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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왕' 아베는 왜 기시다 총리를 이지메 했나[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2.01.02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이지메’(집단 괴롭힘)를 가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쇼는 계속된다. 오는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얘기다. 다만 내빈석은 상당히 빌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물론, 일본의 장관급 인사들은 불참할 예정이라서다. 지난달 24일 일본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를 두고 일본 정가에선 ‘이지메(집단 괴롭힘)’에 시달린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사실상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왼쪽)와 패럴림픽 마스코트(오른쪽) (사진=AFP)◇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뒤에는 아베 압박 있었다시간은 지난달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날이다. 이날 도쿄 한 호텔에서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95명)의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파티가 벌어졌다. 파티 티켓을 판매해 정치자금으로 쓰는 식이다. 처음엔 화기애애했다. 2000여명이 참석한 파티에서 아베 전 총리가 내내 강조한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베파가 자민당 최대 파벌이라는 점, 그리고 기시다 정권을 지지하겠다는 의지다. 단순한 덕담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정가 시각이다. 물밑에서 치열하게 권력투쟁을 벌이는 일본 정치 1번지 나가타초에선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아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돌연 중국을 언급했다. 중국을 향해 “군사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를 거론하며 “우리 손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다. 일본 정계에선 아베 전 총리가 일부러 중국을 언급한 건 동북아 평화를 추구하는 기시다 총리를 압박하려는 시도로 본다. 입버릇처럼 “아베파는 최대 파벌”, “기시다를 지지한다”고 말해 온 아베 전 총리의 ‘혼네(속마음)’은 사실 다음과 같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지나치게 리버럴로 물들면 ‘최대 세력’인 아베파는 총리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동참 압력은 점차 커졌다. 지난달 13일 아베 전 총리는 BS닛폰에 출연해 “시간을 벌어서 무슨 이득이 있느냐”라고 하소연하며 일본 정부가 하루빨리 보이콧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이웃나라와의 근린을 중시하는 고치카이파의 전통에서도 한발 물러섰다.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당선 이후 아베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사진=AFP)◇선 긋는 기시다에…아베는 이지메 중?아베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와 껄끄러운 관계다. 지난해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가 전폭 지원한 이는 기시다 전 총리가 아닌 다카이치 사나에 현 정조회장이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는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줄곧 참배하는 대표적 극우파다. 아베 전 총리가 다카이치를 민 건 자민당의 리버럴화에 불만을 갖는 보수파가 늘고 있으니, ‘진정한 보수정당’의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아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사진=AFP)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면서 반격이 시작됐다. 아베 전 총리의 뜻과 엇나가는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먼저 기시다 총리가 총무회장에 임명한 인물은 후쿠다 다쓰오다. 이웃나라와의 관계개선을 중시해 아베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앙숙,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아들이다. 외무상에는 중일우호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친중파 하야시 요시마사를 기용했다. 하야시는 차기 중의원 선거부터 야마구치 선거구 공천을 놓고 아베 전 총리와 경쟁해야 하는 천적이기도 하다. 기시다 총리는 인사뿐 아니라 정책에서도 아베 전 총리와 선을 긋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성장 정책으로 “분배를 실시함으로써 성장을 지탱하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그다음 성장에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내각의 경제기조가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아베 전 총리는 발끈했다. 같은 달 26일 TV방송에 출연해 “경제정책 근본적 방향을 아베노믹스에서 바꿔선 안 된다. 시장도 그러길 기대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다. 건강상 문제로 물러난 이후에도 아베 전 총리는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며 보수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개헌 문제다.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기시다 정부가 개헌을 완수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자민당 관계자는 일본 주간지 일간겐다이에 “보수파의 대표격인 아베가 선수를 쳐 버리면 기대치가 커지는데, 기시다가 이와 다르게 행동하면 실망도 커진다”며 “그렇게 될 경우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떨어진다. 이것이 아베의 이지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사상 최장 정권을 지낸 아베 전 총리에게도 개헌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정작 비둘기파인 기시다 총리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베 전 총리의 이지메 방식은 우려를 낳고 있다. 전직 총리로서 막후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아베 전 총리의 의지가 물론 정치인으로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지만, 외교안보를 그 도구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직 자위대의 한 간부는 “중국 (무력위협)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쟁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외교로 전쟁을 피하려 노력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독자님들. 새해가 밝았습니다. 3월 대선으로 정치부에 파견을 왔습니다. [김보겸의 일본in]은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선거 끝나고 돌아오겠습니다.
