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 2021]이채원 한투밸류운용 고문 "ESG 시대 역발상 투자기회"

[인터뷰]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고문
피부로 느낀 ESG…"착하지 않으면 살기 어려워"
2~3년 뒤 ESG 투자규모 더 커져…기준 마련 '과제'
'가치투자' 대부 조언 "ESG 가능성 기업 찾자"
  • 등록 2021-05-31 오전 5:00:00

    수정 2021-05-31 오전 5:00:00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ESG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 같다. 이제 착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패러다임의 전환이자 동시에 새로운 투자기회라고 생각한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이채원 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고문(전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고문은 6월 23~24일 ‘자본주의 대전환: ESG노믹스’를 주제로 진행하는 ‘제12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투자 세션 토론자로 나선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고문(前 대표).(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피부로 느낀 ESG…“착하지 않으면 살기 어려워”

국내에 본격적으로 ESG 열풍이 분 것은 지난해부터지만 이 고문이 처음 피부로 느낀 것이 벌써 약 3년 전이다. 유럽에 상장된 해외펀드를 운영하던 때였는데 고객(투자자)이 ESG를 이유로 무기를 생산하는 업체 주식을 전량 매도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고문은 “펀드에 딱 한 종목이 포함돼 있었는데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고객의 요청으로 모두 팔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ESG가 대세가 된 이유를 세계적인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에서 찾았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군사력이나 정치권력이 지배했다가 자연스럽게 자본을 바탕으로 한 경제력으로 힘의 균형이 이동했고 현재는 도덕과 같은 옳은 가치로 패러다임이 옮겨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고문은 “개인도 기업도 착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인성 논란으로 한순간에 사라지는 유명인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라며 “결국 세상은 착해져야 하고, ESG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업계 역시 ESG를 따라 움직인다. 펀드평가기관 모닝스타 자료를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ESG 펀드의 자산 규모는 1조9800억 달러(한화 약 2207조원)로 3년 전인 2018년 1분기(5900억 달러) 대비 무려 236% 증가했다. 또 자산운용규모가 약 9조 달러에 육박하는 세계최대 자산운영사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 2월 국제금융협회(IIF) 기후금융 서밋에서 “ESG 사업 전략을 채택하지 않는 기업들을 상대로는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기업들을 압박했다.

이 고문은 “투자자 입장에서 봐도 이제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은 공장이 폐쇄되는 등의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기업을 싸다고 투자했다가 이후 탄소배출 비용이 늘어나면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블랙록이 탈(脫)석탄 투자를 발표하는 등 앞으로 ESG에 반하는 기업은 수급 측면에서도 불리해 주가가 저평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향후 ESG 투자 규모 더 커져…ESG 기준 마련 ‘과제’

이 고문은 ESG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동시에 새로운 투자기회가 생겼다고 봤다. 투자 시 ESG에 대한 고려 비중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해진 가운데 특히 ‘인류의 숙제’라고 할 수 있는 환경 부문을 중심으로 많은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봤다.

그는 “환경 산업은 ESG 기조로 인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 특히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붐을 이룰 것으로 본다”며 “환경 산업 전체가 성장하기에 이에 속한 기업의 실적도 좋아질 것이다. 이런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고문은 ESG 투자규모는 현재보다 2~3년 뒤 미래에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은 ESG에 대한 확실한 평가기준이 없이 난립하는 상황이라 여전히 다수의 투자자들이 주저하고 있으나, 2~3년 정도 뒤에는 어떤 평가가 높은 수익률을 거뒀는지가 수치로 입증될 수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투자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고문은 “국내 ESG 평가는 초기단계라 어떤 기관의 어떤 평가기준이 좋은 수익률을 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미국에도 초기에는 수백개의 증권 지수가 있었겠지만 S&P(스탠더드 앤 푸어스), 나스닥, 다우지수 등 몇 개만 살아남은 것처럼 ESG 관련 평가도 인증된 몇 개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ESG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데, 이 기준은 정부, 기업, 투자자, 시장, 비(非)시장 참여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도출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고문(前 대표).(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가치투자 대부의 조언 “ESG 가능성 기업 찾자”

한국의 대표 가치투자자로 꼽히는 이 고문은 ESG투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ESG를 잘하고 있고 주가에도 충분히 반영된 기업이 아닌 ESG에 대한 의지와 동시에 ESG를 잘 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기업을 찾는 것이다.

이 고문은 “ESG 평가가 좋은 기업이라도 이미 주가가 비싸다면 이미 ESG 요소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반면 가치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재는 ESG가 좋지 않지만 받아들일 생각이 있는 기업을 찾아 액티비스트(activist)처럼 ESG 컨설팅을 해주고 기업가치를 개선시키는 역발상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도 ESG 관련 판단을 또렷하게 해줄 사회적으로 합의·공인된 지표가 필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이 고문에게 ESG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 것 같느냐고 묻자 “아주 오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만 그는 “투자업계에서는 앞으로 수익률이 안 좋은데 ESG가 좋아서 투자하거나 반대로 사업도 잘하고 배당도 많이 주는데 ESG가 낮으니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투자운용 중 충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도 함께 고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 고문은…

△1964년 출생 △중앙대 경영학 학사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국제부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상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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