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넷제로(net-zero)’는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을 모두 회수하고 처분해 자연환경으로 무단 유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로(0)’로 만들자는 목표를 갖고 시작했다. 이런 목적으로 정책·규제, 소비, 폐기물 처리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해 본 사람들이라면 결론은 제품을 제조해 판매 유통하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태도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울러 이는 곧 기업들이 남긴 생태발자국(Footprint)의 자취의 크기라는 것을. 이에 기업의 풋프린트를 추적한다.‘유한킴벌리 숲’이 조성된 토진나르스는 ‘끝없는 소나무 숲’이라는 뜻을 가진 지역으로 몽골에서도 드물게 숲이 좋았던 곳이었지만, 두 번의 대형 들불로 사막화가 진행되던 지역이었다. 현재는 몽골에서 가장 유명한 트래킹 숲으로 꼽힌다. 사진=2018년 9월 유한킴벌리 촬영[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국내 환경경영 기업으로 대표로 꼽히는 ‘유한킴벌리’의 풋프린트 추적하면 한국형 경제발전 공식이 나온다. 유한킴벌리의 환경경영의 뿌리는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애국’이라는 아시아권 문화의 가치에 뿌리를 둔다. 파타고니아 등 글로벌 우수 기업사례와 비교하면 제품의 공정 과정이 아닌 ‘국가적 공익사업’을 중심으로 주요 스토리가 구성됐다. 그러나 기업경영에 공동체적 가치를 우선순위에 둔 경영의 결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우수 기업으로 꼽히는 글로벌 기업들과 상당부분 유사한 결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록 기존 공익사업은 정확한 계량화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유한킴벌리의 기업가치와 위상에 견줘볼 때 환경경영을 통해 이윤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은 충분히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한국형 ESG(K-ESG) 모델로 유한킴벌리에 대한 사례연구가 이어져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1971년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가는 76세의 일기로 숨을 거두면서 자신의 소유주식 전부를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에 기증했다. 유한양행은 1936년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전문경영인제도를 시행해 현재 유한양행 경영형태의 기초를 마련했다. 지배구조(G) 측면에서 보면 경영권 세습이 여전한 요즘과 비교해도 파격적이다. 기업을 사유화하지 않는 유 박사의 이 같은 행보는 앞선 사례분석에서 다룬 글로벌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 창업가의 행보와도 매우 유사하다.(기사참조: 파타고니아가 ‘환경’에 진정성을 획득한 방법은)1960년대 정경유착을 거부한 보복으로 대대적 세무조사를 받았지만, 그간 탈세를 하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지며 오히려 모범납세기업으로 선정된 일화는 유명하다. 그에 대한 평전에 따르면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사상은 국익과 혁신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실용주의와 낭비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근검절약과 청지기 정신으로 집약된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다소 비장한의 유한양행의 애국경영을 전 지구적 가치로 끌어올리는 시도가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숲 가꾸기 캠페인을 통해 구체화했다. 유한킴벌리는 매출액의 1%를 환경보호비용으로 사용한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화재로 소실된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엔 여의도 11배 면적인 3529ha의 면적에 나무가 심어졌다. 현재는 몽골 유한킴벌리숲으로 불린다. 이 밖에 국공유림 나무 심기, 공공근로사업으로 숲 가꾸기, 170개 학교에 학교숲 조성, 북한 산림 복구 노력 등 유한킴벌리의 나무심기는 기업 공익사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끌어올리면서 기업브랜드를 각인시키는데 일조했다. 유한킴벌리는 40여년간 약 54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소나무 기준 7그루의 나무는 약 1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러나 이를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 Mechanism, CPM)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손승우 유한킴벌리 전무는 “기존에 유한킴벌 리가 해왔던 것들을 투자자 관점에서 ESG평가로 전환하는 작업을 해보니 산정이 안된 부분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라며 “추정은 가능하지만 과학적으로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다. 좀 더 구체화하고 계량화하기 위한 보완 작업을 하는 계속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 홈페이지 갈무리이 밖에도 유한킴벌리가 우수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투명성(Transparency)이 꼽힌다. 유한킴벌리는 비상장기업으로 공시의무가 없지만, 2006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공개적인 선언과 이의 이행이 ESG경영이 추구하는 바라는 점에서,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한 투명한 공개는 필수다. 유한킴벌리는 주주에 대한 고배당을 통해 신규투자가 이뤄지는 구조다. 외부 자본의 지분이 0%이며, ESG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경영상 문제도 적다고 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는 1970년 국내 제약회사 유한양행과 미국 제지회사 킴벌리클라크사가 공동 출자해 세운 위생용 제지회사로, 현재 주주구성은 킴벌리클라크의 헝가리 법인인 킴벌리클라크 트레이딩 LLC와 유한양행이 각각 70%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ESG경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선언과 이행의 일치는 유한킴벌리를 우수사례로 꼽는 주요 배경이다. 유한킴벌리는 현재까지 선언한 목표치를 모두 달성한 상태로 파악된다. ESG경영에서 항상 따라오는 논란 중 하나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다. 특히 선언에 그칠 우려가 높아 미이행에 대한 패널티가 활발히 논의되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 유한킴벌리는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약속한 2022년까지 모든 제품의 필름류 포장재를 재생플라스틱이 30% 적용된 제품으로 적용하겠다는 발표를 준수했으며, 지속가능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초과(2022년 목표 35% 대비 45% 달성)했다. 특히 재생플라스틱 30% 달성은 우리나라의 낮은 재생플라스틱 생산 생태계를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국가 전체 재생플라스틱의 사용 비중은 0.2%(2019년 기준)에 불과하다. 다만 동종업계에 동참을 촉구하고 국민적 소비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간 파타고니아 사례와 비교하면 이 같은 공정 전환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노력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선도기업으로써 공정 전환의 과정을 알리고, 이를 통해 탄소감축 등 환경적 효과(Impact)에 대한 대외 메시지가 주는 긍정적 2차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유한킴벌리는 앞서 2020년 3월 환경경영 3.0을 발표, 2030년까지의 환경목표를 제시했다. △지속가능제품 전체 매출의 95% 이상 △201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25% 저감 △제품 포장재에 재생플라스틱 및 바이오매스 소재 50% 적용 등을 내놨다. 플라스틱 포장재 부문 외에 제지회사라는 기업의 주력 생산품목에서 보면 지속가능펄프 및 고지(K-C 친환경펄프구매 정책인증기준)의 사용은 이미 100%를 달성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전 대표는 이달 초 제주에서 열린 ‘2023 세계ESG포럼’ 개회사에서 “기업이 나라에 나무를 심는데 벌금을 안내도 되는데 11년이 걸렸다”면서 “세상을 바꾸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리지만, 이는 굳건하게 기업을 장기간 영위하도록 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문 전 사장은 1974년 유한킴벌리에 입사해 1995~2007년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유한킴벌리의 환경경영은 브랜드 선호도 향상으로 이어졌다. 유한킴벌리가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소비자 기업브랜드 인식조사에서 유한킴벌리라는 브랜드를 인지한 소비자의 제품 구매 선호도는 미인지한 소비자에 비해 최대 33.9%포인트(p) 높았다. 아울러 기업가치를 공유하는 인재 채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원들이 지속가능 기업이미지가 입사에 미치는 영향은 64.7%로, 에코 프렌들리한 기업가치가 주는 이미지가 크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경은 기자2023.05.14
‘플라스틱 넷제로(net-zero)’는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을 모두 회수하고 처분해 자연환경으로 무단 유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로(0)’로 만들자는 목표를 갖고 시작했다. 이런 목적으로 정책·규제, 소비, 폐기물 처리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해 본 사람들이라면 결론은 제품을 제조해 판매 유통하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태도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울러 이는 곧 기업들이 남긴 생태발자국(Footprint)의 자취의 크기라는 것을. 이에 기업의 풋프린트를 추적한다.‘유한킴벌리 숲’이 조성된 토진나르스는 ‘끝없는 소나무 숲’이라는 뜻을 가진 지역으로 몽골에서도 드물게 숲이 좋았던 곳이었지만, 두 번의 대형 들불로 사막화가 진행되던 지역이었다. 현재는 몽골에서 가장 유명한 트래킹 숲으로 꼽힌다. 사진=2018년 9월 유한킴벌리 촬영[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국내 환경경영 기업으로 대표로 꼽히는 ‘유한킴벌리’의 풋프린트 추적하면 한국형 경제발전 공식이 나온다. 유한킴벌리의 환경경영의 뿌리는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애국’이라는 아시아권 문화의 가치에 뿌리를 둔다. 파타고니아 등 글로벌 우수 기업사례와 비교하면 제품의 공정 과정이 아닌 ‘국가적 공익사업’을 중심으로 주요 스토리가 구성됐다. 그러나 기업경영에 공동체적 가치를 우선순위에 둔 경영의 결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우수 기업으로 꼽히는 글로벌 기업들과 상당부분 유사한 결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록 기존 공익사업은 정확한 계량화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유한킴벌리의 기업가치와 위상에 견줘볼 때 환경경영을 통해 이윤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은 충분히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한국형 ESG(K-ESG) 모델로 유한킴벌리에 대한 사례연구가 이어져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1971년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가는 76세의 일기로 숨을 거두면서 자신의 소유주식 전부를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에 기증했다. 유한양행은 1936년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전문경영인제도를 시행해 현재 유한양행 경영형태의 기초를 마련했다. 지배구조(G) 측면에서 보면 경영권 세습이 여전한 요즘과 비교해도 파격적이다. 기업을 사유화하지 않는 유 박사의 이 같은 행보는 앞선 사례분석에서 다룬 글로벌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 창업가의 행보와도 매우 유사하다.(기사참조: 파타고니아가 ‘환경’에 진정성을 획득한 방법은)1960년대 정경유착을 거부한 보복으로 대대적 세무조사를 받았지만, 그간 탈세를 하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지며 오히려 모범납세기업으로 선정된 일화는 유명하다. 그에 대한 평전에 따르면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사상은 국익과 혁신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실용주의와 낭비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근검절약과 청지기 정신으로 집약된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다소 비장한의 유한양행의 애국경영을 전 지구적 가치로 끌어올리는 시도가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숲 가꾸기 캠페인을 통해 구체화했다. 유한킴벌리는 매출액의 1%를 환경보호비용으로 사용한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화재로 소실된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엔 여의도 11배 면적인 3529ha의 면적에 나무가 심어졌다. 현재는 몽골 유한킴벌리숲으로 불린다. 이 밖에 국공유림 나무 심기, 공공근로사업으로 숲 가꾸기, 170개 학교에 학교숲 조성, 북한 산림 복구 노력 등 유한킴벌리의 나무심기는 기업 공익사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끌어올리면서 기업브랜드를 각인시키는데 일조했다. 유한킴벌리는 40여년간 약 54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소나무 기준 7그루의 나무는 약 1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러나 이를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 Mechanism, CPM)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손승우 유한킴벌리 전무는 “기존에 유한킴벌 리가 해왔던 것들을 투자자 관점에서 ESG평가로 전환하는 작업을 해보니 산정이 안된 부분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라며 “추정은 가능하지만 과학적으로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다. 좀 더 구체화하고 계량화하기 위한 보완 작업을 하는 계속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 홈페이지 갈무리이 밖에도 유한킴벌리가 우수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투명성(Transparency)이 꼽힌다. 유한킴벌리는 비상장기업으로 공시의무가 없지만, 2006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공개적인 선언과 이의 이행이 ESG경영이 추구하는 바라는 점에서,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한 투명한 공개는 필수다. 유한킴벌리는 주주에 대한 고배당을 통해 신규투자가 이뤄지는 구조다. 외부 자본의 지분이 0%이며, ESG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경영상 문제도 적다고 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는 1970년 국내 제약회사 유한양행과 미국 제지회사 킴벌리클라크사가 공동 출자해 세운 위생용 제지회사로, 현재 주주구성은 킴벌리클라크의 헝가리 법인인 킴벌리클라크 트레이딩 LLC와 유한양행이 각각 70%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ESG경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선언과 이행의 일치는 유한킴벌리를 우수사례로 꼽는 주요 배경이다. 유한킴벌리는 현재까지 선언한 목표치를 모두 달성한 상태로 파악된다. ESG경영에서 항상 따라오는 논란 중 하나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다. 특히 선언에 그칠 우려가 높아 미이행에 대한 패널티가 활발히 논의되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 유한킴벌리는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약속한 2022년까지 모든 제품의 필름류 포장재를 재생플라스틱이 30% 적용된 제품으로 적용하겠다는 발표를 준수했으며, 지속가능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초과(2022년 목표 35% 대비 45% 달성)했다. 특히 재생플라스틱 30% 달성은 우리나라의 낮은 재생플라스틱 생산 생태계를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국가 전체 재생플라스틱의 사용 비중은 0.2%(2019년 기준)에 불과하다. 다만 동종업계에 동참을 촉구하고 국민적 소비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간 파타고니아 사례와 비교하면 이 같은 공정 전환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노력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선도기업으로써 공정 전환의 과정을 알리고, 이를 통해 탄소감축 등 환경적 효과(Impact)에 대한 대외 메시지가 주는 긍정적 2차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유한킴벌리는 앞서 2020년 3월 환경경영 3.0을 발표, 2030년까지의 환경목표를 제시했다. △지속가능제품 전체 매출의 95% 이상 △201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25% 저감 △제품 포장재에 재생플라스틱 및 바이오매스 소재 50% 적용 등을 내놨다. 플라스틱 포장재 부문 외에 제지회사라는 기업의 주력 생산품목에서 보면 지속가능펄프 및 고지(K-C 친환경펄프구매 정책인증기준)의 사용은 이미 100%를 달성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전 대표는 이달 초 제주에서 열린 ‘2023 세계ESG포럼’ 개회사에서 “기업이 나라에 나무를 심는데 벌금을 안내도 되는데 11년이 걸렸다”면서 “세상을 바꾸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리지만, 이는 굳건하게 기업을 장기간 영위하도록 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문 전 사장은 1974년 유한킴벌리에 입사해 1995~2007년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유한킴벌리의 환경경영은 브랜드 선호도 향상으로 이어졌다. 유한킴벌리가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소비자 기업브랜드 인식조사에서 유한킴벌리라는 브랜드를 인지한 소비자의 제품 구매 선호도는 미인지한 소비자에 비해 최대 33.9%포인트(p) 높았다. 아울러 기업가치를 공유하는 인재 채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원들이 지속가능 기업이미지가 입사에 미치는 영향은 64.7%로, 에코 프렌들리한 기업가치가 주는 이미지가 크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우리 연구에 의하면 폐기물(Waste)을 경제적 부(Wealth)로 바꾼다면 2030년까지 그 보상은 4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드러났다.”(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츄어)순환경제는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돈벌이 수단으로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렇게 쓰레기에서 금맥을 발견하게 한 주요 시대적 배경을 꼽는다면 단연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다.