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부

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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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워치

  • 잇단 금리 인상 그후…고통의 시간이 다가온다 [BOK워치]
    최정희 기자 2022.07.04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거시경제를 오랫동안 봐왔던 경제학 교수, 채권 전문가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로 격양돼 있었다. 전례 없는 고(高)물가와 빠른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한쪽에선 “금리 올린다고 물가가 잡히냐”, “경기 꺼뜨리고 가계빚 이자 부담만 높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인플레이션이 우습냐. 그냥 뒀다가 더 큰 위기를 좌초한다”, “침체를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올려 인플레 심리를 꺼뜨려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경기를 봐가면서 금리를 올리자는 쪽도 금리를 덜 올리자고는 섣불리 얘기하지 못한다. 물가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잡히냐는 비판에 ‘그럼 아무 것도 안하고 있을 것이냐’가 최대의 항변이다. 어느 쪽이든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75~3%까지는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3%를 넘어야 할 것이냐에 대해서만 의견이 갈린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종료된 이후다. 금리 인상, 그 끄트머리에는 뭐가 있을까. ◇ 자산가격 조정이 의미하는 것…경기침체 신호탄인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주가가 꺾이기 시작했고 부동산마저 흔들리고 있다. 자산가격 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올 들어 23%, 31% 가량 급락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로 투자하는 미국 증시 역시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20%, 29% 하락했다. 주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꺾이더니 올 들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도 꺾일 조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3월 106.2로 2년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더니 5월 106.1로 더 추락했다.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도 전국과 수도권 기준으로 6월 마지막주까지 8주 연속 하락하고 있고, 서울은 5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선 하반기 주택 매매 가격은 더 떨어지고 전세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깡통 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저금리에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은 주가가 떨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년동기비(출처: 산업통상자원부)뿐만 아니다. 취업자의 20%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은 2년 여간 문을 닫았다가 두 달 전에야 거리두기가 해제됐는데 이들이 맞닥뜨린 것은 고금리·고물가다. 사업소득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2020년 8.6%로 2019년(7.6%)보다 늘었는데, 폐업률은 12.1%에서 10.9%로 오히려 줄었다. 9월말 원리금 상환유예가 폐지되고 손실보상금도 사라지면 자영업자 줄폐업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폐업자 수가 전년대비 감소하다가 이듬해 두 배 가량 급증한 경험이 있다. 실물지표도 흔들리고 있다. 6월 수출은 5.4% 증가하는 데 그쳐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 수대 증가세를 보였다. 조업일수 감소로 인한 영향이라고 해도 2분기 수출은 13% 증가에 그쳐 4개 분기 연속 증가세 둔화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주력품목의 수출 신장세가 악화할 우려가 크다며 지난 3일 긴급 비상경제장관회의까지 열었다. 소비는 전월비 석 달째 감소세다. 거리두기 해제로 재화보다는 서비스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란 해석이다. 고금리·고물가에 6월 소비심리지수는 96.4에 그쳐 지난해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100을 하회했다. 소비심리지수는 1개 분기 후 소비지표에 영향을 준다. 자산가격은 붕괴되고 고물가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서 경제 주체들이 모두 ‘견디고 버텨야’ 하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5월 8.4로 5월 기준 2005년(9.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를 후행하는 고용지표는 견고하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는 데다 위기에 대응해 기업들의 몸집 줄이기가 시작되고 있어 고용지표 역시 꺾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한국 지수는 7월 4일 기준, 미국은 7월 1일 기준 (출처: 마켓포인트)◇ 금리 인상 고통 얼마나 감내해야 하나…대국민 설득 필요 금리 인상은 곧 다가올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미국에선 금리 인상의 끝에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 심리를 꺾기 위해 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고, 결국엔 경기침체로 인해 내년 상반기쯤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했다. 마치 ‘침체’라는 결과를 예견해놓고, 그 길로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물가냐, 경기냐 둘 중의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경기를 선택하더라도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금리 인상을 가속화해도 물가 상승세를 얼마나 꺾을지 의문이다. 어떤 방식이든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고 가계, 기업 등 어느 하나 그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엄혹한 경제 상황 속에서 앞으로 다가올 위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어느 정도인지 누군가는 얘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금통위원들이 입을 열고 국민의 고통이 수반되는 금리 인상에 대해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할 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말한 물가가 더 오르지 않기 위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라’ 같은 피상적인 발언은 빼고 말이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 [BOK워치]`빅스텝` 망설이게 하는 한은 `선제적 금리 인상`
