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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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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널브러지고 꼬이고 엉킬수록 '선명하다' [e갤러리]
    김윤아 ‘기댈 수 없는 의자’(Unrelenting Chair·2022), 헌옷·흙·나무·바니시, 가변크기(사진=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아슬아슬 버티고 선 흰 의자. 피노키오 코처럼 길게 늘어난 데다가 공중으로 치솟을수록 기울기가 커진 통에 버티고 선 것도 용하다 싶다. 서커스단의 공연에나 등장할 법한 자태가 아닌가. 사실 ‘퍼포먼스’ 중인 이 의자에서 눈여겨볼 건 따로 있다. 긴 등받이를 칭칭 감고 있는 천, 아니 옷이다. 백허그하듯 등받이를 감싼 것도 모자라 두 팔을 묶어 결박하기까지 했는데. 작가 김윤아의 ‘무기’가 다시 찾아왔다. 헌옷 말이다. 작가의 작업은 헌옷에서 스멀스멀 삐져나오는 영감을 낚아채는 일부터다. 널브러졌을수록, 꼬이고 엉키고 구겨졌을수록 헌옷의 가치는 높아진다. 빨아서 말리고 색을 빼고 색을 입히는, 한마디로 때 빼고 광 내는 작가의 중노동을 입고선 ‘환골탈태’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니까. 그 과정에서 어떤 오브제는 ‘헌’ 옷과 뭉쳐 ‘새’ 뜻을 만들기도 하는 거다. ‘기댈 수 없는 의자’(Unrelenting Chair·2022) 역시 그렇게 나왔다. 효용중단·용도폐기에 빠진 테마를 건져 ‘뜻밖의 형체’로 빚어냈다. 빨간 커튼, 빨간 카펫 덕에 ‘뜻밖’도 ‘형체’도 더 선명하다. 12월 7일까지 청주 상당구 용암로55 청주시립도서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서 여는 개인전 ‘완벽한 식탁’(The Perfect Table)에서 볼 수 있다. 완벽한 식탁은 “매달 꼬박 밀려드는 공과금 용지 밑에 깔려버린 사랑이야기”라고 했다. 현실에 밀린 참담한 사랑이 이렇게 한상 차려졌다. 김윤아 ‘미니가 헌정한 미키의 비석’(2022), 헌옷·흙·재활용플라스틱·바니시, 20×15×115㎝(사진=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김윤아 ‘사랑의 트로피’(2022), 혼합매체, 20×20×54㎝(사진=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오현주 기자 2022.12.03
    김윤아 ‘기댈 수 없는 의자’(Unrelenting Chair·2022), 헌옷·흙·나무·바니시, 가변크기(사진=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아슬아슬 버티고 선 흰 의자. 피노키오 코처럼 길게 늘어난 데다가 공중으로 치솟을수록 기울기가 커진 통에 버티고 선 것도 용하다 싶다. 서커스단의 공연에나 등장할 법한 자태가 아닌가. 사실 ‘퍼포먼스’ 중인 이 의자에서 눈여겨볼 건 따로 있다. 긴 등받이를 칭칭 감고 있는 천, 아니 옷이다. 백허그하듯 등받이를 감싼 것도 모자라 두 팔을 묶어 결박하기까지 했는데. 작가 김윤아의 ‘무기’가 다시 찾아왔다. 헌옷 말이다. 작가의 작업은 헌옷에서 스멀스멀 삐져나오는 영감을 낚아채는 일부터다. 널브러졌을수록, 꼬이고 엉키고 구겨졌을수록 헌옷의 가치는 높아진다. 빨아서 말리고 색을 빼고 색을 입히는, 한마디로 때 빼고 광 내는 작가의 중노동을 입고선 ‘환골탈태’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니까. 그 과정에서 어떤 오브제는 ‘헌’ 옷과 뭉쳐 ‘새’ 뜻을 만들기도 하는 거다. ‘기댈 수 없는 의자’(Unrelenting Chair·2022) 역시 그렇게 나왔다. 효용중단·용도폐기에 빠진 테마를 건져 ‘뜻밖의 형체’로 빚어냈다. 빨간 커튼, 빨간 카펫 덕에 ‘뜻밖’도 ‘형체’도 더 선명하다. 12월 7일까지 청주 상당구 용암로55 청주시립도서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서 여는 개인전 ‘완벽한 식탁’(The Perfect Table)에서 볼 수 있다. 완벽한 식탁은 “매달 꼬박 밀려드는 공과금 용지 밑에 깔려버린 사랑이야기”라고 했다. 현실에 밀린 참담한 사랑이 이렇게 한상 차려졌다. 김윤아 ‘미니가 헌정한 미키의 비석’(2022), 헌옷·흙·재활용플라스틱·바니시, 20×15×115㎝(사진=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김윤아 ‘사랑의 트로피’(2022), 혼합매체, 20×20×54㎝(사진=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 [e갤러리] '고무찰흙'으로 마시는 와인…서지형 'K의 금요일'