  • 일본인들이 크리스마스에 치킨 먹는 까닭은[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12.25
    일본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게 된 건 해외 주둔 미군부대만의 문화를 미국 전체의 문화로 착각한 탓이라는 진단이 나왔다(사진=이미지투데이)[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찾는 음식이 두 가지 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크리스마스 치킨이다. 이러한 풍습을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이 나오는데, 정작 미국에서는 이런 전통이 없어 주목된다. 일본이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는 이유는 착각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본 근대식문화연구회의 최근 진단이다. 1950년 12월24일,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도쿄 긴자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전쟁이 끝나고 연합국 점령군으로 일본에 주둔하던 미국 병사들은 케이크를 장식하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 1948년 요미우리신문은 미군부대용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대량 생산되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이를 본 일본인들은 ‘케이크를 먹으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 미국의 풍습’이라고 오인했다. 정작 미국에는 그런 문화가 없었지만 말이다.이후 미국은 1950년 과잉생산된 밀을 ‘원조’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민간기업이 밀 수입을 시작하면서 케이크를 자유롭게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됐으며, 미국의 문화를 동경하던 일본인들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기 위해 달려나갔다고 한다.미군 부대가 크리스마스에 칠면조를 먹는 모습에 일본인들은 값비싼 칠면조 대신 구운 닭고기로 크리스마스 음식을 대체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일본만의 ‘크리스마스 치킨’ 문화 역시 미군부대의 영향을 받았다.유럽에선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고급 요리인 거위를 식탁에 올린다. 이후 미국 신대륙을 개척하며 유럽에서 건너온 이들이 거위보다 번식시키기 쉬운 칠면조를 먹기 시작했고, 전쟁 이후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미국 군인들에게도 냉동 칠면조가 배송됐다. 이를 목격한 일본인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 하면 칠면조’라는 인식이 퍼졌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당시 칠면조 가격은 1마리 5000엔에 달해, 대졸 공무원 초임이 1만4000엔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값비쌌다. 미국처럼 칠면조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일본인들은 구운 닭고기로 이를 대체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KFC 치킨을 일본의 크리스마스 전통음식으로 만든 이가 1970년 일본에 진출한 KFC 1호점 점장, 오오카와 다케시다. 매장 근처의 한 기독교계 유치원에서 산타 복장을 하고 크리스마스용 치킨을 배달해달라는 요청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는다”는 소문을 낸 것이다. 그의 근거 없는 홍보가 일본 공영방송 NHK 전파를 타면서 일본에선 크리스마스 시즌에 팔리는 KFC 치킨이 월평균 매출의 10배에 달하면서 전통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는다”는 홍보로 인해 일본에서는 KFC 치킨이 크리스마스 전통음식으로 자리잡았다(사진=Japan Journeys)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으로서의 케이크와 KFC는 ‘아시아의 미국’이 되고 싶은 그 시대 일본인들의 욕망과 이를 이용한 전략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최근에는 달라지는 모양새다. 일부 젊은층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가 오래된 것의 상징으로 통하면서다.토요게이자이는 24일 예전같지 않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하며 “버블 경제 시대에 돈을 많이 쓰는 기념일이자 연인들을 위한 날이라는 이미지는 가성비를 중시하고 비연애로 돌아서는 젊은 세대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한 때 낯선 미국 문화를 향한 동경에서 열심히 소비하던 케이크와 치킨 역시도 이제는 일상적인 음식이 되어버린 탓에 특별함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 말 바꾸자 지지율 올랐다…비결은 '듣는 귀'?[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12.19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순항하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바보 영주’ 리더십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관련기사: '바보영주' 기시다 총리가 日서 환영받는 이유[김보겸의 일본in]기존 내세운 정책 노선을 틀었는데도 지지율은 도리어 오르는 결과를 낳으면서다. 야당은 “말을 바꿨다”며 공세를 펴지만 국민에게는 응원받는, 때로는 상대 진영에서조차 인정한다며 혀를 내두르는 기시다 리더십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들어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19 대책을 제시한 뒤 번복하고 있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일본 입국을 전면 금지하려다 일본인이나 장기 체류자격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외국에 나가 있는 일본인이 귀국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자 “재외국민의 귀국 수요를 충분히 배려하겠다”면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이를 두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측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통치 능력 부족”이라며 맹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여론은 기시다 총리의 편이었다. 오히려 “이 시국에 돌아다닌 사람들까지 배려해야 하나”며 정부가 기존 방침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었다.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의 모습. 일본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사진=AFP)이뿐만 아니다.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인당 10만엔(약 10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도 말을 바꿨다. 애초 계획은 현금과 쿠폰을 각각 5만엔씩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연내 현금으로 일괄 지급하는 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쿠폰 지급 시 소요되는 행정 비용만 967억엔으로, 현금 지급 방식(280억엔)의 3배를 훌쩍 넘는다는 불만을 접수하고서다.이처럼 정책을 내놓은 뒤 비판이 일면 말을 바꾸는 모습에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18일 실시한 전국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4%로 지난달 조사 때보다 6%포인트 올랐다. 코로나19 대책을 높게 평가한다는 응답도 46%에 달해 “낮게 평가한다(26%)”는 답변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이후 40% 넘는 국민에게서 코로나19 대책을 호평받은 건 기시다 총리가 유일하다. 이 같은 지지율 상승세는 야당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열린 2021년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기시다 총리가 저자세를 유지한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준다. 날 선 질의에도 “제대로 검토하겠다”며 야당 처지를 이해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는데, 이는 야당의 추궁에 정색하고 반박한 아베 전 총리나 국어책을 읽는 듯한 스가 전 총리와 대비되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다. 