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를 연계하려면 1차 관문인 폐기물의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이란 과제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이데일리는 지난 25일 한화 환산 약 6000조원에 달하는 돈맥의 문턱에서 일찌감치 자리를 튼 우리나라 순환경제 1세대 창업가들을 모아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이데일리 본사에서 좌담회를 열고, 폐기물 시장의 성장성과 과제를 중심으로 세 시간여에 걸쳐 난상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황윤익 VUS 대표, 김무섭 에코비트 DI팀장, 고재성 같다 대표, 김근호 리코 대표가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이데일리 본사에서 지난 2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호 대표는 화상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아무런 생산 행위를 하지 않고) 수집 기사님들의 수첩에 적힌 내용을 디지털 정보로 전환하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마치 조선의 ‘봉이 김선달’ 같은 이야기를 펼쳐 놓은 이는 바로 고재성 같다(환경자원 데이터 플랫폼 브랜드 ‘빼기’ 운영) 대표이사다. ‘빼기’는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신청하기만 하면 버리기 어려운 대형 폐기물을 집까지 찾아가 최종처리 해주는 B2C 서비스로 잘 알려져있다. 버리는 과정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빼기의 비즈니스 모델이 집중하는 분야는 그러나 B2C보다는 B2B에 더 초점이 맞춰있다. 고 대표는 “기타간접배출(Scope3)에 대한 기업들의 측정 요구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폐기물 데이터를 배출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12가지 카테고리 가운데 폐기물은 거의 바닥에 가까운데, 이는 실제 배출량을 측정하지 못한데서 기인한단 것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스코프3의 카테고리별 배출량을 보면 사업장 폐기물 온실가스 배출량은 1만t으로 다른 부문에 비해 극도로 적다. 배출량만 제대로 집계된다면 재활용 실적에서 발생하는 감축실적을 훨씬 더 많이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빼기는 현재 50여곳 지자체와도 협약을 맺고 있다. 고 대표는 “지자체가 가장 가려워하는 곳은 놀랍게도 폐기물 운송의 효율성이 아니라 데이터가 없는 것”이라며 “일부 지자체는 빼기가 제공하는 폐기물 데이터를 통해 탄소배출실적을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제공=주식회사 ‘같다’그러나 이렇게 간단한 돈벌이 수단이 그 어떤 산업보다 더딘 속도로 발전한 데는 그만한 이유도 무시 못한다. 영세사업자로 구성된 폐기물 시장은 ‘파편화’된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수집운반업체는 약 5200여곳에 달한다. 어디에 어떤 폐기물이 나오고 어느 최종처리업자로 보낼지를 결정할 주요 정보는 맡은 구역을 반복해 돌아다니며 수거·운반하는 기사들의 빼곡한 노트에 적혀 있다. 이 수첩은 이들의 영업 노하우이자 교섭력(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을 행사할 주요 자산이다. 폐기물 물류 시장의 참여자 특성상 디지털 전환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는 말이다. 국내 1위 환경기업 에코비트에서 디지털 이노베이션(DI)팀을 이끌고 있는 김무섭 팀장은 이 헤묵은 과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수거 차량의 동선만 효율화해도 비용감축이 가능하단 점에서 쉽게 포기하기 힘든 영역이다. 김 팀장은 “의료폐기물은 15일내에 한 번씩 반드시 수거해야하는데, 수거 기사들의 수첩과 기억력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디지털화가 해소 가능하다”며 “어디에 폐기물이 많은지부터 유휴 차량의 관리, 동선의 최적화, 수거 일정 관리 등 단순한 전산화만으로 운영효율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폐기물의 DX는 수거기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수거·운반업체 모두가 윈윈(Win-Win)할 모델이 될 있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기반 수요응답형 교통(DRT·Demand Responsive Transit)을 개발하는 황윤익 브이유에스(VUS) 대표가 폐기물에 뛰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VUS의 기술을 수요응답형 폐기물 수거 물류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카카오택시가 고객과 택시기사를 연결하는 카카오T를 만들었듯, 폐기물 수거기사를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황 대표는 쏘카 사업개발본부를 거쳐 카카오의 카카오택시팀을 이끈 바 있다. 그는 택시와 폐기물 산업이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황 대표는 “카카오택시가 우버와 달리 택시 기사들의 호응을 얻었던 건 그들이 필요한 솔루션을 카카오가 제시해줬기 때문”이라며 “손님이 있는 곳으로 카카오택시가 데려다줬듯 폐기물 물류에도 이들의 결핍점(pain point)을 해결할 솔루션 제시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택시 사업자들보다 훨씬 파편화되어있어 이를 통합하는 건 더 도전적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비용 효율화를 통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이들이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장은 원자재 시장이다. 정말 쓰레기에서 경제적 부가가치(이윤)를 창출시키는 일이다. 폐기물을 원자재로 만드는 데 굴지의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배출자와 수요자를 ‘매칭’시켜주는 뒷단에 이들이 위치하는 것이다. 폐기물 수거 비즈니스에 ‘업박스(UpBox)’라는 브랜드를 입힌 ‘리코’는 폐기물 수집부터 자원화 전 과정에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자원화 흐름을 관리하고 있다. 한 사업장에서 폐기물을 배출하려면 수 십개 폐기물 업체를 따로 관리해야한다면 업박스는 턴키(일괄입찰)로 모든 폐기물을 처리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모든 과정의 데이터를 관리해준다는 점에서 3000여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싹 긁어준다. 실제 업박스로 수거한 모든 음식물을 퇴비, 사료, 바이오 가스 등으로 재활용, 한 식품 공장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총 770t을 처리업체로 전달해 퇴비로 자원화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 중 약 168t은 대기업이 수매해 식자재를 농장에 공급한다. 김근호 리코 대표는 “고객사 규모가 커질수록 폐기물 물류 시스템과 폐기물 데이터의 디지털화는 필수”라며 “폐기물 사업은 마진이 확실한 만큼 이 시장의 잠재력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허가 등 폐기물 관련 각종 규제나 폐기물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쉽게 뛰어들었다간 난관도 많을 수 있다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도 덧붙였다.
김경은 기자2023.04.3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우리 연구에 의하면 폐기물(Waste)을 경제적 부(Wealth)로 바꾼다면 2030년까지 그 보상은 4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드러났다.”(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츄어)순환경제는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돈벌이 수단으로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렇게 쓰레기에서 금맥을 발견하게 한 주요 시대적 배경을 꼽는다면 단연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다.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를 연계하려면 1차 관문인 폐기물의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이란 과제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이데일리는 지난 25일 한화 환산 약 6000조원에 달하는 돈맥의 문턱에서 일찌감치 자리를 튼 우리나라 순환경제 1세대 창업가들을 모아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이데일리 본사에서 좌담회를 열고, 폐기물 시장의 성장성과 과제를 중심으로 세 시간여에 걸쳐 난상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황윤익 VUS 대표, 김무섭 에코비트 DI팀장, 고재성 같다 대표, 김근호 리코 대표가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이데일리 본사에서 지난 2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호 대표는 화상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아무런 생산 행위를 하지 않고) 수집 기사님들의 수첩에 적힌 내용을 디지털 정보로 전환하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마치 조선의 ‘봉이 김선달’ 같은 이야기를 펼쳐 놓은 이는 바로 고재성 같다(환경자원 데이터 플랫폼 브랜드 ‘빼기’ 운영) 대표이사다. ‘빼기’는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신청하기만 하면 버리기 어려운 대형 폐기물을 집까지 찾아가 최종처리 해주는 B2C 서비스로 잘 알려져있다. 버리는 과정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빼기의 비즈니스 모델이 집중하는 분야는 그러나 B2C보다는 B2B에 더 초점이 맞춰있다. 고 대표는 “기타간접배출(Scope3)에 대한 기업들의 측정 요구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폐기물 데이터를 배출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12가지 카테고리 가운데 폐기물은 거의 바닥에 가까운데, 이는 실제 배출량을 측정하지 못한데서 기인한단 것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스코프3의 카테고리별 배출량을 보면 사업장 폐기물 온실가스 배출량은 1만t으로 다른 부문에 비해 극도로 적다. 배출량만 제대로 집계된다면 재활용 실적에서 발생하는 감축실적을 훨씬 더 많이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빼기는 현재 50여곳 지자체와도 협약을 맺고 있다. 고 대표는 “지자체가 가장 가려워하는 곳은 놀랍게도 폐기물 운송의 효율성이 아니라 데이터가 없는 것”이라며 “일부 지자체는 빼기가 제공하는 폐기물 데이터를 통해 탄소배출실적을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제공=주식회사 ‘같다’그러나 이렇게 간단한 돈벌이 수단이 그 어떤 산업보다 더딘 속도로 발전한 데는 그만한 이유도 무시 못한다. 영세사업자로 구성된 폐기물 시장은 ‘파편화’된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수집운반업체는 약 5200여곳에 달한다. 어디에 어떤 폐기물이 나오고 어느 최종처리업자로 보낼지를 결정할 주요 정보는 맡은 구역을 반복해 돌아다니며 수거·운반하는 기사들의 빼곡한 노트에 적혀 있다. 이 수첩은 이들의 영업 노하우이자 교섭력(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을 행사할 주요 자산이다. 폐기물 물류 시장의 참여자 특성상 디지털 전환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는 말이다. 국내 1위 환경기업 에코비트에서 디지털 이노베이션(DI)팀을 이끌고 있는 김무섭 팀장은 이 헤묵은 과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수거 차량의 동선만 효율화해도 비용감축이 가능하단 점에서 쉽게 포기하기 힘든 영역이다. 김 팀장은 “의료폐기물은 15일내에 한 번씩 반드시 수거해야하는데, 수거 기사들의 수첩과 기억력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디지털화가 해소 가능하다”며 “어디에 폐기물이 많은지부터 유휴 차량의 관리, 동선의 최적화, 수거 일정 관리 등 단순한 전산화만으로 운영효율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폐기물의 DX는 수거기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수거·운반업체 모두가 윈윈(Win-Win)할 모델이 될 있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기반 수요응답형 교통(DRT·Demand Responsive Transit)을 개발하는 황윤익 브이유에스(VUS) 대표가 폐기물에 뛰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VUS의 기술을 수요응답형 폐기물 수거 물류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카카오택시가 고객과 택시기사를 연결하는 카카오T를 만들었듯, 폐기물 수거기사를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황 대표는 쏘카 사업개발본부를 거쳐 카카오의 카카오택시팀을 이끈 바 있다. 그는 택시와 폐기물 산업이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황 대표는 “카카오택시가 우버와 달리 택시 기사들의 호응을 얻었던 건 그들이 필요한 솔루션을 카카오가 제시해줬기 때문”이라며 “손님이 있는 곳으로 카카오택시가 데려다줬듯 폐기물 물류에도 이들의 결핍점(pain point)을 해결할 솔루션 제시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택시 사업자들보다 훨씬 파편화되어있어 이를 통합하는 건 더 도전적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비용 효율화를 통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이들이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장은 원자재 시장이다. 정말 쓰레기에서 경제적 부가가치(이윤)를 창출시키는 일이다. 폐기물을 원자재로 만드는 데 굴지의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배출자와 수요자를 ‘매칭’시켜주는 뒷단에 이들이 위치하는 것이다. 폐기물 수거 비즈니스에 ‘업박스(UpBox)’라는 브랜드를 입힌 ‘리코’는 폐기물 수집부터 자원화 전 과정에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자원화 흐름을 관리하고 있다. 한 사업장에서 폐기물을 배출하려면 수 십개 폐기물 업체를 따로 관리해야한다면 업박스는 턴키(일괄입찰)로 모든 폐기물을 처리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모든 과정의 데이터를 관리해준다는 점에서 3000여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싹 긁어준다. 실제 업박스로 수거한 모든 음식물을 퇴비, 사료, 바이오 가스 등으로 재활용, 한 식품 공장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총 770t을 처리업체로 전달해 퇴비로 자원화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 중 약 168t은 대기업이 수매해 식자재를 농장에 공급한다. 김근호 리코 대표는 “고객사 규모가 커질수록 폐기물 물류 시스템과 폐기물 데이터의 디지털화는 필수”라며 “폐기물 사업은 마진이 확실한 만큼 이 시장의 잠재력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허가 등 폐기물 관련 각종 규제나 폐기물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쉽게 뛰어들었다간 난관도 많을 수 있다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도 덧붙였다.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3 지구의 날’ 기념행사에 환경 미술작가와 시민이 함께 흙물감, 흙점토 등을 활용해 지구에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대형 작품이 설치돼 있다. ‘쓰레기를 위한 지구는 없다’란 주제로 서울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 행사는 청년, 환경단체, 기업 등 총 31개 부스가 참여하는 ‘쓸기로운(쓰레기 없이 이로운) 지구놀이터’와 대학생 서포터즈 ‘지구 수호대’가 탄소중립, 분리배출 등을 주제로 진행하는 시민참여 게임과 친환경을 지향하는 기업이 제품 등을 전시하는 마켓이 운영됐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유엔(UN)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6월 5일)과는 달리 환경운동가 주도의 민간운동에서 출발했다. 1970년 4월 22일 미국 위스콘신주의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이 앞서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해상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한 범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지구의 날’을 주창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민간운동은 환경 거버넌스의 커다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환경 거버넌스란 정부, 단체, 기관, 기업체, 주민 등이 자율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의 책임을 가지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말한다. 선진국은 1960년대부터 고도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심각한 환경문제가 야기되기 시작하면서 환경운동도 본격화됐다. 1962년 출간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폭발적 사회적 환경운동을 촉발시킨 자극제가 됐다. 그리고 1968년 개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까지 뒤이어 발간되면서 지구적 환경문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됐다. 그러나 이 기간 한국은 심각한 권위주의가 등장한다. 군사정권이 등장하면서 모든 사회운동은 군부독재 타도와 민주화운동에 집중됐다. 환경운동 역시 정치경제적 불평등의 관점에서 민주화운동 인사들에 시작됨으로써 환경운동은 정부의 억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환경운동과 환경정치가 발전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경제성장’이라는 이데올로기도 꼽힌다. 단기간에 이룩한 고속성장에 대한 환상은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으며 희생해야 한다는 인식을 잠재적으로 형성시켰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미약했다. 이런 상태에서 제도적으로 환경보호 주무부서도 탄생하기 어려웠다. 대한민국에서는 1980년 환경청이 설립됐다. 즉 성장 이데올로기 역시 군사정권과 뗄 수 없는 만큼 한국 환경정치의 저발전은 한마디로 군사정부로 대변되는 비민주적 정치상황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전쟁 경험 등 비슷한 경제구조와 역사적 단절을 겪었지만 다른 길을 걸은 대표적 국가도 있다. 녹색당이 주류정당으로 자리잡은 유일한 국가이자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국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의 국토는 남한 면적의 3.6배이며, 인구는 8300만명, 게르만족으로 독일어를 사용하며 오랜 분권 국가 경험으로 시장도 지역 특색에 따라 발달해 있다.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이며 주된 산업분야는 자동차, 기계, 화학, 첨단 기술 분야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 경제대국이다. 세계 제2차 대전으로 황폐화한 환경을 재건하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60년대 독일사회의 권위주의적인 분위기에 저항한 격렬한 사회운동이 가라앉은 후 신사회운동이 시작되고, 대표적인 신사회운동인 환경운동도 적극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환경운동이 토대가 되어 녹색당이 결성·연방의회로 진출하면서 환경문제는 연방차원의 정치적 이슈가 됐다. 기존 정당들도 환경문제를 다루게 된다. 이러한 토대위에 설립된 연방환경부는 적극적으로 독일 환경정치를 이끄는 등 환경정치의 발전이 이뤄졌다. 특히 독일 시민들의 환경 의식이 높아진 배경엔 1986년 체르노빌 사태 등으로 방사능 위험에 대한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는 독일에 매우 충격적 사건으로 다가왔다. 라인강이 30톤의 독성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반경 100㎞에 걸쳐 모든 물고기와 작은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그 해 독일 연방 환경자연보호원자력안전부(BMU) 설립됐다. 집단 기억과 시민사회의 발달로 독일과 한국은 전후의 분단과 폐허에서 출발하였다는 유사성은 있지만, 환경정치는 큰 수준 차이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집단기억으로 각인될 만한 사건으로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천성산 사건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지역적 이슈로 전 국민이 유사한 감정적 경험을 했다고 할만한 사건이 부재하다. 국내 환경운동은 노동, 학생, 민주화, 여성, 농민운동 등의 여타 사회운동에 비해 가장 최근에 등장했으며, 전국민적 생활과 밀접한 운동은 1980년대 후반이후, 전지구적 환경운동과 전국적 환경운동으로의 확산은 1990년대초부터 나타났다(한국사회와 사회운동으로서의 환경운동, 정현석).