    서지형 ‘K의 금요일 5’(2022 사진=최정아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더 덜어낼 수 없을 만큼 ‘심플’하다. 얼마나 비웠을지 알 수 없는 와인병 하나에 반쯤 채운 와인잔 하나가 전부니까. 다른 작품이라고 다를 게 없다. 커피 그라인더 하나에 드립커피 주전자 하나가 전부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파랑새 한 마리뿐이기도 하다. 작가 서지형(44)은 누구나 아는 소재로 누구나 한번쯤 연출했을 만한 일상의 장면을 꺼내놓는다. 사실 여기까지라면 특이할 게 없다. 독특한 것은 표현기법, 바로 재료다. 고무찰흙을 나무판에 붙여 부조 혹은 입체로 빚어내니까. 물에 이기면 끈적해지는 점토 형태의 고무찰흙을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끌어올려 형체를 빛고 그 위에 아크릴물감을 얹어 색감을 입힌다. 작업의 바탕은 ‘기억’이라고 했다. 작가는 “작업의 모티프가 되는 ‘기억’은 나 자신을 구성하는 자체이자 모든 관계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향수가 잔뜩 녹아있는 고무찰흙으로, 향수를 만들어가는 중인 ‘지금’을 빚어내는 거다. ‘K의 금요일 5’(2022)는 그중 한 점이 될 터. 와인병 라벨의 ‘제품명’이 재미있다. ‘트러블메이커’란다. 말썽꾸러기란 뜻인데, 실제 이런 와인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3나길 최정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다시, 내일의 기억’에서 볼 수 있다. 합판에 고무찰흙·아크릴. 31×43㎝. 최정아갤러리 제공. 서지형 ‘커피 5’(2022), 합판에 고무찰흙·아크릴, 27×37㎝(사진=최정아갤러리)서지형 ‘파랑새 3’(2022), 합판에 고무찰흙·아크릴, 61×60㎝(사진=최정아갤러리)
    오현주 기자 2022.11.24
    서지형 ‘K의 금요일 5’(2022 사진=최정아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더 덜어낼 수 없을 만큼 ‘심플’하다. 얼마나 비웠을지 알 수 없는 와인병 하나에 반쯤 채운 와인잔 하나가 전부니까. 다른 작품이라고 다를 게 없다. 커피 그라인더 하나에 드립커피 주전자 하나가 전부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파랑새 한 마리뿐이기도 하다. 작가 서지형(44)은 누구나 아는 소재로 누구나 한번쯤 연출했을 만한 일상의 장면을 꺼내놓는다. 사실 여기까지라면 특이할 게 없다. 독특한 것은 표현기법, 바로 재료다. 고무찰흙을 나무판에 붙여 부조 혹은 입체로 빚어내니까. 물에 이기면 끈적해지는 점토 형태의 고무찰흙을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끌어올려 형체를 빛고 그 위에 아크릴물감을 얹어 색감을 입힌다. 작업의 바탕은 ‘기억’이라고 했다. 작가는 “작업의 모티프가 되는 ‘기억’은 나 자신을 구성하는 자체이자 모든 관계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향수가 잔뜩 녹아있는 고무찰흙으로, 향수를 만들어가는 중인 ‘지금’을 빚어내는 거다. ‘K의 금요일 5’(2022)는 그중 한 점이 될 터. 와인병 라벨의 ‘제품명’이 재미있다. ‘트러블메이커’란다. 말썽꾸러기란 뜻인데, 실제 이런 와인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3나길 최정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다시, 내일의 기억’에서 볼 수 있다. 합판에 고무찰흙·아크릴. 31×43㎝. 최정아갤러리 제공. 서지형 ‘커피 5’(2022), 합판에 고무찰흙·아크릴, 27×37㎝(사진=최정아갤러리)서지형 ‘파랑새 3’(2022), 합판에 고무찰흙·아크릴, 61×60㎝(사진=최정아갤러리)
  • [e갤러리] 별 없는 밤 별 세는 남자…사윤택 '별 헤는 밤'
