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손사레 치며)“엄마, 이거 남양유업 제품이잖아요”
엄마: “괜찮아, 1+1으로 저렴하게 팔고 있는 건데…”
남양유업 경영권 지분매각을 놓고 사모펀드투자운용사(PEF) 한앤컴퍼니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터라 이 장면은 꽤 오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창립 57년이 넘은 국내 굴지의 유제품 회사인 남양유업이 어쩌다 젊은 소비자들의 등을 돌리게 했을까.
‘잃어버린 8년’. 2012년 1조3000억원 규모의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남양유업은 그 이듬해인 2013년 터진 대리점 갑질사태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홍원식 회장 외손녀의 마약 투약, 경쟁사인 매일유업에 대한 조직적 비방 댓글 등 잇따른 구설에 휘청였다. 지난해 매출은 9360억원으로 2008년이후 처음으로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영업손실은 723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황도 녹녹치 않다.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335억원으로 손실폭을 좁히기엔 역부족이다. 일각에선 아인슈타인,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등을 연이어 성공시킨 홍 회장이 2013년이후 터진 일련의 사건으로 추락한 실적개선을 위해 발표한 불가리스 코로나19 저감 효과 사태를 최악의 패착으로 해석한다. 손실만회를 위한 던진 카드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셈이다. 그간 추락한 기업 이미지는 생각하지 않고 실적에만 집착했던 홍 회장의 현실부정 인식도 원인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변, 특히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본인 방식대로 경영에 몰입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홍 회장 일가의 경영구조가 지속된다면 현재 젊은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나서는 가까운 미래에 남양유업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이 든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명분 없는 경영권 방어로는 잃어버린 소비자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신뢰 없인 미래도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경영원칙에 홍 회장 일가는 지금이라도 귀기울여야 한다. 홍원식 회장님! “엄마, 남양유업 제품은 꼭 사야 해요”라는 말이 듣고 싶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