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선수 차명종, 제약회사 연구원 접고 당구큐 잡은 이유

  • 등록 2021-06-17 오전 6:00:00

    수정 2021-06-17 오전 6:00:00

제약회사 연구원 생활을 접고 당구선수로 변신한 차명종.
[인천=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당구를 더 잘하고 싶어서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뒀죠”

대한당구연맹(KBF) 소속의 당구선수 차명종(43·안산시체육회)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한양대 화학공학과 석사 출신으로 대학원 졸업 후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7년이나 근무하다 2013년 전업 당구선수로 뒤늦게 뛰어들었다.

차명종은 국내 당구계에서 손꼽히는 톱클래스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안정된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생활이 불안한 당구에 올인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전문 선수로 전향을 결심했을 때 이미 가정을 꾸리고 아이까지 둔 상태였다.

“당구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더라구요. 대학원 재학 시절이나 회사에 다니던 시절에도 끝나면 무조건 당구장으로 달려갔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협회에 가입하고 선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대회를 평일에 하더라구요. 저한테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선수생활을 그만뒀습니다”

그렇게 선수에 대한 미련을 버렸던 차명종이 마음을 바꾼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현재 프로당구 PBA에서 활약 중인 ‘헐크’ 강동궁(41)과 경기였다.

“강동궁 선수와 같이 치는데 내가 치는 당구는 당구가 아니더라구요. 나도 당구를 잘 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쳐보니 레벨 차이가 너무 났고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정말 이기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본격적으로 당구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아내는 차명종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당구선수가 되겠다고 하자 의외로 반대하지 않았다. 남편이 당구를 너무 사랑하고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편이 지역에서 당구로 유명한 사람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남편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피나는 연습 끝에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19 철원오대쌀배 3쿠션 전국당구대회 개인전 2위에 오른 데 이어 2020 코리아 당구 그랑프리 남자 3쿠션 개인전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랭킹 11위, 세계랭킹도 156위에 자리해있다.

그동안의 성적을 바탕으로 다음 달 1일 강원도 원주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리는 월드 3쿠션 그랑프리 대회에도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출전하게 됐다. ‘3쿠션 4대 천왕’이라 불리는 다니엘 산체스, 딕 야스퍼스, 토브욘 브롬달 등과 함께 실력을 겨룬다. 1회전에서 산체스와 맞대결을 벌인다.

“세계 대회에 몇 차례 참가했지만 야스퍼스, 산체스, 브롬달 등과 본선에서 경기를 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하우스게임은 많이 해봤고 그 시합을 통해 배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더 기대가 됩니다. 물론 제가 랭킹은 떨어지지만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또 준비를 많이 한 만큼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명종은 현재 대한당구연맹 선수위원장도 맡고 있다.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목소리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이라 어깨가 무겁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타격을 입지 않은 분야가 없지만 당구업계는 특히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실내체육시설 운영 중단으로 당구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선수들은 대회가 사라지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의욕을 잃었다. 직장운동부에 속한 선수들은 연봉이 대폭 깎이거나 아예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차명종도 이런 시련을 몸소 겪고 있다. 지금의 어려움이 빨리 해결돼 당구계가 활기를 되찾기를 바라고 있다.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연맹 주최 대회가 2개밖에 열리지 않았습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회가 많아져야 하고 대회 질이 높아져야 합니다. 연맹 주최 대회의 상금이 올라가 선수들이 내 돈 쓰지 않고 시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장애인 당구교실에서 당구를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는 차명종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그랑프리 대회를 통해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각오다.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을 위해, 또 나 자신을 위해 한 단계 도약하고 싶습니다. 국내용이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세계랭커들과 겨뤄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입니다. 아빠가 TV에 나오면 너무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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