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의 시장격리에 나서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최근 산지 쌀값은 20kg당 4만 원대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5만 4000원대에 비해 25%가량 폭락했다. 이에 일부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하고 논을 갈아엎기까지 했다. 쌀 생산은 작황에 따른 조절이 쉽지 않아 만성적 과잉공급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식생활 변화에 따른 쌀 수요 감소가 시장 불균형을 심화하고 있다. 쌀 소비량은 2005년 1인당 80.7kg에서 2021년 56.9kg로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쌀은 식량 안보와 직결된 국가적 전략 품목이다. 쌀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수급조절 실패로 인한 피해를 정부가 외면한 채 농민들이 다 지게 놔둘 수는 없다.
남아도는 쌀의 시장격리는 미봉책이고 의무매입 추진은 영합이다. 정부와 여·야당은 모두 쌀 수급 구조조정이라는 근본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싸우더라도 이런 방향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작목 전환 지원, 생산 효율성 제고, 유통구조 개선 및 소비 촉진을 위한 관련 산업 지원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정부와 정치권은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