    `빅스텝` 망설이게 하는 한은 `선제적 금리 인상`
    최정희 기자 2022.06.13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주요국에서 정책금리를 50bp씩 올리는 `빅스텝` 물결이 한창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작년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아직까진 다른 나라처럼 빅스텝이 아닌 기준금리를 25bp씩 올리는 베이비스텝으로도 물가 상승세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하지만 미국의 물가 고점 예측이 와르르 무너졌고 물가가 예측이 아닌 베팅의 영역이 돼버린 터라 선제적 금리 인상의 성과는 점점 퇴색될 가능성이 커졌고, 빅스텝은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자신이 예측한 7·8월 물가 고점론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한 뒤인 4분기 쯤 `뒷북 빅스텝`이 될 지, 아니면 이보다 이른 시점에서의 `선제적 빅스텝`이 될 지 정도가 변수다. ◇ ‘물가 예측 맞길 기다릴까 vs 조기 빅스텝할까’물가가 베팅의 영역이 돼 버린 상황에서 한은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7·8월 물가 고점을 예측하고 있는데 그 때까지는 기준금리를 25bp씩 연속 인상하는 게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가 그리는 기본 시나리오다. 그런데 만약 한은 예측이 무너지고 4분기에도 물가가 계속 오르면 어떻게 될까. 그때 가선 빅스텝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뒤늦게 빅스텝 카드를 꺼내는 순간,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는 괜찮다’는 심리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 주요 경제학자들이 점치는 내년 상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더 키울 수 있다. 한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는 “빅스텝을 하게 된다면 한 차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몇 번 하게 될 것이란 심리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한은의 물가 예측이 깨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5~7월께 물가가 5%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5월 이미 5.4%를 기록한 상황에서 6월엔 6%대 물가가 전망되고 있다. 3~5월 물가가 전월보다 0.7%씩 올랐는데 6월에도 이만큼만 오르면 6월 전년동월비 물가는 6.1%가 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달 들어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석 달 만에 120달러를 돌파, 이달에만 5%대 상승했고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2%대 올랐다. 유가는 3주 후에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터라 최근 유가 급등세가 즉각 6월 물가에 반영된다. 6월 물가상승률이 6%대를 찍게 될 경우 한은에선 물가 상승률은 5%대 후반이나 6%대 초반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며 3분기 중 물가가 고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은 변하지 않는다고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가 고점 예측에 실패한 미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선 3월 물가가 8.5%를 보였을 당시 고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많았으나 5월 8.6%를 기록, 예상치(8.3%)를 훌쩍 넘었다. 모하메드 엘-엘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며 “미국 물가가 9%에 다다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 장관 출신의 래러 서머스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금리 인상폭을) 25bp냐 50bp냐가 아닌 50bp냐 75bp냐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5월 “75bp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거짓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 한은, ‘경기 희생’할 조기 빅스텝에 베팅할까 한은이 물가가 더 높게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베팅해 조기 빅스텝 카드를 꺼낼 지 주목된다. 한은이 금리를 내릴 때는 한꺼번에 1%포인트까지도 내렸지만 올릴 때는 25bp씩만 올려와 빅스텝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빅스텝을 한다는 것은 경기 회복이 꺾이더라도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7월 정책금리를 25bp 올리고 9월 50bp 올리겠다고 하자 경기 둔화 우려에 유로화가 급락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는 경기 둔화와 함께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 급증 우려도 커질 수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4.3%로 36개국 중 1위였다. 고물가와 함께 고금리에 따른 가계 이자부담이 커져 경기 둔화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은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정책 모의실험 결과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에 적극 대응할 경우 경기는 0~5분기 단기내에선 둔화 압력이 커지지만 6~11분기 중장기 시계에선 물가를 조기에 진압해 정책금리 인상 필요 폭을 줄여 경기 둔화 압력이 빠르게 약화된다”고 밝혔지만 이는 정책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했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일뿐 빅스텝처럼 급격한 인상이 경기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선 예견하기 어렵다. 빅스텝을 망설이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상에 대한 성과가 퇴색된다는 점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왔지만 별 수 없이 다른 나라처럼 경기 우려를 높여가며 빅스텝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먼저 금리를 올려 빅스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굴레에 갇혀 있기엔 물가 상승세가 너무 엄혹한 상황이다. 올 4월에 부임해 선제적 금리 인상을 함께 하지 않았던 이창용 총재는 이 틀을 경계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0일 72주년 창립 기념사에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선제적 금리 인상이 아니다”며 “먼저 출발한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실기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빅스텝을 배제할 수도, 배제하지 않을 수도 없는 냉혹한 선택의 기로 앞에 서게 됐다.