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환경운동은 여전한 성장제일주의 가치관과 무임승차의식 등으로 대중화 수준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경은 기자2023.04.23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3 지구의 날’ 기념행사에 환경 미술작가와 시민이 함께 흙물감, 흙점토 등을 활용해 지구에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대형 작품이 설치돼 있다. ‘쓰레기를 위한 지구는 없다’란 주제로 서울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 행사는 청년, 환경단체, 기업 등 총 31개 부스가 참여하는 ‘쓸기로운(쓰레기 없이 이로운) 지구놀이터’와 대학생 서포터즈 ‘지구 수호대’가 탄소중립, 분리배출 등을 주제로 진행하는 시민참여 게임과 친환경을 지향하는 기업이 제품 등을 전시하는 마켓이 운영됐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유엔(UN)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6월 5일)과는 달리 환경운동가 주도의 민간운동에서 출발했다. 1970년 4월 22일 미국 위스콘신주의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이 앞서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해상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한 범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지구의 날’을 주창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민간운동은 환경 거버넌스의 커다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환경 거버넌스란 정부, 단체, 기관, 기업체, 주민 등이 자율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의 책임을 가지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말한다. 선진국은 1960년대부터 고도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심각한 환경문제가 야기되기 시작하면서 환경운동도 본격화됐다. 1962년 출간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폭발적 사회적 환경운동을 촉발시킨 자극제가 됐다. 그리고 1968년 개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까지 뒤이어 발간되면서 지구적 환경문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됐다. 그러나 이 기간 한국은 심각한 권위주의가 등장한다. 군사정권이 등장하면서 모든 사회운동은 군부독재 타도와 민주화운동에 집중됐다. 환경운동 역시 정치경제적 불평등의 관점에서 민주화운동 인사들에 시작됨으로써 환경운동은 정부의 억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환경운동과 환경정치가 발전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경제성장’이라는 이데올로기도 꼽힌다. 단기간에 이룩한 고속성장에 대한 환상은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으며 희생해야 한다는 인식을 잠재적으로 형성시켰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미약했다. 이런 상태에서 제도적으로 환경보호 주무부서도 탄생하기 어려웠다. 대한민국에서는 1980년 환경청이 설립됐다. 즉 성장 이데올로기 역시 군사정권과 뗄 수 없는 만큼 한국 환경정치의 저발전은 한마디로 군사정부로 대변되는 비민주적 정치상황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전쟁 경험 등 비슷한 경제구조와 역사적 단절을 겪었지만 다른 길을 걸은 대표적 국가도 있다. 녹색당이 주류정당으로 자리잡은 유일한 국가이자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국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의 국토는 남한 면적의 3.6배이며, 인구는 8300만명, 게르만족으로 독일어를 사용하며 오랜 분권 국가 경험으로 시장도 지역 특색에 따라 발달해 있다.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이며 주된 산업분야는 자동차, 기계, 화학, 첨단 기술 분야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 경제대국이다. 세계 제2차 대전으로 황폐화한 환경을 재건하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60년대 독일사회의 권위주의적인 분위기에 저항한 격렬한 사회운동이 가라앉은 후 신사회운동이 시작되고, 대표적인 신사회운동인 환경운동도 적극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환경운동이 토대가 되어 녹색당이 결성·연방의회로 진출하면서 환경문제는 연방차원의 정치적 이슈가 됐다. 기존 정당들도 환경문제를 다루게 된다. 이러한 토대위에 설립된 연방환경부는 적극적으로 독일 환경정치를 이끄는 등 환경정치의 발전이 이뤄졌다. 특히 독일 시민들의 환경 의식이 높아진 배경엔 1986년 체르노빌 사태 등으로 방사능 위험에 대한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는 독일에 매우 충격적 사건으로 다가왔다. 라인강이 30톤의 독성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반경 100㎞에 걸쳐 모든 물고기와 작은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그 해 독일 연방 환경자연보호원자력안전부(BMU) 설립됐다. 집단 기억과 시민사회의 발달로 독일과 한국은 전후의 분단과 폐허에서 출발하였다는 유사성은 있지만, 환경정치는 큰 수준 차이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집단기억으로 각인될 만한 사건으로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천성산 사건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지역적 이슈로 전 국민이 유사한 감정적 경험을 했다고 할만한 사건이 부재하다. 국내 환경운동은 노동, 학생, 민주화, 여성, 농민운동 등의 여타 사회운동에 비해 가장 최근에 등장했으며, 전국민적 생활과 밀접한 운동은 1980년대 후반이후, 전지구적 환경운동과 전국적 환경운동으로의 확산은 1990년대초부터 나타났다(한국사회와 사회운동으로서의 환경운동, 정현석).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환경운동은 여전한 성장제일주의 가치관과 무임승차의식 등으로 대중화 수준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처: Instragram(@ThreadUp)/코트라 재인용[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쉬인 샌프란시스크 팝업 매장에 가지 마세요.”미국의 중고 의류 판매기업인 ‘스레드업(ThreadUp)’이 지난해 6월 중국 온라인 패스트 패션 업체 ‘쉬인(Shein)’의 샌프란시스코 팝업 매장 오픈에 맞춰 인근 지역 고객들에게 이런 내용의 앱 푸시(app push) 알림을 보냈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상대로 노골적인 불매운동을 벌인 것인데, 지속가능패션을 위한 업계의 피눈물나는 자정노력에 쉬인이 찬물을 끼얹자 업계내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패스트 패션 백래시(반발)는 ‘시민사회 대 기업’간의 불매운동의 형태를 띄어왔으나, ‘기업과 기업’간은 이례적이다. 전례 없는 노골적인 불매마케팅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패스트 패션 업계 1위 자리에 오른 쉬인은 비슷한 디자인의 자라 옷에 비해 가격이 5분의 1로 저렴하다. 인공지능(AI)이 디자인해 신상품의 출시 속도는 하루 6000개에 달한다. 트랜드에 민감하고 소셜미디어에 큰 영향을 받는 Z세대를 집중 공략, 10여년 만에 기업가치 1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그러나 쉬인은 환경오염 유발, 저임금·열악한 노동환경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역행하는 행보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언론을 통해 연이어 보도되고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 등에 휘말렸다. 패션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사이트인 굿온유에서 쉬인의 지속 가능성 점수는 5점 만점에 1점으로 ‘피해야할 브랜드(We avoid)’ 등급을 받았다.환경에 민감하다는 Z세대의 소비 태도 변화가 과연 실제로 기업에게 재무적 위험으로 다가올지 본격적인 시험 무대가 펼쳐진 셈이다.◇소비자들은 과연 가치소비를 할 것인가지난 2021년 연례보고서(Annual Report)에서 스웨덴의 패스트 패션 업체인 H&M(Hennes & Mauritx AB)이 처음으로 가장 상위에 하나의 추세를 추가했다. ‘소비자의 태도와 구매 패턴의 변화(Changes in customer attitudes and purchasing patterns)’가 그것이다. H&M은 ‘에너지 비용 증가나 원료 접근성’보다 상위에 이를 놓았다.H&M은 이 리스크에 대해 “소비자들은 지속가능성의 선두주자로서 믿을 만한 기업인지부터, 제품과 서비스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덜한 지 여부를 점점 선호한다”고 언급했다. H&M이 기후 위기 대응에 선두자로 보여지지 않는다면 브랜드 인지도와 평판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또 다른 패스트 패션의 대표 기업인 자라(Zara)의 모회사 인디텍스(Inditex)도 소비자들이 더 지속 가능한 제품을 강하게 선호할 수 있는 잠재력은 수익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급격한 위험(acute risk)’이라고 진단했다.미국 블룸버그는 “2018년도까지도 H&M은 이런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구매변화를 리스트에 한번도 올린 적이 없었다”면서 최근 몇 년 사이 나타난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패스트 패션은 디자인과 트렌드를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옷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1990년대부터 급성장했다. 과도한 소비를 조장한다는 것으로 비난받고 있다. 2000년과 2015년 사이에 의류 생산은 두 배로 증가했으며, 이 기간 동안 엘런 맥아더 재단은 한 품목이 폐기되기 전에 입는 횟수가 36%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매년 거의 입지 않은 산더미 같은 옷들이 가나 등 저개발국가로 수출되는데 그곳에서 대부분의 옷들은 매립지나 해변에 버려진다. 유엔 유럽 경제위원회(UNECE, 2018)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사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물 사용량이 많으며, 탄소 배출량의 10%가 패션 산업에 의해 만들어진다. 면화와 살충제, 농약의 과도한 사용으로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쓰레기의 85%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지로 보내진다. 현 추세라면 2050년까지 필요한 천연자원이 2000년에 비해 3배에 달한다.Mckinsey, The state of fashion 2020◇Z세대는 가치소비를 할까서구를 중심으로 대두한 지속가능소비가 패션업계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 주요 동력은 기후위기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소비태도 변화에 기인하고 있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9년 16세의 나이에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표지판을 들고 의회에 혼자 앉아 있었던 그레타 툰베리가 미친 영향력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맥킨지(Mckinsey, the state of fashion 2020)에 따르면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제품에 대한 구매 의사는 나이가 어릴수록 높다. 맥킨지가 미국에서 실시한 코호트조사에서 친환경 제품에 더 많이 지출하겠다는 응답이 베이비 부머 세대는 12%였으나, X세대 17%, 밀레니얼 세대는 26%, Z대는 31%로 어릴수록 높았다. (다만 한국에서는 세대간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 KB금융지주가 KB카드와 실시한 설문조사(2021.09, 소비자가 본 ESG와 친환경 소비행동)에서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시 친환경 활동 고려 정도’에 대해 우리나라는 베이비붐 세대가 3.4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X세대 3.3점, Z세대 3.2점, 밀레이얼 세대 3.1점 순이었다.)하지만 의사가 반드시 실제 구매 행동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증거는 아직 찾기 힘들다. 환경을 의식하는 Z세대조차도 인구 통계학적으로 패스트 패션을 대량으로 포기했다는 명확한 정량적 증거는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패스트 패션 소매업체들은 이 리스크를 어떻게 조정해야하는지 합의점이 거의 없으며, 쇼핑 습관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더라도 기후에 더 민감한 소비자들이 어떻게, 언제, 언제, 혹은 언제 사업에 도움이 될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맥킨지 역시 지속가능성이란 것이 흑과 백으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그린워싱과 정보부족으로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규제당국은 더 적극적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경고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맥킨지는 덧붙였다. 2022년 7월 11일 장 마감 기준 기업가치/쉬인은 Private market valuation 기준(자료: Bloomberg/코트라 재인용)◇슈퍼 컨슈머의 승리?쉬인에 대한 전방위적 ESG경영에 대한 공격이 가해지고 있는 만큼 추이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현재까지는 슈퍼 컨슈머(Super-consumer)가 안티 컨슈머(Anti-consumer)을 이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슈퍼 컨슈머는 자기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고 온오프라인에서 자기애와 자기감정을 과하게 표현하는 특징을 지닌 소비자들을 말한다.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쉬인은 전년 대비 기준으로 2022년 11월 미국 매출이 9% 증가한 유일한 패스트 패션 회사였다. 경쟁사인 ‘ASOS(As Seen On Screen)’의 매출은 전년 대비 2% 감소했고, H&M과 자라는 모두 10% 이상 감소했다. 쉬인은 코로나19로 인후 3년간 급성장하며 2022년 11월 기준 패스트 패션 매출의 거의 50%를 차지했다.여전히 빠른 소비가 지속하고, 글로벌 패스트 패션에 대한 지속가능 경영의 성과가 자리를 잡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H&M은 1년만에 소비자 태도 부문을 ‘리스크’에서 ‘기회’로 자리를 옮겼다. 불과 한 해만에 스스로를 기후위기 대응 선두주자로서 평가하며 이를 ‘기회(Opertunity)’로 판단한 것이다. 헬레나 헬머슨(Helena Helmersson) H&M그룹 최고경영자(CEO)는 CEO 레터를 통해 “우리의 지속 가능성 작업은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세계지수에 11년 연속 인정받았으며, 이 지수에 포함된 12개 글로벌 소매기업 중 하나로 ESG 선두기업으로 평가받았다”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는 그룹에 장기적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고 전했다.H&M 그룹은 2030년까지 그룹의 온실 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40년까지 순제로를 달성한다는 야심찬 기후 목표를 내놨으며, 오는 2035년까지 생산하는 의류 가운데 35%를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출처: 2022년 H&M Group annual report
김경은 기자2023.04.16
출처: Instragram(@ThreadUp)/코트라 재인용[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쉬인 샌프란시스크 팝업 매장에 가지 마세요.”미국의 중고 의류 판매기업인 ‘스레드업(ThreadUp)’이 지난해 6월 중국 온라인 패스트 패션 업체 ‘쉬인(Shein)’의 샌프란시스코 팝업 매장 오픈에 맞춰 인근 지역 고객들에게 이런 내용의 앱 푸시(app push) 알림을 보냈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상대로 노골적인 불매운동을 벌인 것인데, 지속가능패션을 위한 업계의 피눈물나는 자정노력에 쉬인이 찬물을 끼얹자 업계내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패스트 패션 백래시(반발)는 ‘시민사회 대 기업’간의 불매운동의 형태를 띄어왔으나, ‘기업과 기업’간은 이례적이다. 전례 없는 노골적인 불매마케팅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패스트 패션 업계 1위 자리에 오른 쉬인은 비슷한 디자인의 자라 옷에 비해 가격이 5분의 1로 저렴하다. 인공지능(AI)이 디자인해 신상품의 출시 속도는 하루 6000개에 달한다. 트랜드에 민감하고 소셜미디어에 큰 영향을 받는 Z세대를 집중 공략, 10여년 만에 기업가치 1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그러나 쉬인은 환경오염 유발, 저임금·열악한 노동환경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역행하는 행보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언론을 통해 연이어 보도되고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 등에 휘말렸다. 패션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사이트인 굿온유에서 쉬인의 지속 가능성 점수는 5점 만점에 1점으로 ‘피해야할 브랜드(We avoid)’ 등급을 받았다.환경에 민감하다는 Z세대의 소비 태도 변화가 과연 실제로 기업에게 재무적 위험으로 다가올지 본격적인 시험 무대가 펼쳐진 셈이다.◇소비자들은 과연 가치소비를 할 것인가지난 2021년 연례보고서(Annual Report)에서 스웨덴의 패스트 패션 업체인 H&M(Hennes & Mauritx AB)이 처음으로 가장 상위에 하나의 추세를 추가했다. ‘소비자의 태도와 구매 패턴의 변화(Changes in customer attitudes and purchasing patterns)’가 그것이다. H&M은 ‘에너지 비용 증가나 원료 접근성’보다 상위에 이를 놓았다.H&M은 이 리스크에 대해 “소비자들은 지속가능성의 선두주자로서 믿을 만한 기업인지부터, 제품과 서비스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덜한 지 여부를 점점 선호한다”고 언급했다. H&M이 기후 위기 대응에 선두자로 보여지지 않는다면 브랜드 인지도와 평판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또 다른 패스트 패션의 대표 기업인 자라(Zara)의 모회사 인디텍스(Inditex)도 소비자들이 더 지속 가능한 제품을 강하게 선호할 수 있는 잠재력은 수익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급격한 위험(acute risk)’이라고 진단했다.미국 블룸버그는 “2018년도까지도 H&M은 이런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구매변화를 리스트에 한번도 올린 적이 없었다”면서 최근 몇 년 사이 나타난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패스트 패션은 디자인과 트렌드를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옷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1990년대부터 급성장했다. 과도한 소비를 조장한다는 것으로 비난받고 있다. 2000년과 2015년 사이에 의류 생산은 두 배로 증가했으며, 이 기간 동안 엘런 맥아더 재단은 한 품목이 폐기되기 전에 입는 횟수가 36%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매년 거의 입지 않은 산더미 같은 옷들이 가나 등 저개발국가로 수출되는데 그곳에서 대부분의 옷들은 매립지나 해변에 버려진다. 유엔 유럽 경제위원회(UNECE, 2018)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사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물 사용량이 많으며, 탄소 배출량의 10%가 패션 산업에 의해 만들어진다. 면화와 살충제, 농약의 과도한 사용으로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쓰레기의 85%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지로 보내진다. 