    사윤택 ‘별 헤는 밤’(2022·사진=예울마루)[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검은 밤, 삼각지붕집 안에 한 남자가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 어느 찰나를 포착해야 하는 평면작업의 숙명과 한계는, 최소한 이 장면에선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달이 하늘에 머무는 동안의 시간대를 긴 그림자로 펼쳐내고 있으니까. 평범한 일상인 듯, 장엄한 우주인 듯 시선에 따라 여러 해석을 꺼낼 수 있는 이 전경은 작가 사윤택(51)의 ‘특별한 경험’이 빚어냈다. 전남 여수시 장도에 머물며 보고 겪고 느낀 교감이자 기록이라니까. “눈만 뜨면 바라다보는 ‘출렁-찰랑’거리는 물결로부터의 멍한 감각,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이 초점 없이 펼쳐지는 밤의 어둠은 온전히 물성에 대한 감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그 감각을 겹겹이 화면에 채워 올리며 그리는 일을 다시 탐색하게 됐다는 거다. 덕분에 그간의 작업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 소소한 풍경에서 도드라진 인물·사물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잡아내는 게 작가세계의 핵심이었으니까. 별도 뜨지 않은 밤을 그린 ‘별 헤는 밤’(2022)이 그 ‘순간’의 폭을 크게 넓힌 듯하다. 24일까지 전남 여수시 예울마루로 GS칼텍스 예울마루 장도전시관서 여는 창작스튜디오3기 장기입주작가전 ‘장도-우주-물성적 사태’에서 볼 수 있다. 김방주·사윤택·서국화, 3명의 작가가 장도에 머물며 작업한 성과를 내보인 전시 중 두번째다. 캔버스에 오일. 162×132㎝. 예울마루 제공. 사윤택 ‘장도 기록: 이집트 벽화 오마주’(2022), 캔버스에 오일, 155×182㎝(사진=예울마루)
    오현주 기자 2022.11.22
    사윤택 ‘별 헤는 밤’(2022·사진=예울마루)[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검은 밤, 삼각지붕집 안에 한 남자가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 어느 찰나를 포착해야 하는 평면작업의 숙명과 한계는, 최소한 이 장면에선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달이 하늘에 머무는 동안의 시간대를 긴 그림자로 펼쳐내고 있으니까. 평범한 일상인 듯, 장엄한 우주인 듯 시선에 따라 여러 해석을 꺼낼 수 있는 이 전경은 작가 사윤택(51)의 ‘특별한 경험’이 빚어냈다. 전남 여수시 장도에 머물며 보고 겪고 느낀 교감이자 기록이라니까. “눈만 뜨면 바라다보는 ‘출렁-찰랑’거리는 물결로부터의 멍한 감각,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이 초점 없이 펼쳐지는 밤의 어둠은 온전히 물성에 대한 감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그 감각을 겹겹이 화면에 채워 올리며 그리는 일을 다시 탐색하게 됐다는 거다. 덕분에 그간의 작업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 소소한 풍경에서 도드라진 인물·사물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잡아내는 게 작가세계의 핵심이었으니까. 별도 뜨지 않은 밤을 그린 ‘별 헤는 밤’(2022)이 그 ‘순간’의 폭을 크게 넓힌 듯하다. 24일까지 전남 여수시 예울마루로 GS칼텍스 예울마루 장도전시관서 여는 창작스튜디오3기 장기입주작가전 ‘장도-우주-물성적 사태’에서 볼 수 있다. 김방주·사윤택·서국화, 3명의 작가가 장도에 머물며 작업한 성과를 내보인 전시 중 두번째다. 캔버스에 오일. 162×132㎝. 예울마루 제공. 사윤택 ‘장도 기록: 이집트 벽화 오마주’(2022), 캔버스에 오일, 155×182㎝(사진=예울마루)
  • 풀 말리는 '뱀파이프' 미스터리…멕시코 MZ작가의 튀는 붓맛 [e갤러리]
    베이롤 히메네즈 ‘가을’(Fall·2022), 캔버스에 오일, 180×140㎝(사진=페레스프로젝트)[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흐느적거리다 축 늘어진다. 배배 꼬이기도 하고 공처럼 뭉치기도 하고. 누렇게 말라 나풀거리는 긴 줄은 한때 푸른 생기를 머금었을 ‘풀’이다. 싱싱하던 식물이 때를 맞아 누렇게 타들어가는 일이야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그 ‘때’를, 뱀 형상을 한 파이프가 제공한 듯한 의심이 생기는 거다. 이쯤 되면 이 장면을 과학으로 봐야 할지 예술로 봐야 할지 헷갈리기도 할 터. 대단히 자유롭지만 여전히 낯선 이 장면은 멕시코작가 베이롤 히메네즈(38)의 붓끝에서 나왔다. 국경 없는 캔버스에 굳이 경계를 만들 이유야 없지만, 작가의 생경한 화면은 ‘멕시코’를 그어내서다. 자연과 역사로 형체를 만들고, 신화와 문화로 색을 내렸으니. 다만 작품에 연이어 등장하는 패턴이 시공간의 고유한 특성은 아니라고 했다. 