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 2021]'ESG 경영 전도사' 전광우의 '금융역할론'

[인터뷰] 최고 금융전문가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ESG 경영 착근의 핵심은 금융기관…실물 변화 유도해야"
"경영진 단기성과 치중, 이사회가 ESG 컨트롤타워 돼야"
"ESG 경영 메가트렌드지만 과도한 가속화 지양 바람직"
  • 등록 2021-06-07 오전 5:00:00

    수정 2021-06-07 오전 5:00:00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이준기 장영은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공의 핵심은 금융입니다.”

국내 최고 국제금융·경제 전문가로 평가받는 전광우(사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ESG 금융 역할론을 설파하고 나섰다. 기업이 ESG 경영을 안 하면 ‘힘들겠구나’라고 느끼도록 변화를 유도하려면 금융이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즉, 금융기관의 대출조건에 ESG에 합치하는 경영 시스템 등을 고려 대상으로 넣는다면 ESG 경영을 자연스레 착근시킬 수 있다는 게 전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ESG 경영과 금융 간 연결 고리가 만들어지면 “ESG는 상당 기간 기업 경영의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우리금융지주 부회장·국민연금공단 이사장·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실무·정책을 두루 섭렵한 전 이사장은 23~24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2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ESG, 돈의 흐름을 바꾸다’라는 주제로 연설하는 글로벌 투자전략 자문회사 틸먼&컴퍼니의 레오 틸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의 대담자로 나서 고견을 나눈다.

전 이사장과 인터뷰는 지난달 25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25층 세계경제연구원 본사에서 약 90분에 걸쳐 진행됐다.

“ESG가 규제? 시장 메커니즘 활성화 작업으로 봐야”

문제는 이 경우 기업들이 ESG 경영을 일종의 ‘규제’ 즉,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전 이사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금융기관의 개입은 시장 메커니즘을 활성화하도록 하는 작업으로 봐야 합니다. 벌금을 매기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실질적 임팩트인 금융을 통해 실물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측면으로 이해하는 게 옳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당장 비용이 들더라도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ESG 경영에 무게를 실을 것이냐, 아니면 당장의 수익성에 중점을 둘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이른바 ‘ESG 딜레마’에 빠질 공산도 농후하다.

“물론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경영진 입장에선 ESG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기 어렵겠죠. 따라서 경영진의 윗선인 이사회가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는 마인드로 ESG 경영을 지원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ESG 경영을 단기적인 경제 효율성(efficiency)을 중시하는 게 아닌 중장기적 경제 복원력(resilience)을 강조하는 하나의 패러다임 변화로 이해해야 합니다.”

전 이사장은 ESG 경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정부는 세제 지원을, 대기업은 도급업체를 위해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 돼도…ESG는 메가트렌드”

기업의 또 다른 관심사 중 하나는 작금의 ESG 열풍이 얼마만큼 지속할지 여부다. 과거 기업사회책임(CSR)·공유가치창출(CSV) 등 비슷한 개념들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다 곧 사그라진 전례가 적잖은 탓이다.

전 이사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ESG는 블랙록(Black Rock)의 ‘지속가능 투자’ 선언, 미국 바이든(Biden) 행정부 출범, 코로나(Corona) 팬데믹 등 소위 ‘BBC’ 덕분에 글로벌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미국 정치지형의 변화, 코로나 종식 등이 뒤따를 경우 ESG 열풍 역시 쇠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일 겁니다. 특히 미국의 오일회사 같은 곳은 ESG 경영 자체가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화당으로 의회권력이 넘어가거나 정권교체가 될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죠. 일정부분 정책 기조의 변화에 따라 영향은 있겠지만, 그 어떤 것도 ESG 경영의 근간을 흔들지는 못할 겁니다. 블랙록 같은 투자자들이 ESG를 강조하기 시작한 건 이미 2~3년 전인 공화당 정부 때부터예요. 핵심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니셔티브를 쥐고 간다는 얘기죠.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ESG 자체가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진 않을 겁니다.”

“기업별·나라별·국가별 특징 제각각, 속도 조절 불가피”

다만, 전 이사장은 ESG 경영의 과도한 가속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별·산업별·국가별 특징 등을 적절히 감안해 일종의 페이스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사례를 보죠. 국가 차원에서 친환경 에너지산업을 강조하면서 ‘클린 도시 구축’을 선언했지만 막대한 자금이 소요됐고, 그 자금은 북해의 오일을 팔아서 충당해야 했습니다. 노르웨이 자체는 ‘클린’ 해졌는지 모르지만, 더 많이 팔린 북해 오일은 전 지구적으로 더 많은 탄소를 만들어 냈습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딜레마 속에서 ESG는 좌초하고 말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탄소 제로’ 정책 역시 태양광 발전을 위해 산을 깎아 산림을 훼손한다면 그것이 ESG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죠. 원전에 대한 생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 평가의 잣대를 ESG 경영 하나로만 해서는 안 된다고 전 이사장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KT&G가 담배를 만든다고 해서 ‘죄악주’로 몰아가선 안 된다. 그 회사의 주 수익원이 대표적 건강기능식품인 인삼 아닌가”라며 “기업을 평가할 때 너무 유연하게 하면 효과가 없겠지만, 반대로 너무 경직된 기준을 적용한다면 딜레마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전 이사장은…40여 년간 민관, 국내외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 중인 국내 경제·금융업계의 구루(Guru).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조기 극복을 이끌었다. 한국인 최초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아태지역위원회 의장, 역대 최장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의 타이틀도 그를 수식한다. 인디애나주립대와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영대 교수를 지냈으며, 15년간 세계은행(WB) 금융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 포스코(POSCO) 이사회 의장,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 등도 역임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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