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입시 전쟁의 최전선…입학처를 아십니까

여기는 Q대학교 입학처입니다
권제훈|256쪽|&(앤드)
  • 등록 2022-09-18 오전 12:20:00

    수정 2022-09-18 오전 12:20:0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최성관은 짐짓 총 맞은 것처럼 아파했다. 순간 직장 생활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상사가 총 쏘는 시늉을 하면 죽는 연기를 하고, 아메바가 아니라 파충류라고 해주면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입 냄새를 향긋한 꽃향기처럼 맡고, 듣기 싫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하는 척하는 것이다.”

여기 꼰대 같은 이야기는, 여전히 현존하고 있는 대한민국 직장의 현실이다. 책은 가상의 장소 ‘Q대학교 입학처’에서 우후죽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삶의 애환을 그려나간다. 잔혹한 한국의 대학 입시를 소재로, 단짠단짠 일상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들려준다.

많은 직장 가운데 왜 하필 ‘입학처’일까. ‘입학처’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합격’ 아니면 ‘불합격’이라는 결과값이 정해져 있는 입시 전쟁의 최전선이자, 경쟁 끝에 당도했지만 대학에 들어간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여기가 골인 지점이 아니라는 것. 취업 문턱을 넘어야 하고, 취업을 하면 승진 경쟁을 한다. 삶이라는 큰 전쟁터에서 우리는 늘 치열하게 경쟁하며 산다.

아침부터 여자친구의 헤어지자는 메시지를 받은 신입사원 최성관, 직원들의 전화응대를 수시로 감시하는 한덕수 입학처장, 예스맨 오현종 팀장, 입시 정보엔 빠삭하지만 정작 자기 자식에게 무쓸모인 장대현 차장과 경지혜 주임, 사내 연애 위기에 놓인 이원석 대리와 안수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입학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경쟁은 공정한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DNA부터 공정하지 않은데, 어떤게 공정한 걸까?’, ‘공정한 경쟁이 있을 수 있을까?’라며 질문을 던진다.

책은 여전히 분투중인 독자에게 건네는 위로다. 입시는 결괏값이 있지만 미래는 예측 불허니까. 그러니 당장 눈앞에 있는 상황에 주저앉거나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어깨를 툭 치며 한 마디 건넨다. “우리 너무 먼 미래는 걱정하지 말아요.…지금처럼 스스로 의심하는 자세가 오히려 잘하고 있다는 증거인 거 같아요,”(195쪽)

제2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이다. “제도적 갈등을 통해, 한 사회의 축도(縮圖)를 제시해 주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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