쌓았’다. 아니 사실은 쌓지 않았다. 그렸다. 주재료인 모래를 체로 걸러낸 뒤 접착제에 섞어 캔버스에 곱게 펴발랐으니까. 그렇다면 튀어나온 저 벽돌은? 저토록 멀쩡해 보이는 실체와 그 그림자까지 작가가 붓으로 만들어낸 착시효과다. 한마디로 ‘무늬만 벽돌’인 극사실주의 회화인 거다. 그 고차원적인 환영 덕에 한결같이 달아온 작품명이 되레 현실성을 얻는다. 연작 ‘리얼리티 이미지’(Reality Image·2019)가 그렇듯 “대상의 본질과 실재가 캔버스 안에 공존하는 형태”를 의미한다는 거다. 담백하게 회벽돌을 그리던 작업에 변화가 생긴 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다. 고운 색을 입히기 시작하자 환영에도 색이 생겼다. 화면 가득 채워내던 벽돌을 다 들어낸 건 최근. 그중 하나만 오롯이 남겼다. 벽돌이 드리운 그림자가 더 깊어졌다.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3727길 갤러리LVS서 여는 ‘김강용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혼합재료. 124×123.5㎝. 갤러리LVS 제공. 김강용 ‘리얼리티 이미지’(Reality Image 1904-1839·2019), 혼합재료, 162×132㎝(사진=갤러리LVS)김강용 ‘리얼리티 이미지’(Reality Image 1904-1839·2019), 혼합재료, 162×132㎝(사진=갤러리LVS)
  • [e갤러리] '템페라'를 기억하는 공간…홍범 '오후의 방'
    '템페라'를 기억하는 공간…홍범 '오후의 방'
    오현주 기자 2022.06.28
    홍범 ‘오후의 방’(사진=누크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둑한 공간이지만 두려운 분위기는 아니다. 아니 그 반대다. 차분히 가라앉은 정적이 묘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 이상이기도 하다. 언젠가 한 번쯤 들른 듯, 어디서 한 번쯤 보기라도 한 듯 푸근하기까지 한 거다. 사실은 누구도 가보지 못한 장소일 텐데. 작가 홍범(52)의 화두는 ‘기억’이다. 또 ‘공간’이다. 특별한 건 둘을 연결해 표현하는 방식이다. 한때의 기억이 불러온 감정을 실내공간을 빌려 드러낸다는데. 대부분 실내공간에서 생긴 감정을 기억이란 형태로 꺼내놓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고 할까. 그럼에도 끌어내는 공감력이 적잖다. 작가의 무의식에 깔린 기억을 건져 올린다는데, 비단 작가의 무의식만인 것도 아니다. ‘들른 듯, 본 듯’하기도 하니 말이다. ‘오후의 방’(2022)을 완성한, 점토로 만든 보드에 ‘템페라’란 물감을 올린 기법도 독특하다. 템페라는 유화가 대중화되기 이전, 그러니까 중세시대 작가들이 벽화나 패널화에 애용했던 물감이다. 언뜻 종교적 분위기를 내는 작품을 위해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재료까지 동원했다면 말이다. 그 자체로 이미 범상치는 않다.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34길 누크갤러리서 이은우와 여는 2인전 ‘실내’(Interior)에서 볼 수 있다. 실내공간에 놓인 사물을 모눈종이에 칼처럼 그려 신선한 시선과 해석을 꺼낸 이 작가의 작업과 겉은 달라도 속은 한 줄기다. 감상보단 읽게 만드는 작품, 그거다. 클레이보드에 템페라. 45.7×61㎝. 누크갤러리 제공. 홍범 ‘잊혀진 마을’(2022), 에칭페이퍼에 펜·연필·색연필·그래피티파우더, 30.5×40.3㎝(사진=누크갤러리)이은우 ‘그리기’(2022), 모눈종이에 연필·색연필·시트지, 30×21㎝(사진=누크갤러리)이은우 ‘그리기’(2022), 모눈종이에 연필·색연필·시트지, 30×21㎝(사진=누크갤러리)
  • [e갤러리] 과일은 구상 접시는 추상…정지원 '아침식탁'
    과일은 구상 접시는 추상…정지원 '아침식탁'
    오현주 기자 2022.06.27
