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화 충돌이 낳은 한 난민 아이의 비극

모두가 지는 싸움판에 던져진 리아
몽족 이주민-美 의료계 문화 경계의 기록
리아의 나라
앤 패디먼|560쪽|반비
  • 등록 2022-09-21 오전 12:20:00

    수정 2022-09-21 오전 2:43:11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슬람 난민 집단 거주 형성을 반대합니다.”

올초 문재인 정부 시절 여론 창구 기능을 했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사연의 일부다. 탈레반 보복을 피해 한국으로 온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의 지역 내 정착을 반대한 해당 청원은 “집단 거주를 허용한 뒤 타국에서 벌어진 일이 우리에게 없을 거라고 누가 보장하느냐”며 반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다문화사회’로 정의하는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 5% 기준에 근접한 우리나라도 다른 국적, 다른 문화와의 충돌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책은 1980년대 미국, 한 난민 아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의료 분쟁을 9년간 기록한 르포르타주(reportage·보고 문학)다. 2010년 국내 첫 번역 출간(윌북) 뒤 좋은 평을 들었지만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하고 절판됐다가 꾸준한 복간 요청으로 15주년 개정판(2012)을 번역해 재출간됐다.

사건은 캘리포니아로 이민 온 라오스 몽족 출신 ‘리아’가 생후 3개월에 발작을 일으키면서 시작된다. 의사들은 뇌전증 진단을 내리지만, 부모는 ‘영혼에 붙들린 병’이라며 서구식 치료를 불신한다. 가족도 의사도 리아의 치료에 성심을 다하지만, 오락가락하는 약물치료의 지난한 세월을 보내다 병은 악화된다.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문헌자료 조사를 통해 단순화되기 쉬운 이야기의 다층적인 면을 드러낸다. 문화 간 만남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권력의 역학관계를 기록하는 동시에 혐오와 배제를 대신할 ‘공통의 언어’를 모색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문화인류학과 의료윤리학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대구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 등 최근 문화 충돌이 가시화된 지금의 한국 사회에도 유의미한 책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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