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심봉민 '호수를 지나는 케이블카'

2021년 작
목탄입은 흑백색조의 건물·나무숲에
강렬한 작은 포인트로 박아낸 '흔적'
기억·시간 사라진 아쉬움 찾는 작업
  • 등록 2021-11-19 오전 3:30:00

    수정 2021-11-19 오전 7:43:14

심봉민 ‘호수를 지나는 케이블카’(사진=청화랑)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무심한 호숫가 설경에 대롱대롱 매달린 빨간 케이블카. 거꾸로 흔들어대면 쌓인 눈이 흩뿌려질 듯한 ‘공’ 안에 갇힌 절경이다. 캔버스에 펼쳐도 될 장면을 굳이 공, 아니 평면의 원 안에 저토록 단조로운 색과 형체로 가둔 이유가 뭘까. 시간을 모호하게 만들기 위해서란다. 언제나 추억은 모호한 법이라고. ·

작가 심봉민(38)은 어디라고 콕 찍어내기 어려운 ‘공간’을 과장 없이 간결하게 표현해 왔다. 목탄을 입은 흑백 색조로 무장한 건물·나무숲에 작은 포인트를 박아내는 기법이 눈에 띄는데, 그것이 때론 집이나 사다리, 때론 비행기나 케이블카가 돼 왔다. 강조할 대상을 되레 축소해 들여 안타까움을 자극하는 이 장치를 두고 작가는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이라고도 했다. 길을 잃지 않으려는 흔적, 자신의 공간에 그런 흔적을 남기려 했다고.

역시 작가의 상징은 ‘공간’에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공간에 던져진 채 살며 흔적을 입혀간다”고, “그 공간에 새로운 흔적이야 채워 넣겠지만 다신 돌아오지 않을 기억과 시간의 아쉬움, 내 작업은 그런 사라짐의 아쉬움에서 출발한다”고. 그래서 붙든 ‘호수를 지나는 케이블카’(2021)다.

12월 3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로147길 청화랑서 김태호, 박찬걸, 변웅필, 서웅주, 송지연, 심봉민, 우병출, 유선태, 이상엽, 이상원, 이용수, 임만혁, 조이선, 홍지영, 추영애, 마틴 버귤러 등 16인 작가가 여는 단체전 ‘11가지 즐거움’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목탄. 53×52㎝. 작가 소장. 청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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