지난 17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토교통성 통계 데이터 수정 문제로 추궁받자 기시다 총리가 이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입헌민주당 유튜브)한 간부는 일본 토요게이자이에 “곧바로 고개를 숙이는 기시다 같은 이들은 정말로 공격하기 어렵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통상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며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예산위가 이례적으로 “지극히 평온하고 일정대로 진행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지율 상승의 비결로는 ‘듣는 힘’이 꼽힌다. 기시다 총리가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자신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오사카 기반의 일본유신회 소속 한 간부는 “(듣는) 귀를 갖지 못했던 전직 총리와 ‘귀’를 가진 기시다 총리의 차이점이 부각되면서 탄탄한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 평론가들 역시 “공감능력을 어필하는 기시다 총리의 모습은 현재의 국민감정과도 궁합이 좋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숙일 때 숙이는 자세에 일본 유권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정치인은 반 발짝만 앞서 가야 한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충고, 어쩌면 이웃나라 기시다 총리가 실천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 "여자가 많으면 회의가"…한술 더 뜨는 日정치인 막말[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12.13
    일본 도쿄의 도쿄타워 앞으로 새떼가 지나가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2년째 접어든 코로나19 사화, 백신 확보 소동, 1년 미뤄진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중의원 선거에 총리 교체까지…유난히 다사다난한 2021년을 보낸 일본. 그만큼 정치인들의 말실수도 주목된다. 일본 주간지 뉴스포스트세븐은 12일 ‘실소를 일으키는 정치인 발언’ 10개를 꼽았다. 말(言)은 모든 화근의 원인이지만 정치인들에 있어서는 말이 전부라는 설명이다. 현재 총리와 전 총리 모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시다 총리의 “내 장점은 잘 듣는 것” 발언이 2021년 실소를 일으키는 정치인 발언 톱10에 포함됐다(사진=AFP)먼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자화자찬이 실소 발언으로 꼽혔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지난 9월 일성은 “내 특기는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는 것”이었다. 칼럼니스트 이시하라 소이치로는 “당시만 하더라도 기대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실소를 금하지 못하겠다”며 “‘제대로’라는 말은 기시다 총리의 말버릇인데, 잘 할 마음이 없는 경우에 자주 쓰인다”고 설명했다. 총리로서 가진 목표나 방향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기시다 총리의 무색무취 리더십을 향한 비판과도 일맥상통한다. 관방장관 시절부터 총리에 올라서도 정부를 향한 비판에 “그런 지적은 당치 않다”는 태도로 일관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최악의 발언자로 꼽혔다(사진=AFP)기시다 총리의 전임자이자 1년 만에 직을 내려놓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실소 발언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 지적은 당치 않다”는 발언이다. 이 역시 제2차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하고 관방장관으로 일하던 시절부터 이어진 그의 말버릇이다. 기자회견 때마다 정부 입장을 묻거나 행정에 대한 지적을 받을 때면 그는 입버릇처럼 “그런 지적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의 ‘입’ 역할을 하는 관방장관의 답변이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국민의 이해를 얻겠다는 태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관방장관 시절 습관은 총리가 된 뒤에도 이어졌고 결국 2021년 실소 발언의 불명예를 안았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전 간사장은 스가 총리가 자신을 교체하려 한다는 소식에 “임명권자라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총리에게는 당 인사권이 있다.(사진=AFP)스가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운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전 간사장도 구설수에 올랐다. 스가 전 총리가 지난 8월 그를 교체하겠다는 소식에 무려 TV 인터뷰(!)에서 불만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다. 토사구팽의 심정이었을까. 지난해 8월 아베 전 총리가 건강상 이유로 사퇴하자 가장 먼저 스가를 지지하며 ‘킹메이커’ 역할을 한 그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미흡한 대처로 스가 전 총리 지지율이 20%대로 뚝 떨어지자 니카이가 물갈이 타깃이 됐다. 역대 최장인 5년간 간사장을 역임해 ‘자민당 2인자’로 통하는 그를 교체해 인적 쇄신을 보여주겠다는 전략으로서다. 이후 자신의 교체론이 솔솔 흘러나오자 니카이 전 간사장은 TV 인터뷰에서 “(스가가) 그만두라 할 자격이 있는가. 임명권자라 생각하면 오산이다”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일본 총리는 각료 임명권과 당 인사권을 모두 쥐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어 ‘스가 총리와 대등한 관계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등하지도 뭣도 아니지만 (스가가) 건방지게 말하지 않나”라며 버럭하며 진행자를 당황케 했다. 다만 이후에는 “스가 총리와 사이가 나쁜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운데)는 “온난화 덕분에 홋카이도산 쌀이 맛있어졌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사진=AFP)이외에도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의 “온난화 덕분에 쌀이 맛있어졌다” 발언도 논란을 일으켰다. 아소 부총재는 지난 10월25일 홋카이도 삿포로시 거리연설에서 “지구온난화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홋카이도 온도가 2도 오르면서 홋카이도산 쌀이 맛있어졌고 수출도 잘 된다”고 했다. 해당 발언 이후 “홋카이도 쌀은 험한 기후에 적응하도록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을 한 덕분에 맛있어진 것이지 온난화 덕분이 아니다”라는 반박부터 “일본 정부의 탈탄소 대책 추진을 역행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여성이 많으면 의사 결정이 느려진다”며 여성 비하 발언을 한 모리 도쿄올림픽 조직위 전 회장이 지난 2월12일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사진=AFP)올해 최악의 발언 1위는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전 회장의 여성 비하가 꼽혔다. 올해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림픽의 해를 상징한다는 의미에서다. “여성이 많으면 의사 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발언으로, 결국 사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난 2월3일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여성 이사를 늘리는 방침에 대해 그는 “여성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누군가 손을 들면 자신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성 이사를 늘릴 경우에는 발언 시간도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한다. (회의가) 좀처럼 끝나지 않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입헌민주당에선 “차별을 물리치고 연대와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상호 이해하는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 안팎에서도 “다양성과 조화를 중시해야 하는 조직위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 “스포츠계 흐름을 역행한다”며 사퇴 압박이 일었고 결국 열흘도 못 버틴 모리 전 회장은 백기를 들었다. 뉴스포스트세븐은 2021년 일본 정치인들의 실소 발언을 전하며 이렇게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실소 발언 목록을 정치인으로 좁힐 생각이 없었는데 순식간에 정치인만으로 10개가 채워져 버렸다. 2022년에도 여러 정치인이 여러 가지 실소 발언을 해 줄 것이다. 정말 믿음직스럽기 짝이 없다!”