  • [BOK워치]이창용의 파격 소통 행보…시장에 득일까, 실일까
    이창용의 파격 소통 행보…시장에 득일까, 실일까
    이윤화 기자 2022.06.07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전임 총재와 모든 것이 다르다. 그전에 했던 것과 반대로 해야 한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취임한 지 50일이 돼가면서 한은 내부 조직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모든 것이 신중했던 이주열 전 총재와는 다르게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화법을 구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식 회의 도입 등으로 한은 직원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뿐 아니다. 채권·외환시장에도 한은 총재 발언이나 한은의 정책이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커졌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달라진 업무 방식…“총재와 토론이 회의의 기본”이 총재는 취임 이후 50일 만에 한은 내부와 외부 분위기를 모두 ‘긴장 모드’로 바꿔 놓았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식 내부 회의를 도입했다. 주요한 경제 현안을 주제로 놓고 구성원들이 토의하는 ‘서베일런스 미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주 1회 ‘주간업무포럼’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팀장급 이상 누구라도 회의에 참여할 수 있고 영상으로 배포돼 한은 직원 누구나 회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했다. ‘금리 인상기에 은행 수익성이 개선될까, 아닐까’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보고서 초안이 논의되고 누구든 의견을 자유롭게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은 고위 임원들조차 “토론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것이 기본적인 회의 분위기다 보니 총재 의견에 대해 무조건 동의하기보다는 자세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게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업무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한 임원은 “총재와 토론이 될 정도로 회의 사안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고 있어야 하니 긴장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가 4월 21일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one call way’, 즉 전화 한 통이면 몇 권의 책을 찾아 읽는 것보다 더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IMF 직원들의 전문성에 감탄한 만큼 한은 직원의 전문성을 끌어 올리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해석된다. ◇시장에도 분명한 정책 메시지…적응할 시간 필요할 듯과거엔 어떤 식이든 ‘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게 한은의 기본 방침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소통법과 시장 반응 간의 적응 과정에서 의도치 않는 시장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은 커뮤니케이션국은 IMF 블로그를 차용해 지난달 31일부터 금융·경제 주요 현안에 대한 임직원의 분석과 견해를 공유하기 위한 공식 블로그를 신설했는데 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이 게시한 글이 시장을 자극했다. 내용은 이미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서 발표한 자료를 국장급 인사가 재차 언급한 정도였다. 홍 국장은 “숙제를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마감일에 임박해서 밤을 새우게 되고, 그러면 숙제의 질도 떨어지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이후를 되짚어보면 통화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글을 게시한 5월 31일 단기물 지표인 3년물 금리가 3%대로 올라서며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의 빠른 통화 긴축 등에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국면에서 블로그 글이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한은은 블로그 글 업로드는 시장 거래가 끝난 오후 4시 30분 이후에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블로그와 수급 요인에 미 국채 금리 상승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국채 시장 약세장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7일에도 국고채 금리가 전일 대비 0.111%포인트 오른 3.232%를 나타내면서 2012년 7월 10일(3.22%) 이후 처음으로 3.2%대에서 마감했다. 시장참가자들은 한은의 통화정책 등에 대한 총재의 명확한 메시지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란 반응이지만,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던 과거 총재들과 다른 소통 방식으로 시장이 짊어질 충격도 커질 수 있단 경계감도 동시에 드러냈다. 국내 한 증권사의 채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번 금통위 당시엔 이주열 전 총재와 비교될 만큼 시원시원한 화법이 긍정적으로 보였으나 최근 국고채 금리 급등 국면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국고채 3년물 금리 변동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다만, 한은 측에서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단순히 시장 악재로만 평가하는 것은 비약이란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블로그 내용에 새로운 것이 없는데도 시장 악재라고 평가하는 것은 다소 핑곗거리처럼 비춰진다”면서 “글로벌 금리 급등시기란 점을 생각하면 ‘오비이락(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 속담이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 취임 이후 달라진 한은의 소통법과 시장 파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숙제로 남게 됐다.이 총재도 소통의 적응기간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가 워낙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과거하고 많이 패턴이 다르다면 ‘이거 뭔가 하는 것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원론적이라고 하면 원론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며 “저도 (의사소통에) 조심하겠지만 제 스타일에 시장에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BOK워치]이창용式 인재 발탁, IMF 내부경쟁방식이 참고될 듯
    이창용式 인재 발탁, IMF 내부경쟁방식이 참고될 듯