결국 “인류가 공통으로 갖는 가치, 또 함께 추구하는 가치”라고. ‘가을’ 혹은 ‘떨어지다’(Fall·2022) 어떤 쪽 번역이어도 상관없을 작품은, 그 장구한 서사에서 끊어낸 한 장면인 듯한 스토리를 길어올리고 있다. 12월 2일까지 서울 중구 동호로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서 여는 개인전 ‘분주한 거리의 들풀’(Grass on a Busy Street)에서 볼 수 있다. 멕시코 MZ세대 작가의 튀는 붓맛을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한국에서 연 첫 개인전에 ‘식물’을 소재로 삼아 그린 9점을 걸었다. 베이롤 히메네즈 ‘살아있는 꽃병’(Living Flower Vase·2022), 캔버스에 오일, 180×140 ㎝(사진=페레스프로젝트)베이롤 히메네즈 ‘옥수수씨의 정신’(The Spirit of the Corn Seeds·2022), 캔버스에 오일, 180×140㎝(사진=페레스프로젝트)베이롤 히메네즈 ‘산의 정령’(Mountain Spirit·2022), 캔버스에 오일, 180×140㎝(사진=페레스프로젝트)
    오현주 기자 2022.11.18
    베이롤 히메네즈 ‘가을’(Fall·2022), 캔버스에 오일, 180×140㎝(사진=페레스프로젝트)[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흐느적거리다 축 늘어진다. 배배 꼬이기도 하고 공처럼 뭉치기도 하고. 누렇게 말라 나풀거리는 긴 줄은 한때 푸른 생기를 머금었을 ‘풀’이다. 싱싱하던 식물이 때를 맞아 누렇게 타들어가는 일이야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그 ‘때’를, 뱀 형상을 한 파이프가 제공한 듯한 의심이 생기는 거다. 이쯤 되면 이 장면을 과학으로 봐야 할지 예술로 봐야 할지 헷갈리기도 할 터. 대단히 자유롭지만 여전히 낯선 이 장면은 멕시코작가 베이롤 히메네즈(38)의 붓끝에서 나왔다. 국경 없는 캔버스에 굳이 경계를 만들 이유야 없지만, 작가의 생경한 화면은 ‘멕시코’를 그어내서다. 자연과 역사로 형체를 만들고, 신화와 문화로 색을 내렸으니. 다만 작품에 연이어 등장하는 패턴이 시공간의 고유한 특성은 아니라고 했다. 결국 “인류가 공통으로 갖는 가치, 또 함께 추구하는 가치”라고. ‘가을’ 혹은 ‘떨어지다’(Fall·2022) 어떤 쪽 번역이어도 상관없을 작품은, 그 장구한 서사에서 끊어낸 한 장면인 듯한 스토리를 길어올리고 있다. 12월 2일까지 서울 중구 동호로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서 여는 개인전 ‘분주한 거리의 들풀’(Grass on a Busy Street)에서 볼 수 있다. 멕시코 MZ세대 작가의 튀는 붓맛을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한국에서 연 첫 개인전에 ‘식물’을 소재로 삼아 그린 9점을 걸었다. 베이롤 히메네즈 ‘살아있는 꽃병’(Living Flower Vase·2022), 캔버스에 오일, 180×140 ㎝(사진=페레스프로젝트)베이롤 히메네즈 ‘옥수수씨의 정신’(The Spirit of the Corn Seeds·2022), 캔버스에 오일, 180×140㎝(사진=페레스프로젝트)베이롤 히메네즈 ‘산의 정령’(Mountain Spirit·2022), 캔버스에 오일, 180×140㎝(사진=페레스프로젝트)
  • [e갤러리] 산과 물 길어낸 '오렌지'…이일구 '저 높은 곳에'
    이일구 ‘저 높은 곳에’(2022·사진=갤러리인사1010)[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검은 것은 산이고 흰 것은 물이다. 굳이 산과 물이 아니어도 희고 검게 나뉜 세상구경은 처음도 아니다. 하지만 흑백 전경에 저토록 화려한 화룡점정은 다신 없을 광경이 아닌가. 빨강보다 튀는 오렌지색, 지붕과 지붕을 맞댄 집 두 채로 산세의 분위기를 통째 바꿔버렸으니. 작가 이일구(66)는 단연 수묵화다. 먹의 깊이와 밀도, 번짐을 알고, 얇디얇은 한지에 그 전부를 심어낼 수 있는 붓선을 가졌단 얘기다. 그렇게 아쉬울 것 없는 무채색 세계를 빚어내던 작가에게 ‘오렌지’는 용기이자 실험이었을 터. 동서양의 극적인 랑데부가 된 이 조화는 진중하지만 공허할 수밖에 없는 무거운 시공간에 강렬한 파동을 만들었다. 그것이 희열이든, 성찰이든, 파격이든, 반전이든 간에 말이다. 사실 수묵화에 아크릴물감으로 찍어낸 ‘포인트컬러’는 이미 작가의 장기다. 그럼에도 “구도의 절제, 형태의 단순화, 수묵의 번짐으로 동양적 사유인 ‘무위자연’을 구현하고자 한다”는 의도는 여전히 단단하다. ‘산은 산, 물은 물’이란 철학이 흔들릴 리 없단 뜻이다. 아니 되레 선명해졌다. ‘저 높은 곳에’(2022) 올린 오렌지색 삼각지붕 덕에 말이다.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인사1010서 여는 개인전 ‘자연을 품다: 산산산 물물물’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먹·아크릴. 65×53㎝. 갤러리인사1010 제공. 이일구 ‘산산물물’(2022), 한지에 먹·아크릴, 131×87㎝(사진=갤러리인사1010)이일구 ‘달빛 흐르고’(2022), 화선지에 먹·아크릴, 93×63㎝(사진=갤러리인사1010)이일구 ‘산산산’(2022), 한지에 먹·아크릴, 155×82㎝(사진=갤러리인사1010)