    정지원 ‘아침식탁’(Morning Table·2022)(사진=갤러리도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둥글둥글한 ‘구’가 널렸다. 상상력을 동원하면 아예 못 맞출 장면도 아니다. 어슴푸레 형상이 잡히는 거다.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도 않는 이 세계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작품명이 해결했다. ‘아침식탁’(Morning Table·2022)이란다. 둥근 테이블 곁에 둥근 의자, 그 위에 올린 둥근 과일과 둥근 접시가 갑자기 한눈에 들어오지 않나. 작가 정지원이 그려낸 작품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가는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작업한단다. 그런데 정작 드러낸 화면은 평범하지도, 일상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거다. 표현을 더 했거나 덜 했으려나. 더 했다면 좀더 형체를 드러낸 ‘구상’이 됐을 테고, 덜 했다면 아예 형체를 감춘 ‘추상’이 됐을 텐데. 왜 굳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모호함인가. 이에 작가는 “일상의 모호함이 그렇지 않겠느냐”고 한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이 상상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자 추상과 구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매개체”라는 거다. 덕분에 작가의 작업은 한층 무게감을 덜어냈다. 그저 붓 가는 길을 경쾌하게 냈을 뿐이라고 할까. 무게를 덜어낸 운동감, 복잡함을 뺀 단순함을 좇는 재미가 있다.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갤러리도스서 여는 개인전 ‘생:색’(Life:Color)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90×72㎝. 갤러리도스 제공. 정지원 ‘스케이팅’(Skating·2022), 캔버스에 오일, 130×97㎝(사진=갤러리도스)정지원 ‘도시의 사람들’(2022), 캔버스에 오일, 100×80㎝(사진=갤러리도스)
  • [e갤러리] 세상은 한폭 오리의 뱃놀이…정학진 '꽥꽥이의 옥순봉 기행'
    세상은 한폭 오리의 뱃놀이…정학진 '꽥꽥이의 옥순봉 기행'
    오현주 기자 2022.06.27
    정학진 ‘꽥꽥이의 옥순봉 기행’(사진=갤러리그림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하늘에 닿을 듯 치솟은 기암절벽을 따라 한참 시선을 내리면 그제야 물이 보인다. 산신령이 서 있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깊은 산세에 총총히 박힌 소나무까지 고풍스러운 풍경. 전형적인 옛 산수화 그대로다. 나뭇배 위에 서서 긴 노를 젓는 뱃사공만 봐도 ‘공식’을 비켜가지 않는다. 그런데 반전은 바로 배 위에서 벌어졌다. 무심코 들여다본 그 속에 거대한 강아지를 앞세운, 알록달록하게 차려입은 오리 한 마리가 보이니 말이다. 저 오리가 ‘꽥꽥이’인 건 작품명에서 확인했다. ‘꽥꽥이의 옥순봉 기행’(2022)이란다. 작가 정학진은 전통에 현대를 얹는 작업을 한다. 그저 요즘 사물 한 조각 올리고 마는 것도 아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질적이지 않은 조화가 핵심인 거다. 북실한 털실로 ‘제작’한 꽥꽥이는 작가가 즐겨 옮겨놓는 대상. “김홍도의 병진년 화첩을 보다 ‘옥순봉도’에 매료됐고, 나는 못 가는 그곳에 애착인형 꽥꽥이라도 다녀오라고 보냈다”고 했다.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그림손서 여는 곽윤미·김수민·김숙경·김유미·김정우·노경아·양혜진·이초아·이효정·장유리·장재연·최지현·최지희 등 14인 작가 기획전 ‘전통의 재해석’에서 볼 수 있다. 비단에 석채를 올리는, 조선시대 궁중화가가 즐겨썼다는 진채법을 고수한 작업으로 꾸렸다. 비단에 진채. 65×50㎝. 갤러리그림손 제공. 최지현 ‘스타워즈 에피소드 K: 마지막 세레모니’(Star Wars Episode K: The Last Ceremony·2022), 비단에 진채, 60×80㎝(사진=갤러리그림손)
  • [e갤러리] 지질도 풍경이다…마르셀로 로 기우디체 '에덴 프리마베라'
    지질도 풍경이다…마르셀로 로 기우디체 '에덴 프리마베라'
    오현주 기자 2022.06.27