    최정희 기자 2022.04.2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만 11년간 일하다 ‘한은사(韓銀寺·외부와 소통하지 않은 조용한 절간)’란 별명을 가진 한국은행의 수장이 된 이창용 총재. 그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사진=노진환 기자)지난달 말 귀국한 뒤 19일까지 약 3주간 인사청문회 준비 등에 몰입했던 그가 체험한 한은은 생각했던 곳보다 더 경직되고 보수적인 곳이었다. 이 총재는 한은을 ‘대한민국 최고의 싱크탱크’로 만들기 위해 연구조사에 대한 성과 평가, 내부 경쟁, 외부 소통 등 크게 3가지 키워드를 강조했다. 한은은 조사·공보 업무 등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 책상 앞에는 전임인 이주열 총재가 2020년부터 맥킨지, 머서코리아 등 컨설팅 업체 두 곳을 거쳐 만든 조직진단 및 조직개편안이 놓여 있다. 이창용 총재는 “1~2개월 사이에 내부 사람과 얘기해서 (직원들도) 공감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머서코리아의 조직개편안에는 한은의 조사연구를 강화하고 조사역부터 임원까지 5단계의 직급을 3단계로 압축하고 역할에 따라 직무급제를 도입, 수시·다면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이 총재는 머서코리아의 조직개편안을 기반으로 하되 자신만의 색깔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우선적으로 ‘내 연구 성과를 바깥으로 홍보하라’가 한은 직원들에게 주어진 KPI(핵심성과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한은은 이를 위해 조사·공보 업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총재는 청문회에서 한은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경직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은 중립성이 바깥에서 정부와 많이 얘기하면 훼손된다고 보는 (내부) 프레임워크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며 “중립성과 소통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 의견을 여러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이 한은의 새로운 업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의 연구 성과가 정부나 민간 기업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이 총재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예컨대 한은은 거리두기를 완화할 때 사적 모임 인원을 확대할 것이냐, 영업시간을 연장할 것이냐를 두고 영업시간 연장이 더 소상공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연구해놓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추후 관련 연구가 외부로 공개된 이후에야 보건당국이 이를 토대로 거리두기를 완화할 때 영업시간 연장을 우선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연구 성과가 더 빨리 공개됐다면 보건당국의 의사 결정에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본인이 한 역할에 대해 크레딧(credit, 성과 인정)이 명확하게 주워져서 직급과 관계 없이 자기가 한 리서치(연구)에 대해 평가를 받고 크레딧을 받음으로써 더 열심히 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며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본인이 한 리서치나 연구가 외부로 나가는 데 너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문제를 우선 해결해 한은 직원으로서 자기가 한 업적에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다. 외부 출신 수장들이 조직 장악을 위해 흔히 하는 것이 ‘발탁 인사’다. 이 총재 체제에서도 발탁 인사가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이 총재는 청문회에서 “내부적으로도 경쟁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인사에 있어 내부 경쟁 체제를 도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가 8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 있었던 만큼 IMF식 경쟁 체제 도입이 예상된다. IMF에서는 국장급 인사를 선임할 때 5명 정도 후보군을 놓고 이들을 상대로 각각 면접을 본 후 면접우수자를 발탁하는 데 이 총재가 이런 방식을 한은에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 내부에선 조직개편과 새로운 인사 방식 도입 등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주열 전 총재가 두 번의 컨설팅을 받고도 조직개편을 시작조차 못한 것은 조직 내부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 직원들은 낮은 임금으로 패배감이 큰 상황이다. 연구 성과가 승진 등 인사 보상을 넘어서서 임금 인상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이 총재 역시 “몇 년간 공직 경험을 봐선 아무리 위에서 새로운 조직영영에 관한 개혁을 하더라도 밑에서 같이 수긍하지 않으면 어렵다”며 내부 직원과 협력해갈 것임을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개혁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임기 4년 내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일단 개혁을 한다면 욕을 먹게 돼 있고 개혁에 따른 성과는 그 다음 총재가 보게 돼 있어 개혁도 천천히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 [BOK워치]국고채 매입=돈 풀기?…제 할 일 하고 있는 한은
    국고채 매입=돈 풀기?…제 할 일 하고 있는 한은
    최정희 기자 2022.02.1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쪽으론 국고채를 매입해 돈을 풀고 있다고 뭇매를 맞고 있다. 정부, 정치권에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이에 따라 국고채를 발행하면 국고채 금리가 뛰고 이를 하향 안정시키기 위해 한은이 국고채를 매입하니 결국 한은의 국고채 매입은 ‘추경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한은은 자신의 주요한 정책 수단인 기준금리를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국고채 매입 등 공개시장조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오히려 국채 발행이라는 외부 변수가 침입하는 데도 손 놓고 있으면 그 거야말로 진짜 직무유기인 셈이다. ◇ “기준금리보다 더 뛰는 대출금리, 그냥 두고 보라고?”한은은 작년 8월부터 11월, 올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고 그 결과 기준금리는 연 1.25%가 됐다. 기준금리는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말하는데 사실 7일 이하부터는 금리가 동일하다고 보고 한은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1일물 콜금리를 최대한 기준금리에 가깝게 운영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25%라고 공표하는 순간 콜금리가 시장 신뢰 하에 정확히 1.25%가 된다. 이러한 초단기 금리를 기준으로 1개월물, 3개월물, 1년물, 3년물 등으로 각기 만기에 따라 또는 시장 수급이나 경기 판단, 정책 기대 등에 따라 금리를 형성한다. 그런데 정부, 정치권에서 추경을 논의하고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국채 발행이 늘어난다. 국채는 주로 3년물, 5년물, 10년물 등 중장기물 위주로 발행되지만 돈이 물 흐르듯 흘러가기 때문에 중장기물 국채 금리 급등, 즉 유동성 부족은 단기물 등으로 옮겨 붙으면서 영향을 미친다. 이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선 중장기물 금리를 안정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이 국고채 단순 매입이다. 한은이 외려 중장기물 금리가 오르는 데도 `나 몰라라` 한다면 결국 중장기물 금리 상승이 단기물에도 영향을 주고, 이는 가계대출 금리를 기준금리 이상으로 자극해 결국 기준금리 결정을 훼손하고 의도치 않은 경기 위축으로 나타날 수 있다. 추경을 지원하는 국고채 매입이 아니라 한은의 기준금리를 지키기 위한 국고채 매입인 셈이다. ◇ ‘국고채 단순매입’은 공개시장 조작 수단 *유동성조절은 평잔 기준, 국고채 단순매입은 액면 기준(출처: 한국은행)2020년 코로나19로 네 차례나 추경을 하고 174조5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했을 때에도 한은은 국고채를 11조원이나 매입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당시엔 기준금리를 동결해 엇박자라는 지적은 받지 않았으나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타이틀이 씌워졌다. 그러나 이 역시도 맞지 않다. 