현 추세라면 2050년까지 필요한 천연자원이 2000년에 비해 3배에 달한다.Mckinsey, The state of fashion 2020◇Z세대는 가치소비를 할까서구를 중심으로 대두한 지속가능소비가 패션업계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 주요 동력은 기후위기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소비태도 변화에 기인하고 있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9년 16세의 나이에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표지판을 들고 의회에 혼자 앉아 있었던 그레타 툰베리가 미친 영향력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맥킨지(Mckinsey, the state of fashion 2020)에 따르면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제품에 대한 구매 의사는 나이가 어릴수록 높다. 맥킨지가 미국에서 실시한 코호트조사에서 친환경 제품에 더 많이 지출하겠다는 응답이 베이비 부머 세대는 12%였으나, X세대 17%, 밀레니얼 세대는 26%, Z대는 31%로 어릴수록 높았다. (다만 한국에서는 세대간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 KB금융지주가 KB카드와 실시한 설문조사(2021.09, 소비자가 본 ESG와 친환경 소비행동)에서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시 친환경 활동 고려 정도’에 대해 우리나라는 베이비붐 세대가 3.4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X세대 3.3점, Z세대 3.2점, 밀레이얼 세대 3.1점 순이었다.)하지만 의사가 반드시 실제 구매 행동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증거는 아직 찾기 힘들다. 환경을 의식하는 Z세대조차도 인구 통계학적으로 패스트 패션을 대량으로 포기했다는 명확한 정량적 증거는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패스트 패션 소매업체들은 이 리스크를 어떻게 조정해야하는지 합의점이 거의 없으며, 쇼핑 습관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더라도 기후에 더 민감한 소비자들이 어떻게, 언제, 언제, 혹은 언제 사업에 도움이 될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맥킨지 역시 지속가능성이란 것이 흑과 백으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그린워싱과 정보부족으로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규제당국은 더 적극적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경고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맥킨지는 덧붙였다. 2022년 7월 11일 장 마감 기준 기업가치/쉬인은 Private market valuation 기준(자료: Bloomberg/코트라 재인용)◇슈퍼 컨슈머의 승리?쉬인에 대한 전방위적 ESG경영에 대한 공격이 가해지고 있는 만큼 추이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현재까지는 슈퍼 컨슈머(Super-consumer)가 안티 컨슈머(Anti-consumer)을 이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슈퍼 컨슈머는 자기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고 온오프라인에서 자기애와 자기감정을 과하게 표현하는 특징을 지닌 소비자들을 말한다.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쉬인은 전년 대비 기준으로 2022년 11월 미국 매출이 9% 증가한 유일한 패스트 패션 회사였다. 경쟁사인 ‘ASOS(As Seen On Screen)’의 매출은 전년 대비 2% 감소했고, H&M과 자라는 모두 10% 이상 감소했다. 쉬인은 코로나19로 인후 3년간 급성장하며 2022년 11월 기준 패스트 패션 매출의 거의 50%를 차지했다.여전히 빠른 소비가 지속하고, 글로벌 패스트 패션에 대한 지속가능 경영의 성과가 자리를 잡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H&M은 1년만에 소비자 태도 부문을 ‘리스크’에서 ‘기회’로 자리를 옮겼다. 불과 한 해만에 스스로를 기후위기 대응 선두주자로서 평가하며 이를 ‘기회(Opertunity)’로 판단한 것이다. 헬레나 헬머슨(Helena Helmersson) H&M그룹 최고경영자(CEO)는 CEO 레터를 통해 “우리의 지속 가능성 작업은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세계지수에 11년 연속 인정받았으며, 이 지수에 포함된 12개 글로벌 소매기업 중 하나로 ESG 선두기업으로 평가받았다”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는 그룹에 장기적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고 전했다.H&M 그룹은 2030년까지 그룹의 온실 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40년까지 순제로를 달성한다는 야심찬 기후 목표를 내놨으며, 오는 2035년까지 생산하는 의류 가운데 35%를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출처: 2022년 H&M Group annual report
[편집자주]폐기물 산업의 후진성, 공무원의 탁상행정과 복지부동, 기업의 저조한 참여, 국민의 환경인식 수준 등 문제의 원인은 총체적이다. 어디부터 고쳐나가야 하는 건가 해답이 쉽지 않다. 그러나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순환경제 전환은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건전한 성장 동력의 일환으로도 우리사회가 반드시 해결할 주요 과제다. 이에 이데일리는 순환경제를 대표하는 업계와 법적 규제의 문제점을 짚어본 뒤 정부 측 입장을 듣는 릴레이 인터뷰를 상·하로 나눠 게재한다.[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우리 정부가 지난해 10월 국내 제조사들도 페트(PET) 등 플라스틱 최종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도록 규제 하겠다고 예고했다. 우리 정부가 이런 규제 수단을 언급한 것과 비슷한 시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재활용’을 넘어 ‘재사용’ 규제 강화로 전환한 폐기물 및 포장재 규제 개정안을 내놨다. 폐기물 처리 중심의 선형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기에 앞서 국제사회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벅찬 상황이다. 수년째 쏟아진 탈플라스틱 대책에도 국내 플라스틱의 사용은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가파르게 늘어났으며, 대외적으로도 글로벌 규제 수준과의 격차로 인해 국내 기업은 경쟁력 저하라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탓에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져 이해관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순환경제 체제로의 전환에 주요 플레이어인 정부는 도대체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주목도가 높아지는 이유다. 최근 이데일리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터뷰한 김승희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폐기물 처리 중심의 체제를 순환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제도를 설계하는데 가장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순환경제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에 환경부의 역량이 총동원되고 있다. 순환경제촉진법은 그동안 나온 관련 법규 가운데 가장 포지티브식 규제에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폐기물 처리 관점을 넘어서는 규제가 도출될지가 관건이다.김승희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이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사진촬영을 하고있다.△유럽의 재생 플라스틱 규제에 비해 너무 느슨한 것 아닌가-지난해 10월 발표한 탈플라스틱 대책에 제조사로 확대하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원료 칩 생산으로 의무화하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제조사가 재활용을 해야하는 것이다. 현재 검토 중인 사항이다. 다만 이상적인 방향이긴하나 재생원료를 투입하는 것은 앞으로 시간을 좀 더 두고가야할 문제로 보고있다. 아울러 페트 이외의 다른 재질을 식품용으로 쓰는 것에 대한 품질 기준은 식약처에서 용역을 준 상태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도 페트(PET) 1만톤 이상 원료 생산자에 대해 재생 원료 사용 의무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는 플라스틱 원료를 납품하는 화학사에 대한 규제로, 유럽 등에서 플라스틱 제조사에 부과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여기에 EU 집행위는 지난해 10월 페트, 기타 폴리머, 일회용 음료병, 기타 패키징용기 등에 대한 재활용 최소 함량 규제를 강화하는 ‘포장 및 포장 폐기물 지침(EU legislation on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재질은 물론 규제수준도 훨씬 강력하다. 플라스틱을 사용한 국내 기업의 제품에 대한 유럽향 수출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생활폐기물 플라스틱 환경오염 해결을 위해 대기업의 자본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우리도 고민인 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기존 재활용업계와 조율해가면서 해나가야한다. 재활용 업계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 이 부분은 화학적 재활용으로 풀어가려한다. 또 우리는 워낙 플라스틱 재질이나 색깔도 다양하다. 선별을 잘해야 하는데 우리 기술로는 아직 역부족이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쓰려면 비용이 너무 올라가는 문제도 있어 기업에 규제를 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지난해 말 동반성장위원회는 3년간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영위하는 생활계 배출 플라스틱 선별업과 원료재생업에 진입 및 확장을 자제하고, 중소기업은 원료의 안정적 공급 등에 협조하기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생협약을 맺도록 했다. 대기업은 화학적 재활용 및 중소기업이 생산하지 않는 고품질 제품 제조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선별 시설 투자가 어려워진 상태다.)△동반위 결정에 환경부는 어떤 역할을 했나-동반위가 민간기구다보니 그 당시엔 민간의 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면 내용이 이상해질 수 있어 개입을 하지 못했다. 환경부나 산업부가 개입이 되면 부처간의 일이 되니 동반위도 개입 거절했었다. 이후에 결과가 나온 다음 동반위에서 상생협의체에는 참여를 부탁해와서 함께 논의 중이다. 대기업이 재활용 원료로 투입할 만한 충분한 양의 폐기물을 확보하는 것이 녹록찮다. 민간자본을 통해 짓고 기부채납한 후 20년 동안 운영권을 주는 민간투자사업(BTO)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동반성장위 상생협의체에서 논의를 해야한다. 아울러 사업장 폐기물이 생활 폐기물의 5~6배에 달해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다. △신기술이 적용된 수거·선별시설에 대해 기존 폐기물 시설과 동일한 인허가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비합리적이란 지적이 있다. -고도로 선별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폐기물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나. 애로 사항이 있으면 폐기물의 범주 내에서 규제를 풀어줄 수는 있겠지만, 폐기물을 일반 제품처럼 적용을 해주긴 어렵다. 폐기물에서 여전히 제기되는 이슈 중 하나가 방치폐기물이다. 실제 업장을 가보면 재활용한다고 해놓고 창고에 쌓아두거나 관리를 제대로하지 않아 방치된다. 폐기물이 환경적으로 사업자가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지를 보고 나서 판단을 하다보니 순환자원으로 인정되는 속도도 느렸다. △현재 환경부가 가장 중점으로 두는 것은 무엇인가-순환경제촉진법 하위법령을 어떻게 잘 구현해 나갈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순환원료, 순환이용 등 새롭게 생긴 범위를 명확히하고, 폐기물에 어떻게 더 가치를 부여할지를 정하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 목표를 설정하고 순환경제를 촉진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하는 부분들이 있다. 순환자원 고시와 규제샌드 박스도 도입된다. 그런 부분 통해 기존에 폐기물 관리법에 있는 규제 시스템들을 좀 더 유연하게 바꿔줄 수 있는 것을 설계해야한다. 또 많은 관심사 중 하나가 ‘수리권’인데, 어떤 제품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등 2025년 시행에 앞서 정밀하게 고민을 해야된다.
김경은 기자2023.04.09
[편집자주]폐기물 산업의 후진성, 공무원의 탁상행정과 복지부동, 기업의 저조한 참여, 국민의 환경인식 수준 등 문제의 원인은 총체적이다. 어디부터 고쳐나가야 하는 건가 해답이 쉽지 않다. 그러나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순환경제 전환은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건전한 성장 동력의 일환으로도 우리사회가 반드시 해결할 주요 과제다. 이에 이데일리는 순환경제를 대표하는 업계와 법적 규제의 문제점을 짚어본 뒤 정부 측 입장을 듣는 릴레이 인터뷰를 상·하로 나눠 게재한다.[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우리 정부가 지난해 10월 국내 제조사들도 페트(PET) 등 플라스틱 최종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도록 규제 하겠다고 예고했다. 우리 정부가 이런 규제 수단을 언급한 것과 비슷한 시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재활용’을 넘어 ‘재사용’ 규제 강화로 전환한 폐기물 및 포장재 규제 개정안을 내놨다. 폐기물 처리 중심의 선형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기에 앞서 국제사회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벅찬 상황이다. 수년째 쏟아진 탈플라스틱 대책에도 국내 플라스틱의 사용은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가파르게 늘어났으며, 대외적으로도 글로벌 규제 수준과의 격차로 인해 국내 기업은 경쟁력 저하라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탓에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져 이해관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순환경제 체제로의 전환에 주요 플레이어인 정부는 도대체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주목도가 높아지는 이유다. 최근 이데일리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터뷰한 김승희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폐기물 처리 중심의 체제를 순환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제도를 설계하는데 가장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순환경제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에 환경부의 역량이 총동원되고 있다. 순환경제촉진법은 그동안 나온 관련 법규 가운데 가장 포지티브식 규제에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폐기물 처리 관점을 넘어서는 규제가 도출될지가 관건이다.김승희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이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사진촬영을 하고있다.△유럽의 재생 플라스틱 규제에 비해 너무 느슨한 것 아닌가-지난해 10월 발표한 탈플라스틱 대책에 제조사로 확대하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원료 칩 생산으로 의무화하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제조사가 재활용을 해야하는 것이다. 현재 검토 중인 사항이다. 다만 이상적인 방향이긴하나 재생원료를 투입하는 것은 앞으로 시간을 좀 더 두고가야할 문제로 보고있다. 아울러 페트 이외의 다른 재질을 식품용으로 쓰는 것에 대한 품질 기준은 식약처에서 용역을 준 상태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도 페트(PET) 1만톤 이상 원료 생산자에 대해 재생 원료 사용 의무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는 플라스틱 원료를 납품하는 화학사에 대한 규제로, 유럽 등에서 플라스틱 제조사에 부과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여기에 EU 집행위는 지난해 10월 페트, 기타 폴리머, 일회용 음료병, 기타 패키징용기 등에 대한 재활용 최소 함량 규제를 강화하는 ‘포장 및 포장 폐기물 지침(EU legislation on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재질은 물론 규제수준도 훨씬 강력하다. 플라스틱을 사용한 국내 기업의 제품에 대한 유럽향 수출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생활폐기물 플라스틱 환경오염 해결을 위해 대기업의 자본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우리도 고민인 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기존 재활용업계와 조율해가면서 해나가야한다. 재활용 업계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 이 부분은 화학적 재활용으로 풀어가려한다. 또 우리는 워낙 플라스틱 재질이나 색깔도 다양하다. 선별을 잘해야 하는데 우리 기술로는 아직 역부족이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쓰려면 비용이 너무 올라가는 문제도 있어 기업에 규제를 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지난해 말 동반성장위원회는 3년간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영위하는 생활계 배출 플라스틱 선별업과 원료재생업에 진입 및 확장을 자제하고, 중소기업은 원료의 안정적 공급 등에 협조하기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생협약을 맺도록 했다. 대기업은 화학적 재활용 및 중소기업이 생산하지 않는 고품질 제품 제조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선별 시설 투자가 어려워진 상태다.)△동반위 결정에 환경부는 어떤 역할을 했나-동반위가 민간기구다보니 그 당시엔 민간의 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면 내용이 이상해질 수 있어 개입을 하지 못했다. 환경부나 산업부가 개입이 되면 부처간의 일이 되니 동반위도 개입 거절했었다. 이후에 결과가 나온 다음 동반위에서 상생협의체에는 참여를 부탁해와서 함께 논의 중이다. 대기업이 재활용 원료로 투입할 만한 충분한 양의 폐기물을 확보하는 것이 녹록찮다. 민간자본을 통해 짓고 기부채납한 후 20년 동안 운영권을 주는 민간투자사업(BTO)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동반성장위 상생협의체에서 논의를 해야한다. 아울러 사업장 폐기물이 생활 폐기물의 5~6배에 달해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다. △신기술이 적용된 수거·선별시설에 대해 기존 폐기물 시설과 동일한 인허가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비합리적이란 지적이 있다. -고도로 선별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폐기물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나. 애로 사항이 있으면 폐기물의 범주 내에서 규제를 풀어줄 수는 있겠지만, 폐기물을 일반 제품처럼 적용을 해주긴 어렵다. 폐기물에서 여전히 제기되는 이슈 중 하나가 방치폐기물이다. 실제 업장을 가보면 재활용한다고 해놓고 창고에 쌓아두거나 관리를 제대로하지 않아 방치된다. 폐기물이 환경적으로 사업자가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지를 보고 나서 판단을 하다보니 순환자원으로 인정되는 속도도 느렸다. △현재 환경부가 가장 중점으로 두는 것은 무엇인가-순환경제촉진법 하위법령을 어떻게 잘 구현해 나갈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순환원료, 순환이용 등 새롭게 생긴 범위를 명확히하고, 폐기물에 어떻게 더 가치를 부여할지를 정하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 목표를 설정하고 순환경제를 촉진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하는 부분들이 있다. 순환자원 고시와 규제샌드 박스도 도입된다. 그런 부분 통해 기존에 폐기물 관리법에 있는 규제 시스템들을 좀 더 유연하게 바꿔줄 수 있는 것을 설계해야한다. 또 많은 관심사 중 하나가 ‘수리권’인데, 어떤 제품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등 2025년 시행에 앞서 정밀하게 고민을 해야된다.