    마르셀로 로 기우디체 ‘에덴 프리마베라’(Eden Primavera·2015)(사진=오페라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선뜻 다가서게 한 건 ‘오방색’의 마력이다. 강렬한 원색을 한 화면에 정교하게 담아내는 건 한국 전통에서만 도드라진 줄 알았으니까. 게다가 심심한 수평도 아니고 불안한 수직도 아닌 안정적인 십자구도에 올린 ‘색’이 아닌가. 멀리에선 구도에 올라타기 위해 뭉치고 번진 색덩이로만 보이던 것이 점점 눈을 갖다 댈수록 하나하나 제 색 살리기 위한 제스처로 와서 박힌다. 꿈틀거리며 헤쳐모이기를 하고 있단 뜻이다. ·이탈리아 작가 마르셀로 로 기우디체(65)는 추상표현주의로 풍경을 그린다. 겉의 풍광에 몰입하는 그 이상이다. 작가가 보는 건 ‘속’이다. 대학에서 전공했다는 지질학 지식, 토양과 광물에 대한 관심이 여느 작가가 보지 못한 것을 옮겨내는데. 마치 오랜 시간 축적된 대지인 양 피그먼트(안료)를 두껍게 쌓아올리고, 절대로 매끈할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은 거친 질감으로 표현했다. 효과를 극대화한 도구는 역시 색이다. 단순하지만 뜨거운 에너지를 품고 감히 인간은 어쩌지 못하는 산·호수·사막·화산 등 거대 자연에 대한 영감을 폭발시키는 거다. ‘에덴의 봄’으로 번역할 ‘에덴 프리마베라’(Eden Primavera·2015)는 그 대표작.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순수한 낙원이란 ‘에덴’을 이렇게 본다. 7월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154길 오페라갤러리 서울서 여는 개인전 ‘에덴의 색’(Colours of Eden)에서 볼 수 있다. 아시아 첫 개인전이다. 캔버스에 오일·피그먼트. 130×130㎝. 오페라갤러리 제공. 마르셀로 로 기우디체 ‘블루 유니버스’(Blu Univers·2016), 캔버스에 오일·피그먼트, 100×100㎝(사진=오페라갤러리)르셀로 로 기우디체 ‘오렌지 불칸’(Orange Vulcan·2018), 캔버스에 오일·피그먼트, 100×100㎝(사진=오페라갤러리)
  • [e갤러리] 아름다운 '고발' 구겨진 '미학'…김춘환 '만화경'
    아름다운 '고발' 구겨진 '미학'…김춘환 '만화경'
    오현주 기자 2022.06.24
    김춘환 ‘만화경’(사진=가나아트)[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굵직한 주름 사이로 슬쩍 보이는 ‘알파벳 문자’. 분명 포장지로 썼을 커다란 종이를 여미고 뭉쳐 ‘구김의 미학’을 실현했다고 할까. 하지만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미학’보단 ‘고발’에 가까우니까. 작가 김춘환(54)이 한 줄 한 줄 주름으로 쌓아올린 저 ‘등고선’ 형상이 말이다. 어느 쓰레기통 혹은 폐품처리장에서 발견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일상 속 인쇄물이라서다. “주로 과월호 잡지나 광고물, 포장지” 등을 단순한 구김부터 정교한 분해까지 ‘반죽하고 떼어내는’ 과정을 통해 캔버스 혹은 나무패널에 붙여내는 작업을 한단다. 굳이 왜 폐지를? “소비문화의 폐해를 꼬집으려고.” 변형되고 일그러진 덩어리가 놓쳐버린 본질과 메시지, 결국 껍데기만 남긴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거다. 최근에는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예전 광고물·포장지의 원본을 복제한 ‘새로운 재료’를 등장시킨 거다. 연작 중 한 점인 ‘만화경’(Kaleidoscope 210703·2021)은 환경과 조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그 의미 그대로다. 그 끝을 좇다 보면 표류하는 이미지, 넘쳐나는 정보, 내용도 모른 채 따라나선 현대인의 가벼운 삶이 총총 박혀 있다.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가나아트나인원서 여는 ‘김춘환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패널에 종이. 42×32㎝. 가나아트 제공. 김춘환 ‘만화경’(Kaleidoscope 210905·2021), 캔버스에 종이, 130×130㎝(사진=가나아트)김춘환 ‘정물’(Still Life·2019), 패널에 종이, 150×150㎝(사진=가나아트)
  • [e갤러리] 말 거는 야구공, 생각케 하는 농구공…노보 '무제'