한은은 국고채 중장기물 단순매입을 하면서도 단기 시장 쪽에선 통화안정증권이나 RP를 발행해 유동성을 흡수하며 콜금리가 기준금리가 0.50%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공개시장조작을 했다. 그 결과 2020년엔 국고채 단순매입을 제외한 RP, 통안채 발행 등을 통해 180조6000억원을 흡수했다. 작년 상반기엔 국고채를 6조원 단순매입하고 하반기부터 금리를 올렸지만 작년 전체로 보면 177조4000억원의 유동성 흡수가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국이고 외국인 투자자금도 유입되다 보니 유동성이 풍부해 구조적으로 ‘유동성 흡수요인’이 더 큰 편이다. 국고채 단순매입은 또 다른 공개시장 조작 수단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국고채 단순매입이란 카드를 자주 사용하지 않았지만 적자국채를 발행해 추경을 밥 먹듯이 하니 국고채 단순매입이란 카드도 자주 등장하게 된 것이다. 금리 인상기라도 한은이 금통위가 결정한 기준금리 1.25%보다 과도하게 시장 금리가 올라가도록 놔둔다면 왜 그냥 보고만 있느냐는 탓해야 할 일이다. 실제 기준금리는 연 1.25%인데 가계 일반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작년 말 각각 5.12%, 3.63%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2%를 넘어가던 2014년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 결정보다 대출금리가 더 빠르게 올라간 것이다. 반면 기업대출 금리는 3.14%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더 낮다.한은이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추경 지원을 위한 국고채 매입’이라는 외부의 잡음보다 똑같은 기준금리 정책이 왜 가계와 기업에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지에 대한 고찰이다.
  • [BOK워치]오버슈팅의 반작용…의심받는 내년 1월 연속 금리인상
    오버슈팅의 반작용…의심받는 내년 1월 연속 금리인상
    최정희 기자 2021.11.15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던 목소리가 수그러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8월에 한 번 밖에 올리지 않았음에도 대출 규제에 맞물려 가계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 1.75%였던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올랐다.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데다 내년 1월까지 연속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국고채 금리가 한은의 기대치를 넘어 가파르게 올랐다. 단기간에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영향인지 연구기관, 학계 등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속도조절론이 이주열 한은 총재의 연속 금리 인상 의지를 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 주재 하에 지난달 12일 서울 삼성본관 한은 본회의장에서 금통위 정기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출처: 한국은행)◇ 가계 대출금리, 기준금리 1.75% 당시로 올라 한은에 따르면 9월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3.18%, 신용대출 금리는 4.15%로 둘 다 2019년 6월(3.25%, 4.23%)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10월, 11월엔 추가적으로 올라 2019년 상단(3.58%, 4.63%)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 역시 3.01%로 2019년 2월(3.04%)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18년 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올리고 이 금리를 2019년 6월까지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가계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연 1.75%였던 때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연 0.75%로 인상한 데 이어 이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내년 1월 연속 인상 가능성까지 예고하자 시장이 이를 선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달, 내년 1월 추가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그 수준은 연 1.25%에 불과하나 현재의 대출 금리는 이 수준을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규제가 은행 문턱을 높여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7월 15조3000억원 증가에서 8월 8조6000억원, 9월 7조8000억원, 10월 6조1000억원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9월 계약일 기준 8만2000호로 연중 최저치로 감소했고 코스피 시장에서의 개인투자자 거래비중도 8월엔 70%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이달 들어선 60% 밑으로 줄었다. *11월은 1~12일까지의 평균치 (출처: 금융투자협회)◇ ‘오버슈팅’된 금리의 반작용…무게 실리는 속도조절론 문제는 한은이 예고했던 기준금리 수준보다 대출금리가 단기간에 빠르게 튀어 오르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여론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금통위원이자 학계 인사들은 한국경제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선진국보다 금리를 빠르게 올릴 필요가 없었던 데다 이달 금리를 올리고 나면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명분이 점점 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은이 8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할 때만 해도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최근에 여론이 이렇게 바뀐 것은 대출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르는 데도 이를 미세 조정하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는 91일물 CD금리·은행채 3개월물·1년물·5년물 등인데 이들은 주로 국고채 금리에 영향을 받아 움직인다. 그런데 국고채 3년물·10년물 금리 등이 지난달 말 각각 2.1%, 2.5%로 기준금리가 1.75%였던 수준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우리나라 대출 금리는 단기물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달 들어 국고채 금리가 하향 안정됐음에도 대출 지표금리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91일물 CD금리는 1.15%까지 올랐고 은행채 3개월물도 1.180%으로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코픽스 금리도 10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1.29%를 기록했다. 정책 당국이 정책방향을 바꿀 때에는 정책 수용자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끔 적응기간을 두고 가야 하는데 과도하게 금리가 오르고 있음에도 한은에선 이를 미세 조정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국고채 금리는 한은의 의도보다 더 과도하게 올랐고 그로 인해 대출금리도 단기간에 더 빠르게 오르면서 이자 부담을 키웠다. 그러니 반대급부의 여론이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이달 금리 인상을 하고 내년 1월 추가로 금리를 올려야 할 만큼 활황인가, 실수요자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데 가계대출 증가를 더 옥죄야 하는가, 한은이 제시할 내년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가 안 될 텐데 물가가 앞으로 더욱 날뛸 것인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4%는 어떻게든 간신히 맞출 수 있겠으나 그것만으로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지하긴 어려워보인다.