    오현주 기자 2022.11.16
    이일구 ‘저 높은 곳에’(2022·사진=갤러리인사1010)[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검은 것은 산이고 흰 것은 물이다. 굳이 산과 물이 아니어도 희고 검게 나뉜 세상구경은 처음도 아니다. 하지만 흑백 전경에 저토록 화려한 화룡점정은 다신 없을 광경이 아닌가. 빨강보다 튀는 오렌지색, 지붕과 지붕을 맞댄 집 두 채로 산세의 분위기를 통째 바꿔버렸으니. 작가 이일구(66)는 단연 수묵화다. 먹의 깊이와 밀도, 번짐을 알고, 얇디얇은 한지에 그 전부를 심어낼 수 있는 붓선을 가졌단 얘기다. 그렇게 아쉬울 것 없는 무채색 세계를 빚어내던 작가에게 ‘오렌지’는 용기이자 실험이었을 터. 동서양의 극적인 랑데부가 된 이 조화는 진중하지만 공허할 수밖에 없는 무거운 시공간에 강렬한 파동을 만들었다. 그것이 희열이든, 성찰이든, 파격이든, 반전이든 간에 말이다. 사실 수묵화에 아크릴물감으로 찍어낸 ‘포인트컬러’는 이미 작가의 장기다. 그럼에도 “구도의 절제, 형태의 단순화, 수묵의 번짐으로 동양적 사유인 ‘무위자연’을 구현하고자 한다”는 의도는 여전히 단단하다. ‘산은 산, 물은 물’이란 철학이 흔들릴 리 없단 뜻이다. 아니 되레 선명해졌다. ‘저 높은 곳에’(2022) 올린 오렌지색 삼각지붕 덕에 말이다.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인사1010서 여는 개인전 ‘자연을 품다: 산산산 물물물’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먹·아크릴. 65×53㎝. 갤러리인사1010 제공. 이일구 ‘산산물물’(2022), 한지에 먹·아크릴, 131×87㎝(사진=갤러리인사1010)이일구 ‘달빛 흐르고’(2022), 화선지에 먹·아크릴, 93×63㎝(사진=갤러리인사1010)이일구 ‘산산산’(2022), 한지에 먹·아크릴, 155×82㎝(사진=갤러리인사1010)
  • 샤프심의 미학…회화의 굵기를 뒤집다 [e갤러리]
    윤상렬 ‘침묵 CC-16’(Silence CC-16·2022), 종이에 샤프펜슬·아크릴·디지털프린팅, 122×92㎝(사진=이유진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촘촘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바늘 하나라도 들여보낼 수 있을까. 실보다 가는 선도 신기한 노릇인데, 그 선이 색색까지 입었다. 작가 윤상렬(52)은 섬세한 선으로 회화의 굵기를 뒤집는 작업을 한다. ‘신의 명기’와 다를 게 없는 작업방식부터 보자. 종이에 손으로 직선 드로잉을 그은 다음, 다양한 굵기·색을 가진 날카로운 선을 디지털프린팅을 해 아크릴 판에 겹쳐 올린단다. 그 위에 유리액자처럼 반사하는 층을 더하고 나무프레임으로 형상을 가둔다고 했다. 엄격한 질서를 만든 선의 변주, 여기에 등장하는 주요 도구가 있으니 ‘샤프심’이다. 작가의 ‘직선 드로잉’이란 건 대형 제도판에 별별 두께의 샤프심을 무수하게 그어낸 작업을 말한다. 종이와 샤프심, 또 디지털 프린팅. 엇박자를 내는 이들 재료를 한데 묶는 작업을 두고 작가는 “시대와 환경에서 변화하는 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라고 말하기도 했더랬다. 그 겹겹이 만든 미묘한 세상을, 2010년부터 시작했다는 연작 중 한 점인 ‘침묵’(Silence) CC-16’(2022)에서 읽어내게 한 거다.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 이유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조금 조금 조금’(A Little A Little A Little)에서 볼 수 있다. 회화작품 20여점을 걸었다. 윤상렬 ‘침묵 MSQ-4’(Silence MSQ-4·2020), 종이에 샤프펜슬·아크릴·디지털프린팅, 34.5×34.5㎝(사진=이유진갤러리)
    오현주 기자 2022.11.15
