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뷰징' 뒤에 숨은 대통령실의 무능[기자수첩]

공론화 없이 사회적 민감 소재 다룬 국민제안
국민통합 대신 사회적 갈등만 양산
혼란의 책임 尹에게만 물을 수 없어
참모진 스스로 역할에 부합하는지 되돌아봐야
  • 등록 2022-08-02 오전 5:30:00

    수정 2022-08-02 오전 5:30:00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허탈했다. 대통령실 업무방식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청원’과 차별화를 표방하며 내세운 ‘국민제안’이 첫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어뷰징이 많아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이유를 댔다. 대통령실은 참여율을 높이도록 설계된 제도를 악용한 특정 세력의 어뷰징에 책임을 전가했다. 그러면서도 어뷰징으로 얼마나 변별력이 떨어졌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용두사미’ 같은 업무방식은 지난 6월 대통령실 명칭 공모전에서도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청와대를 벗어나 서울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대통령실의 새 명칭 공모전을 실시했지만, 결국 대통령실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후보작 모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대통령실의 이런 업무 처리는 사회적 갈등만 야기했다. 특히 이번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 오른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은 예민한 사안임에도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없이 심사만을 통해 공개됐다. 사회적 파급 효과는 고려되지 않았다.

국민제안에 오른 톱10의 투표에는 ‘좋아요’만 있어 이를 반대하는 여론은 파악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일방향적인 여론은 존재할 수 없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대통령실은 애써 반대 의견을 회피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 그 결과는 어떠한가. 사회는 양분되고 갈등은 깊어졌다. 국민통합 대신 양분된 여론만 남았다. 대통령실이 앞장서서 국민을 갈라서게 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런 혼란의 화살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향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운명이다. 하지만 오롯이 윤 대통령의 책임만 묻기에는 참모진의 무능이 처참한 수준이다. 그 결과는 취임 100일도 안된 윤 대통령의 지지율 30%선 붕괴다.

대통령실 개편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지금, ‘억측이다’라고 일축만 할 게 아니라 참모들 스스로 그 역할에 부합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시기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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