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알수 없는 불확실성(unknowable uncertainty)’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최근 공급 병목이 전 세계적으로 큰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 현상이 언제쯤 해소될지 알기 어렵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일지, 좀 더 지속될 지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총재가 기존에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사전적 정책 예고)한 대로 이달 금리를 올리고도 내년 1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지, 아니면 후퇴할지 주목된다. 2월에도 금통위 회의(24일)가 있지만 대통령 선거(3월 9일)가 2주도 안 남은 상황에서 금리를 조정하기엔 부담이 크다. 이 총재 임기가 3월말에 끝나면 차기 총재 선임 절차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내엔 금리 조정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이달 금통위는 이 총재의 마지막 금리가 1%일지, 1.25%일지를 판가름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 [BOK워치]기준금리, 총재 임기 내 연1.25%까지 오를까
    기준금리, 총재 임기 내 연1.25%까지 오를까
    최정희 기자 2021.09.2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기준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한국은행이 10월 또는 11월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린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 3월 이주열 총재 임기가 종료되는 데 내년 1월 또는 2월에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명확한 시그널이 없는 상황이다. ◇ 10월 또는 11월엔 추가로 올린다 한은은 10월 또는 11월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2014년 4월부터 시작된 이 총재 임기 중 총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사전에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10월보다는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총재는 8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11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금통위원들 전부, 서둘러서도 안되지만 지체해서도 안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8월 통화정책방향 문구에서도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일부 금통위원들은 ‘첫 단추’, ‘소폭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 등을 언급하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관심은 내년 1월 또는 2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다. 이 총재 메시지 등을 살펴보면 10월 또는 11월에 대해선 추가 인상 시그널을 명확하게 내비치고 있으나 내년 3월말 총재 임기 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지에 대해선 명확한 시그널이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내년 1월, 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8월 기준금리 인상은 ‘빚투(빚을 내 투자)를 통한 집값 상승 심리’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 컸는데 집값 상승 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월간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96% 올라 2011년 4월(1.14%)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1.29%, 0.67% 상승했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보면 7월 기준 전국은 1년 전보다 21.1% 올랐고 수도권은 23.9%를 기록하는 등 집값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집값 상승 심리 또한 최고점을 기록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8월 수도권 기준 148.4를 기록, 2011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은 141.4로 2015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썼다. 주택시장으로 가는 돈줄 죄기가 하나 둘씩 나오면서 더 강력한 규제가 나오기 전에 ‘막차의 막차를 타자’는 심리가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포모(FOMO·나만 도태될 수 없다는 두려움) 심리가 더 자극됐다는 얘기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고 금리는 ‘1.25%’ 전망이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대감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1년 뒤 주택 가격 상승률은 0.2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연 1.25%로 되돌릴 여력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말까지 금리가 1.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나 일부에선 그 시점을 이 총재 임기 내인 내년 3월 이전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확장 재정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조정하고자 할 경우 상당한 시간과 연속적 금리 인상이 요구될 수 있다”며 “한은은 10월 기준금리를 1%로 인상하고 내년 대선 전까지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는 한 번 더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을 가정해도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연 1.0%일 때에도 실질금리는 -0.2%~-1.6%(물가상승률 2.6%, 근원물가 1.2% 전제)로 마이너스이고, 연 1.25%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0.05%~-1.35%다. 작년엔 실질금리가 0%~0.1%(물가상승률 0.5%, 근원물가 0.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정책 측면에선 올해가 작년보다 더 완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한은 조사국장 출신의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 기준금리는 2분기 현재 적정 기준금리보다 1.8%포인트 더 낮다”며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내년 3월 9일 대선이 실시되고 같은 달말 이 총재 임기가 종료되는 만큼 금리 인상에 제약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대선 등은 큰 변수가 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7년 12월 19일 선거일을 약 4개월 앞둔 8월,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5.0%로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오히려 가장 큰 변수는 경기 상황이다. 한은은 11월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내년 성장률과 물가상승률(3.0%, 1.5%)을 하향 조정하게 된다면 기준금리 인상에 제약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잠재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연 평균 2.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돼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한선 또한 높지 않다.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중립금리는 1.25~1.50%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번 기준금리 인상의 최종 금리는 1.25%이고 금리 인상 사이클은 내년말 또는 그보다 더 일찍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 [BOK워치]반도체경기·코로나·고승범…8월 금통위 3대 키워드