    윤상렬 ‘침묵 CC-16’(Silence CC-16·2022), 종이에 샤프펜슬·아크릴·디지털프린팅, 122×92㎝(사진=이유진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촘촘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바늘 하나라도 들여보낼 수 있을까. 실보다 가는 선도 신기한 노릇인데, 그 선이 색색까지 입었다. 작가 윤상렬(52)은 섬세한 선으로 회화의 굵기를 뒤집는 작업을 한다. ‘신의 명기’와 다를 게 없는 작업방식부터 보자. 종이에 손으로 직선 드로잉을 그은 다음, 다양한 굵기·색을 가진 날카로운 선을 디지털프린팅을 해 아크릴 판에 겹쳐 올린단다. 그 위에 유리액자처럼 반사하는 층을 더하고 나무프레임으로 형상을 가둔다고 했다. 엄격한 질서를 만든 선의 변주, 여기에 등장하는 주요 도구가 있으니 ‘샤프심’이다. 작가의 ‘직선 드로잉’이란 건 대형 제도판에 별별 두께의 샤프심을 무수하게 그어낸 작업을 말한다. 종이와 샤프심, 또 디지털 프린팅. 엇박자를 내는 이들 재료를 한데 묶는 작업을 두고 작가는 “시대와 환경에서 변화하는 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라고 말하기도 했더랬다. 그 겹겹이 만든 미묘한 세상을, 2010년부터 시작했다는 연작 중 한 점인 ‘침묵’(Silence) CC-16’(2022)에서 읽어내게 한 거다.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 이유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조금 조금 조금’(A Little A Little A Little)에서 볼 수 있다. 회화작품 20여점을 걸었다. 윤상렬 ‘침묵 MSQ-4’(Silence MSQ-4·2020), 종이에 샤프펜슬·아크릴·디지털프린팅, 34.5×34.5㎝(사진=이유진갤러리)
  • 점점 흩어지는 게 세월뿐이랴…'점점'으로 붙든 시간 [e갤러리]
    이은주 ‘베르갈랑 강둑’(Le quai de Vert-Galant·2021), 캔버스에 혼합기법, 50×50㎝(사진=갤러리마노)[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모든 백성이 일요일이면 닭고기를 먹게 하겠다.” 이 발언은 프랑스사를 통틀어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앙리 4세(1589∼1610)가 꺼냈다. 백성에게 한없이 선량했던 이 군주는 종교자유를 허락한다는 ‘낭트칙령’으로 이름을 높였고 수많은 여자와 엮인 염문설로 이름을 깎였다. 난데없는 ‘역사 들추기’는 어슴푸레한 저 풍경과 연관이 있다. 그 앙리 4세의 기마상이 서 있는 파리 베르갈랑광장 언저리의 ‘베르갈랑 강둑’(Le quai de Vert-Galant·2021)이라니. 센강이 흐르는 저 그림 안쪽으론 앙리 4세 때 완공했다는 ‘퐁네프다리’가 보인다. 역사적 장소에 가면 역사를 좀 읊어줘야 하는 법. 작가 이은주(55)는 그 읊조림을 그림으로 대신했다. 독특한 건 풍경을 꺼내놓은 방식이다. 오래도록 흩어져 갔을 세월을 ‘점·점’으로 묘사해냈으니까. 모티프는 사진작가 외젠 아제(1857~1927)가 1922년 촬영한 사진들로 삼았단다. 컴퓨터에서 일차 수정한 이미지를 화면에 옮겨내며 이른바 ‘파리 역사풍경’ 연작을 완성했다. 그저 옛 시간만 더듬은 것도 아니다. 애드벌룬을 띄우고 패러글라이딩을 펼치고 조금 전 눈앞을 스친 새들도 날렸다. 점이 아닌 면으로, 또 색으로, 그렇게 우리가 산다는 뜻일 거다.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6길 갤러리마노서 여는 개인전 ‘파리, 아침 산책’에서 볼 수 있다. 이은주 ‘피혁공장 항구’(2022), 캔버스에 혼합기법, 80×80㎝(사진=갤러리마노)이은주 ‘퐁네프다리 밑’(Sous le Pont-Neuf·2022), 캔버스에 혼합기법, 80×80㎝(사진=갤러리마노)이은주 ‘생세브랭교회’(Eglise Saint-Severin·2022) 캔버스에 혼합기법, 60.6×60.6㎝(사진=갤러리마노)
    오현주 기자 2022.11.10
    이은주 ‘베르갈랑 강둑’(Le quai de Vert-Galant·2021), 캔버스에 혼합기법, 50×50㎝(사진=갤러리마노)[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모든 백성이 일요일이면 닭고기를 먹게 하겠다.” 이 발언은 프랑스사를 통틀어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앙리 4세(1589∼1610)가 꺼냈다. 백성에게 한없이 선량했던 이 군주는 종교자유를 허락한다는 ‘낭트칙령’으로 이름을 높였고 수많은 여자와 엮인 염문설로 이름을 깎였다. 난데없는 ‘역사 들추기’는 어슴푸레한 저 풍경과 연관이 있다. 그 앙리 4세의 기마상이 서 있는 파리 베르갈랑광장 언저리의 ‘베르갈랑 강둑’(Le quai de Vert-Galant·2021)이라니. 센강이 흐르는 저 그림 안쪽으론 앙리 4세 때 완공했다는 ‘퐁네프다리’가 보인다. 역사적 장소에 가면 역사를 좀 읊어줘야 하는 법. 