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 2021]'유쾌한 환경운동가' 강금실 "지구의 권리 고민할 때"

[인터뷰] 지구법학 알리는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
“보호만으론 못 지킨 환경…자연의 권리 고민해야”
江에 권리 부여한 뉴질랜드…국내는 반려동물권 논의 중
“ESG는 탄소중립 위한 필수…법부터 달라져야”
  • 등록 2021-06-07 오전 5:00:00

    수정 2021-06-07 오전 5:00:00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사진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선 개별 회사가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캠페인) 가입 선언을 하는 것을 넘어 국가의 체질까지 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법과 제도에 대한 변화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구 법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죠.”

활발한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강금실 법무법인(유) 원 대표변호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에 대한 질문에 자연스럽게 법과 제도의 변화 필요성으로 연결시킨 뒤 지구 법학이라는 개념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여성 첫 법무장관’을 역임한 정치인의 이미지는 이미 사라졌고 유쾌한 환경운동가의 모습이었다. 강 대표는 오는 6월 23~24일 ‘자본주의 대전환: ESG노믹스’를 주제로 진행되는 ‘제12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정책 세션 토론자로 나선다.

“보호만으론 못 지킨 환경…자연의 권리 고민해야”

지구법학은 거칠게 요약하면 인간의 기본권만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현재 법에서 벗어나 산(山)과 강(江) 같은 자연과 동물 등 지구에서 인간과 공존하고 있는 모든 것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취지다. 환경에 인간과 같은 권리를 부여한다면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2001년 문명사상가인 토마스 베리가 처음 제안한 개념이다.

강 대표가 환경과 지구법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8년 정치를 떠난 후 카톨릭대 생명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다. 강 대표는 “처음에는 문명을 공부했는데 산업문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극복하다가 자연스럽게 에콜로지(생태학)으로 연결됐고 이후로는 환경과 지구 법학에 대한 문제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구 법학을 연구하는 사단법인 ‘지구와 사람’ 대표도 맡고 있으며, 오는 8월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첫 단독 저서 출간도 앞두고 있다.

강 대표는 “인간을 중심으로 두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보호법,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동물보호법을 만들었지만 그것 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지 않나”며 “모든 존재의 권리를 인정하자. 그렇지 않고는 지구파괴를 막을 수 없다는 게 지구 법학”이라고 설명했다.

다소 급진적인 주장인 것 같지만 전세계에서는 이미 지구법학의 개념이 법제화되거나 논의되고 있다. 2017년 뉴질랜드는 마오리족이 조상으로 여기는 왕거누이강(Whanganui River)에 세계최초로 인권을 부여하고 권리를 인정했다. 이를 통해 왕거누이강에 환경피해가 발생하면 사람과 동일하게 적용되며, 왕거누이강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위원회도 만들어졌다.

강 대표는 “에콰도르는 2008년 세계최초로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문화 했고, 프랑스 하원의회는 헌법 1조에 ‘공화국은 생물다양성과 환경보존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싸운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며 “유럽에서도 자연의 권리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단계”라고 전했다.

인간 외 지구상 존재에 권리를 부여하자는 움직임은 국내에도 포착된다. 법무부는 최근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던 현재 법적 지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동물을 민법이 규정하는 ‘물건’과 구분하고 강제집행 대상 등에서 제외해보자는 논의다. 강 대표는 “2018년 개헌 논의할 때도 자연의 권리에 대한 진전된 내용이 많아 나왔었다”고 말했다.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사진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ESG는 탄소중립 위한 필수…법부터 달라져야”

ESG 경영, 그 중에서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이유를 묻자 강 대표는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꾸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넷제로란 CO2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를 흡수·제거해 실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넷제로’를 선언했다.

강 대표는 “우리가 얼마나 준비가 됐느냐의 문제인데 별로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대기업은 그나마 앞을 내다보고 투자도 많이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공정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기업의 환경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한 법과 그리고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친환경 준비가 조금 늦은 만큼 기업들의 친환경 경영을 지원하고 독려할 법과 정책이 중요하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개별 회사의 RE100가입을 선언 떠나서 나라의 체질이 바뀌어야 (넷제로가)가능하다. 결국은 법부터 시작해야 하는 문제”라며 “많은 친환경 관련 기본법이 발의돼 있지만 계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많은 기업이 수출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향후 환경문제가 통상이슈로 발전할 부분이 많아 로펌 등 법조계의 역할도 많아질 것으로 봤다.

강 대표는 “(환경을 위해서는) 법을 만드는 국회나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고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해외의 사례만 봐도 유엔(UN)의 움직임만 있는 게 아니라 각 국가의 결단이 있었다. 지금은 모두가, 모든 구성원이 합심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여성 첫 법무부장관’ 타이틀을 갖고 있는 법조인. 13년간 판사로 재직하다가 1996년 판사직 퇴임 후 인권변호사 활동을 하던 강 전 장관은 2003년 참여정부 초대이자 여성 첫 법무부장관으로 발탁됐다. 장관으로 취임할 당시 강 전 장관의 나이는 46세였다. 2004년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원의 대표변호사 및 법무법인 원이 공익활동을 위해 세운 사단법인 선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 2015년부터 포럼 지구와 사람 대표를 맡고 있으며 2019년부터 국가기후환경회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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