[편집자주]폐기물 산업의 후진성, 공무원의 탁상행정과 복지부동, 기업의 저조한 참여, 국민의 환경인식 수준 등 문제의 원인은 총체적이다. 어디부터 고쳐나가야 하는 건가 해답이 쉽지 않다. 그러나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순환경제 전환은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건전한 성장 동력의 일환으로도 우리사회가 반드시 해결할 주요 과제다. 이에 이데일리는 순환경제를 대표하는 업계와 법적 규제의 문제점을 짚어본 뒤 정부 측 입장을 듣는 릴레이 인터뷰를 상·하로 나눠 게재한다.[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오피니언 리더의 실종, 전문가의 부재, 언론과 정치권의 무관심 등 사회문제를 드러내야 할 전통적 기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순환경제는 이렇게 일부 시민사회의 논점 제기를 제외하면 주류 사회의 논의에서는 대체로 소외되어 왔다. 이번 릴레이 인터뷰는 환경 커뮤니케이션에서 특히 더 취약하나, 그 중요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순환경제의 각 분야 리더들을 만나 주요 화두를 점검했다. 순환경제 부문 업계를 대표하는 김정빈 수퍼빈 대표와 법규제의 문제를 짚어 줄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정부를 대표하는 김승희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을 차례로 만났다. 이번 편에서는 김 대표와 김 조사관이 지적하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와 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해법을 담았다. 수퍼빈은 빅테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재활용 자원 거래 시장’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김 대표는 오리건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케네디스쿨 정치행정학 석사, 코넬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철강사인 코스틸 그룹 대표이사를 지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김경민 조사관은 우리나라 자원재활용에 관한 법체계 연구에 가장 정통한 인물로 물환경 분야 환경공학박사다. 물에서 자원순환 분야로 연구방향을 바꾼 계기에 대해 “물 분야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해서”라고 했다. 이들은 대체로 대기업 진출이 막혀버린 재활용 산업의 미래가 더욱 어두워지면서, 기존 재활용 산업 외에서 방향성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기존 폐기물 처리 관점을 벗어나 재활용에 대한 정책적 동기가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우리나라 순환경제 문제점은△김정빈=소비 이후 폐기물이 기존의 폐기물 산업 생태계로 들어오면 오염이 더 심해진다. 소비자가 버린 폐기물이 제조업체의 생산 현장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순환경제 시대에 가장 힘든 점이 생산자들이 가져다 쓸 수 있는 폐기물이 없단 점이다.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입하고 화학적 공정을 거치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폐기물을 다시 쓸 이유가 없다. -우리 기업들의 준비 현황은△김정빈=전 세계적으로 보면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 시장은 엄청나게 큰 시장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물리적 재활용 시장엔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다. 롯데케미칼, SK지오메트릭 같은 석유화학사들은 플라스틱 플레이크를 수입해서 재생 원료를 로레알, 유니레버 같은 다국적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물리적 재활용 산업은 정체돼 있었다. 이제 대기업은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게 막았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022년 11월 대기업의 물질 재활용 선별과 원료재생업 진출을 3년간 막았다.) 제도적으로도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글로벌은 이미 폐기물 가공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일을 15년 넘게 작업해오면서 산업에 다 녹아들었다. 우리는 2022년에서야 페트(PET)에 대한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기준을 만들었다. 현재 대한민국 플라스틱 플레이크 공장 중에서 이 기준을 맞출 수 있는 곳은 극소수다.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기준’ 환경부 고시 별표에 규정된 ‘페트(PET)에 대한 재생원료 사용 기준’.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페트병 이외에 다른 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한데 △김정빈=다른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거의 안된다. 환경의 복원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자정능력은 이미 해결단계를 넘어섰다. (환경부는 고시를 통해 2022년 2월 24일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기준’을 마련하면서 페트(PET)에 대한 재생원료 사용 기준이 처음 마련됐다. 식품용기가 아닌 용기 및 페트 이외 재질에 대한 기준은 아직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식품 이외에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는 세제용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생 원료 법적 기준이 미비된 상태다. )-국내에선 재활용 신기술 사업화 단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신기술을 사업에 접목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김정빈=지자체 공무원들을 찾아가서 네프론(소비자가 페트병과 캔을 가져오면 인공지능 기술로 오염도 등을 선별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수퍼빈의 수거기기)이 순환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쫓겨나기 일쑤였다. 구미시에서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첫 매출이 났었다. 시범 사업 거쳐 전국 확대를 위해 15억원 예산을 환경부에 매칭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환경부에서 혁신적인 기술이라 독점의 문제가 있다고 거부했다. 혁신기술은 일시적 독점 상태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점에서 정부 지원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정부에 기대하는 역할은△김정빈=정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간 섹터에 개입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간 섹터에 돈이 넘치고 민간이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나중에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엑시트(Exit) 할 수 없다. 시장이 팬시해지기 어렵다. 심지어 환경관리공단과 지자체가 우리 사업을 복제하려 한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기업이 있으면 재정을 백업을 해줘야지 정부가 직접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해선 안된다. 여기에 대기업도 물질 재활용을 할 수 있게 해줬으면 균형감 있게 함께 컸을 텐데, 이게 기존 업체들에게만 맡기는 바람에 이 시장이 빨리 클 것 같지 않다. 여전히 고품질 폐기물 조달은 계속 어려울 것이고, 그럼 지금처럼 당분간 계속 폐기물 수입에 의존을 해야될테니까.-폐기물 규제 개선 방향은△김정빈=폐기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된다. 아직도 혐오시설로 취급된다. ‘공장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모티브로 만들져 디자인 공모전(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도 출품할 계획이다. 그런데 칸막이를 쳐서 공장을 시민들이 보지 못하도록 가려야한다. 네프론에서 수거한 용기를 도시 외곽의 물류창고까지 가져가야한다. 순환경제 스타트업이 가장 힘든 부분이 물류비다. 저희 회사 규모에서는 그래도 감당이 되지만, 이렇게 수거된 것들을 일반 창고처럼 도심에 집하하는 걸 허락해줘야한다. 전국에 17개 창고가 다 이렇게 외곽에 있다. 인허가 절차가 너무 어렵다. 수거한 용기를 다시 소재화하는 수퍼빈의 스마트 팩토리인 아이엠팩토리 전경/사진=수퍼빈 제공-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김정빈=도시를 설계하는 데 관여하는 도시 설계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LH공사와 협업해 3기 신도시에는 네프론이 기본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신도시 만들때부터 순환자원을 사람들이 판매할 수 있고, 거기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시를 설계하겠단 거다. 이 모델 때문에 작년에 환경 노벨상인 ‘어스샷’ 후보로 올라갔던 거다. 워낙 경쟁자가 쟁쟁해서 수상은 못했다. 컨설팅사에 외교관 지원까지 받는 지자체에는 상대가 안되더라. (6개 후보 중 최종 수상은 암스테르담시가 수상했다.)-국내 재활용 산업의 영세성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김경민=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장점으로 보면 파편화되어 있는 것들을 연계해줄 수 있다면 기회는 있다. 수거하는 노인들을 이 분야로 끌어오는거다. 과거엔 고물상이라고하는 자생적인 업체를 국가에선 수수방관하며 방치하다가 이 분야를 법으로 끌어와 세분화한 것인데, 이렇게 영세업체가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대기업이 뛰어드는 부분이 또 막히게 된 거다. 이제 이 구조가 깨질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앞으로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를 연결시키면서 통계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들이 대기업이 안 들어오면 안되는 건데 그 고리가 없는 거다. 젊은 친구들이 오고 싶어하는 회사의 수준을 갖춘 회사가 몇 개 없는 거다.-올해부터 페트병을 재생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다른 재질은 언제쯤 가능할까△김경민=현재 국민들이 별도분리를 하는 게 페트병뿐이다. 이 때문에 페트병이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어지는 체계가 돌아갈 순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선별 기술이 좋다면 해결되겠지만, 현재는 그게 쉽지 않다. 다른 재질까지 가능해지려면 폐기물 수거에 거대 산업이 붙어야 하지만 그것도 막혔지 않나. 즉 현 구조를 크게 바꾸기 힘들다면 국가가 순환자원이 될 만한 고품질에 대해서는 보증금제를 적용해 회수를 잘되게 하는 게 우선순위다. 그러나 재활용이 어려운 일회용컵에 보증금제를 적용한 건 잘못 설계된 정책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없애야 된다.-국내 산업계는 그동안 왜 재활용 분야에 진출하지 못했나△김경민=그동안 국가정책이 워낙 오락가락하니까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법이 만들어져야 산업이 크는 국가다. 그런데 이제 대기업들이 뛰어들려고 한다. 내수 시장이 아니라 해외 시장과 연계되어있고, 탄소중립 흐름이 있으니 국가가 흔들 수 없는 기반이 생긴거다. 이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재생원료를 유럽의 제조사들에게 공급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폐기물로는 품질보증이 안되니 해외에서 수입해서 하고 있다. 문제는 내수 시장이 아직 글로벌 흐름을 못 쫓아간다. 우리나라에선 재생원료를 쓰지 않아도 판매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생수는 유럽에 판매할 수 없다. 유럽은 재생 비중이 의무조항이기 때문이다. -재활용 시설 투자 유도 방안은△김경민=생활폐기물은 지자체 책임이다. 지자체가 선별기기 구매를 지원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폐기물 부담금으로 지자체 예산이 얼마나 확보되겠나.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른 정책을 펴야한다. 소각이나 매립시 재활용보다 비용이 많이 들도록 비용을 더 부가해야 재활용을 더 많이 할 유인이 생긴다.
