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도 반대하는 기본소득 공약, 기업 왜 끌어들이나

  • 등록 2021-12-06 오전 5:00:00

    수정 2021-12-06 오전 5:00: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삼성이나 이런 데서 기본 소득을 얘기해보면 어떻겠냐”며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똑같이 제안했다”고 최근 밝혔다. 삼성그룹의 삼성경제연구소를 찾아 연구원들과 가진 경제정책 간담회를 통해서다. 이 후보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등이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했다”면서 “단순히 자비심에서 하는 얘기일지 고민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후보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당부하는 뜻으로 제안했을지 몰라도 시기와 방법, 내용 등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기본 소득은 그가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책이지만 정부와 정치권 내부에서도 현실성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반대 의견이 65%를 넘었을 정도로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이 후보 자신도 “국민 동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철회한 건 아니다”라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이 후보가 꺼낸 이 발언에 대해 기업 입장에선 압박으로 느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기업을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로도 비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대표 공약의 국민 설득에 어려움을 겪자 기업과 기업인의 지지를 유도해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혼동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는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 또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머스크의 기본 소득 주장은 로봇이 일상에 도입될 경우 생산이 자동화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전제로 한 발언이다. 그는 지난 8월 “장기적으로 보면 기본 소득이 필요할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래 변화에 대비하자는 얘기로 대통령이 되면 당장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이 후보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이 후보의 기업 방문은 더 빈번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할 일은 자신의 공약에 대한 동참 호소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 전쟁의 한 복판에서 분투 중인 기업들의 애로를 하나라도 더 파악하고 고용 확대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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