    반도체경기·코로나·고승범…8월 금통위 3대 키워드
    최정희 기자 2021.08.16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이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데다 수출 호조를 이끌었던 반도체 업황이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한 고승범 금통위원이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이달 회의에서 빠지게 된 점 역시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경제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논리를 어떻게 펼쳐 나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경제 회복세가 기대 이하인 상황에서 ‘빚투(빚을 내 투자)로 쌓은 자산가격 거품’에 좀 더 초점을 맞춘 통화정책이 필요한 지를 두고 금통위원 간 격론이 예상된다. ①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4% 성장률 의구심 모건스탠리, 크레디리요네(CLSA) 등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디램(DRAM) 가격 하락 등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들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시가총액 1, 2위의 투자의견을 ‘비중축소(Underweight)’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대폭 낮췄다. 이에 외국인은 지난 주(9~13일) 코스피시장에서만 7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만 7조6000억원을 내다 팔았다. (출처: 마켓포인트)당초 반도체는 하반기로 갈수록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우리나라 수출 호조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꼽혔다. 7월 반도체 수출액은 110억달러로 1년전보다 무려 39.6% 급증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액으로 따져도 넉 달 연속 100억달러대다. 이달 들어서도 10일까지 반도체 수출은 44.6% 증가해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IB 등에선 디램 재고 증가로 공급 과잉 상태가 나타나고 PC용 수요 부진이 가격을 하락시키고 결국엔 서버용 디램까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재고 축적을 미루면서 수출 수요 또한 약해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4분기 PC용 디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최대 5% 하락이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는 디램 평균가격이 올 4분기부터 6개월간 15%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미국,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과 함께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변수가 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올해 성장률을 8.7%에서 8.2%로 하향 조정했고 JP모건은 미국 성장률을 6.5%에서 6.3%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 4% 성장률 달성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② 코로나 확산하는데 카드 승인액 되레 증가 한은이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7월부터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대를 기록,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 유행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자는 취지가 강했다. 그러나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강화, 40% 초반의 백신 접종률(1차)에도 코로나19 확산세는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1000명대에서도 금리를 못 올렸는데 2000명 안팎 속에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출처: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19 확산, 거리두기 강화 및 연장에도 소비 위축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신한카드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신용카드 승인액은 14조517억원으로 1년전보다 7.0% 증가했을 뿐 아니라 전월과 비교해도 2.3% 증가했다. 또 이는 올 들어 월별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최근 4년간 7월 사용액 중 가장 컸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경제주체의 감염병에 대한 학습효과가 높아졌고 이들이 또 다른 형태로 소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밝힌 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황 둔화, 코로나 확산에도 내수가 버텨준다면 실물 경제 악화 우려는 덜 할 수 있다. ③ ‘고승범’과 타 금통위원의 차이..“금리 인상 논리가 다르다”이달 회의에선 7월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고승범 금통위원이 금융위원장에 내정 되면서 고 위원 없이 6명만으로 금리를 결정할 전망이다. 6명 중 총재를 포함한 5명이 금리 인상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향후 금리 인상 경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출처: 금융위원회)하지만 금리 인상의 논리는 다르다. 고 위원은 실물 경제만 보면 금리를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하지 않으나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등을 고려해 통화정책이 실물경제 회복보다는 금융 안정에 더 무게를 둬야 할 때라며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금융권 가계대출은 78조8000억원 증가, 전년동기(45조9000억원)대비 71.6%(32조9000억원)나 증가폭이 확대됐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5월까지 무려 10% 가까이 급등했다. `빚투→부동산 가격 급등→빚투 급증`은 경기 회복이 기대만큼 좋지 않더라도 금리를 인상할 근거를 마련해 준다. 그러나 금리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는 다른 위원들은 `견실한 회복세`까지를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은 연 4% 성장을 포함한 경기 회복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는 한은이 이달 또는 이후에 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기 회복과 자산거품보다는 환율 상승(원화 약세)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 등을 고려해 한은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점쳤다.
