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체근로 허용해 파업 피해 최소화…'전면금지' 韓, 피해액 4조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답을 찾다]노사관계 재정립①
美·日, 대체근로 금지규정 없어…美, 경제적 파업 시 영구적 대체근로 가능
美·獨·佛 ·日 사업장 점거 파업 원칙적 금지…韓, 생산 주요업무시설만 금지
경제계 "개정 노조법 보완입법으로 노사 힘의 균형 회복해야"
  • 등록 2022-06-14 오전 5:30:00

    수정 2022-06-14 오전 8:27:06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지난해 말 미국 전역은 노동조합(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시리얼을 만드는 켈로그 생산 공장부터 영화를 만드는 할리우드까지 다양한 분야의 노조들은 더 높은 수준의 임금과 향상된 복지 혜택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길어지면서 일손이 귀해진 탓이다. 하지만 노조들의 파업은 오래가지 않았다.

켈로그 노사는 노조 파업 약 11주 만에 신입 직원 시급 24.11달러(약 2만8700원) 지급과 경력직원 1.10달러(약 1300원) 시급 인상, 치과·안과 등 의료 혜택, 2026년 10월까지 제품 생산 공장을 폐쇄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임금 협상을 마무리했다. 할리우드 노사도 임금 인상과 휴식시간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새 임금 협상안에 합의했다. 켈로그와 할리우드 노사가 별 탈 없이 임금 협상을 끝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체근로제도가 있다. 켈로그 사측은 노조의 파업기간 동안 대체근로를 통해 제품 생산 피해를 최소화해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수준을 맞춰줄 수 있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대체근로 전면 금지 규정이 없고 경제적 파업에 대해 일시·영구적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켈로그 노조는 파업 때 생산공장(사업장)이 아닌 인근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비폭력적인 시위도 벌였다. 미국은 생산 공장 등 사업장 점거행위가 불법인 영향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등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해 국제 기준에 맞는 관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보완 입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경제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켈로그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 뉴시스)
대체근로, 대부분 국가서 부분적 제한…韓, 전면금지

13일 경제계에 따르면 대체근로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대체근로를 법으로 전면 금지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체근로를 가장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미국은 임금인상·근로조건 개선 목적의 경제적 파업의 경우 일시적인 대체근로와 더불어 영구적인 대체 근로까지 허용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경우 신규채용과 하도급을 통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영국과 독일은 파견근로자의 대체근로는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파견과 기간제 근로자의 대체근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도 대체 근로 전면 금지 규정 없으며 법원의 판례에서 내부직원 대체와 신규 채용을 통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파업 이후 파견근로자를 통한 대체근로는 금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는 탓에 파업이 발생하면 제품 생산 차질로 인한 판매·수출 타격은 물론 협력업체 폐업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파업사례를 종합한 결과, 파업으로 인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생산손실 피해액은 약 4조1400억원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미국 등 다른 나라와 같이 파업 시 대체근로가 허용됐다면 생산손실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사업장을 점거하는 파업 등의 쟁의행위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법원 판례에서 사업장 점거를 불법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독일은 사업장 점거 형태의 쟁의행위를 위법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사용자의 소유권과 점유권에 기한 청구권 등을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도 법원 판례를 통해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전면·배타적 사업장 점거를 못한다. 우리나라는 생산 주요 업무시설에 한해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법률상 허점 탓에 노조가 생산 주요 업무시설을 직접 점거하지 않더라도 사업장 출입구나 로비 등 사업장 내의 통행공간을 점거해 기업의 생산활동 자체를 사실상 전면 중단시키고 있다”며 “최근 우리나라의 큰 이슈 중 하나인 화물연대 파업의 경우도 조합원들이 일부 기업의 사업장 출입구를 차량으로 봉쇄하면서 제품 출하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법적 처벌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본사 직고용을 요구하며 충남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무단 점거 했지만 해당 노조는 어떠한 사법적 처벌도 받지 않았다”며 “노조의 사업장 점거로 인해 기업의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침해되고 소모적인 분쟁까지 초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美·日 “부당노동행위 직접 형벌 부과 안해”…韓, 이중처벌

부당노동행위의 경우도 미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부당노동행위 처벌 제도가 있지만 부당노동행위 자체에 대해 직접적인 형벌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란 노동조합의 가입이나 정당한 행위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 등 노동자의 근로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사용자의 방해·침해 행위를 말한다.

미국은 사용자와 더불어 노조의 부당노동행위까지 법으로 규율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형사처벌규정은 없다. 일본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 규율하며 형사처벌규정은 없다. 다만 일본은 확정된 구제명령 위반시 사용자를 형사처벌한다. 독일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규정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의 현행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제도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또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당노동행위 자체에 대해 직접적인 형벌도 부과하고 있다. 이에 경제계는 우리나라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이중처벌 구조를 갖다고 주장한다.

경제계는 우리나라에서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비준을 이유로 지난해 7월 6일 시행된 개정 노조법에 대한 보완입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정 노조법은 해고자·실업자 등의 노조가입 허용과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조항 삭제 등 노조의 단결권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존 노조법 자체가 이미 노조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다. 개정 노조법은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더 심화시켜 노사관계의 건전한 발전이 저해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내 모든 시설 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 등 국제기준에 맞는 보완입법을 통해 노사간 힘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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