김경은 기자2023.04.02
[편집자주]폐기물 산업의 후진성, 공무원의 탁상행정과 복지부동, 기업의 저조한 참여, 국민의 환경인식 수준 등 문제의 원인은 총체적이다. 어디부터 고쳐나가야 하는 건가 해답이 쉽지 않다. 그러나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순환경제 전환은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건전한 성장 동력의 일환으로도 우리사회가 반드시 해결할 주요 과제다. 이에 이데일리는 순환경제를 대표하는 업계와 법적 규제의 문제점을 짚어본 뒤 정부 측 입장을 듣는 릴레이 인터뷰를 상·하로 나눠 게재한다.[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오피니언 리더의 실종, 전문가의 부재, 언론과 정치권의 무관심 등 사회문제를 드러내야 할 전통적 기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순환경제는 이렇게 일부 시민사회의 논점 제기를 제외하면 주류 사회의 논의에서는 대체로 소외되어 왔다. 이번 릴레이 인터뷰는 환경 커뮤니케이션에서 특히 더 취약하나, 그 중요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순환경제의 각 분야 리더들을 만나 주요 화두를 점검했다. 순환경제 부문 업계를 대표하는 김정빈 수퍼빈 대표와 법규제의 문제를 짚어 줄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정부를 대표하는 김승희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을 차례로 만났다. 이번 편에서는 김 대표와 김 조사관이 지적하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와 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해법을 담았다. 수퍼빈은 빅테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재활용 자원 거래 시장’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김 대표는 오리건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케네디스쿨 정치행정학 석사, 코넬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철강사인 코스틸 그룹 대표이사를 지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김경민 조사관은 우리나라 자원재활용에 관한 법체계 연구에 가장 정통한 인물로 물환경 분야 환경공학박사다. 물에서 자원순환 분야로 연구방향을 바꾼 계기에 대해 “물 분야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해서”라고 했다. 이들은 대체로 대기업 진출이 막혀버린 재활용 산업의 미래가 더욱 어두워지면서, 기존 재활용 산업 외에서 방향성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기존 폐기물 처리 관점을 벗어나 재활용에 대한 정책적 동기가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우리나라 순환경제 문제점은△김정빈=소비 이후 폐기물이 기존의 폐기물 산업 생태계로 들어오면 오염이 더 심해진다. 소비자가 버린 폐기물이 제조업체의 생산 현장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순환경제 시대에 가장 힘든 점이 생산자들이 가져다 쓸 수 있는 폐기물이 없단 점이다.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입하고 화학적 공정을 거치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폐기물을 다시 쓸 이유가 없다. -우리 기업들의 준비 현황은△김정빈=전 세계적으로 보면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 시장은 엄청나게 큰 시장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물리적 재활용 시장엔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다. 롯데케미칼, SK지오메트릭 같은 석유화학사들은 플라스틱 플레이크를 수입해서 재생 원료를 로레알, 유니레버 같은 다국적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물리적 재활용 산업은 정체돼 있었다. 이제 대기업은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게 막았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022년 11월 대기업의 물질 재활용 선별과 원료재생업 진출을 3년간 막았다.) 제도적으로도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글로벌은 이미 폐기물 가공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일을 15년 넘게 작업해오면서 산업에 다 녹아들었다. 우리는 2022년에서야 페트(PET)에 대한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기준을 만들었다. 현재 대한민국 플라스틱 플레이크 공장 중에서 이 기준을 맞출 수 있는 곳은 극소수다.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기준’ 환경부 고시 별표에 규정된 ‘페트(PET)에 대한 재생원료 사용 기준’.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페트병 이외에 다른 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한데 △김정빈=다른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거의 안된다. 환경의 복원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자정능력은 이미 해결단계를 넘어섰다. (환경부는 고시를 통해 2022년 2월 24일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기준’을 마련하면서 페트(PET)에 대한 재생원료 사용 기준이 처음 마련됐다. 식품용기가 아닌 용기 및 페트 이외 재질에 대한 기준은 아직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식품 이외에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는 세제용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생 원료 법적 기준이 미비된 상태다. )-국내에선 재활용 신기술 사업화 단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신기술을 사업에 접목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김정빈=지자체 공무원들을 찾아가서 네프론(소비자가 페트병과 캔을 가져오면 인공지능 기술로 오염도 등을 선별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수퍼빈의 수거기기)이 순환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쫓겨나기 일쑤였다. 구미시에서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첫 매출이 났었다. 시범 사업 거쳐 전국 확대를 위해 15억원 예산을 환경부에 매칭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환경부에서 혁신적인 기술이라 독점의 문제가 있다고 거부했다. 혁신기술은 일시적 독점 상태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점에서 정부 지원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정부에 기대하는 역할은△김정빈=정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간 섹터에 개입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간 섹터에 돈이 넘치고 민간이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나중에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엑시트(Exit) 할 수 없다. 시장이 팬시해지기 어렵다. 심지어 환경관리공단과 지자체가 우리 사업을 복제하려 한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기업이 있으면 재정을 백업을 해줘야지 정부가 직접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해선 안된다. 여기에 대기업도 물질 재활용을 할 수 있게 해줬으면 균형감 있게 함께 컸을 텐데, 이게 기존 업체들에게만 맡기는 바람에 이 시장이 빨리 클 것 같지 않다. 여전히 고품질 폐기물 조달은 계속 어려울 것이고, 그럼 지금처럼 당분간 계속 폐기물 수입에 의존을 해야될테니까.-폐기물 규제 개선 방향은△김정빈=폐기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된다. 아직도 혐오시설로 취급된다. ‘공장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모티브로 만들져 디자인 공모전(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도 출품할 계획이다. 그런데 칸막이를 쳐서 공장을 시민들이 보지 못하도록 가려야한다. 네프론에서 수거한 용기를 도시 외곽의 물류창고까지 가져가야한다. 순환경제 스타트업이 가장 힘든 부분이 물류비다. 저희 회사 규모에서는 그래도 감당이 되지만, 이렇게 수거된 것들을 일반 창고처럼 도심에 집하하는 걸 허락해줘야한다. 전국에 17개 창고가 다 이렇게 외곽에 있다. 인허가 절차가 너무 어렵다. 수거한 용기를 다시 소재화하는 수퍼빈의 스마트 팩토리인 아이엠팩토리 전경/사진=수퍼빈 제공-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김정빈=도시를 설계하는 데 관여하는 도시 설계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LH공사와 협업해 3기 신도시에는 네프론이 기본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신도시 만들때부터 순환자원을 사람들이 판매할 수 있고, 거기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시를 설계하겠단 거다. 이 모델 때문에 작년에 환경 노벨상인 ‘어스샷’ 후보로 올라갔던 거다. 워낙 경쟁자가 쟁쟁해서 수상은 못했다. 컨설팅사에 외교관 지원까지 받는 지자체에는 상대가 안되더라. (6개 후보 중 최종 수상은 암스테르담시가 수상했다.)-국내 재활용 산업의 영세성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김경민=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장점으로 보면 파편화되어 있는 것들을 연계해줄 수 있다면 기회는 있다. 수거하는 노인들을 이 분야로 끌어오는거다. 과거엔 고물상이라고하는 자생적인 업체를 국가에선 수수방관하며 방치하다가 이 분야를 법으로 끌어와 세분화한 것인데, 이렇게 영세업체가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대기업이 뛰어드는 부분이 또 막히게 된 거다. 이제 이 구조가 깨질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앞으로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를 연결시키면서 통계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들이 대기업이 안 들어오면 안되는 건데 그 고리가 없는 거다. 젊은 친구들이 오고 싶어하는 회사의 수준을 갖춘 회사가 몇 개 없는 거다.-올해부터 페트병을 재생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다른 재질은 언제쯤 가능할까△김경민=현재 국민들이 별도분리를 하는 게 페트병뿐이다. 이 때문에 페트병이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어지는 체계가 돌아갈 순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선별 기술이 좋다면 해결되겠지만, 현재는 그게 쉽지 않다. 다른 재질까지 가능해지려면 폐기물 수거에 거대 산업이 붙어야 하지만 그것도 막혔지 않나. 즉 현 구조를 크게 바꾸기 힘들다면 국가가 순환자원이 될 만한 고품질에 대해서는 보증금제를 적용해 회수를 잘되게 하는 게 우선순위다. 그러나 재활용이 어려운 일회용컵에 보증금제를 적용한 건 잘못 설계된 정책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없애야 된다.-국내 산업계는 그동안 왜 재활용 분야에 진출하지 못했나△김경민=그동안 국가정책이 워낙 오락가락하니까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법이 만들어져야 산업이 크는 국가다. 그런데 이제 대기업들이 뛰어들려고 한다. 내수 시장이 아니라 해외 시장과 연계되어있고, 탄소중립 흐름이 있으니 국가가 흔들 수 없는 기반이 생긴거다. 이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재생원료를 유럽의 제조사들에게 공급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폐기물로는 품질보증이 안되니 해외에서 수입해서 하고 있다. 문제는 내수 시장이 아직 글로벌 흐름을 못 쫓아간다. 우리나라에선 재생원료를 쓰지 않아도 판매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생수는 유럽에 판매할 수 없다. 유럽은 재생 비중이 의무조항이기 때문이다. -재활용 시설 투자 유도 방안은△김경민=생활폐기물은 지자체 책임이다. 지자체가 선별기기 구매를 지원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폐기물 부담금으로 지자체 예산이 얼마나 확보되겠나.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른 정책을 펴야한다. 소각이나 매립시 재활용보다 비용이 많이 들도록 비용을 더 부가해야 재활용을 더 많이 할 유인이 생긴다.
[그래픽=김일환 이데일리 기자][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미국 환경보호청(US EPA)이 개발한 모형(WARM)에 따르면 플라스틱 1t을 소각하는데 페트(PET) 기준 1.12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플라스틱의 생산에서 사용·처리에 이르는 플라스틱 전 주기(Life cycle)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제조업을 포함해 국내 화학산업 분야는 산업부문 온실가스의 약 19%를 차지한다. 미국 환경연구단체 비욘드 플라스틱(Beyond plastic)은 미국 플라스틱 산업이 2030년까지 석탄공장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라스틱을 ‘새로운 석탄’으로까지 명명하는 이유다. 유럽연합 그린딜을 비롯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총회(COP26) 등에서도 기후변화 논의에서 순환경제와 탈플라스틱 논의가 부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순환성을 위한 제품 설계, 폐기물 회수·재사용, 저탄소 대체재 개발 등을 통해서다. WARM 모형에서 페트 재사용(Reuse)은 -2t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재활용(Recycle)은 -1.02tCO2eq의 감축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평가한다.이에 지난 21일 모습을 드러낸 윤석열 정부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을 순환경제 이행 측면에서 평가하고 나아갈 방향을 전문가와 관련 기존연구 등을 통해 짚어봤다. ◇‘바이오 납사’ 원료 부족으로 완화해준 탄녹위윤석열 정부 탄소중립 청사진에는 순환경제 활용 방안이 논의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정부 공청회 지정 토론에서도 폐기물 및 순환경제 전문가는 제외돼 관련 논의는 다소 소외된 양상이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석유화학업계에 대해 ‘바이오 납사’ 원료 부족을 이유로 부담을 줄이면서,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주요 축인 순환경제 활성화는 주요 감축수단 중 하나로 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산업부가 바이오 납사를 석유화학업계 온실가스 감축의 근본대안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결론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직전 NDC 이행안 발표에서도 석유화학업계 감축부담의 9할은 바이오 납사를 통해 해결가능하다고 설정하고 있다”며 이를 근본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납사(나프타)는 각종 화학섬유나 플라스틱의 원재료가 되는 물질이다. 석유 기반 납사의 대체 원료로 대두유, 팜유, 폐식용유 등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바이오 납사는 온실가스 저감실적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바이오 매스 기반 플라스틱이 온실가스 저감 핵심 대책이라고 보는 시각에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은 옥수수, 사탕무 또는 감자 전분과 같은 바이오 매스 등으로 만든 플라스틱이다. 최종 플라스틱의 물성을 확보하기 위한 화학물질의 독성 논란과 농업단계에서 생성되는 배출량이 일회용 플라스틱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도 속도조절론은 나왔다. 독일 연방환경청(UBA)은 2012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석유소비는 낮지만, 비료 사용을 통해 다른 환경 영역에서 더 큰 부담을 준다”며 “물의 부영양화와 토양의 산성화가 일반적인 플라스틱 생산보다 훨씬 더 커 우월한 수단은 아니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후, 2017년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UBA의 입장’을 통해서도 “명확한 생태학적 이점은 평가할 수 없다(no clear ecological advantageousness can be assessed)”고 언급했다. 이 외에 원료 부족, 높은 비용 등의 문제 등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바이오 플라스틱 점유율이 큰 폭 성장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OECD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 플라스틱은 2019년 200만t에서 2060년 600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나, 전체 플라스틱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5%에 불과하다.특히 당장은 100%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으로 대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2030년 감축 경로상에 바이오 납사를 이유로 부담을 줄인 것은 문제가 있단 지적이다. 박상우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 소장은 “석유로부터의 탈출 수단으로 바이오는 30~40년 이후 먼 훗날의 이야기이며, 이마저도 근본 대안은 아니다”라며 “2030년 석유화학업계의 감축의무를 완화해주는데 바이오 납사 원료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기업들 스스로 자원순환을 위한 재생원료 인프라 투자 확대와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있는 것과 동떨어진 진단도 나온다.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하나의 대안을 절대적으로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출처:그린피스(장용석 충남대 연구팀)◇폐기물서 온실가스 46.8% 줄인다…플라스틱 폐기물은 1.5배 폭증할 것폐기물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6.8% 감축한다면서 내놓은 환경부 주도 세부 이행 계획에서는 새로운 것이 없었다. △자원효율등급제 도입 △공공책임수거제 강화 △일회용품 감량 △폐패널·폐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재활용 확대 등 기존에 수없이 나온 대책의 재탕이다. 특히 공동주택 재활용 폐기물을 지자체가 직접 수거하는 공공책임수거제도는 온실가스 감축과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아파트와 수거 업체간 계약의 중간 관리자로 지자체가 개입해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수거거부 사태 재발을 막을 순 있겠으나, 기존의 수거 체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세부 이행 대책의 부실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우리 정부는 2018년 5월 ‘재활용 폐기물 종합대책’을 시작으로 탈플라스틱 대책을 거의 1년마다 내놨다. 그러나 이행 성과는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코로나19로 인한 배달수요 증가 등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늘었다. 재활용률은 플라스틱의 발생과 재활용에 이르는 통계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 목표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린피스와 장용철 충남대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17.7%가 증가했다. 특히 배달음식 포장재를 포함하는 ‘기타 폐합성수지류’는 이 기간 80.6% 폭증했다. 또 연구팀의 물질흐름분석 수행 결과 국내 물질 재활용률은 약간 증가한 약 27%이며,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여전히 낮은 약 16.4%에 불과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1년 우리나라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발생량 대비 재활용량 비율)은 73%(생활계 폐기물 재활용률은 약 57%)와 큰 차이가 있다. 여기엔 OECD 여타 국가는 배제하고 있는 열적 재활용(연료화)이 포함됐으며, 재활용 분리수거 집계치다. 실질 재활용률은 파악되지 않는다. 순환이용률(실질 재활용률)은 일부 개별 사업장 통계만 산출하고 국가통계는 집계하지 않는다. 성과 지표 개선 논의는 수년째 그대로다. 성과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목표의 남발은 공염불을 외는 격일 뿐이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폐기할 경우, 2030년에는 2020년 발생량의 1.5배나 많은 폐기물이 국내에 발생할 것으로 장 연구팀은 예측했다. OECD는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이 2060년에는 2019년 대비 약 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바다로 흘러 들어갈 플라스틱 쓰레기도 2019년에 비해 3배에 증가하고, 플라스틱의 전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도 2019년에 비해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그는 이어 “폐기물 온실가스 감축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플라스틱의 생애 전 과정에 걸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산업부와 환경부는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해 핵심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플라스틱 온실가스 저감 대책 수립을 위해 부처 칸막이를 뛰어넘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은 기자2023.03.26