    말 거는 야구공, 생각케 하는 농구공…노보 '무제'
    오현주 기자 2022.06.23
    노보 ‘무제’(사진=도잉아트)[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운동을 좋아하는 이에게 갈 선물세트로 ‘맞춤’ 아닌가. 경기장 네트를 묶어 만든 듯한, 구멍숭숭한 포장지에 농구공·축구공·야구공을 3종세트로 묶고 ‘슈퍼스포츠’라는 라벨까지 달아뒀다. 작가 노보(본명 강정은·40)의 작업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생활밀착형’이라 할 만하다. 굳이 그렇게 특화한 건 여느 작가들이 그나마 수월하게 소재를 찾는 ‘일상의 풍경’쯤으로 뭉뚱그릴 게 아니라서다. 섬세한 관찰이 불러일으키는 감정, 또 감정이 움직이는 붓질로 작가 주변의 사물·풍경 등에 생기를 북돋우고 있으니. 하지만 그보다 특별한 건, 작가가 감정을 이입하고 붓질 혹은 콜라주를 보태는 대상이다. 그림 밖 어딘가에 숨어 있을 사람이 아닌 그림 안에 둔 사물 그 자체처럼 보이는 건데. ‘무제’(2022)에 든 공이 그렇지 않은가. 뭔가 말을 거는 듯, 나아가 그 말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하는 거다. 그 ‘말’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물감에 어울린 콜라주로 작품에 풍미를 더했다. 정석을 따르지 않은, 명암·원근 따위는 대체로 무시하는 회화작업 덕에 얻는 게 되레 많아졌다. 25일까지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25길 도잉아트서 강목·구나현·김영준·김윤섭·김찬송·문규화·이도경·임지민과 여는 9인 기획전 ‘경쾌한 자서전’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혼합재료. 100×80.3㎝. 도잉아트 제공.
  • [e갤러리] 더 잃을 것 없는 무게를 좇아…손은아 '사라지기 전의 기억'
    더 잃을 것 없는 무게를 좇아…손은아 '사라지기 전의 기억'
    오현주 기자 2022.06.18
    손은아 ‘사라지기 전의 기억’(사진=레이블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거대한 천막으로 싸고 튼튼한 줄로 묶었다. 세월의 때가 내려앉은 누르스름하고 불그스름한 천막은 집채를 싸도 될 크기일 거다. 혹여 그 치렁거림이 발아래서 팔랑거릴까 콘크리트 덩어리로 눌러두기까지 했다. 낡은 골목 낡은 가게, 저토록 총총하게 싸맨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일까 싶지만, 한때 누구에게는 전부였던 거다. 그 한때의 무게를 좇아 화면에 차곡차곡 담아낸 이는 작가 손은아다. 작가는 낡은 것에 드리운 ‘흔적의 아름다움’을 옮기는 작업을 한다. 무엇보다 오래된 골목과 옛거리에 놓인 인생의 희로애락을 찾아다니는 일이다. 기계는 모두 실어낸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공장, 사람들로 늘 북적였을 간판 떨어진 상가, 대형마트에 밀려 결국 문을 닫았을 동네상회 등을 따라 덤덤하게 붓길을 내는 건데. 더 이상 아무도 챙기지 않는 곳에서 주워든 서정을 쓸쓸한 회색톤으로 옮겨냈다. 굳이 ‘흔적의 아름다움’이라지만 그보단 사실 애처로움이다. ‘없어질’ 현실에 자꾸 들러붙는 ‘없어지지 않을’ 마음이 보이는 거다. 깔끔하고 환하고 각이 딱 잡힌 오늘에 말없이 꺼내놓은 부서지고 엉키고 상처 난 ‘사라지기 전의 기억’(2019)이다. 24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26길 레이블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골목에 들어가기’(Into the Corner)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80×150㎝. 레이블갤러리 제공. 손은아 ‘신 M’(Scene M·2022), 캔버스에 오일, 118×73㎝(사진=레이블갤러리)손은아 ‘신 K-2’(Scene K-2·2022), 캔버스에 오일, 130×80㎝(사진=레이블갤러리)손은아 ‘사라지기 전의 기억’(2018), 캔버스에 오일, 180×150㎝(사진=레이블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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