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이처럼 충격적인 적자 전망은 새삼스런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도 재정추계를 통해 적자 규모를 도출해냈다. 하지만 공식 발표없이 계속 함구해오다 당시 야당 소속인 김세연 의원이 국회에서 국민연금 내부 자료를 입수해 공개하면서 그제서야 알려졌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연금 부실화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경우 당장 욕만 먹고 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교육 노동 분야 등과 함께 연금 개혁을 3대 과제로 제시하고 대규모 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개혁의 큰 틀을 짜야 할 보건복지부장관은 정부 출범 100일이 다 된 지금도 여전히 공석이다. 국민연금이사장 자리도 임명제청권을 가진 복지부장관 임명이 차질을 빚으면서 빈 자리로 남아 있다. 궁극적으로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는 연금 개혁은 인기 없는 과제다. 그만큼 국민설득과 공감대가 더 필요하고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한 세밀한 전략도 필수다. 이런 지난한 작업을 진두지휘할 사령탑이 부재인 상태에서 개혁의 골든 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미래 세대의 부담은 이 순간에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