작가 이은주(55)는 그 읊조림을 그림으로 대신했다. 독특한 건 풍경을 꺼내놓은 방식이다. 오래도록 흩어져 갔을 세월을 ‘점·점’으로 묘사해냈으니까. 모티프는 사진작가 외젠 아제(1857~1927)가 1922년 촬영한 사진들로 삼았단다. 컴퓨터에서 일차 수정한 이미지를 화면에 옮겨내며 이른바 ‘파리 역사풍경’ 연작을 완성했다. 그저 옛 시간만 더듬은 것도 아니다. 애드벌룬을 띄우고 패러글라이딩을 펼치고 조금 전 눈앞을 스친 새들도 날렸다. 점이 아닌 면으로, 또 색으로, 그렇게 우리가 산다는 뜻일 거다.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6길 갤러리마노서 여는 개인전 ‘파리, 아침 산책’에서 볼 수 있다. 이은주 ‘피혁공장 항구’(2022), 캔버스에 혼합기법, 80×80㎝(사진=갤러리마노)이은주 ‘퐁네프다리 밑’(Sous le Pont-Neuf·2022), 캔버스에 혼합기법, 80×80㎝(사진=갤러리마노)이은주 ‘생세브랭교회’(Eglise Saint-Severin·2022) 캔버스에 혼합기법, 60.6×60.6㎝(사진=갤러리마노)
  • 변주곡으로 연습곡으로…붓끝에 묻힌 물감이 춤춘다 [e갤러리]
    마이클리 ‘파르티타 4’(Partita 4·2021), 캔버스에 오일. 71×55.5㎝(사진=갤러리도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사선도 직선도 곡선도 아닌, 그저 ‘선’으로 가름한 흐름. 위에서 아래로 서서히 내리깔릴 뿐이다. 그런데 참 묘한 일이 아닌가.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말이다. 저 단조로운 색상, 평이한 진행에서도 강한 힘이 느껴지니까. 미국·일본·한국을 주무대로 활동한다는 작가 마이클리(61) 작업의 핵심은 ‘움직임’이다. 정체된 듯하지만 역동적이고 세심하지만 꿈틀댄다. 하지만 도구라곤 오로지 붓끝에 묻힌 물감뿐. 아마 어린시절부터 아시아, 북중미, 아프리카 등에서 다채롭게 살았던 경험이 토대가 됐을 거다. 어느 나라 어느 장소든 회화로 아우를 건 붓놀림과 색뿐이란 자각이 생겼을 거란 얘기다. 처음부터는 아니었단다. 초기에는 인물·풍경 등 구상작품을 하기도 했다는데, 점차 형체를 잃어가는 추상성이 강해졌다는 거다. 그 변화는 작품명에서 도드라졌다. ‘파르티타 4’(Partita 4·2021)를 앞세운 연작명 ‘파르티타’는 변주곡을 뜻하는 음악용어다. 연작명이 하나 더 있다. ‘에튀드’. 이 역시 연주기교를 위한 연습곡을 말하는 용어. 결국 ‘흘러가는 규칙성’을, ‘춤추는 율동미’를 강조했으려나. 붓 가는 길이 전부라지만 일필휘지와는 거리가 멀다. “미세하지만 부지런한 붓의 움직임”이 쌓은 결과라니까.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그대와 춤을’(Shall We Dance)에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연 세번째 개인전이다. 2012년, 2016년에 이어 7년 만이다. 신작 17점을 걸었다. 갤러리도올 제공. 마이클리 ‘에튀드 2’(Etude 2·2020), 캔버스에 오일, 91.5×61㎝(사진=갤러리도올)마이클리 ‘파르티타 3’(Partita 3·2021), 캔버스에 오일, 50.5×50.5㎝(사진=갤러리도올)
    오현주 기자 2022.11.08
    마이클리 ‘파르티타 4’(Partita 4·2021), 캔버스에 오일. 71×55.5㎝(사진=갤러리도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사선도 직선도 곡선도 아닌, 그저 ‘선’으로 가름한 흐름. 위에서 아래로 서서히 내리깔릴 뿐이다. 그런데 참 묘한 일이 아닌가.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말이다. 저 단조로운 색상, 평이한 진행에서도 강한 힘이 느껴지니까. 미국·일본·한국을 주무대로 활동한다는 작가 마이클리(61) 작업의 핵심은 ‘움직임’이다. 정체된 듯하지만 역동적이고 세심하지만 꿈틀댄다. 하지만 도구라곤 오로지 붓끝에 묻힌 물감뿐. 아마 어린시절부터 아시아, 북중미, 아프리카 등에서 다채롭게 살았던 경험이 토대가 됐을 거다. 어느 나라 어느 장소든 회화로 아우를 건 붓놀림과 색뿐이란 자각이 생겼을 거란 얘기다. 처음부터는 아니었단다. 초기에는 인물·풍경 등 구상작품을 하기도 했다는데, 점차 형체를 잃어가는 추상성이 강해졌다는 거다. 그 변화는 작품명에서 도드라졌다. ‘파르티타 4’(Partita 4·2021)를 앞세운 연작명 ‘파르티타’는 변주곡을 뜻하는 음악용어다. 연작명이 하나 더 있다. ‘에튀드’. 이 역시 연주기교를 위한 연습곡을 말하는 용어. 결국 ‘흘러가는 규칙성’을, ‘춤추는 율동미’를 강조했으려나. 붓 가는 길이 전부라지만 일필휘지와는 거리가 멀다. “미세하지만 부지런한 붓의 움직임”이 쌓은 결과라니까.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그대와 춤을’(Shall We Dance)에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연 세번째 개인전이다. 2012년, 2016년에 이어 7년 만이다. 신작 17점을 걸었다. 갤러리도올 제공. 마이클리 ‘에튀드 2’(Etude 2·2020), 캔버스에 오일, 91.5×61㎝(사진=갤러리도올)마이클리 ‘파르티타 3’(Partita 3·2021), 캔버스에 오일, 50.5×50.5㎝(사진=갤러리도올)