  • '바보영주' 기시다 총리가 日서 환영받는 이유[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12.06
    무능하지만 악의는 없는 바보 영주를 맡은 시무라 켄. 지난해 코로나19로 사망하면서 프로그램도 폐지됐다(사진=후지TV)[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취임 두 달을 맞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전임 총리들에 비해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기시다 총리의 연내 미국 방문이 불투명해지면서 이런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오히려 일본에는 카리스마 없는 리더가 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와 주목된다. 기시다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뒤를 이은 지 두 달째인 지난 4일, 미쿠리야 다카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에 기시다 총리를 향해 혹평을 쏟아냈다. 그는 “듣는 힘이 장점이라더니 기자회견을 몇 번을 봐도 (기시다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미쿠리야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주장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라든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에 대한 설명도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명문 파벌인 고치카이의 수장이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자유주의 비둘기파로 꼽히며,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정파다. 역대 일본 총리 4명을 배출한 명문 정파를 이끌어온 만큼 기시다 총리의 철학 총론은 인정한다는 분위기이다. 문제는 각론이다. 미쿠리야 교수는 “아베라면 자기 의사를 분명히 했을 텐데 기시다에는 그게 없다”며 기시다 총리가 지난 10년간의 총리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월31일 중의원 선거 지역구에서 낙선한 자민당 2인자 아마리 아키라(왼쪽) 전 간사장. 비례대표 선거에서 이겨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간사장에서는 물러났다. 기시다 총리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사진=AFP)선거에서 패배한 당내 2인자의 사직서를 쿨하게 받아준 것도 ‘가는 사람 안 잡는’ 기시다 총리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지난달 30일 아마리 아키라 당시 자민당 간사장이 지역구에서 낙선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충격이 컸던 아마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기시다 총리는 망설이지 않고 외무상에 있던 모테기 도시미쓰를 후임에 앉혔다. 이 광경은 ‘이 사람을 반드시 이 자리에 앉히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아베나 스가 전 총리와는 달리 기시다 총리가 내각 인선에 고집을 부리지 않는 편이라는 인식을 줬다. 이처럼 기시다 총리는 낙천적이고 태평하며 무관심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래서일까. 그가 쓴 왕관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취임한 지 44일 만에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모습으로 주목받은 바 있지만 기시다 총리는 총리가 된 이후에도 활력이 넘치고 스트레스도 안 받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2019년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골프 라운딩을 하는 아베 총리(사진=AFP)일본 내 보수우파 세력은 기시다 총리의 무색무취 리더십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미일관계를 중시하는 이들은 아베 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이 서로를 ‘신조’, ‘도널드’라고 격의없이 부르며 브로맨스를 과시한 데 대한 향수가 여전히 크다. 이에 비해 취임 두 달이 되어가도록 미국 방문 일정조차 못 잡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이들의 눈에 찰 리 없다. 국제사회의 시선에선 여전히 미국과 일본은 한 몸처럼 움직이는 듯 하다. 일본은 미국이 주도한 석유 비축유 방출에 혈맹인 영국보다 더 적극적이었으며, 마찬가지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미 정부의 입만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본 내부에서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 쪽의 심기라도 거스르지 않으려는 ‘양다리 외교’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외무상에 친중파인 하야시 요시마사를 임명한 데다 미국이 주도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여부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일본은 일본의 입장에서 생각하겠다”고 밝힌 것을 문제삼으면서다. 주권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들리지만 미일동맹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 온 일본 내 보수우파들은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탓에 미국이 일본을 믿지 못하고 있으며, 기시다 총리가 방미 일정을 잡지 못하는 건 이 때문이라는 주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사진=AFP)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무색무취 리더십이야말로 일본 사회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코로나19로 숨진 일본 코미디언 시무라 켄의 코미디쇼인 ‘바보 영주’가 힌트가 될 수 있다. 바보 영주는 하인들을 골탕먹이고 시녀들을 희롱하는 것이 삶의 낙이지만 아픈 부하들을 직접 챙기는 등 딱히 심각한 악의는 없는 인물이다. 모자라지만 나쁘지는 않은 영주로 부하들로부터 신임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코미디쇼는 1986년부터 후지 TV에서 방영되다 작년 주연을 맡은 시무라 켄이 숨지면서 막을 내렸다. 일본 주간지 겐다이 비즈니스는 “바보 영주가 일본인에게 환영받는 건 어떤 의미에선 일본인의 이상적인 리더상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일본형 경영의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오미코시(おみこし) 경영’과도 결이 같다. 축제 때 신을 태우는 가마를 일컬어 오미코시라고 하는데, 여러 사람이 짊어지고 옮기는 만큼 상사의 리더십이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경영 형태다. 즉, 일본에선 상사가 실무를 책임지지 않고 우수한 부하가 사업을 총괄하는 방식을 이상적이라고 본다. 멍청하고 게으른 ‘멍게’ 상사가 멍청하고 부지런한 ‘멍부’보다 낫다는 한국의 우스갯소리와도 비슷하다. 리더십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기시다 총리 역시 개인보다는 조직 위주로 고치카이파다운 정치를 한다는 평가다. 고치카이는 정책 파벌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책에 강한 정치인들이 많은 파벌이기 때문에 정책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라고 한다. 기시다 총리 개인의 리더십과 별개로 결국 중요한 건 현장의 관료들이라는 것이다.