[그래픽=김일환 이데일리 기자][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미국 환경보호청(US EPA)이 개발한 모형(WARM)에 따르면 플라스틱 1t을 소각하는데 페트(PET) 기준 1.12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플라스틱의 생산에서 사용·처리에 이르는 플라스틱 전 주기(Life cycle)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제조업을 포함해 국내 화학산업 분야는 산업부문 온실가스의 약 19%를 차지한다. 미국 환경연구단체 비욘드 플라스틱(Beyond plastic)은 미국 플라스틱 산업이 2030년까지 석탄공장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라스틱을 ‘새로운 석탄’으로까지 명명하는 이유다. 유럽연합 그린딜을 비롯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총회(COP26) 등에서도 기후변화 논의에서 순환경제와 탈플라스틱 논의가 부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순환성을 위한 제품 설계, 폐기물 회수·재사용, 저탄소 대체재 개발 등을 통해서다. WARM 모형에서 페트 재사용(Reuse)은 -2t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재활용(Recycle)은 -1.02tCO2eq의 감축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평가한다.이에 지난 21일 모습을 드러낸 윤석열 정부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을 순환경제 이행 측면에서 평가하고 나아갈 방향을 전문가와 관련 기존연구 등을 통해 짚어봤다. ◇‘바이오 납사’ 원료 부족으로 완화해준 탄녹위윤석열 정부 탄소중립 청사진에는 순환경제 활용 방안이 논의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정부 공청회 지정 토론에서도 폐기물 및 순환경제 전문가는 제외돼 관련 논의는 다소 소외된 양상이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석유화학업계에 대해 ‘바이오 납사’ 원료 부족을 이유로 부담을 줄이면서,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주요 축인 순환경제 활성화는 주요 감축수단 중 하나로 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산업부가 바이오 납사를 석유화학업계 온실가스 감축의 근본대안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결론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직전 NDC 이행안 발표에서도 석유화학업계 감축부담의 9할은 바이오 납사를 통해 해결가능하다고 설정하고 있다”며 이를 근본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납사(나프타)는 각종 화학섬유나 플라스틱의 원재료가 되는 물질이다. 석유 기반 납사의 대체 원료로 대두유, 팜유, 폐식용유 등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바이오 납사는 온실가스 저감실적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바이오 매스 기반 플라스틱이 온실가스 저감 핵심 대책이라고 보는 시각에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은 옥수수, 사탕무 또는 감자 전분과 같은 바이오 매스 등으로 만든 플라스틱이다. 최종 플라스틱의 물성을 확보하기 위한 화학물질의 독성 논란과 농업단계에서 생성되는 배출량이 일회용 플라스틱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도 속도조절론은 나왔다. 독일 연방환경청(UBA)은 2012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석유소비는 낮지만, 비료 사용을 통해 다른 환경 영역에서 더 큰 부담을 준다”며 “물의 부영양화와 토양의 산성화가 일반적인 플라스틱 생산보다 훨씬 더 커 우월한 수단은 아니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후, 2017년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UBA의 입장’을 통해서도 “명확한 생태학적 이점은 평가할 수 없다(no clear ecological advantageousness can be assessed)”고 언급했다. 이 외에 원료 부족, 높은 비용 등의 문제 등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바이오 플라스틱 점유율이 큰 폭 성장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OECD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 플라스틱은 2019년 200만t에서 2060년 600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나, 전체 플라스틱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5%에 불과하다.특히 당장은 100%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으로 대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2030년 감축 경로상에 바이오 납사를 이유로 부담을 줄인 것은 문제가 있단 지적이다. 박상우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 소장은 “석유로부터의 탈출 수단으로 바이오는 30~40년 이후 먼 훗날의 이야기이며, 이마저도 근본 대안은 아니다”라며 “2030년 석유화학업계의 감축의무를 완화해주는데 바이오 납사 원료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기업들 스스로 자원순환을 위한 재생원료 인프라 투자 확대와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있는 것과 동떨어진 진단도 나온다.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하나의 대안을 절대적으로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출처:그린피스(장용석 충남대 연구팀)◇폐기물서 온실가스 46.8% 줄인다…플라스틱 폐기물은 1.5배 폭증할 것폐기물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6.8% 감축한다면서 내놓은 환경부 주도 세부 이행 계획에서는 새로운 것이 없었다. △자원효율등급제 도입 △공공책임수거제 강화 △일회용품 감량 △폐패널·폐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재활용 확대 등 기존에 수없이 나온 대책의 재탕이다. 특히 공동주택 재활용 폐기물을 지자체가 직접 수거하는 공공책임수거제도는 온실가스 감축과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아파트와 수거 업체간 계약의 중간 관리자로 지자체가 개입해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수거거부 사태 재발을 막을 순 있겠으나, 기존의 수거 체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세부 이행 대책의 부실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우리 정부는 2018년 5월 ‘재활용 폐기물 종합대책’을 시작으로 탈플라스틱 대책을 거의 1년마다 내놨다. 그러나 이행 성과는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코로나19로 인한 배달수요 증가 등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늘었다. 재활용률은 플라스틱의 발생과 재활용에 이르는 통계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 목표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린피스와 장용철 충남대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17.7%가 증가했다. 특히 배달음식 포장재를 포함하는 ‘기타 폐합성수지류’는 이 기간 80.6% 폭증했다. 또 연구팀의 물질흐름분석 수행 결과 국내 물질 재활용률은 약간 증가한 약 27%이며,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여전히 낮은 약 16.4%에 불과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1년 우리나라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발생량 대비 재활용량 비율)은 73%(생활계 폐기물 재활용률은 약 57%)와 큰 차이가 있다. 여기엔 OECD 여타 국가는 배제하고 있는 열적 재활용(연료화)이 포함됐으며, 재활용 분리수거 집계치다. 실질 재활용률은 파악되지 않는다. 순환이용률(실질 재활용률)은 일부 개별 사업장 통계만 산출하고 국가통계는 집계하지 않는다. 성과 지표 개선 논의는 수년째 그대로다. 성과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목표의 남발은 공염불을 외는 격일 뿐이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폐기할 경우, 2030년에는 2020년 발생량의 1.5배나 많은 폐기물이 국내에 발생할 것으로 장 연구팀은 예측했다. OECD는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이 2060년에는 2019년 대비 약 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바다로 흘러 들어갈 플라스틱 쓰레기도 2019년에 비해 3배에 증가하고, 플라스틱의 전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도 2019년에 비해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그는 이어 “폐기물 온실가스 감축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플라스틱의 생애 전 과정에 걸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산업부와 환경부는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해 핵심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플라스틱 온실가스 저감 대책 수립을 위해 부처 칸막이를 뛰어넘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시장의 성장가능성, 미래 에너지원, 금맥으로 떠오른 폐기물, 뜨거운 인수합병(M&A) 경쟁’폐기물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수식어들이다. 여기에 희소금속 추출을 위한 전기·전자 폐기물(E-waste)과 폐배터리까지 접목되면서 폐기물 산업은 최근 가장 ‘핫(hot)’한 시장이 됐다.‘순환경제’라는 친환경 키워드가 접목되면서 폐기물 산업은 육성정책의 대상으로도 칭송받고 있다. 이렇게 자본과 정책지원이라는 쌍두마차가 이끄는 폐기물 산업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산업의 성장 스토리를 꼼꼼히 뜯어보고 나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는 것을 알게된다. 위의 화려한 수식어는 폐기물을 처리·매립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 부문의 몫이다. 매립·소각 시설 인허가의 희소성과 폐기물 발생량 증가가 견인한 폐기물 처리 산업 성장은 2010년 JP모간 등 사모투자펀드(PEF)들이 뛰어들면서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고부가가치 자원을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부문에서는 이렇다할 국내 M&A 사례를 찾기 힘들다. 기술 확보를 위한 해외 스타트업 인수나 전략적 조인트벤처 설립 등이 주를 이룬다. 이는 우리나라의 폐기물 관리 산업이 오염 처리 중심으로 커 왔단 뜻이다. 자원 이용의 효율화와 오염 예방 중심의 ‘자원순환’ 관점의 법 체계가 도입된 2000년대 초 이후로도 ‘경로의존성’의 특성을 보여왔다. 과거에 만들어진 제도나 구조 등에 익숙해지면서 관성 탓에 경로가 비효율적이어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 말이다.◇포지티브식 규제 백화점…재활용 포기하고 만다우리나라는 환경규제의 백화점이다. 환경부 소관 환경법률의 수는 70여개, 조례 등 하위법령까지 따지면 약 2400개에 달한다.특히 2010년 이후 환경법은 춘추전국 시대를 맞는다. 2013년 이후 매년 1~2개씩 새로운 환경법이 생겨났다. 법률 전문가들도 따라가지 벅찰 만큼 우후죽순 법이 늘어났다. 2013년 5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같은해 6월 ‘화학물질관리법률’, 2014년 12월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2015년 12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 2016년 5월 ‘자원순환기본법’, 2017년 2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2018년 3월 ‘화학제품안전법’, 2018년 6월 ‘물관리기본법’, 2019년 4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2021년 9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등이다. 환경규제 때문에 기업들은 사업을 못하겠다고 할 법하다. 이렇게 환경규제가 기업경영을 방해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면, 환경규제를 해결할 환경산업은 커졌어야 했다. 환경산업은 인위적인 시장이다. 환경보전을 위한 규제와 정책이 수요를 만든다. 선진국형 환경산업의 성장 방정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환경산업은 개도국-후발주자형 육성정책 중심이다. 정부주도 R&D 사업은 수요 부족으로 업종의 고도화로 연계되지 못한단 한계가 드러났다. 실제 우리나라 폐자원 열에너지화 기술은 4~5년 가량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전한 오염처리라는 낡은 정책 틀에 머물렀다. 규제가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지속가능성장과 순환경제로 대표되는 환경정책이 글로벌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는 와중에도 환경부는 ‘그래도 폐기물이다’를 여전히 반복했다.◇순환경제법, 이번엔 ‘폐기물관리법’을 이길수 있을까국내 자원순환 분야는 오염물의 안전한 처리가 주목적인 1986년 제정된 ‘폐기물 관리법’에 근간을 둬 성장해왔다. 이는 재활용과 자원순환이 주목적이 아니다. 폐기물은 수집·운반·처리·신고·재활용 등에서 법에 정해진 방식대로 따라야 한다. 재활용을 하려면 법에 정해진 57개의 재활용 용도와 방법에 부합해야했다. 그 외엔 모두 폐기물이다. ‘같은 업체의 A공장에서 B공장으로 공정 중 반출 및 이동이 발생하면 폐기물’, ‘처리 공정을 거친 후 생산공정에 재투입하는 경우도 폐기물’ 이런 식이다. 공정 후 부산물을 재활용하기보다 신규 원료를 사용하는 편이 수월한 것이다. 사업자가 새로운 재활용 기술을 적용하려면 2년 이상의 기간이 걸려야 허용됐다. 유럽 등 서구를 중심으로 순환경제 기본계획이 도입되기 시작한 2015년 우리나라도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 재활용 원칙과 취급기준 등을 준수하면 원칙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하위법령에서 포지티브 방식 규제로 바뀐다.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규정된 법률은 시행규칙 별표를 통해 ‘폐기물의 재활용 유형별 세부분류’ 등으로 구체화되는 식이다.정책현장의 보수성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재활용환경성평가를 받는 데도 상당한 기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2018년 1월 자원순환기본법 시행으로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폐기물은 폐기물관리법의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 ‘순환자원 인정제도’가 마련됐다. 그러나 재활용환경성평가와 순환자원인정제도를 모두 통과하고 나면 수 년이 훌쩍 시간이 지난다. 순환자원도 결국 폐기물이여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인정을 받아야한다. 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은 “순환자원 일괄고시 및 규제샌드박스 도입 등 지난해 말 통과된 순환경제 촉진에 관한 법률은 이같은 우를 다시 반복해선 안된다”며 “네거티브방식 규제로 폐기물 관리 정책이 전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향 평준화된 나열식·포지티브식 규제부터 고쳐야한단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란 금지하는 것 외에는 모든 종류의 경제활용을 허용해 기업의 창의적 활동을 유도하는 규제방식이다. 순환경제 촉진법은 기존 자원순환법을 전면개정한 법으로 하위법령 정비 등을 거쳐 2024년부터 시행된다. 이 법의 주요 골자는 기존엔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사업자가 신청을 통해 개별적으로 받아야했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먼저 고시를 통해 인정을 해주겠단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은 순환자원 인정 품목인 폐지나 고철이 먼저 고시 대상이 될 전망이다.
