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소비자 신뢰 잃은 남양유업

  • 등록 2021-11-01 오전 5:50:00

    수정 2021-11-01 오전 5:50:00

[이데일리 김영수 소비자생활부장]

딸: (손사레 치며)“엄마, 이거 남양유업 제품이잖아요”

엄마: “괜찮아, 1+1으로 저렴하게 팔고 있는 건데…”

최근 한 대형마트 내 유제품 판매대에서 옥신각신하는 엄마와 딸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엄마가 남양유업 제품인 ‘불가리스’를 카트에 담으려하자 딸이 정색을 하며 ‘사면 안된다’는 장면이었다. 결국 1+1 행사제품을 손에 쥔 엄마는 냉큼 불가리스를 카트에 담았다.

남양유업 경영권 지분매각을 놓고 사모펀드투자운용사(PEF) 한앤컴퍼니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터라 이 장면은 꽤 오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창립 57년이 넘은 국내 굴지의 유제품 회사인 남양유업이 어쩌다 젊은 소비자들의 등을 돌리게 했을까.

‘잃어버린 8년’. 2012년 1조3000억원 규모의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남양유업은 그 이듬해인 2013년 터진 대리점 갑질사태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홍원식 회장 외손녀의 마약 투약, 경쟁사인 매일유업에 대한 조직적 비방 댓글 등 잇따른 구설에 휘청였다. 지난해 매출은 9360억원으로 2008년이후 처음으로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영업손실은 723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황도 녹녹치 않다.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335억원으로 손실폭을 좁히기엔 역부족이다. 일각에선 아인슈타인,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등을 연이어 성공시킨 홍 회장이 2013년이후 터진 일련의 사건으로 추락한 실적개선을 위해 발표한 불가리스 코로나19 저감 효과 사태를 최악의 패착으로 해석한다. 손실만회를 위한 던진 카드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셈이다. 그간 추락한 기업 이미지는 생각하지 않고 실적에만 집착했던 홍 회장의 현실부정 인식도 원인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변, 특히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본인 방식대로 경영에 몰입했다는 것이다.

한앤코와의 주식매매계약 체결은 홍 회장으로선 가슴아픈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딜 클로징을 목전에 두고 경영권 매각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은 막판까지 기대했던 신뢰회복을 저버린 결과로 돌아왔다. 지난 27일 법원은 한앤코가 제기한 임시주총 의결권행사 가처분 신청에 대해 “남양유업이 주장한 매각 결렬 사유로 인정키 어렵다”고 인용했다. 한앤코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은 외식사업부(백미당) 분사와 오너일가 자리보전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남양유업 측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앞으로 홍 회장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계속 묶여 있다면 새 이사회 구성뿐 아니라 제3자 매각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홍 회장이 계약파기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경영정상화는 파행이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홍 회장 일가의 경영구조가 지속된다면 현재 젊은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나서는 가까운 미래에 남양유업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이 든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명분 없는 경영권 방어로는 잃어버린 소비자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신뢰 없인 미래도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경영원칙에 홍 회장 일가는 지금이라도 귀기울여야 한다. 홍원식 회장님! “엄마, 남양유업 제품은 꼭 사야 해요”라는 말이 듣고 싶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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