  • '영혼의 단짝' 美日, 석유 방출도 올림픽 보이콧도 한몸처럼[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11.29
    일본이 최근 베이징올림픽 보이콧과 전략적 비축유 방출 등에 있어 미국을 적극 추종하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맹방보다 더 맹방 같은 관계가 있다. 일방적인 짝사랑에 가깝지만 미국과 일본 얘기다. 정치와 외교, 경제 문제 등에 있어 미국의 뜻이 곧 일본의 뜻인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더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여부가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 정부의 대응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라는 대답이 나올 정도다. 적절한 시기에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 입장이지만, 이들이 말하는 적절한 시기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입에서 “베이징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겠다”는 결단이 나오는 순간을 의미할 것이다. 고공행진하는 유가를 잡겠다며 미국이 국제사회에 잉여 석유를 방출하자고 독려하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도 일본이다. 1970년대부터 지켜오던 원칙까지 깨부수며 국가 비축분을 풀겠다고 나서면서다. 정작 영미법으로 묶인 혈맹이자 결정적인 순간엔 항상 미국 편에 서 온 영국조차 국가 비축분에는 손대지 않고 민간 비축분만 자율적으로 풀게 하겠다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일본은 맹방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미국을 추종하고 있다.일본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시부시 국가석유 비축기지(사진=교도통신)◇1970년대 세운 석유비축 원칙, 바이든 지지율 올리기에 무너졌다일본에서는 미국을 향한 지독한 짝사랑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국가 비축유 방출이 대미 협조의 의미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협조를 위해서라면 일본 정부가 원칙까지 무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비판이다. 일본 정부가 깬 원칙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만으로는 잉여 석유를 함부로 방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70년대 1차 오일쇼크로 제정된 석유비축법이 그 근거다. 이 법에 따르면 분쟁이나 자연재해로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만 석유 비축분을 방출해야 한다. 1991년 걸프전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도 민간 비축분만 일부 풀었다. 그런데 지금은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국가 비축분도 방출한다는 게 일본 정부 계획이다. 휘발유 가격이 1리터당 185.1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2008년에도 민간 비축분조차 방출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지난 10일 일본 휘발유 가격은 1리터당 평균 170엔 정도로 2008년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국가 비축분을 풀겠다는 것이다. 유가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 잉여 석유 방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운 일본 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깼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7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손녀들과 함께 억만장자 기업가가 소유한 357억원짜리 저택에서 휴가를 보내는 바이든 대통령. 30년만에 최고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휩싸였다(사진=AFP)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일본이 50여 년 지켜 온 원칙까지 무력화하는 모습이다. 1가족 2차량이 기본인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휘발유는 생필품이다. 연말 휴가철을 앞두고 고공행진하는 유가에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24일 공영방송 NPR 여론조사에 따르면 42%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잉여 석유를 풀어 유가를 안정화하고 지지율 회복을 노리고 있다.또 이번 비축유 방출 계획이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국제적인 리더십을 홍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면 전 세계가 따라온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국 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잉여 석유 방출 프로젝트가 남는 장사이지만, 일본에도 과연 그럴지는 미지수다. 원칙을 파기하면서까지 감수할 만큼의 실효성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서다. 미국과 일본 등 6개국이 내놓는 잉여 석유 규모는 7000만배럴로 추산되는데, 영국 최대 석유회사 BP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가 하루에 소비한 석유량이 8847만배럴이다. 원칙까지 깨면서 일본이 국가 비축분을 시장에 풀어도 이틀을 채 못 버틸 미미한 수준이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의 혈맹인 영국도 민간 비축분만 방출하는 정도로 동참하겠다는데 일본은 한 술 더 떠서 국가 비축분까지 풀겠다는 계획이다(사진=AFP)심지어 미국의 맹방인 영국과 방출 규모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일본은 국가 비축유 잉여분 중에서 국내 수요의 1~2일 분량인 420만배럴을 방출하는 반면, 영국은 민간기업에 자발적으로 방출을 맡겨 150만배럴까지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을 향한 과잉충성이 오히려 산유국들을 일본의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렇게 방출된 석유를 시장에 내다 팔 때 낙찰액을 싸게 불러야 유가가 떨어지지만 산유국 눈치를 보느라 과연 싼값으로 낙찰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일본 일간공업신문에 “산유국과의 관계에서 눈에 거슬리는 구매 방법을 택하고 싶지는 않다는 게 본심”이라고 고백했다. 괜히 낙찰가를 싸게 불렀다가 산유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 앞으로의 원유 조달 비용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동기화한 기시다 정권을 향한 언론 평가도 박하다. 극우성향의 산케이신문조차 석유 국가 비축분 방출을 향해 “가격 인하 효과는 턱도 없다”며 “일본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과 긴밀하게 외교관계를 구축해온 만큼,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산유국에 증산 요구를 해야 한다”며 미국에 동조한 정권을 질책했다. 또 마이니치신문은 “산유국과 협력해 석유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이행기를 극복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미국보다는 산유국들과 대화를 통해 국제유가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미국이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고 일본도 여기 동참했다. (사진=IOC)◇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여부도 미국 입만 바라보는 일본베이징올림픽에 선수단은 보내되 정상과 정부 사절단은 불참하는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도 일본은 미국 정부가 결정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40여 년 전에도 미국과 한 몸처럼 움직인 일본이다. 1979년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선수단조차 보내지 않는 전면 보이콧을 실시, 우방국도 동참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스포츠계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미국의 전면 보이콧에 동참하려던 영국 정부는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돼야 한다”는 영국올림픽위원회(BOA)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선수단을 개인 자격으로 보냈다. 호주와 프랑스, 이탈리아와 덴마크 선수들도 올림픽에 참가했다. 일본은 대체로 미국에 맞서지 않았고, 이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일본 유도 영웅 야마시타 야스히로 선수와 레슬링의 타카다 유지 선수가 울면서 올림픽에 나가게 해 달라며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많은 일본인들이 당시 보이콧 동참을 일본 스포츠계의 ‘흑역사’로 기억한다.일본 유도 영웅 야마시타 야스히로(왼쪽)와 레슬링의 타카다 유지(오른쪽) 선수.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 출전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사진=교도통신)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선수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이라면 동참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민주사회로 변모하기를 거부하고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데다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의 강제노동 및 홍콩 민주화운동 탄압 등 중국 정부의 인권유린을 향한 비판의식이 높아진 탓이다. 최근에는 베이징올림픽 유치에 핵심 역할을 한 장가오리 전 부총리가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를 수년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 정보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로 이런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중국은 도쿄올림픽을 지지했다는 점을 들면서 일본에도 베이징올림픽 지지를 촉구하고 있다(사진=AFP)다만 이번에도 일본이 미국 편에 서려면 감수해야 하는 것이 있다. 도쿄올림픽을 지지했던 중국의 반발이다. 중국 외교부 측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전력으로 도쿄올림픽 개최를 지지했다. 일본은 기본적인 신의를 지켜야 한다”며 일본에 베이징올림픽을 지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베이징올림픽과 (중일) 양국의 정치 문제를 연계시키는 데 중국은 결사반대다. 중일 양국에는 서로 올림픽 개최를 지지한다는 중요한 공통 인식도 있다”고 강조했다.미국 정부 입에 전광석화처럼 반응해 왔던 일본의 외교적 후각이 이번에도 작동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투표 안하는 일본인' 충격파 한달째…왜?[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11.22