김경은 기자2023.03.12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시장의 성장가능성, 미래 에너지원, 금맥으로 떠오른 폐기물, 뜨거운 인수합병(M&A) 경쟁’폐기물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수식어들이다. 여기에 희소금속 추출을 위한 전기·전자 폐기물(E-waste)과 폐배터리까지 접목되면서 폐기물 산업은 최근 가장 ‘핫(hot)’한 시장이 됐다.‘순환경제’라는 친환경 키워드가 접목되면서 폐기물 산업은 육성정책의 대상으로도 칭송받고 있다. 이렇게 자본과 정책지원이라는 쌍두마차가 이끄는 폐기물 산업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산업의 성장 스토리를 꼼꼼히 뜯어보고 나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는 것을 알게된다. 위의 화려한 수식어는 폐기물을 처리·매립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 부문의 몫이다. 매립·소각 시설 인허가의 희소성과 폐기물 발생량 증가가 견인한 폐기물 처리 산업 성장은 2010년 JP모간 등 사모투자펀드(PEF)들이 뛰어들면서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고부가가치 자원을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부문에서는 이렇다할 국내 M&A 사례를 찾기 힘들다. 기술 확보를 위한 해외 스타트업 인수나 전략적 조인트벤처 설립 등이 주를 이룬다. 이는 우리나라의 폐기물 관리 산업이 오염 처리 중심으로 커 왔단 뜻이다. 자원 이용의 효율화와 오염 예방 중심의 ‘자원순환’ 관점의 법 체계가 도입된 2000년대 초 이후로도 ‘경로의존성’의 특성을 보여왔다. 과거에 만들어진 제도나 구조 등에 익숙해지면서 관성 탓에 경로가 비효율적이어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 말이다.◇포지티브식 규제 백화점…재활용 포기하고 만다우리나라는 환경규제의 백화점이다. 환경부 소관 환경법률의 수는 70여개, 조례 등 하위법령까지 따지면 약 2400개에 달한다.특히 2010년 이후 환경법은 춘추전국 시대를 맞는다. 2013년 이후 매년 1~2개씩 새로운 환경법이 생겨났다. 법률 전문가들도 따라가지 벅찰 만큼 우후죽순 법이 늘어났다. 2013년 5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같은해 6월 ‘화학물질관리법률’, 2014년 12월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2015년 12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 2016년 5월 ‘자원순환기본법’, 2017년 2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2018년 3월 ‘화학제품안전법’, 2018년 6월 ‘물관리기본법’, 2019년 4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2021년 9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등이다. 환경규제 때문에 기업들은 사업을 못하겠다고 할 법하다. 이렇게 환경규제가 기업경영을 방해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면, 환경규제를 해결할 환경산업은 커졌어야 했다. 환경산업은 인위적인 시장이다. 환경보전을 위한 규제와 정책이 수요를 만든다. 선진국형 환경산업의 성장 방정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환경산업은 개도국-후발주자형 육성정책 중심이다. 정부주도 R&D 사업은 수요 부족으로 업종의 고도화로 연계되지 못한단 한계가 드러났다. 실제 우리나라 폐자원 열에너지화 기술은 4~5년 가량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전한 오염처리라는 낡은 정책 틀에 머물렀다. 규제가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지속가능성장과 순환경제로 대표되는 환경정책이 글로벌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는 와중에도 환경부는 ‘그래도 폐기물이다’를 여전히 반복했다.◇순환경제법, 이번엔 ‘폐기물관리법’을 이길수 있을까국내 자원순환 분야는 오염물의 안전한 처리가 주목적인 1986년 제정된 ‘폐기물 관리법’에 근간을 둬 성장해왔다. 이는 재활용과 자원순환이 주목적이 아니다. 폐기물은 수집·운반·처리·신고·재활용 등에서 법에 정해진 방식대로 따라야 한다. 재활용을 하려면 법에 정해진 57개의 재활용 용도와 방법에 부합해야했다. 그 외엔 모두 폐기물이다. ‘같은 업체의 A공장에서 B공장으로 공정 중 반출 및 이동이 발생하면 폐기물’, ‘처리 공정을 거친 후 생산공정에 재투입하는 경우도 폐기물’ 이런 식이다. 공정 후 부산물을 재활용하기보다 신규 원료를 사용하는 편이 수월한 것이다. 사업자가 새로운 재활용 기술을 적용하려면 2년 이상의 기간이 걸려야 허용됐다. 유럽 등 서구를 중심으로 순환경제 기본계획이 도입되기 시작한 2015년 우리나라도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 재활용 원칙과 취급기준 등을 준수하면 원칙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하위법령에서 포지티브 방식 규제로 바뀐다.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규정된 법률은 시행규칙 별표를 통해 ‘폐기물의 재활용 유형별 세부분류’ 등으로 구체화되는 식이다.정책현장의 보수성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재활용환경성평가를 받는 데도 상당한 기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2018년 1월 자원순환기본법 시행으로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폐기물은 폐기물관리법의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 ‘순환자원 인정제도’가 마련됐다. 그러나 재활용환경성평가와 순환자원인정제도를 모두 통과하고 나면 수 년이 훌쩍 시간이 지난다. 순환자원도 결국 폐기물이여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인정을 받아야한다. 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은 “순환자원 일괄고시 및 규제샌드박스 도입 등 지난해 말 통과된 순환경제 촉진에 관한 법률은 이같은 우를 다시 반복해선 안된다”며 “네거티브방식 규제로 폐기물 관리 정책이 전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향 평준화된 나열식·포지티브식 규제부터 고쳐야한단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란 금지하는 것 외에는 모든 종류의 경제활용을 허용해 기업의 창의적 활동을 유도하는 규제방식이다. 순환경제 촉진법은 기존 자원순환법을 전면개정한 법으로 하위법령 정비 등을 거쳐 2024년부터 시행된다. 이 법의 주요 골자는 기존엔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사업자가 신청을 통해 개별적으로 받아야했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먼저 고시를 통해 인정을 해주겠단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은 순환자원 인정 품목인 폐지나 고철이 먼저 고시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산업혁명 이전엔 폐기물 관리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인류는 자연에서 물건을 찾아 연마해 다듬어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썼다. 남은 음식은 가축 먹이로 주거나 모아서 퇴비로 활용하곤 했다. 도시 청소의 시작은 일제강점기 40∼50곳에 거지들이 모여 살며 동냥과 넝마주이로 연명했던 것이 시작이다. 넝마주이는 헌 옷이나 폐품 등을 주워 모으는 일이나 그런 일을 하는 직업인을 가리킨다.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 ‘양아치’는 이들을 가리킨 ‘동냥아치’의 줄임 말이다. 산업화가 이루어지던 1960년대, 부랑아였던 넝마주이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정부의 감시·관리가 시작됐다. 당시 넝마주이는 근로재건대에 등록을 해야만 넝마주이 활동을 할 수 있었고, 넝마주이가 등록을 하지 않고 폐품을 주워다 팔면 정비와 단속, 격리 대상이 됐다. 거대한 쓰레기 산이었던 난지도 매립장을 중심으로 판자촌을 형성해 거주했던 이들은 1990년대 이후 난지도매립지 운영 중단과 1995년 쓰레기 종량제 봉투 제도를 계기로 국가가 재활용 산업에 개입하면서 폐품산업의 성장과 함께 점차 사라져 갔다. 넝마주이는 사라졌지만 이들 중 일부는 재활용 업체로 성장해 사업을 대물림하고 있다. 난지도는 1978년부터 15년간 1천만 서울시민들의 쓰레기매립지 역할을 해오면서 8.5t 트럭 1300만대 분의 세계 최고(해발98m)의 쓰레기 산으로 바뀌었으며 파리, 먼지, 악취의 삼다도로 불리우며 환경오염의 주범인 메탄가스와 침출수 등이 흐르는 불모의 땅이었다. 1996년부터 안정화 사업을 추진한 결과, 다양한 동식물이 살 수 있는 생명의 땅으로 복원되어 2002년 5월 월드컵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난지도 매립장 모습/사진=서울의 공원우리나라 폐기물 처리는 이렇게 1980년대까지는 재활용 기술이 미흡하고 소각시설도 적어 대부분 단순 매립에 의존했다. 그러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생활수준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쓰레기 처리는 처치곤란의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되자 생활오물을 청소하고 매립과 노천에 마구 버려진 폐기물 처리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은 지금보다 2배나 많은 하루 2㎏을 넘기기도 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위생매립장과 소각장 건설에 박차를 가했으나 님비현상으로 쉽지 않았다. 자원순환과 쓰레기 감량에 초점이 맞춰진 ‘재활용’ 중심 폐기물 정책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폐기물관리법을 전면 개정해 1992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1995년 전국 단위 쓰레기 종량제가 전 세계 최초로 도입됐다. ◇쓰레기 종량제의 파문원인자부담원칙에 따른 종량제는 쓰레기 감량이 주된 목표였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수거량 감소보다 재활용품 분리촉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 공식통계에 따르면 종량제 실시 이후 1996년 매립지 반입량의 18.7%, 재활용품 수거량의 31% 그리고 총수거량의 8.4%가 감소했다. 이를 제도 실시 이전의 총수거량 감소 효과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총수거량 감소폭은 4.4%로 추산, 사실상 쓰레기 감량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급작스럽게 늘어난 재활용 폐기물이 문제로 대두하기 시작했다. 우리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 활약해온 고(故)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당시 이를 ‘쓰레기 종량제의 파문’이라고 일갈했다. 쓰레기 종량제가 예상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재활용체제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재활용체제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서둘렀다”고 꼬집었다. 종량제 실시 후 분리수거된 재활용가능 폐기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를 보관할 집하장도 태부족이었다. 재활용 산업의 준비도 미흡해 재활용 폐기물이 심하게 적체됐던 것이다. 당시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는 환경부 등은 재활용 산업의 영세성을 꼽았다. 이 교수는 더 나아가 폐기물 재활용에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1992년 생산업자에게 회수·처리비용을 부담케 했던 예치금제도가 2003년 생산자에 재활용 책임까지 부과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로 바뀌면서 선별·재활용 업체의 주요 수익기반은 공적 성격을 가진 EPR 분담금이 됐다. 이같은 국가의 개입으로 2000년대 이후 쓰레기 발생량은 1980년대에 비해 반으로 줄었고, 쓰레기 수집운반 수단도 기계화됐다. 매립장은 위생매립시설로 탈바꿈되고 소각시설에선 소각 폐열을 에너지화하는 시설로 대체됐다. 30년간 쓰레기 매립률은 94.6%에서 15.9%(2012년 기준)로 줄고, 재활용은 1.4%에서 59.1%로 증가했다. 2000년 초까지는 이렇듯 소비자 분리수거 의무와 생산자 재활용 책임을 강화하는 양대 정책인 종량제와 EPR제도 같은 굵직한 정책의 도입으로 재활용률이 가파른 성장을 보인 ‘성장기’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성숙기에 진입하면서부터는 재활용 부문은 정체기 국면을 맞고 있다.◇30년 고질적 문제…재활용 산업의 영세성특히 지난 30년간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우리나라 재활용 산업의 ‘영세성’이다. 근본 원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채다. 1995년~2003년간 8년새 재활용 업체수는 1550개에서 3009개로 ‘2배’ 늘었다. 시장규모는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연평균 12% 증가했다. 그러나 종업원 50인 이하가 97% 이상이고, 매출액 10억원 미만이 88%를 차지한다. 이는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화가 없다. 2021년 폐기물재활용 업체수는 6720개, 종업원 50인 이하가 96.4%, 매출액 10억원 미만이 75.9%다. 그나마 자본재 투자가 가능한 매출액 500억원 이상 업체는 50곳으로 전체의 0.7%에 불과하다. 출처:한국환경공단아직 하나의 산업이라기엔 역부족이다. 폐기물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재활용 산업은 경제활동의 가장 말단에서 폐쇄적으로 존재해왔다. 일부는 감시를 피해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쓰레기산 방치와 폐기물 불법수출 등으로 국제적 망신을 산 이유다. 판을 바꿀 새로운 규제와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에 대한 저항이 거세 업계 정화도 쉽지않다. 환경부 자원순환국은 민원 탓에 험지 중 험지로 꼽힌다. 의료 폐기물을 환경부로 이관할 당시 자원순환과장이었던 이찬희 한국포장재공제조합 이사장은 한 사석에서 “집으로도 불량배들이 협박 전화가 와서 가족들이 걱정이 많았었다”고 기자에게 당시를 전하기도 했다. 사회적 책임경영을 준수하려는 의지는 희박하다. 재활용 산업에 혁신기술 접목과 대규모 투자는 다소 먼 이야기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유리병, 플라스틱, 페트병, 종이, 비닐, 캔, 스티로폼 등 약 7가지 내외의 품목을 직접 분리배출한다. 전 세계에서 이처럼 분리배출을 세분화한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분리배출을 해서 내놓으면 그 이후는 알아서 처리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폐기물 산업으로 넘어오면 애써 분리배출한 것이 한데 섞여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재활용 생태계를 알고 난 이후 시민들이 허탈감을 호소하는 지점이다. 재활용품이 최종 재활용 단계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원인은 이권배분식 EPR 제도 운영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품질별 분담금 차별화가 도입되긴 했으나, 오랜 기간 무게에 따라 분담금이 배분되어 왔다. 재활용 업체들은 제품의 품질보다 무게를 늘리면 돈을 버는 구조다. 그 결과 여전히 국내에선 폐플라스틱에 대해 재질별 자동화 분류가 가능한 곳이 거의 없다. EPR 제도 개선과 재활용 산업 투명성 강화, 산업 고도화 지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법은 난망이다.
김경은 기자2023.03.05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산업혁명 이전엔 폐기물 관리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인류는 자연에서 물건을 찾아 연마해 다듬어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썼다. 남은 음식은 가축 먹이로 주거나 모아서 퇴비로 활용하곤 했다. 도시 청소의 시작은 일제강점기 40∼50곳에 거지들이 모여 살며 동냥과 넝마주이로 연명했던 것이 시작이다. 넝마주이는 헌 옷이나 폐품 등을 주워 모으는 일이나 그런 일을 하는 직업인을 가리킨다.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 ‘양아치’는 이들을 가리킨 ‘동냥아치’의 줄임 말이다. 산업화가 이루어지던 1960년대, 부랑아였던 넝마주이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정부의 감시·관리가 시작됐다. 당시 넝마주이는 근로재건대에 등록을 해야만 넝마주이 활동을 할 수 있었고, 넝마주이가 등록을 하지 않고 폐품을 주워다 팔면 정비와 단속, 격리 대상이 됐다. 거대한 쓰레기 산이었던 난지도 매립장을 중심으로 판자촌을 형성해 거주했던 이들은 1990년대 이후 난지도매립지 운영 중단과 1995년 쓰레기 종량제 봉투 제도를 계기로 국가가 재활용 산업에 개입하면서 폐품산업의 성장과 함께 점차 사라져 갔다. 넝마주이는 사라졌지만 이들 중 일부는 재활용 업체로 성장해 사업을 대물림하고 있다. 난지도는 1978년부터 15년간 1천만 서울시민들의 쓰레기매립지 역할을 해오면서 8.5t 트럭 1300만대 분의 세계 최고(해발98m)의 쓰레기 산으로 바뀌었으며 파리, 먼지, 악취의 삼다도로 불리우며 환경오염의 주범인 메탄가스와 침출수 등이 흐르는 불모의 땅이었다. 1996년부터 안정화 사업을 추진한 결과, 다양한 동식물이 살 수 있는 생명의 땅으로 복원되어 2002년 5월 월드컵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난지도 매립장 모습/사진=서울의 공원우리나라 폐기물 처리는 이렇게 1980년대까지는 재활용 기술이 미흡하고 소각시설도 적어 대부분 단순 매립에 의존했다. 그러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생활수준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쓰레기 처리는 처치곤란의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되자 생활오물을 청소하고 매립과 노천에 마구 버려진 폐기물 처리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은 지금보다 2배나 많은 하루 2㎏을 넘기기도 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위생매립장과 소각장 건설에 박차를 가했으나 님비현상으로 쉽지 않았다. 자원순환과 쓰레기 감량에 초점이 맞춰진 ‘재활용’ 중심 폐기물 정책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폐기물관리법을 전면 개정해 1992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1995년 전국 단위 쓰레기 종량제가 전 세계 최초로 도입됐다. ◇쓰레기 종량제의 파문원인자부담원칙에 따른 종량제는 쓰레기 감량이 주된 목표였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수거량 감소보다 재활용품 분리촉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 공식통계에 따르면 종량제 실시 이후 1996년 매립지 반입량의 18.7%, 재활용품 수거량의 31% 그리고 총수거량의 8.4%가 감소했다. 이를 제도 실시 이전의 총수거량 감소 효과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총수거량 감소폭은 4.4%로 추산, 사실상 쓰레기 감량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급작스럽게 늘어난 재활용 폐기물이 문제로 대두하기 시작했다. 우리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 활약해온 고(故)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당시 이를 ‘쓰레기 종량제의 파문’이라고 일갈했다. 쓰레기 종량제가 예상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재활용체제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재활용체제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서둘렀다”고 꼬집었다. 종량제 실시 후 분리수거된 재활용가능 폐기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를 보관할 집하장도 태부족이었다. 재활용 산업의 준비도 미흡해 재활용 폐기물이 심하게 적체됐던 것이다. 당시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는 환경부 등은 재활용 산업의 영세성을 꼽았다. 이 교수는 더 나아가 폐기물 재활용에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1992년 생산업자에게 회수·처리비용을 부담케 했던 예치금제도가 2003년 생산자에 재활용 책임까지 부과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로 바뀌면서 선별·재활용 업체의 주요 수익기반은 공적 성격을 가진 EPR 분담금이 됐다. 이같은 국가의 개입으로 2000년대 이후 쓰레기 발생량은 1980년대에 비해 반으로 줄었고, 쓰레기 수집운반 수단도 기계화됐다. 매립장은 위생매립시설로 탈바꿈되고 소각시설에선 소각 폐열을 에너지화하는 시설로 대체됐다. 30년간 쓰레기 매립률은 94.6%에서 15.9%(2012년 기준)로 줄고, 재활용은 1.4%에서 59.1%로 증가했다. 2000년 초까지는 이렇듯 소비자 분리수거 의무와 생산자 재활용 책임을 강화하는 양대 정책인 종량제와 EPR제도 같은 굵직한 정책의 도입으로 재활용률이 가파른 성장을 보인 ‘성장기’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성숙기에 진입하면서부터는 재활용 부문은 정체기 국면을 맞고 있다.◇30년 고질적 문제…재활용 산업의 영세성특히 지난 30년간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우리나라 재활용 산업의 ‘영세성’이다. 근본 원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채다. 1995년~2003년간 8년새 재활용 업체수는 1550개에서 3009개로 ‘2배’ 늘었다. 시장규모는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연평균 12% 증가했다. 그러나 종업원 50인 이하가 97% 이상이고, 매출액 10억원 미만이 88%를 차지한다. 이는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화가 없다. 2021년 폐기물재활용 업체수는 6720개, 종업원 50인 이하가 96.4%, 매출액 10억원 미만이 75.9%다. 그나마 자본재 투자가 가능한 매출액 500억원 이상 업체는 50곳으로 전체의 0.7%에 불과하다. 출처:한국환경공단아직 하나의 산업이라기엔 역부족이다. 폐기물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재활용 산업은 경제활동의 가장 말단에서 폐쇄적으로 존재해왔다. 일부는 감시를 피해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쓰레기산 방치와 폐기물 불법수출 등으로 국제적 망신을 산 이유다. 판을 바꿀 새로운 규제와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에 대한 저항이 거세 업계 정화도 쉽지않다. 환경부 자원순환국은 민원 탓에 험지 중 험지로 꼽힌다. 의료 폐기물을 환경부로 이관할 당시 자원순환과장이었던 이찬희 한국포장재공제조합 이사장은 한 사석에서 “집으로도 불량배들이 협박 전화가 와서 가족들이 걱정이 많았었다”고 기자에게 당시를 전하기도 했다. 사회적 책임경영을 준수하려는 의지는 희박하다. 재활용 산업에 혁신기술 접목과 대규모 투자는 다소 먼 이야기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유리병, 플라스틱, 페트병, 종이, 비닐, 캔, 스티로폼 등 약 7가지 내외의 품목을 직접 분리배출한다. 전 세계에서 이처럼 분리배출을 세분화한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분리배출을 해서 내놓으면 그 이후는 알아서 처리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폐기물 산업으로 넘어오면 애써 분리배출한 것이 한데 섞여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재활용 생태계를 알고 난 이후 시민들이 허탈감을 호소하는 지점이다. 재활용품이 최종 재활용 단계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원인은 이권배분식 EPR 제도 운영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품질별 분담금 차별화가 도입되긴 했으나, 오랜 기간 무게에 따라 분담금이 배분되어 왔다. 재활용 업체들은 제품의 품질보다 무게를 늘리면 돈을 버는 구조다. 그 결과 여전히 국내에선 폐플라스틱에 대해 재질별 자동화 분류가 가능한 곳이 거의 없다. EPR 제도 개선과 재활용 산업 투명성 강화, 산업 고도화 지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법은 난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