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업 아우성에 귀 닫은 정부 NDC 상향

  • 등록 2021-10-12 오전 5:00:00

    수정 2021-10-12 오전 5:00:0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현장, 설비투자 등 기반을 검토하고 나서야 어느 수준으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데, NDC 목표상향이 너무 급히 진행되다보니 아직 감축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최근 2030년 ‘국가 온실가스(탄소)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발표하자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이 토로했다. 당장 생산을 줄이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얘기였다.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주요 기업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정책으로 철강업계가 먼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철강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의 16.7%, 산업부문의 30%를 각각 차지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철강업계 다음으로 많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산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은 방향이 아닌 속도다. 연평균 감축률이 우리나라는 4.71%로 △유럽연합(EU) 1.98% △미국 2.81% △일본 3.56% 등보다도 더 높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경제 5단체장이 만난 자리에서 “탄소 감축은 회피하고 늦춘다고 해결될 문제 아니다”라면서도 “2030 NDC 목표 달성까지는 8년밖에 남지 않아 현실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산업계가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곤 있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데까지 시간과 비용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철강업계만 해도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제철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개발 단계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연구개발에 최소 5년 이상 걸리고 상용화하기까지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가 추정한 수소환원제철 구현 비용만 30조~40조원에 이른다.

요동치는 탄소배출권 가격 역시 기업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업이 NDC 상향 기준을 따르고자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며 가격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KAU21(2021년 할당배출권) 종가는 8일 기준 3만100원으로 지난 6월 연중 최저가 대비 2.6배 상승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하고 시급한 일이지만 정책적 구호가 아닌 실질적 달성이 더욱 중요하다. 이상만 좇을 것이 아니라 산업계와 함께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와 그 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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