    일본 중의원 선거가 열린 지난달 31일 한 남성이 후보자들 선거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중의원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일본 언론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일본 유권자들의 낮은 투표율이다. 지난달 31일 4년 만에 치러진 제49회 중의원 총선거 투표율은 55.93%로, 역대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일본에서 투표율 저조 현상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지만 적잖이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유권자들이 투표뿐 아니라 선거운동이라든지 거리시위 등 참여 자체를 거부해 ‘공공을 외면하는 일본인’이 일반적인 모습이 되어 버렸다는 성토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 사회가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왜 이번 선거 투표율이 낮았는지 의문을 갖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번 선거가 10년 가까이 집권한 자민당을 심판하는 성격을 띤다는 의미가 있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자민당 대응능력의 민낯이 드러나며 1강 체제에도 균열이 일어나는 듯 보였다. 코만 겨우 가리는 ‘아베노마스크’로 조롱받은 당시 총리 아베 신조가 건강상 이유로 총리직을 내려놓으며 스가 요시히데가 후임으로 나섰지만, 그마저도 1년 천하로 끝났다. 전 국민 반대를 무릅쓰고 도쿄올림픽을 강행해 확진자가 하루 2만5000명 넘게 나오면서 지지율이 폭락한 탓이다. 아베 전 총리가 코로나19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는 아베노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사진=AFP)정권교체가 힘을 받나 싶더니 막상 총선 뚜껑을 열어보니 또 자민당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단독 과반을 확보하면서다. 스가 때보다도 낮은 49%의 지지율로 시작한 기시다 내각에 절반 넘는 의석을 몰아준 것이다. 이는 일본 정치에 야당이 있지만 정권교체 선택지에도 들지 못 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투표율은 여전히 저조했고, 자민당 1강 체제는 굳건했으며, 자민당 타도를 기치로 똘똘 뭉친 야당은 오히려 의석을 잃었다. 일본 언론들은 “외국과 비교해도 투표율이 이상하게 낮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와중에 ‘전쟁가능한 일본’을 외치는 극우정당이 오사카에서 약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학습된 무력감에 투표 포기…‘변화’ 실감케 한 일본유신회에는 열광일본 사회의 낮은 투표율 주범으로는 학습된 무력감이 꼽힌다. 일본 사회 전반에 흐르는 냉소주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의 일본이 싫다면 일본을 떠나라’,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입후보해라’는 등, 변하지 않는 일본을 비판하는 이들을 무시하는 냉소주의는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진다고 아사히신문은 꼬집었다. 사회화 기관인 학교나 직장에서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보다는 ‘공기(분위기)’를 읽으며 대세를 따르는 의사결정 과정도 정치적 자기효능감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사진=AFP)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게 해준 게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일본유신회이다. 후보를 낸 지역구에서 전부 승리를 거두며 지난 선거보다 네 배 가까이 의석을 늘리는 등 약진한 곳인데, 일본에선 극우정당이지만 일은 잘 한다는 이미지로 통한다. 물론 ‘오사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이미지만으로 성공한 건 아니다. 그만큼의 실적과 시민에의 환원이 뒷받침했기에 이번 선거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더럽기로 악명 높은 오사카 지하철 화장실은 일본유신회가 집권하면서 깨끗해졌고, 중학교 무상급식이 시행되면서 맞벌이 부부는 자녀의 도시락 준비 부담을 덜었다. “일본유신회가 있는 한 우리 생활이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이어진 셈이다. ◇유권자 평가 기준은 실효성 아닌 하려는 의지주목할만한 사실은 일본유신회가 이끄는 오사카가 일본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었는데도 재신임받았다는 것이다.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 5월 오사카는 사실상 의료붕괴 상태였으며 코로나19 환자들은 입원도 못 한 채 자택에서 요양하다 사망하기 일쑤였다. 자영업자들에게 휴업을 요청하는 대신 협력금을 주긴 했지만 이마저도 한참 늦어졌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모습도 상당히 어설펐다. 일본유신회 소속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가 돌연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가글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다”라며 근거없는 말을 하자 오사카의 모든 약국에서 구강청결제가 동나는가 하면 코로나19 대책의 하나로 우비 33만장을 기부받기도 했지만 실제로 방역 현장에서 쓰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도 오사카는 일본유신회에 열광했다. 일본 국민 40%가량이 이용하는 ‘국민 SNS’ 트위터에는 일본유신회 소속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가 일을 지나치게 열심히 한다며 ‘요시무라 자라’는 검색어가 트렌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요시무라 지사의 ‘일 하는 척’이 먹혔다는 평가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전 시장부터 현재 요시무라 지사에 걸쳐 일본유신회를 취재하고 있는 요시토미 유지는 “요시무라 지사는 어쨌든 보여지는 모습을 의식하며 움직인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몰라도 오사카 TV에 매일 나와 자신을 어필한다”며 “실패해도 새로운 대책을 세우고 부민들에게 계속 알리는데, 이런 모습은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고 분석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열심히 하려는 요시무라 지사의 모습이 일본 중년 여성 유권자들에게는 마치 아들처럼 느껴져, 그의 정책이 적잖은 실패를 겪더라도 악의가 없다면 지지하는 데 문제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본유신회가 오사카를 넘어 전국정당으로 거듭나는 건 무리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반대로 말하면 오사카에서는 어지간한 헛발질만 안 하면 콘크리트 지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만큼 일본유신회가 오사카에서 기반을 잘 닦아놓은 것이다. 지난 2016년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개정을 내세운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사진=AFP)◇日우경화에는 방향 잃은 리버럴도 책임 있어일본 내에서도 극우라고 손가락질받는 일본유신회가 오사카를 사로잡은 모습은 생각할 여지를 준다. 우익을 견제하는 리버럴(진보)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게 벌써 10년째다. 리버럴은 동북아 평화를 중시하는만큼 평화헌법 개정을 외치는 보수우파와는 대조적이지만 지향점이 불분명해진 지도 오래다. 일본유신회의 총선 압승을 포퓰리즘으로 헐뜯기만 한다는 지적을 받는 게 현 일본 사회의 리버럴 세력이다.아사히신문은 “일본유신회의 압승을 포퓰리즘으로 폄훼하는 이들은 자민당에 불만이 있는 유권자를 휘어잡을 논리가 없다”며 “어느 정당에 투표하는 것과 정당의 정책을 100% 지지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 일본유신회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포퓰리스트라고 비하하기만 해서는 자민당을 싫어하는 유권자의 마음도 못 얻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리버럴이 일본유신회의 개헌 주장에 반대하려면 적어도 헌법9조를 빛낼 수 있는 야당판 개헌안을 내세울 수 있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뼈아프다. 지난 2012년 자민당에 정권을 내준 후 9년째 정권교체 가능성이 요원해 보이는 일본 정치를 지켜보며 절감하게 되는 것은 의욕 잃은 야당이 얼마나 현상유지에 기여하는지다. 동시에 아무리 해도 안 바뀐다는 환멸에서 일본 유권자가 정치참여 자체를 포기하는 사이에 개헌을 주장하는 극우정당은 민생정치를 무기로 지지를 얻었다. 코로나19 대응 헛발질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본유신회가 어느 순간 전쟁가능한 일본을 만들겠다며 전국정당으로 거듭나더라도 이상하지 않게 될 지 모른다.
