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의 경세제민]금리인상의 덫, 기업규제 완화로 풀어야

  • 등록 2021-06-10 오전 5:50:00

    수정 2021-06-10 오전 5:50:00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코로나19로 인해 침체했던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며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6% 증가해 507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저환율·저유가·저금리 3저 현상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1980년대 말 이후 최고의 성장세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15대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선박을 제외하고 14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지역별로도 중국·미국·EU·아세안·일본 등 9대 지역에서 모두 수출이 늘었다.

내수도 회복세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백신접종의 진행으로 4월 소비판매가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 3월부터 연속 500억 달러를 돌파해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를 뛰어 넘었다. 여기에 백신접종의 확대로 내수회복이 본격화할 경우 우리경제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러나 위험요인이 많다. 우선 최근의 수출증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나치게 위축된 수출의 단기적 반등으로 다시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전문기관에 의뢰해 수출 주력업종 1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출이 증가하는 기업보다 감소하는 기업이 많아 올해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3% 증가에 머물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지속으로 인해 세계교역의 위축이 계속되고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경우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로 큰 위험요인은 경제가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의 덫에 결린 것이다. 경기가 회복해도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위기에 빠뜨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자칫하면 경기회복이 경제위기의 뇌관이 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경기활성화를 위해 무제한적으로 돈을 풀고 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위해 한계선으로 여겼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를 초과해 재정지출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리고 있다. 올해 국가채무 규모는 965조7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17년 36%에 머물렀던 국가부채비율이 내년이면 51%에 이른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25%에 묶어 놓고 계속 돈을 풀어 통화량(M2)이 지난 3월 기준 3313조원에 달한다. GDP 대비 1.72배나 되는 엄청난 통화증발이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자연히 물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기대비 2.6% 상승해 9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물가상승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회복을 막고 실업난과 서민들의 생활고를 가중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금리인상이다. 물가가 안정목표인 2%를 넘겨 계속 상승할 경우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일찍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이 연쇄부도의 위험에 처한다. 현재 가계부채는 1765조원 규모로 GDP의 91.7%에 이른다. 지난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2만5871개 중 한 해 수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전체기업의 34.5%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금리인상으로 부동산시장 거품이 꺼지면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국제금융시장이 위험하다. 1994년 미국은 경기회복에 따른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3.0%에서 6.0%로 올린 바 있다. 이후 남미국가로 나갔던 자본이 다시 미국으로 회귀하면서 1995년 남미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미국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2004년 1.0%까지 내렸던 기준금리를 물가불안을 우려해 2006년 5.25%로 다시 올렸다. 이후 2008년 월(Wall)가가 무너지고 미국 발 국제금융위기가 발생해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 경제가 타격을 받았다. 최근 미국은 경기회복세가 본격화하면서 지난 4월 소비자 물가가 4.2%올라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현재 0~0.25%인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미국 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경제가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의 압박을 이겨내고 다시 도약할 길은 없을까. 산업발전의 활성화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다. 시중에 풀린 자금이 기업의 창업과 투자로 흐르게 해 산업을 발전시키면 물가상승 압박이 감소하고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경제가 성장 동력을 찾아 일자리를 만들며 소득을 증가시키게 된다. 더욱이 부채상환능력이 커져 가계와 기업이 부도위기를 피하고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경기회복세와는 반대로 산업현장은 침체가 악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1.1%감소해 11개월 만에 최대감소폭을 나타냈다. 한국경제인연합회의 분석에 따르면 2011~2020년 국내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이 한국 2.5%, 중국 4.3%, 일본 3.9%로 세 나라 중 우리나라가 가장 낮았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해외직접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한국 7.1%, 중국 6.6%, 일본 5.5%로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다. 내부적으로 산업공동화 현상이 점차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산업발전의 활성화를 위해 기업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기업이 국내투자를 회피하고 해외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국내에선 인허가 및 영업규제가 많을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아 기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과도하게 최저임금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해 기업하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기업규제 3법을 만들어 기업들을 아예 해외로 내모는 현상까지 낳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노동법을 위반해 근로자가 피해를 입으면 사업주는 징역형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자회사에 손실이 발생할 때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 임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앗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정당한 규제라 할지라도 위기상황에서는 신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의 과감한 규제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 및 경제정책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