  • [e갤러리] 한지로 데려온 담벼락 그림…이재훈 '피고, 날리고, 퍼지고'
    이재훈 ‘피고, 날리고, 퍼지고’(2022·사진=페이토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형체를 찾자고 뚫어져라 쏘아보는 건 무의미하다. 선과 선이 만든 면이 특정 장면을 염두에 둔 건 아닐 테니. 그저 담벼락 낙서쯤으로 여기는 게 편할 수도 있다. 내용만이 아니다. 외형상 진짜 그렇기도 하다. 건물 외벽을 빠르게 긁어낸 듯 보이니까. 작가 이재훈(44)은 ‘특별한’ 한국화를 그린다. 전통의 기법과 소재를 기꺼이 깨버린 게 ‘특별’하다는 건데. 한마디로 프레스코기법을 접목한, 구상과 추상이 섞인 수묵채색화. 맞다. 작가는 오래전 서양의 벽화에서 봤던 그 방식을 한지에 옮겨놓는 작업을 한다. 장지에 석회를 얇게 바르고 그 뒤에 색을 올려 은은하게 배어나오도록 하는 배채법. 덕분에 종이는 어느 벽기둥인 양 돌 같은 거친 질감을 입고 있는데. 이미 미대 3학년인 2000년부터 시도한 벽화기법이란다. 회칠은 같지만 서양벽화와는 차이가 있다. 서양식이 젖은 상태에서 색을 올리는 ‘습식’이라면 작가는 말려놓은 뒤 색을 붙이는 동양식 ‘건식’이다. ‘피고, 날리고, 퍼지고’(2022)는 여전히 지난한 완성을 향해 가는 ‘작가만의 한국화 실험’ 중 한 점. 예전과 달라졌다면 좀더 ‘추상’으로 향한 거랄까. 13일까지 서울 중구 동호로 페이토갤러리서 차영석과 여는 2인전 ‘선 위에 선’(Line on the Line)에서 볼 수 있다. 선을 주요 조형요소로 삼은 두 작가의 20여점을 걸었다. 장지에 석회·먹·목탄·목탄가루·아교·수간채색. 79×50㎝. 페이토갤러리 제공. 이재훈 ‘반짝, 번쩍, 반짝’(2022), 장지에 석회·먹·목탄·목탄가루·아교·수간채색, 135×90㎝(사진=페이토갤러리)차영석 ‘어떤 것’(Something s-63‘(2017), 닥지에 연필, 90×90㎝(사진=페이토갤러리)차영석 ‘은밀한 습관 21’(2014), 닥지에 연필·금색연필, 75×142㎝(사진=페이토갤러리)
    오현주 기자 2022.11.08
    이재훈 ‘피고, 날리고, 퍼지고’(2022·사진=페이토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형체를 찾자고 뚫어져라 쏘아보는 건 무의미하다. 선과 선이 만든 면이 특정 장면을 염두에 둔 건 아닐 테니. 그저 담벼락 낙서쯤으로 여기는 게 편할 수도 있다. 내용만이 아니다. 외형상 진짜 그렇기도 하다. 건물 외벽을 빠르게 긁어낸 듯 보이니까. 작가 이재훈(44)은 ‘특별한’ 한국화를 그린다. 전통의 기법과 소재를 기꺼이 깨버린 게 ‘특별’하다는 건데. 한마디로 프레스코기법을 접목한, 구상과 추상이 섞인 수묵채색화. 맞다. 작가는 오래전 서양의 벽화에서 봤던 그 방식을 한지에 옮겨놓는 작업을 한다. 장지에 석회를 얇게 바르고 그 뒤에 색을 올려 은은하게 배어나오도록 하는 배채법. 덕분에 종이는 어느 벽기둥인 양 돌 같은 거친 질감을 입고 있는데. 이미 미대 3학년인 2000년부터 시도한 벽화기법이란다. 회칠은 같지만 서양벽화와는 차이가 있다. 서양식이 젖은 상태에서 색을 올리는 ‘습식’이라면 작가는 말려놓은 뒤 색을 붙이는 동양식 ‘건식’이다. ‘피고, 날리고, 퍼지고’(2022)는 여전히 지난한 완성을 향해 가는 ‘작가만의 한국화 실험’ 중 한 점. 예전과 달라졌다면 좀더 ‘추상’으로 향한 거랄까. 13일까지 서울 중구 동호로 페이토갤러리서 차영석과 여는 2인전 ‘선 위에 선’(Line on the Line)에서 볼 수 있다. 선을 주요 조형요소로 삼은 두 작가의 20여점을 걸었다. 장지에 석회·먹·목탄·목탄가루·아교·수간채색. 79×50㎝. 페이토갤러리 제공. 이재훈 ‘반짝, 번쩍, 반짝’(2022), 장지에 석회·먹·목탄·목탄가루·아교·수간채색, 135×90㎝(사진=페이토갤러리)차영석 ‘어떤 것’(Something s-63‘(2017), 닥지에 연필, 90×90㎝(사진=페이토갤러리)차영석 ‘은밀한 습관 21’(2014), 닥지에 연필·금색연필, 75×142㎝(사진=페이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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