  • 日 '사망자 제로' 미스터리…실제로는 더 많다?[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11.15
    오사카의 한 파칭코에서 한 시민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0명을 찍은 지난 7일, 일본뿐 아니라 한국 등 전 세계 언론이 일제히 이를 보도했다. 확진자 수를 줄여 발표하는 건 가능하더라도 사망자 수까지 속일 수는 없다는 점에서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PCR 검사수를 줄였다, 일시적으로 집단면역이 됐다, 일본에서 델타 변이가 힘을 잃었다 등등 여러 가설이 제기됐지만 전문가들도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사망자 수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 코로나19 사망자는 과소평가됐다? 12일 주간지 죠세지신은 통계에 능통한 전직 공무원 쿠와하라 오사무를 인용해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실제로 더 많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판단의 지표가 된 건 오사카부다. 맞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일 잘하는 극우정당’이란 후광에 힘입어 오사카를 싹쓸이한 일본유신회가 꽉 잡고 있는 지역이다. 오사카부의 월별 코로나19 사망자 수 (사진=죠세지신)쿠와하라의 설명은 이렇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월 7500명이던 오사카부 사망자 수는 2021년 5월에는 8901명으로 1400여명 늘었는데,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오사카부가 발표한 올 5월 사망자 수는 857명에 불과했다. 2019년에 비해 비해 1400명가량 늘어난 사망자 가운데 나머지 500여명은 코로나19 사망자 또는 코로나19로 의료시스템이 붕괴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이른바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라는 것이다. 2년 새에 자연적으로 사망자가 늘어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잘 대처했다고 평가받는 돗토리현이나 시마네현에선 2019년이나 2021년이나 사망자 수가 비슷한 수준이다. 오사카에서만 사망자가 늘어난 현상은 코로나19 대책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결과인 셈이다. 특히 돗토리현은 한국과 관련이 깊은 지역이기도 하다. 돗토리현은 지난 2009년부터 강원도 원주시의사회와 우호교류 협정을 맺고 교류해왔다. 지난해 4월에는 K방역 비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드라이브스루 검사 가이드라인과 선별진료소 운영방법, 진료 수칙 등등. 돗토리현은 13일과 14일 이틀 연속 감염자 ‘0명’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오사카의 관광명소 도톤보리를 지나는 시민들(사진=AFP)◇실제보다 사망자 적게 집계된 이유는그럼 왜 일본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실제보다 적게 집계되는 것일까. ‘누가 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켰는가’의 저자이자 한국에선 원전 전문가로 잘 알려진 마키타 히로시 박사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일본 정부가 PCR 검사 수를 줄여서 양성자 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이 PCR 검사를 인당 2만엔(약 20만원)의 유료로 전환하면서 검사 건수가 줄었고, 이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사망했을 경우 코로나19 사망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마키타 박사의 설명이다. 다음으로 경찰청이 발표한 변사자 가운데 코로나19 환자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전국 변사자 중 최대 627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서 누락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사망 보고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신규 감염이 줄어들던 올 9월 이후에도 오사카와 도쿄, 오키나와 등지에서 집계된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증가 추세를 보였는데, 마키타 박사는 이 현상이 사망 보고가 20일에서 40일가량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지표평가연구소(IHME)는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발표된 수치의 24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일본에서 인구 대비 코로나19 사망자 비율이 가장 높은 오사카에서 실제로는 사망자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오사카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약 2200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4000명이 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의료진이 음압병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사진=AFP)◇의료민영화·섣부른 긴급사태 해제가 피해 키워오사카에서 유난히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았던 이유로는 방역 효과보다는 방역 비용 줄이기에 급급했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같은 전례 없는 파괴적인 감염병을 국가적으로 다루려면 채산성은 잠시 내려놔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공공병원에 집중시켜도 모자란 상황에서 후생노동성은 의료비 삭감을 위해 국공립 병원을 통폐합했고 병상을 줄여왔다. 지난 10년 간 일본 전국의 보건소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특히 오사카는 도쿄도에 앞서 공립병원을 민영화하는 등 복지비용 삭감에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 오사카 응급의료 시스템은 마비 직전까지 내몰렸고 코로나19 환자 중 10%만이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속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다 목숨을 잃는 환자도 있었다. 이외에도 일본유신회 소속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데도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지난 2월 말 섣부르게 긴급사태를 해제해 비판받기도 했다.전문가들은 오사카 코로나19 대응이 ‘행정 실패’라는데, 유권자들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일본유신회는 지난달 31일 중의원 선거에서 오사카 지역에 후보자를 낸 15개 선거구에서는 모두 승리, 전국적으로 41석을 넘어 직전(11)보다 네 배 가까이 의석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유권자 77%가 현재 오사카를 이끌고 있는 일본유신회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한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자’며 개헌을 추진하는 극우정당이지만 일은 잘 한다는 기대에서 표를 몰아준 것이다. 지난해 “가글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요시무라 지사의 검증되지 않은 발언으로 오사카 약국과 드럭 스토어 등에서 구강청결제 품귀현상이 빚어진 데 이어, 오사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실제로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에도 오사카 유권자들의 선택은 일본유신회였다. 일본에 있어 미스터리는 코로나19 사망자 수 급감에만 적용되는 건 아닌 듯하다. 요시무라 지사가 “가글액이 코로나19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말한 뒤 오사카의 한 약국 가글액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사진=도쿄주니치신문)
