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조각에 '바쁜 일상'이 보이네…양정욱 개인전

'아무런 말도 않고'전
'서서 일하는 사람들' 등 17점 선보여
"모두 신작…작품 하나하나에 공들여"
10월 21일까지 갤러리 소소
  • 등록 2022-09-27 오전 5:40:00

    수정 2022-09-27 오전 5:4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목재와 전구, 태엽과 끈들이 곳곳에 놓인 기물들과 섞이며 바쁘게 돌아간다. 어깨 아래에 사방으로 뻗은 팔들은 접혔다 펴졌다 하며 시종일관 움직인다. 잠시 앉을 마음의 여유도 없이 끊임없이 좌우를 확인하며 규칙적으로 종을 울리는 모습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양정욱 작가의 움직이는 조각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아무런 말도 않고’ 전시 전경(사진=갤러리 소소).
사람이 살아가며 마주치게 되는 모든 순간들의 이야기를 전해 온 양정욱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오는 10월 21일까지 서울 중구 청계천로 갤러리 소소에서 개최하는 ‘아무런 말도 않고’ 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움직이는 조각 ‘서서 일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작은 덩어리 조각 ‘우리는 그 대각선에 대해 설명했다’, 드로잉 연작 ‘기억하려는 사람의 그림’ 등 총 17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전희정 큐레이터는 “작가의 이전 전시에서는 공장에서 마주친 일상 등 테마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뚜렷한 테마 없이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했다”며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전시 제목도 ‘아무런 말도 않고’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양 작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조형적인 작업으로 보여준다. 대부분 노동 속에서의 자기위로를 위한 상상이거나 타인과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내용이다. 수필의 한 구절 같은 전시의 제목들에서 조용히 곁을 지키는 작가의 다정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작품활동은 2012년부터 시작했다. 목재나 실, 전구 등 익숙한 재료에 반복적인 기계장치의 움직임을 곁들인 조각과 설치작품을 발표해왔다. 첫 개인전 ‘인사만 하던 가게에서’를 비롯해 9번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국립현대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미국 유타미술관 등 국내외 다수의 기관에서 단체전에 참여했다. 김세중미술상 청년조각상(2020), 중앙미술대전 우수상(2013)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서서 일하는 사람들 22’(사진=갤러리 소소).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은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2015년부터 해당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작품은 22번째다. 망루에 불을 밝힌 채 좌우로 몸을 돌리며 규칙적으로 종을 울리는 모습에서 작가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움직임과 손맛이 돋보인다. ‘우리는 그 대각선에 대해 설명했다’는 작은 덩어리 조각들에 나뭇가지를 결합한 절묘한 균형미가 눈에 띈다. 합판을 건물용 외벽재로 덮고 철솔과 목탄 등으로 여러 번 긁어내 완성한 드로잉 연작은 섬세하게 표현한 음양에서 작가가 들인 시간과 정성이 묵직하게 전해진다.

전 큐레이터는 “드로잉 연작은 공장이나 오래된 건물들을 지나다가 구조물을 긁어서 한 낙서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며 “조형적으로나 기법적인 면에서 삶의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기억하고 말없이 작품에 담아낸 작가의 정성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어느 순간 드로잉 작품과 마주보는 시점이 나타난다. 전 큐레이터는 “조각의 시선을 눈여겨보면 재미가 배가될 것”이라며 “전시장에 울리는 종소리는 어디서 나는 것인지, 드로잉은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긁어냈을지를 상상하면서 보면 더욱 흥미롭다”고 관람팁을 전했다.

‘우리는 그 대각선에 대해 설명했다’(사진=갤러리 소소).
‘기억하려는 사람의 그림’(사진=갤러리 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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