  • [BOK워치]연준도, ECB도 물가에 인내심…한은의 선택은
    연준도, ECB도 물가에 인내심…한은의 선택은
    최정희 기자 2021.07.14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2% 이상의 물가 상승률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물가목표제를 개편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은 돈 풀기를 좀 더 이어가는 통화정책이 예상돼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한국은행과는 다른 행보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유럽의 물가목표제 개편은 8년째 목표치에 미달한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CB도 “연 2% 넘는 물가상승 용인”ECB는 지난 8일(현지시간) 물가목표치를 물가 상승률 ‘연 2% 소폭 하회(below, but close to 2%)’에서 ‘2%(at 2%)’로 상향 조정했다. 저물가 기조를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2003년 이후 18년 만에 물가목표치를 높인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2%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방향으로 다소 일시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러한 물가목표치 변경이 연준이 작년 8월 채택한 평균물가목표제(AIT)와는 다르다고 밝혔으나 2% 넘는 물가 상승률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그 방향성은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정으로 기존의 돈 풀기 정책이 계속될 여지는 더 커졌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ECB가 단기적으로 정책 경로를 변경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통화완화 기조의 장기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미국, 유럽이 물가목표제를 변경하는 것은 장기간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를 하회했던 상황에서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올해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2%를 넘기더라도 이를 토대로 통화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지만 한은은 이들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2013년 이후 8년째 연간 물가 상승률이 2% 미만으로 물가목표치(2013~2015년 2.5~3.5%, 2016년 이후 2% 단일 물가목표제)에 미달하고 있다. 올해도 한은, 기획재정부의 전망치(연 1.8%)대로라면 목표치에 못 미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한은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데 물가보다는 금융 안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으로선 오히려 미국 등의 행보가 불안하게 느껴진다. 한 금통위원은 5월 말에 열린 금통위 정기회의 의사록에서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 함정에 빠져 과잉 유동성과 자산가격 버블을 양산하고 그로 인해 금융위기 때와 같은 과도한 금융 사이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는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목표치 8년째 미달, 한은 물가목표제 재검토해야한은이 물가보다는 금융 안정에 더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물가목표제를 운영하는 정책 부서로서 계속된 목표치 미달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은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기준으로 물가목표치를 정하고 있는데 금통위원들 사이에선 통계청이 발표하는 물가 상승률이 현재의 물가 상승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이동통신요금 인하, 무상교육 등 정부 정책에 의해 좌우되는 일명, 관리물가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는 데다 전·월세 부담이 큰 데도 그 비중은 9.4%에 불과하기 때문. 이런 점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면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클 것이고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통계청은 오는 11월까지 무상으로 전환된 학교급식비 등을 제외하고 전·월세 비중을 확대하는 내용의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소폭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개편안이 한은이 물가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자가주거비(자기 소유 주택을 임대했을 때 얻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 비중이 소비자물가지수에 30% 넘게 들어가고 이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온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도 전·월세 비중을 27.1%로 높인 자가주거비 포함 물가지수를 보조지표로 내고 있는데 이러한 자가주거비 포함 물가 상승률(4월 2.1%, 5월 2.4%, 6월 2.2%)은 오히려 기존 소비자물가 상승률(4월 2.3%, 5월 2.6%, 6월 2.4%)보다 낮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식료품, 에너지 비중도 20%대 초반을 차지한다.이는 미국, 유럽처럼 물가목표치를 조정하거나 미국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물가목표치를 정한 것처럼 목표치의 기준점이 되는 지표를 바꿔야 함을 의미한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물가안정 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중기 시계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는 2%가 적정하다”고 밝혔다.한은이 물가보다 금융 안정에 좀 더 신경써야 하는 환경이 수 년째 계속되고 있다면 이런 환경에 맞춰 물가목표제 역시 재검토돼야 한다. 작년에 관련 회의를 했고 개편 주기가 2년이라고 해도 이를 기다렸다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2% 물가 자체가 고물가로 인식되고 있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 석 달 연속 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자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 2.3%로 두 달 연속 0.1%포인트씩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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