  • 오사카 시민들은 왜 '위안부 옹호'한 극우정당에 환호했나[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11.08
    오사카 도톤보리의 명물 글리코맨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오사카 사람들은 바보.” “유신회의 악행들을 알면서 어떻게 지지할 수 있는 것인가?”일본의 극우 성향 정당인 일본유신회가 오사카에서 집권 자민당을 제치고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자 유권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원래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정당이던 일본유신회는 오사카 지역에 후보자를 낸 15개 선거구에서 모두 승리했고, 전국적으로는 41석을 얻어 직전(11석)보다 네 배 가까이 의석을 늘렸다. 이는 중의원에서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필요한 정족수인 21석을 가볍게 웃도는 수준이다. 단독 법안 발의도 가능해진 것이다.지난달 19일 오사카에서 총선 후보들의 연설을 듣는 시민들의 모습(사진=AFP)여타 야당이 뼈아픈 패배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이은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경제, 끊이지 않는 부정부패 의혹 등 자민당을 향한 불만이 날로 거세지던 차에 야당들은 “이번에는 진짜로 정권을 교체하자”며 똘똘 뭉쳤다. 입헌민주당 등 5개 주요 야당은 후보를 단일화해 자민당 타도에 나섰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오히려 지난 선거보다 의석이 10석 줄었다.극우정당의 약진에 일본 유권자들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오사카 사람은 바보”라는 조롱도 잇따랐다. 특히 오사카와 뿌리깊은 지역감정이 남아있는 도쿄에서 이번 결과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도쿄 사람들은 상업이 발달한 오사카 쪽 사람들을 ‘돈만 밝히고 거칠고 제멋대로’라고 삐딱하게 보는 반면, 오사카 사람들은 도쿄 사람들을 ‘깍쟁이 같고 점잖은 척한다’고 폄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유신회가 오사카 지역구를 휩쓴 결과에 대해 도쿄에서는 “오사카 사람들이 반지성적이라 극우정당에 투표했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 (사진=AFP)일본유신회에 투표했다는 이유로 이처럼 격한 반응이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일본유신회가 자민당 뺨치는 우익정당이라서다. 일본유신회 소속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가 지난 201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진 것을 두고 격렬히 항의하다 자매결연을 끊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것도 모자라 지난 2019년 8월에는 위안부 소녀상을 옹호한 아이치현 지사를 퇴출시키겠다며 주민 43만명 서명을 받았는데, 이들 중 80% 넘는 서명이 가짜로 드러났다. 당시 아이치현 지사는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요시무라 지사를 비난했으며 이는 결국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요시무라의 스승도 그에 못지않은 극우 인사다. 일본유신회 전 공동대표인 하시모토 도루는 2013년 오사카시장 시절 “일본군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위안부가 필요했다”고 발언해 도마에 올랐다. 당시 미국 정치인들은 “혐오스러운 발언”이라며 하시모토를 규탄했다. “위안부는 일본군 정신안정을 위해 필요했다”고 발언하는 하시모토 토루 (사진=AFP)하지만 일본 유권자들의 전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오사카에서 일본유신회 돌풍은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오사카부의회 의원 선거나 오사카 시의회의원 선거, 지사와 시장 선거에서 일본유신회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유로는 먼저 오사카에서 출발한 정당답게 ‘오사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오사카 정당’이란 인식을 줬다는 점이 꼽힌다. 일본유신회는 지난 2012년 전국 정당으로는 이례적으로 당 본부를 오사카에 두면서 의원 정수를 109석에서 88석으로 삭감하고, 국회의원 세비를 30% 깎기로 했다. 마츠이 이치로 오사카 시장(사진=AFP)내가 낸 세금은 내가 돌려받는다는 인식을 주는 데에도 성공했다. 일본유신회 소속 마츠이 이치로 오사카 시장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급식비를 무상화하고 사립고등학교는 무상교육을 실시했다. 이처럼 자녀가 있는 가정에 피부로 와닿는 정책을 편 끝에 일본유신회는 노인들에게만 과잉복지를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는 자민당을 누르고 오사카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코로나19 대책에 있어서도 일본유신회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ABC텔레비전과 JX통신사가 7~10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0~77%는 일본유신회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주민들에게 코로나19 재난 대응을 적극 설명하는 등 강한 리더십을 보였다는 이유가 컸다. 실제 미디어 정치에 능한 요시무라 오사카부 지사는 공식 기자회견을 자주 열었고, 마이니치방송과 요미우리텔레비전 등 주요 언론들이 이를 중계했다. 거의 매일 TV에 얼굴을 비춘 결과, 47도도부현의 지사 중 일본인들이 얼굴과 이름을 모두 아는 지자체장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와 요시무라뿐이라는 말도 나왔다. 다만 일본유신회가 ‘오사카 안 개구리’에 머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유신회의 도약이 요시무라 지사 개인의 인기에 기댈뿐더러 오사카 지역만을 중심으로 성장했기에 전국적으로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요시노리 마사히로 간사이대 교수는 “일본유신회는 수차례 이합집산을 거쳐 오사카에 특화된 정당이 됐다”며 “유권자들은 일본유신회를 오사카 정당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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