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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변인은 1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논쟁 사안에 관용적으로 피하던 기성정치인과 달리 이 대표는 신념과 소신을 바탕으로 논쟁을 피하지 않고 할 말을 해왔던 것이 인기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감함은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의 장점이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미진했던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반성했다. 9개월가량 남은 대선에서도 청년을 짓누르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국민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후보, 시민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정당이 승리할 것이라 내다봤다.
오 대변인은 이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반페미니즘의 최전선에 서는 등 여성과 성소수자 혐오성향을 보이는데 아쉬움을 나타났다. 그는 “특정 계층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지지세 결집이라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나 공당의 대표라면 어떤 국민의 목소리든 경청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소신을 지키되 국민 전체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로 만 22세인 오 대변인은 사회운동가 출신으로 2018년 정의당에 입당해 성소수자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해왔다.
오 대변인은 “‘이준석 현상’으로 시작된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이 ‘절반의 성공’에 그쳐선 안된다”며 “정치권의 풍토를 바꿔 끊임없이 청년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청년 정치인이 주목받기보다는 2030세대의 정치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엘리트 청년 정치’도 경계했다. 오 대변인은 “상위 10%가 아닌 90%를 대변하는 청년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며 “보증금이 없어서 방 한 칸 못 구하는 청년, 학자금에 시달리는 청년의 삶을 바꿔주는 정치인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정의당에서 역할을 찾았다. 청년정의당은 기존의 정의당 주류 기성세대를 견제하거나 일침을 놓을 수 있는 청년의 정치참여를 늘리고 작금의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당한 당내당이다. 올해 26세이자 청소년 인권운동가 출신인 강민진 대표가 이끌고 있으며 정의당이 내놓은 정책에도 상당 부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오 대변인은 “코로나19 탓에 위축되긴 했으나 정치에 도전하려는 청년을 위한 ‘진보정치 4.0’ 시스템을 청년정의당이 운영하는 등 육성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한국 정치 전체를 바꾸는 게 쉽지 않을 것이나 청년정의당의 등장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청년을 위한 정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대변인과의 일문일답이다.
-‘이준석 돌풍’ 어떻게 어떻게 보고 있나
△기득권을 상대로 당내 권력을 쟁취한 점은 놀랍고 의미있다. 청년정치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됐다. 정치인으로서 이준석 대표의 장점이 있었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국민의힘의 권력을 차지하고 있던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 효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대표는 확고한 소신으로 거침없이 할 말을 하고 논쟁을 피하지 않는 과감함이 장점이다. 다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성향이 나타나는 점은 아쉽다. 지지세 결집의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공당의 대표까지 오른 정치인이라면 국민 전체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본다.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분석은 어떻게 보나
△세대교체가 시작된 건 맞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이며 절반의 세대교체다. 청년 정치인이 끊임없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당내에 육성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그렇지 않다. 개인기를 가진 한사람이 리더가 됐다고 세대교체로 보기는 힘들다.
-‘청년 정치’를 먼저 강조한 건 정의당인데
△이 대표는 비난이 있더라도 논쟁을 피하지 않았다. 관용적으로 논쟁을 피하려 했던 기성정치인에는 찾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유권자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준 것이다. 반면 정의당은 그러지 못했다. 과감함은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의 장점이었는데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20대 국회 때는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느라 정작 정책 선명성이 떨어졌다. 차별금지법 등 절실히 필요함에도 외면받고 있는, 정의당이 나서야 하는 현안을 더 치열하게 주장해야 한다. ‘이준석 돌풍’으로 정의당 역시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청년 정책을 놓고 팽팽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청년정치인으로서 지금 시대에 필요한 정치는 무엇인가
△이제 정치는 국민의 요구에 즉답해야 한다. 서민의 고민을 꿰뚫고 그들의 삶을 지키는 정치를 내세우는 후보가 승리할 것이다. 뿌리깊은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결을 위한 비전, 어젠다를 제시해야 살아남는다. 세습되고 있는 청년의 불평등을 끊어 내야 한다. 사회 구조적으로 평등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본 값을 바꾸지 않으면 청년은 경쟁하고 도태되는 이런 일이 반복된다. 복지나 노동 등 사회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등 시대적 아젠다를 불평등 해소로 두고 전면적으로 개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인이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해고됐다. 당시 이정미 의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정치권과 연을 맺었다. 성소수자이기도 한 만큼 내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나서야겠다고 판단했다.
-정치권에 들어와 보니 어떠한가
△‘이 사람들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견이 없어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정무적 판단을 내리겠다며 지지부진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정의당이 덜 하다고 생각하지만 바꿔야 할 풍토가 있다.
-정의당에서 청년정의당의 역할은 무엇인가
△청년의 목소리를 당에 전달하는 것이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를 비롯해 리더나 구성원에 독립성을 보장했다. 곧 있을 대선에 대비한 준비단에도 참여해 의견을 내고 있다. 청년정의당의 제안 중 많은 부분이 대선공약에 포함될 것이다.
△말의 민주주의라는 게 있다. 정치권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청년이라는 이유로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 예를 들면 반말이랄까. 누구를 만나든 동등한 동료로 대할 필요가 있다. 대화를 하더라도 말의 양과 질에서 차이가 나면 의미가 없다. 청년이 하는 말에 귀기울여 줄 때 기성 정치인도 빛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